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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522화 (618/1,000)

1522화. 충의지인(忠義之人) (2)

우유도가 담담히 미소지으며 말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한 가무군이 다급히 손을 움직였다.

“만약 정말 표묘각이 사람을 보낸 것이라면, 저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입니다. 자부도 연루되겠지요. 그때가 되면 승상도 더는 그 자리에 연연할 필요 없으니, 선생님께서는 승상 등의 사람들을 데려가서 적당한 곳에서 지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죽일 필요 없습니다. 선생님, 만약 자부의 사람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소인은 목숨을 다해 왕야께 보답하겠습니다. 선생님, 은혜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리고는 다시 무릎을 꿇었다. 가무군의 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가 다시 우유도에게 고개를 숙였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모든 연락이 통제되었고, 도망칠 수도 없었다. 더 이상 다른 방법이 없기에 그는 이처럼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

우유도가 얼굴을 굳히더니 즉시 뒤돌아 소리쳤다.

“위충, 이리 와라.”

위충이 즉시 멍한 얼굴로 뛰어왔다. 우유도는 그 자리에서 다시 한 통의 밀서를 작성해서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

“같이 보내라. 지금 당장!”

“알겠습니다!”

위충이 밀서를 받아들고, 그 전에 밀서와 같이 말아 금시의 다리에 걸려 있는 각통에 밀어 넣고는 금시를 하늘로 날려 보냈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왕야께 서신을 보냈습니다. 왕야께서는 선생님을 중히 여기십니다. 또한, 충의로운 사람을 저버리지 않으시지요. 반드시 선생님의 말씀대로 하실 것입니다! 그러니 선생님께서는 안심하고 일어나십시오.”

우유도가 다시 허리를 숙여 두 손으로 바닥에 절을 하고 있는 가무군을 일으켜 세웠다.

가무군은 자리에서 일어나, 입으로 할 수 없는 감사의 말을 대신하여 연신 허리를 숙여 표현했다.

사실, 남주에게는 그냥 자평휴를 죽여 처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그들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 만약 자평휴 등, 자부의 사람들을 데리고 움직이다가 다른 이들에게 발각되기라도 하면, 남주는 그들이 꾸미는 음모를 들킬 수도 있었다.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만약 데리고 숨었다가 발견되면 어떡한단 말인가?

우유도는 그를 위로하듯 말했다.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서신에 적길, 승상의 서신을 이곳으로 보내라 했습니다. 그리되어 있으니, 나중에 승상의 서신을 받으시면 선생님도 안심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가무군이 다시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의 얼굴에는 진심으로 감사함이 가득했다.

가무군이 물러간 후, 원종이 물었다.

“사람을 보내 그들을 살인멸구 하려 했느냐?”

우유도가 좌우를 살피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사부님, 일단 남주가 폭로되고 표묘각이 계속 조사를 한다면, 자금동이 연루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이 구덩이가 메워질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자평휴를 살려주겠다고 약속했단 말이냐?”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일반적으로 볼 때, 표묘각 인원이 실종된 것을 표묘각에서 알아차린 순간, 그 즉시 조사를 시작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표묘각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이는 분명 표묘각 내부의 어떤 사람이 사적으로 표묘각 인원을 움직인 것입니다…. 그러니 저는 지금 도박을 하는 것입니다! 방금 보낸 서신이 늦지 않게 송국에 도착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만약 표묘각이 이미 움직였다면…. 송국 쪽은 이미 손을 썼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 서신이 도착해도 이미 늦었겠지요.”

원종이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이번에는 내가 너를 곤란하게 했구나.”

우유도가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이건 사부님과 상관없는 일입니다. 소평파가 표묘각의 누군가와 붙어먹었을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또 상대방이 사부님의 진짜 얼굴을 보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사부님은 손을 쓰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종이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정말 소평파를 없애야겠느냐?”

“그는 원래부터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저와 큰 원한으로 얽혀 있고, 이제는 표묘각의 사람과 결탁까지 했습니다.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습니다. 만약 그를 처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반드시 남주의 큰 방해물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를 끄집어낼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떻냐. 일단 얼굴을 보이기만 한다면, 내가 직접 그를 죽일 수 있다. 너를 위해 그를 처리해 주마.”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그자 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음으로 양으로 지키고 있는지 모릅니다. 사부님은 모든 목격자를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죽일 수 있다고 확신하십니까? 설사 단 한 사람만 도망친다 해도, 아주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미 타초경사 했습니다, 위험이 너무 큽니다!”

원종이 침묵했다.

* * *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산자락에 깨끗하게 치워진 농가가 있었다. 그 안에 있는 소평파는 등불을 밝혀 놓고 지도에 붙어 있는 한 장의 종이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종이 위에는 ‘호연무한’이라는 이름을 중심으로, 주위에 수많은 인물 관계도가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소평파는 그 종이를 보고 깊은 사색에 잠겨있었다.

그때, 소삼성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한 통의 소식이 들려 있었다. 소평파에게 다가간 소삼성이 한참을 망설이더니 보고했다.

“대공자님, 조정의 그 사람들이 보복을 시작했습니다.”

소평파가 천천히 뒤돌아 종이를 건네받고는 내용을 살펴보더니, 순간 두 눈을 부릅떴다. 곧 소평파의 두 볼이 부풀어 오르더니, 격렬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손으로 입을 움켜쥐고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소삼성이 깜짝 놀라 다급히 소평파를 부축하며 밖을 향해 즉시 소리쳤다.

“여봐라, 여봐라!”

그 즉시 문밖에서 두 사람이 뛰어 들어왔다. 둘 중에 한 사람이 급히 물었다.

“대인, 괜찮으십니까?”

소평파는 기침 덕분에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등불 아래 보이는 흰머리까지 겹치니, 그 모습을 보는 사람에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느낌을 주었다.

소평파는 최대한 기침을 멈추려고 노력하며 손을 내저었다.

“괜찮다.”

하지만 흔들고 있는 소평파의 손에는 이미 검붉은 핏물이 묻어 있었다.

각혈? 두 수행자가 대경실색했다. 그들은 빠르게 소평파를 진맥하고, 곧 영단을 한 알 꺼내 소평파에게 먹이고, 동시에 법력을 이용해 기혈을 뚫어 주었다.

무사한 것을 확인한 두 수행자가 물러가기 전에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대인, 지금은 정양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더 이상 몸을 혹사시킨다면, 심장에 무리가 갈 것입니다.”

소삼성이 알았다면서 소평파 대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이 당부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일이었다. 북주에 있을 당시, 대선산의 수행자들이 반복해서 같은 당부를 한 바 있었다.

다른 사람이 없자, 등불 아래 눈을 감고 심신을 가다듬던 소평파가 다시 눈을 떴다. 그의 두 눈에 분노가 떠올랐다.

“노소, 준비해라. 경성으로 돌아간다!”

“그것이….”

소삼성이 대경실색했다.

“대공자님, 저들의 보복을 피하고자 경성을 떠난 것이 아닙니까. 이렇게 바로 돌아가다니요. 지금은 저들이 한참 복수에 집중하고 있을 때입니다. 지금 돌아가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소평파가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적혀 있는 죄목들을 보면, 가벼운 죄로도 만들 수 있고, 무거운 죄로도 만들 수 있다. 가볍다면 삭관탈직일 것이고, 무겁다면 목이 베일 수도 있다. 아마 저들 역적놈들은 전쟁을 빌미로, 무겁게 처리하려 할 것이다. 만약 내가 지금 돌아가지 않으면, 북주의 학생들은 하나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콜록콜록…. 콜록….”

크게 분노한 소평파는 다시 억장이 무너지는 것처럼 격렬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여봐라, 여봐라!”

그를 부축한 소삼성이 다시 크게 소리쳤다. 수행자들이 다시 뛰어 들어왔다. 그들은 소평파를 위해 법력으로 기혈을 만져주었다….

* * *

해가 높이 떴다. 조회를 마친 태숙웅이 어서방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을 때, 입구에 있는 작은 내시가 도략에게 뭐라 뭐라 보고를 했고, 도략이 다시 안으로 들어와 소평파의 상황을 태숙웅에게 보고했다.

“또 각혈했다고?”

태숙웅이 대경실색했다.

“예전에는 이러지 않더니,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 계속 이런다면, 과인이 그에게 무슨 정보를 보낼 수 있겠느냐?”

“그처럼 몸이 좋지 않기 때문에, 소 대인께서 경성에 돌아와 정양하겠다고 합니다.”

태숙웅이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로 경성에 돌아와 정양하는 것이냐? 설마 또 달려와 그 개놈들과 한판 붙는 것은 아니겠지? 이미 화끈하게 한번 소란을 피웠다. 한 번 더 한다면, 과인도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과인은 그가 뛰어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나라가 한창 전쟁 중일 때, 양쪽에서 이처럼 끝없이 소란을 피우니, 이러다가 전쟁에 악영향을 미칠까 두렵구나. 저들은 과인이 정말 저들을 죽이지 못하리라 생각한단 말이냐?”

도략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돌아오지 말라고 하는 게 좋겠습니까?”

“토혈을 하는 것이 아니면 각혈을 하니, 전방에 남아서 뭐하겠느냐? 돌아와서 정양하겠다는 사람에게 과인이 뭐라고 할 수 있단 말이냐? 돌아오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돌아오면 더는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네가 직접 가서 경고해라. 흑수대는 더는 경거망동하지 못하도록 잘 감시해야 할 것이야!”

“알겠습니다!”

도략이 대답했다.

다만 흑수대를 통해 소식을 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평파는 이미 경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태숙웅이 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소평파는 경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소평파는 소란을 일으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직접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사죄를 했다!

가장 처음 찾아간 곳은 내사령 조공권의 관저였다. 조부의 문정에는 흰 천이 걸려 있었다. 장례를 거행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처음에 소평파는 대문조차 들어갈 수 없었다. 그렇게 수차례 성의를 보이고 나서야 대문을 들어갈 수 있었지만, 소평파는 한동안 마당에 우두커니 서 있어야 했다.

그렇게 마당에 족히 한 시진을 세워두고 나서야, 유등향탁 앞에 조용히 앉아 있던 조공권이 그에게로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뭔가 애원할 것이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는 그런 소평파를 보고 냉소 지었다.

그제야 집사가 나서서, 다소 싸늘한 모습으로 소평파를 불렀고, 소평파를 안으로 안내했다.

그렇게 한쪽에 있는 작은 정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행이 그곳에 들어가려고 할 때, 입구를 지키고 있는 문지기들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으며 경고했다.

“수행자는 안에 들어갈 수 없소!”

두 호위 중 한 사람이 즉시 영패를 꺼내 들고 말했다.

“흑수대요. 폐하의 명을 받아 소대인을 호위하고 있소. 아무도 우리를 저지할 수 없소!”

“흑수대가 어쨌단 말이냐?”

그때 작은 정원 안쪽에 있는 대청에서 냉소가 들려왔다. 조공권이 안쪽에서 걸어 나오며 뒷짐을 지고 계단 위에 서서 호통을 쳤다.

“이곳은 노부의 사택이다. 게다가 이곳은 아들의 빈소이기도 하지. 흑수대라면 마음대로 난입할 수 있단 말이냐? 어디 한번 폐하께 일러바쳐 보아라. 어디 폐하가 허락하실 것 같더냐!”

소평파가 숨을 들이켜고는 좌우를 둘러보며 손을 들어 보였다. 두 사람에게 밖에서 기다리라는 의미였다. 그리고는 소삼성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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