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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526화 (622/1,000)

1526화.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황제가 소평파를 밀어주는 것을 막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러니, 이들은 이번 기회에 소평파의 기를 꺾음으로써 그들이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소평파에게 알려주고자 했다. 이를 통해 소평파로 하여금, 그가 황제의 총애를 받는다 해도 자신들을 절대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그에게 각인시키고자 했다.

이는 그들에게 무척 중요한 사안이었다. 만약 그들이 소평파 때문에 땅에 떨어진 자신들의 체면을 다시 세우지 못한다면, 자신 아래 있는 사람들이 소평파 쪽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리되면 결국 앞으로 소평파가 힘을 가지게 되는 건 시간문제가 될 뿐이었다. 그러니 이들은 자신들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아직 소평파에게 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만 했다. 그 학생들 같은 경우는, 아직 뭔가 대단한 인물이 있는 게 아니었다. 그들의 눈에는 하찮아 보였고,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감금하거나 풀어주는 것이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아무튼, 조당에서 큰 인물들이 서로 기 싸움을 하니, 아래 있는 사람들은 당혹스러웠고,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조회가 끝난 후, 그 소식이 란 귀비의 귀에도 전해졌다. 란 귀비는 잠시 넋을 잃었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것이 그녀조차도 이해가 가지 않을 지경이었다. 이걸 기뻐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나중에 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예측조차 할 수 없었다.

일단의 사람들이 비웃는 가운데, 소평파는 조용히 혼자 대전을 빠져나갔다.

한편, 내사령 조공권은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대내총관 도략과 마주쳤다.

조공권이 포권을 하고 서로 인사를 나눴을 때, 도략이 갑자기 크게 탄식하며 말했다.

“조 대인, 소인이 대인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리고는 장포를 젖히고는 상대방에게 무릎을 꿇으려는 것이 아닌가.

조공권은 도략의 그 동작에 깜짝 놀랐다. 그는 감히 도략의 대례를 서서 받지 못하고 다급히 그를 저지했다.

도략을 따르던 두 수행 내시도 대경실색하며 다급히 도략을 부축했다.

도략은 기어이 무릎을 꿇으려고 했고, 조공권은 어떻게 해서든 그걸 막으려고 하며 다급히 말했다.

“도 총관님, 이게 뭐하시는 겁니까?”

도략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모두 노신이 무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소평파가 비록 조정의 관원이라 하지만, 어떠한 실권도 없이 잠시 우리 흑수대에 이름만 올리고 있을 뿐이지요. 그래도 지금은 우리 흑수대의 사람이지 않습니까. 듣기로 그 버릇없는 사람이 어제 조부를 찾아가 조 대인께 무례를 범했다고 들었습니다. 노신은 참으로 마음이 불편하니, 대인께 사죄를 드려야겠습니다. 대인께서는 군자의 마음으로 소인의 과오를 용서해 주십시오.”

조공권이 문득 민망해하며 미소지었다.

“그건 도 총관님과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다 제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조 대인께서 노신을 대신해서 그 말 안 듣는 사람에게 가르침을 내려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뭔가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도략의 말을 들은 조공권의 마음속에 소름이 돋았다. 그가 다급히 말했다.

“도 총관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다. 거둬주십시오.”

“그럼 조 대인께서는 저를 용서해 주시는 겁니까?”

“그것이….”

조공권은 말문이 막혀 변명하듯이 입을 열었다.

“도 총관님, 소평파는 소평파이고, 흑수대는 흑수대입니다. 둘은 별개입니다. 별개.”

그의 말에 도략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어쨌든 소평파는 지금 흑수대의 사람이지 않습니까! 하아. 이왕 조 대인께서 더는 죄를 묻지 않겠다고 하시니, 소인은 그저 감사 인사를 드릴뿐입니다. 조 대인께서는 공사다망하시니, 저는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마침 조공권도 이 이야기를 그만하고 싶었다. 그가 다급히 포권을 하며 말했다.

“도 총관님, 조심히 가십시오!”

도략이 살짝 허리를 숙이고 뒤돌아 멀어져갔다. 한편, 도략은 좌우에 선 채, 자신을 따르는 수행 내시들에게 호통을 쳤다.

“어제 소 대인을 따라 조부에서 소란을 피운 사람들을 모두 찾아내서, 각각 곤장 서른 대를 때려라! 감히 조부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그곳이 그놈들이 그렇게 방자하게 굴어도 되는 곳이라더냐! 앞으로 내사부의 사람들을 마주치면 두 눈 크게 뜨고 돌아가라고 일러라!”

“알겠습니다!”

두 내시가 대답했다.

마침 그곳을 떠나려던 조공권의 몸이 우뚝 멈춰 섰다. 도략은 지금 아랫사람들에게 경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이 분명해 보였다.

조공권은 눈치가 빨랐다. 어제 자신이 소평파를 때린 것이, 지금 눈앞에 있는 저 늙은이의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지금 소평파는 흑수대의 껍질을 쓰고 있었다. 열에 아홉 저 늙은이는 조공권이 자신을 얕잡아 보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사부의 사람을 보면 눈을 크게 뜨고 보라는 말이 무슨 말인가? 조공권은 자신도 모르게 몸에 오한이 들었다!

조정의 대신들은 황제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는 규율과 법도라는 것이 있어, 그것이 황제를 옭아매고 있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도략 같은 사람에게 규율이란 표면적인 것이었다. 겉으로는 누구보다 규율을 지키는 사람이었지만, 그 배후에서는 규율을 완전히 무시하는 사람이었다.

특히 도략의 손에는 흑수대가 있었다. 진국의 정보기구였다. 세력이 방대하며, 그 영향이 미치는 범위가 매우 광범위했다. 도략의 손에 얼마나 많은 건덕지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평소에는 조정에 간섭하지 않으니 상관없지만, 만약 정말로 누군가를 겨냥하고 움직인다면, 버틸 수가 없었다.

깜짝 놀란 조공권은 마음속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이 대체 뭘 잘못했단 말인가! 오히려 그에게 잘못한 것은 소평파이지 않은가! 그놈은 바로 그 흑수대의 신분을 등에 업고 악행을 저질렀다!

흑수대의 사람들이 조부에 와서 사람을 죽였다. 그것도 그의 아들을 말이다. 도략은 그 일을 모르는 척했고, 그걸 보고도 조정의 대신들은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소평파를 조금 건드렸다고, 찾아와서 협박한단 말인가?

“도 총관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마음속의 말을 그대로 털어놓을 순 없었다. 정신을 차린 조공권은 큰소리를 지르며 도략의 뒤를 쫓았다. 그는 도략과 진지한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 *

“소평파가 직접 혼인을 청했다고?”

숲속,

진국 경성에서 보내온 소식을 확인한 우유도가 깜짝 놀랐다. 가무군은 손을 들어 원종의 등에 글을 적었다.

“자신의 학생을 지키기 위해서지요.”

우유도는 손에 든 종이를 흔들며 크게 웃었다.

“돌고 돌아 원하던 목적을 달성했군요. 과연 선생님의 신기묘략이 감탄스럽습니다!”

가무군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마찬가지로 생각지 못한 일입니다. 그저 그에게 타격을 주려 했을 뿐, 소평파가 겨우 그들 때문에 굴복할 줄은 몰랐습니다. 비록 원하던 결과를 얻었지만, 표묘각의 개입 때문에, 원래 계획을 차마 계속 진행할 수 없습니다!”

우유도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시 종이를 들어 내용을 살피며 혼자 중얼거렸다.

“학생…. 학생….”

우유도는 정말 의외라고 생각했다. 소평파가 그들을 위해서 굴복하다니. 이건 그가 알던 소평파의 모습이 아니었다.

다만 소평파가 개인적인 이유로 그들을 신경 쓸 리는 없었다. 소평파가 그토록 신경 쓰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뭔가 특별한 것이 그들에게 있다는 이야기와도 같았다. 우유도는 그들이 궁금해졌다. 예전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던 사람들이었다.

우유도는 나중에 그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그때, 또 한 마리 금시가 날아왔다. 위충이 서신을 꺼내 내용을 번역하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암호로 적힌 서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번역도 해석도 할 필요가 없었다. 위충이 서신을 우유도에게 가져왔다.

우유도가 서신을 받아들고 한번 보고는 미소지었다.

“아마도 승상께서 선생님께 보내는 서신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가무군에게 서신을 건넸다.

가무군이 다급하게 받아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서신에는 어떠한 이름도, 어떠한 도장도 찍혀 있지 않았다. 그저 보통 일반인이 안부 서신을 보내는 것처럼 자질구레한 것들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가무군은 서신의 내용에서 뭔가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자평휴는 지금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모르고 있었다. 그저 남주에서 사람을 파견해 자평휴의 가족들을 유람이라는 명목으로 경성에서 떠나게 했을 뿐이었다.

서신에 이름은 없었지만, 필적만으로 자평휴의 친필 서한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아마도 서신이 다른 사람에게 탈취당할 때를 대비해 이름을 남기지 않은 것 같았다. 가무군은 남주가 자부의 사람들을 암중에 철수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 또한 서신을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일단 문제가 생기면, 아무 문제 없이 신속하게 모두 사라질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서신을 확인한 가무군은 우유도가 입으로만 약속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남주는 이미 행동을 하고 있었고, 가무군은 안심할 수 있었다. 그는 다시 우유도에게 허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진심으로 하는 감사 인사였다. 이러한 남주의 결정은, 그냥 자평휴를 죽여 없애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그것을 가무군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후에 가무군은 자평휴에게 답신을 보내고자 했다. 자평휴를 안심시키고자 한 것이다. 또 이는 자평휴가 안심하고 남주에 잘 협조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기도 했다. 우유도는 그것을 허락했다.

밤이 되었다. 또 한 장의 서신이 남주에서 날아왔다. 우유도는 서신을 확인하고 지금 은거하고 있는 곳을 잠시 떠났다.

한밤중,

우유도는 성 밖 강변에 나타났다. 강변에는 한 척의 어선이 떠 있었고, 그 어선에는 어부가 한 명 앉아 있었다. 우유도는 허락도 받지 않고 어선에 올랐다.

어부는 대나무 막대로 뭍을 밀었고, 어선이 천천히 강변에서 멀어져 강 중앙으로 밀려났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우유도가 어선에 자리 잡고 앉으며 물었다.

“어찌 직접 오셨습니까?”

어부가 대답했다.

“마침 일이 있어 성경을 나온 참이었네, 사람을 시키면 오히려 번거로울까 봐 직접 온 것이지. 자네가 알아보고자 한 일은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네. 자네가 내게 준 영역 지도 안에서 과연 누군가 실종되었더군. 최근 세 명의 표묘각 인원이 실종되었네. 그 때문에 조금 소란이 있어, 제경 일대의 표묘각 인원들이 그들을 찾고 있지.”

어부는 바로 사여래였다. 우유도가 다소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세 명? 우리 쪽은 두 명인데요?”

“한 사람의 이름은 편구안(扁求安), 다른 한 사람은 로위(盧魏)라고 하네. 이 두 사람은 원래 제경 구역에 있던 표묘각 인원이지. 그리고 또 한 사람의 이름은 진요광(秦邀廣)이라고 하는데, 이 사람은 어느 정도 신분이 있는 사람이네. 제경에 자리 잡은 표묘각의 아홉 전장 중의 한 곳을 맡은 지배인이지.”

“그 세 사람은 각각 어찌 생겼습니까?”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겠군. 다만 자네가 이쪽에 제공한 정보를 근거로, 내가 표묘각에 알고 있는 이해를 더 하면, 저들 세 사람이 한통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진요광은 아마도 나머지 두 사람에게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었을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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