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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521화 (617/1,000)

1521화. 충의지인(忠義之人) (1)

상황을 확인한 후, 우유도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된 후에 우유도가 다시 물었다.

“붙잡은 자가 아직 입을 열지 않았습니까?”

“입을 열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소.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여전히 입을 열지 않고, 조건을 내걸고 있지. 자신을 적성성이나 무변각 같은 곳으로 데려가야만 입을 열겠다고 하고 있소.”

“호오, 어디 있습니까. 한번 만나봐야겠습니다.”

원종이 고개를 돌려 한쪽을 가리켰다. 우유도가 같은 곳을 바라보자, 멀지 않은 벼랑 아래 동굴이 있었다. 우유도가 즉시 그곳을 향해 움직였다.

가무군과 원종도 우유도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위충도 좌우를 둘러 보더니, 상황이 어찌 되어가는지 확인하고자 뒤를 따랐다.

동굴에 들어간 우유도는 남루한 옷을 입은 남자가 석벽에 기대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 있었는데, 고문을 심하게 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만신창이가 된 모습이었으니, 그것만 보아도 지금까지 정보를 캐내기 위해 얼마나 그를 괴롭혔는지 알 수 있었다.

몇 사람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움직이지 못하는 마부의 얼굴에 참담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우유도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말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유도가 천천히 마부 앞에 쭈그리고 앉아 말했다.

“말해 보아라, 말하면 그 목숨을 살려주겠다.”

마부가 천천히 눈을 뜨더니, ‘흐흐’ 웃으며 말했다.

“다른 사람이군. 이제야말로 큰 인물이 나타난 모양이야.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으냐? 설사 그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나는 못 믿겠다. 그러니 쓸데없는 곳에 힘을 낭비하지 말아라. 내가 말했다시피, 적성성, 무변각, 빙설각, 그것도 아니면 요마령도 괜찮다. 그곳으로 나를 데려가기만 한다면, 너희들이 묻는 모든 것에 답하겠다.”

우유도는 당연히 상대방이 그곳에 가려는 의도를 알고 있었다. 효월객잔과 같은 곳에 가야만 목숨을 구할 기회가 있는 것이다. 그런 곳이라면, 자신들이 감히 살인하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다만 우유도가 이런 사람을 데리고 그런 곳을 갈 리가 없었다. 막말로, 이런 사람은 살려 놓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이름이 무엇이냐?”

우유도가 다시 물었다. 마부가 크게 웃었다.

“네놈들 보고 더욱 쉽게 조사하라고 이름을 알려주란 말이냐? 내가 말할 것 같으냐?”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마부의 몸에 붙어 있는 천 쪼가리를 붙잡았다.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 때문에 상처에 눌어붙어 있는 천 쪼가리였다. 우유도가 그걸 확 뜯어버렸다.

“윽….”

마부가 고통에 신음하며 두 눈을 감았다.

“기개가 있군, 쉬고 있어라.”

우유도가 마부의 뺨을 툭툭 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무군 일행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우유도를 따라 동굴을 나섰다.

밖에 나오자 원종이 우유도에게 다가가 물었다.

“심문하지 않을 것이오?”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저 지경이 되고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또 우리는 저자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약점을 찾지 못하면, 심문해 봤자 아무 의미 없습니다.”

“그럼 이대로 포기한단 말이오?”

“물론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헛고생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우유도는 말을 하면서 소매에서 돌돌 말린 지도를 꺼내 펼쳐 보았다. 어느 정도 크기가 있는 칠국의 지도였다. 이곳에 오는 도중에 준비한 물건이었다.

우유도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지 못해, 사람들은 그저 서로 눈빛을 교환할 뿐이었다.

우유도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한쪽에 있는 비교적 평평한 석벽으로 다가가 종이를 그 위에 붙였다. 원종이 다가와 물었다.

“뭘 하려는 것이오?”

하지만 오히려 우유도가 반문했다.

“저들은 제경에서 찾아온 사람들입니까?”

“그렇소.”

원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유도가 즉시 손가락을 한번 튕기자, 경풍이 쏘아져 나가 제경 위치에 작은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여러분은 언제 진국 경성을 벗어났습니까. 또 언제 제경으로 사람이 찾아왔습니까? 최대한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십시오.”

원종은 우유도의 의도를 알 수 없었지만, 고분고분 대답했다.

“육 일 전에 진국 경성에서 오찬을 먹은 후 출발했소. 또 표묘각 인원은 삼 일 전 아침에 찾아왔지.”

우유도가 눈을 감고 시간을 계산해보았다. 다시 눈을 뜬 우유도는 주위를 살펴보더니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나뭇가지 하나가 날아와 우유도의 손에 잡혔다. 우유도는 잔가지를 쳐내고 길쭉한 목봉을 만든 후에 지도에 가져다 댄 후, 목봉에 눈금을 표시했다.

그 후에 제경을 중심으로 목봉을 붙이고, 그 눈금과 대조하며 계산을 하더니, 눈금이 지나는 곳의 종이 위에 작은 구멍들을 뚫었다.

그 후에 목봉을 던져 버리고 두 걸음 정도 물러난 우유도가 손을 활짝 펼치고 지도를 향하게 하더니 주먹을 움켜쥐었다.

‘휙’ 소리가 나며 지도에서 제경을 중심으로 지도는 그 바깥 부분이 모두 잘려나가고 말았다. 곧 원형의 종이가 된 동그란 지도 하나가 우유도의 손에 떨어져 내렸다.

우유도는 손에 들어온 종이를 흔들며 말했다.

“이걸로 저 두 사람의 신분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원종이 의아해했다.

“이걸로 저 두 사람의 신분을 찾을 수 있단 말이오?”

우유도가 돌아보자, 가무군이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유도는 미소지으며 상대방을 시험하듯이 말했다.

“선생님이라면 어느 정도 알아보실 것 같습니다만.”

원종이 가무군을 돌아보았다.

가무군이 잠시 침묵하더니, 곧 앞으로 나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눈금이 그려진 목봉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원종의 등 뒤로 가서 등에 손을 대고, 다른 손에 든 목봉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선생님은 혹시 이 목봉의 눈금으로 표묘각 인원들이 제경에 도착하기까지의 거리 범위를 계산하신 것입니까?”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선생님이라면 눈치채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맞습니다.”

가무군이 다시 손을 움직였다.

“저희가 진경을 떠나고, 제경에 도착한 후에 저희를 찾아왔습니다. 중간의 시간이 짧지 않습니다. 어찌 그 거리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단 말입니까?”

우유도가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무 정교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진경을 떠난 시간을 기준으로, 제경에서 저들이 찾아온 시간까지의 거리만 계산했습니다. 상대방이 여러분을 찾은 전제조건은, 여러분이 진경을 떠났다는 것을 발견한 후일 것입니다. 나중에 여러분을 제경에서 발견했다면, 그 과정 중에 분명 금시를 이용해 전서를 주고받았겠지요. 중간에 소비된 시간을 모두 더한다면, 못해도 하루의 시간은 소모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대충 하루 정도는 제외해도 될 것입니다.”

“만약 상대방이 정말로 표묘각의 명령을 받고 여러분을 찾은 것이라면, 저 멀리서 사람을 보낼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또 만약 상대방이 사적으로 움직인 것이라면, 공식적인 움직임이 아니니 표묘각의 날짐승을 동원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두 가지 상황 모두 멀어봤자 제경 주위에서 말을 타고 이틀 거리에서 움직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움직인 표묘각 인원은 분명히 이 영역 안에 있는 인원 중에 있을 것입니다.”

우유도가 손에 든 동그란 종이를 흔들며 말했다. 원종은 뭔가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았다.

가무군의 얼굴에도 감탄이 떠올랐다.

“배움을 얻었습니다. 왕야 곁에는 과연 수많은 고인이 숨어 계셨군요!”

우유도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별말씀을, 하찮은 재주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원종은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대는 이 구역 안에서 실종된 표묘각 인원을 찾으려는 것이오? 표묘각 내부의 일이요. 어찌 찾으려는 것이오?”

우유도는 손에 든 동그란 지도를 살펴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아주 쉽습니다! 저는 표묘각 내부에서 이와 같은 일이 매일 발생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표묘각 같은 곳에서 매일같이 사람이 실종될 리 없지요. 그러니 표묘각 내부에서 지금처럼 누군가 실종된다면, 당연히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조용할 수가 없지요. 분명 누군가 저들을 찾기 위해 움직일 것입니다. 영역이 대충 정해졌으니, 제가 알고 있는 적당한 사람에게 표묘각 인원 중에 어떤 자들이 움직이는지, 어떤 지역의 사람들이 움직이는지, 그것을 눈여겨보라고 알려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 말을 들은 가무군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돌연 뭔가를 깨달은 것이다. 소평파뿐만이 아니었다. 상조종의 배후에도 표묘각의 사람이 있는 것이다!

이를 들은 원종도 생각에 잠겼다. 어느 정도 추측한 것이기도 했다. 그는 우유도가 표묘각 내부에 끈이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았다. 우유도가 성경에서 도망쳐 나온 것만 보아도, 표묘각 내부인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유도는 가무군의 안색과 반응을 힐끗 살펴보고는 말했다.

“선생님, 마고일척, 도고일장(魔高一尺, 道高一丈)입니다. 마가 일 척 높아지면, 도 또한 일 장이 높아지지요. 마찬가지로 병래장당, 수래토엄(兵來將當, 水來土掩)이기도 하지요. 병사가 오면 장수로 막아서고, 불이 오면 흙으로 덮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말 모두 같은 것을 뜻합니다. 사실 그렇게 걱정하고 두려워할 필요 없다는 말이지요.”

뒤돌아 적당한 곳을 찾은 우유도는 지도의 뒷장에 밀서를 작성하고 잘 접어서 위충에게 건넸다.

“지급 바로 발송해라!”

이건 원강을 통해 사여래에게 보내는 물건이었다. 사여래에게 자신이 대충 정한 지도 영역을 눈여겨보게 하려는 것이었다. 온 천하는 그 범위가 너무 넓었다.

위충은 그대로 집행했다. 잠시 후, 원종이 다시 우유도에게 다가와 말했다.

“가 선생이 그대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하오.”

우유도가 가무군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그리 예의를 차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무군이 원종의 등에 손을 뻗었다.

“선생님, 혹시 왕야께서 승상이 계신 곳에 사람을 보내셨습니까?”

그는 우유도의 미세한 반응을 자세히 살폈다.

그 말을 들은 우유도가 침묵했다. 상조종은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우유도가 보냈다. 그것도 웬만한 고수들로는 상대할 수 없는, 매우 강한 자를 보냈다. 우유도의 반응을 보고 가무군은 뭔가를 깨달았다.

우유도가 침묵하는 것을 보고, 가무군은 즉시 장포를 젖히고 우유도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더니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원종은 무릎을 꿇은 사람을 한번 보고, 다시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한쪽에서 금시를 붙잡고 있던 위충이 멈칫하더니 이 장면을 빤히 바라보았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우유도가 앞으로 다가와 두 손으로 가무군을 일으키며 말했다.

“어찌 이런 대례를 올리십니까?”

가무군이 참담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원종의 등에 손을 뻗었다.

“소인은 어려서부터 자부에서 자랐습니다. 자부는 소인을 가족처럼 대해주었지요. 의식주를 포함해 모든 일에 소인을 섭섭하게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자부는 소인에게 집과 다름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자부의 사람들은 소인의 가족입니다. 가족이 어려움에 처했으니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선생님, 감히 왕야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승상을 살려주십시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이쪽에서 가무군의 이름으로 자평휴에게 접근한다면, 자평휴는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자평휴는 이쪽에서 표묘각의 사람에게 손을 썼을 것이라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일단 이상이 생긴다면, 남주는 자평휴를 죽여 입을 막을 것이 분명했다. 남주는 표묘각 앞에 자신들이 폭로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그는 이미 남주에게 신변이 통제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만약 이들이 허락하지 않으면, 외부와 연락할 수도 없었다. 하물며 지금 있는 숲을 빠져나가는 것조차 어려웠다. 당연히 자평휴에게 당부를 할 수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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