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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524화 (620/1,000)

1524화. 넘어졌소!

“조 대인, 저를 마음껏 때리고 욕하게 내버려 두고, 조 대인의 아들 앞에서 사죄까지 했습니다. 저는 성의를 가지고 찾아왔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요. 어떻게 해야 제 사람들을 풀어주실 겁니까? 가격을 이야기해 보시지요!”

“네 사람을 풀어줘?”

조공권은 멈칫하더니, 빠르게 냉정함을 되찾았다. 그리고 곧 코웃음을 쳤다. 과연 역시 그 일 때문이었군. 다만 소평파가 정말 그런 하찮은 인물들 때문에 직접 찾아와 모욕을 감내하리라 생각지도 못했을 뿐이다.

두 눈을 반짝인 조공권이 손에 든 검을 내려 지팡이 삼아 짚고는 말했다.

“가격? 무슨 가격 말인가? 지금 네게 어떤 권력도, 세력도 없고,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봐야 겨우 봉록으로 손에 쥐는 은전 몇 푼이 다가 아닌가? 너보고 자진하라고 해봐야 절대 승낙하지 않을 것이고 말이다.”

“어떤 조건이든 일단 말씀을 해보시지요. 의논할 수 있는 것은 의논하고, 그러지 못할 것이면 그만이지요!”

“조건?”

조공권이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갑자기 고개를 든 그가 아들의 위패를 바라보았다. 자기 아들이 어째서 죽었는지 생각이 난 것이다. 그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코웃음을 쳤다.

“소 대인, 노부가 괜히 하는 말이 아니오. 칠 공주가 그대에게 하가하겠다고 하니, 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꿈에도 그리는 일이란 말이오. 그런데 하필 그대는 그토록 눈치가 없으니…. 신하란, 군주의 녹봉을 먹고 사는 자가 아니요. 당연히 군주의 짐은 나누어야 하지 않겠소. 칠 공주의 청백지신을 증명할 수 있는 일을 어찌 거절하는 것이오? 이건 그야말로 일거양득의 좋은 일 아니오!”

그 말을 들은 소삼성은 순간 호흡이 거칠어졌다. 상대방의 조건이 뭔지 깨달은 것이다. 그는 긴장한 얼굴로 소평파를 빤히 바라보았다.

소평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침을 꿀꺽 삼킨 그가 결국 냉소 지으며 말했다.

“황당하군! 제가 칠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면, 칠 공주의 청백지신을 증명할 수 있단 말입니까?”

조공권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여유롭게 말했다.

“그렇게 될지 안 될지는 별개의 일이고, 군주의 짐을 나누어 짊어지는 것은 또 별개의 일이지.”

소평파가 한참 동안 얼굴을 굳히고 있다가 갑자기 물었다.

“그것이 조건입니까?”

조공권이 그를 힐끗 바라보며 흉악한 얼굴로 웃었다.

“그것이 바로 조건이오!”

“제가 승낙하면, 다른 대인들도 조 대인의 뜻에 따르는 것입니까?”

“다른 대인분들은 소 대인을 신경 쓰지, 저 아무것도 아닌 인물들은 신경도 쓰지 않소. 소 대인이 황제 폐하의 짐을 짊어지겠다고 한다면, 나머지는 노부가 다른 분들의 승낙을 받아주겠소.”

“언제 풀어줄 것입니까?”

“그거야 소대인이 언제 폐하께 매파를 보내느냐에 달렸지. 만약 내일 아침에 조당에 나타나 폐하께 혼인을 청한다면, 삼 일 안에 그대의 사람들을 무사히 풀어주겠다고 약속하겠소. 만약 시간을 너무 오래 끈다면, 이미 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것이니, 그때는 노부도 도와줄 수 없소.”

“그들이 무죄 석방되고, 복직되는 것이 조건입니다!”

“조정의 대신들에게 그게 어려운 일 같아 보이시오? 한마디 말이면, 아래 있는 사람들은 직무를 소홀히 한 다른 사람들을 찾아내서 처벌할 것이오!”

소평파가 이를 악물고 단호하게 말했다.

“좋습니다! 내일 조회 때 조당에 나가 혼인을 청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소평파는 그대로 피풍을 휘날리며 성큼성큼 걸어 그곳을 빠져나갔다. 비통한 얼굴을 한 소삼성은 빠르게 그 뒤를 쫓았다.

검을 들고 있는 조공권은 입구까지 배웅하고는 제법 홀가분해진 말투로 말했다.

“소 대인, 조심해서 가시오. 멀리 안 나가겠소!”

조공권은 지금 아주 통쾌했다.

소평파가 정원을 나선 후, 밖에서 기다리던 두 흑수대 인원이 그를 보았다. 두 사람은 그의 얼굴에 손바닥 자국과 몸에 찻물, 얼굴의 선혈, 목에 상처를 보고 대경실색해 다급히 물었다.

“대인,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소평파가 성큼성큼 걸으며 대답했다.

“혼자서 넘어졌소!”

혼자서 넘어졌는데 어찌 이렇게 된단 말인가? 한 사람이 분통을 터트리며 말했다.

“대인, 이런 일이 생겼는데 어찌 부르지 않으신 겁니까? 우리 흑수대가 안으로는 도성을 섬기고, 밖으로는 사방을 감시합니다. 감히 누가 우릴 건드린단 말입니까? 조 대인이 이같이 행동하다니, 이건 저희 조상님(도략)을 안중에 두지 않는 행위입니다!”

소평파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소평파가 조부를 빠져나가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지나가는 소평파를 멀리서 바라보며 수군거렸다. 조부의 적지 않은 사람이 구경을 온 것이다.

“얼마 전에는 기세등등하더니?”

“하아, 그래 봤자 아랫사람들이나 괴롭힐 뿐이지, 노야 앞에서는 저 모양 저 꼴이군.”

일행은 그렇게 비웃음과 조롱을 받으며 움직였다. 소평파는 담담했지만, 흑수대의 두 사람은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이들은 조롱의 배웅을 받았다.

조부의 대문을 나선 소평파는 빠르게 마차에 올라탔다. 그때 뒤에서 뭔가 던지는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니, 조부를 방문하면서 건넸던 선물을 조부의 하인이 문밖에 던져 버린 것이다.

소평파는 그걸 힐끗 보고는 그대로 마차 안으로 들어가며 한마디 했다.

“낭비하지 말고 주워라. 가는 길에 배고픈 백성이 보이면 나눠주어라.”

소삼성이 뒤돌아 물건을 주워들어 먼지를 툭툭 털고는 눈물을 닦아내고 마차에 올라탔다.

쪼잔하고, 작은 물건도 아까워하는 모습을 보고, 조부의 대문에 몰려 밖을 구경하던 하인들이 왁자지껄 크게 비웃었다.

두 흑수대의 인원이 그대로 말에 올라타 싸늘한 눈으로 그들을 훑어보았다. 한 사람이 손가락을 입에 넣고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곧 주위에 일단의 사람들이 나타나 마차를 호위했다. 그렇게 마차가 떠나갔다.

저번에는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말을 타고 오더니, 이번에는 조용히 마차를 타고 와서, 조용히 마차를 타고 떠나갔다.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소삼성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대공자님, 저들의 집안사람들을 흑옥에 집어넣어 위협할 수 있으면서, 어찌 그런 모욕적인 조건을 승낙하신 겁니까?”

눈을 감고 있는 소평파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 학생들을 놓아주고자 하지 않는다면, 여기 한 곳을 위협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오히려 내 학생들은 더 많은 죄를 뒤집어쓰고 더 빨리 죽을 뿐이다!”

거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소삼성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저들의 말을 정말 믿을 수 있겠습니까? 공자님은 굴복했지만, 만약 저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어찌합니까?”

“폐하가 이번 일을 모를 것이라고 보느냐? 공주님을 이리저리 이용하는 것이 폐하라고 기분이 좋겠느냐? 어디 한번 약속을 어겨보라고 해라. 아마 저들은 당분간 학생들을 건들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일단은 어느 정도 권력을 얻어야,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소삼성이 침울한 모습으로 말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습니다.”

“이번 일은 저들 학생들에게 꼭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이번 일을 통해서, 저들은 어떻게 자신을 지켜야 할지 배웠을 것이다. 더는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약점을 잡히지 않겠지. 한번 좌절을 겪으면 그만큼 현명해진다는 말이 있지 않더냐? 꼭 나쁜 일은 아니다.

가끔은 나쁜 일이 좋은 일이 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내가 진국에 의탁한 체면을 봐서 그들에게 작은 관직을 하사했기 때문에, 줄곧 다른 사람들의 배척을 받았지.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서 그들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번 일을 기회로 폐하 앞에서 그들을 천거할 것이다.”

“하지만 공자님은….”

소삼성의 두 눈이 붉어졌다. 그 말은 그들 학생 때문에 너무 큰 희생을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말했지 않느냐, 꼭 나쁜 일은 아니다. 나는 폐하께 다른 풍경을 보여드릴 것이다. 또 나 스스로를 위해 다른 길을 개척해, 조정 문무백관들의 적대적인 기세를 파훼할 것이다. 저들과 계속 적대하는 것은 오히려 내게 불리하다. 결국, 이번 일은 모두 내 잘못이다. 너무 급하게 움직였다. 가무군이 갑작스럽게 나타났고, 그다음 계획을 알 수 없으니, 위험을 근절시키기 위해서 너무 급하게 반격을 했다. 결국,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왔으면서, 오히려 조정의 대신들과 원한을 맺기만 했으니, 악수만 연달아 두었다!”

“대공자님이 저들 학생 때문에 자신을 이처럼 희생하는 것을 보여준 것이 걱정입니다. 혹시 나쁜 생각을 품은 사람들 눈에 공자님의 약점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무군이 혹시 저들 학생들을 계속 공격하지 않을까요?”

“약점? 그래서 저들을 모두 죽이면 나를 위협할 수 있느냐? 아니면 저들을 모두 잡아들일 것이냐? 저들은 모두 진국의 관리들이다. 타국이 할 수 있는 건, 진국도 할 수 있다. 암묵적인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다들 이 놀이를 이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걱정할 것 없다. 일단 돌아가자,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고 황궁에 들어가야겠다.”

대공자가 침착하게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소삼성은 크게 안심할 수 있었다.

움직이는 와중에 이들은 길거리에서 만난 유민들과 거지들에게 조부에서 거절한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그렇게 거처로 돌아간 소평파는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상처를 치료하고 소부의 마차를 타고 황궁으로 향했다.

어서방에 들어가기 전에 소평파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도략을 먼저 만났다.

“도 총관님.”

소평파가 공손하게 예를 올렸다.

“소 대인.”

도략도 마찬가지로 포권을 하다가 깜짝 놀란 모습으로 말했다.

“소 대인, 그 얼굴은?”

아들을 잃은 고통과 원수가 눈앞에 있다는 생각에 조공권은 다소 손을 강하게 썼다. 소평파의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유독 눈에 띄었다. 소평파는 의도적으로 수행자들에게 상처를 치료하지 못하게 했다.

소평파가 미소지었다. 그는 도략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별일 아닙니다. 도 총관님이 제게 직접 더는 분쟁을 일으키지 말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어찌 그 지시를 어기겠습니까. 바로 조부를 찾아가 사죄를 했습니다. 조 대인께서 아들을 잃은 슬픔은 저로 인해 비롯된 것이니, 조 대인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저 저를 위패 앞에 무릎 꿇게 하고, 따귀 두 대, 찻잔 하나를 얻어맞았을 뿐입니다. 다행히 조 대인께서 화를 참으셔서, 검에 찔려 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소평파는 옷깃을 살짝 들쳐 상대방에게 목에 있는 검상을 보여주었다.

도략은 입꼬리를 씰룩거렸지만, 더는 뭐라고 하지 않고 그저 한숨을 내쉬었다.

“소 대인께서는 너무 원망하지 마십시오. 노신은 그저 폐하의 뜻을 전달할 뿐입니다. 분쟁을 금지한 것은 폐하의 뜻입니다. 나라가 전쟁 중이지 않습니까. 소 대인은 폐하의 고충을 헤아려 주십시오. 욕보셨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다 제가 자초한 것이지요.”

도략은 그에 대해서 더는 가타부타 평가하지 않았다. 조정의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그저 손을 뻗으며 말했다.

“소 대인이 오신 것을 알고,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소평파는 포권을 하며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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