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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528화 (624/1,000)

1528화. 사방이 적이다

사람들이 동굴에서 나왔다. 가무군은 앞서가는 우유도의 등을 바라보았다. 우유도가 저들 세 사람의 이름을 알아 온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우유도는 이미 마부에 대해서 샅샅이 파악한 것이다. 그건 표묘각 내부까지 손을 뻗어 조사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가무군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가 선생님, 확인했습니다. 소평파는 표묘각의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표묘각 내부의 어떤 세력과 결탁을 한 것입니다. 이런 일이 생겼으니, 저들은 절대 경거망동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선생님과 승상 모두 안전합니다. 송국으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우유도는 가무군을 등진 채로 말했다.

가무군이 뒤돌아 원종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원종이 앞으로 나와 가무군이 등에 글을 쓸 수 있도록 그를 등졌다.

“송국으로 말입니까? 소평파는 어찌 처리합니까?”

우유도가 그를 마주 보며 미소지었다.

“놓아주지요!”

가무군은 말할 것도 없고, 원종조차 깜짝 놀랐다.

“어째서 말입니까? 왕야의 뜻입니까?”

우유도가 끄덕였다.

“지금 우리 쪽에는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당분간 소평파와 드잡이질할 정신이 없습니다.”

“선생님은 소평파가 서삼국의 전쟁에 개입하는 것이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계획이 바뀌었습니다! 표묘각이 끼어들었으니,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호연무한이 그의 손에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죽으라지요. 위국과 제국이 만약 멸망할 수밖에 없다면, 멸망하라고 하지요.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놔둘 것입니다.”

“소평파는 보통사람이 아닙니다. 왕야는 진국이 서삼국을 통일하고 연국을 위협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소평파는 이미 왕야의 적수가 아닙니다. 아시겠지만, 소평파의 배후에는 더 큰 구렁이가 숨겨져 있습니다. 이미 타초경사 했습니다. 그 구렁이는 이제 쉽게 다시 나오려 하지 않을 겁니다. 소평파를 죽이면, 그 구렁이는 철저하게 사라질 수 있습니다. 만약 그 구렁이를 잡을 수만 있다면, 소평파를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선생님과 제 운명을 결정하는 사람은 더 높은 곳에 있는 것이지요.”

가무군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우유도의 의도를 깨달은 것이다.

“그 구렁이는 지금 깜짝 놀랐기에 쉽게 나오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소평파라면, 분명 언젠가는 그 구렁이를 이용하려 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그 구렁이의 행적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송국에 돌아간 후에 하셔야 하는 매우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선생님은 앞으로 승상을 등에 업고, 송국의 힘을 동원해 소평파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야 합니다. 그렇게 최대한 그 구렁이의 단서를 찾아내야 합니다. 만약 송국에서 일을 행하시는 데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남주로 연락을 주십시오. 최대한 선생님께 협조하겠습니다.”

가무군이 허리를 숙였다. 마치 명령을 받들겠다는 모습이었다. 우유도가 원종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이 선생님을 따르며 곁에서 선생님을 보호할 것입니다. 위충은 계속 선생님 곁에서 선생님의 수발을 들 것이고 말입니다.”

가무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 한 가지, 선생님께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가무군이 원종의 등에 손을 댔다.

“말씀하십시오!”

우유도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위충을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원종 선생님께서 저자를 잘 관리할 것입니다. 다만 저자 배후에 있는 상청종은 과거 영왕을 오랫동안 따랐던 문파입니다. 오늘날 비록 그 세력은 몰락했지만, 왕야께서는 여전히 과거의 정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위국은 버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일단 위국이 무너지면, 상청종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송국에서 저들에게 머물만한 곳을 마련해 주는 것이 승상께는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조금만 수고해 주십시오.”

“저들이 온다면 선대할 것이니, 선생님께서는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그럼 저는 일이 있으니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유도가 살짝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다시 원종을 향해 포권을 하며 말했다.

“원종 선생님께서 신경을 써주십시오. 조심히 가십시오.”

원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가무군이 포권을 하며 허리를 숙여 멀어지는 우유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곧 다시 천천히 허리를 편 가무군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왕야…. 왕소….”

갑자기 그의 입에 미소가 떠올랐다. 세 사람은 그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곧바로 떠나갔다.

* * *

“도 총관님, 이쪽으로 가시지요. 공자님은 누각 안에 계십니다.”

진경 소평파의 장원,

소부, 소삼성이 공손하게 대내총관 도략을 안내하고 있었다.

도략이 고개를 들어보니, 양쪽 머릿밑 머리가 백발인 소평파가 흰옷에 검은 피풍을 두르고 누각 안 난간에 기대서 다소 서글픈 모습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도략이 소삼성에게 말했다.

“공자의 모습이 그야말로 옥과 같소!”

칭찬이었다. 소평파의 외모는 확실히 칭찬을 받을 만했다. 용모면 용모, 키면 키, 분위기면 분위기,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백발이 된 양쪽 귀밑머리 덕분에 더욱더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또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의젓함은 딱 봐도 유서 있는 집안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기질은 일반적인 집 안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도략이 이런 칭찬을 하는 것은, 소평파가 곧 칠 공주의 부마가 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소삼성은 그 칭찬을 듣고 좋아진 기분으로 다시 손을 뻗으며 도략을 안내했다.

소평파는 깊은 생각에 빠져있었다. 다른 것은 아니고,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일이었다. 이미 별세한 자신의 모친과 저 멀리 북주에 있는 부친, 그리고 제국에 있는 누이동생이었다. 정말 칠 공주와 혼인하게 되었다. 이미 더럽혀진 칠 공주 같은 여자를 아내로 맞이한다는 소식을 들은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랐다.

누이동생은 여인이니, 당연히 여인의 입장에 설 것이다. 당연히 너무 과하게 대하지는 않을 테지만, 부친은 어떠할까? 그는 심지어 부친의 심정을 느낄 수도 있었다. 지금 소평파는 소 가의 유일한 아들이었다. 어쩌면 부친은 소 가의 조상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느끼고 있을 수도 있었다.

“공자님!”

소삼성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소평파는 그 뒤에 도략이 있는 것을 보고, 급히 난간에서 손을 떼고 뒤돌아 도략을 환영했다. 그가 포권을 하며 말했다.

“도 총관님!”

“소 대인.”

도략이 예의를 차리며 포권을 했다. 곧 도략을 따르던 수행 내시들이 앞으로 나와 쟁반에 올려진 약병을 소평파에게 내밀었다.

“소 대인의 건강이 걱정되어, 폐하께서 노신을 통해 이 영단묘약을 보내셨습니다.”

사실 이건 변명에 불과할 뿐이었다. 도략이 소평파를 찾아온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태숙웅은 소평파가 제경을 떠나 전장으로 향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 도략을 보내 알아보게 한 것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소평파가 황궁을 향해 예를 표하고는 두 손으로 약병을 받아 소삼성에게 건네주었다. 도략이 미소지었다.

“예전에는 이곳에 올 때마다 바쁘시더니, 요즘은 조금 한가하신가 봅니다.”

소평파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도략이 좌우를 둘러 보았다.

“생각해 보니, 이곳에 와서 한 번도 소부를 둘러보지 않았군요.”

도략이 산책이나 할 정도로 한가할 리 없었다. 소평파는 도략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즉시 손을 뻗으며 말했다.

“시간이 괜찮으시면, 제가 대총관님을 안내하겠습니다.”

“좋습니다!”

도략이 기쁘게 대답하고는 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두 사람은 그렇게 천천히 주변을 거닐었다.

얼마 가지 않아 도략이 갑자기 물었다.

“소 대인, 몸은 좀 어떠십니까?”

“대 총관님의 관심 덕분에 이미 크게 좋아졌습니다.”

“소 대인은 조정이 임명한 관리입니다. 조 대인의 행동이 과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흑수대도 그냥 장식은 아닙니다. 소 대인을 대신해 조부에 본때를 보여줄 것입니다. 이미 흑수대 인원들에게 조부를 주시하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다 지나간 일입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하아!”

도략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필요합니다. 필요해요.”

도략이 굳이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소평파도 더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략이 이렇게까지 하겠다는 것은 도략의 뜻이 아니라 분명 폐하의 뜻일 것이라 생각했다.

곧 주위에 화초가 우거진 작은 샛길이 나타났고, 소평파가 손을 뻗으며 도략을 안내했다.

그렇게 샛길을 빠져나왔을 때, 도략이 다시 물었다.

“최전방에서 진국의 군대가 제국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소 대인께서는 언제 다시 전방으로 향하실 것입니까?”

“지금 몸 상태로는 당분간 장거리 여행은 힘들 것 같습니다. 정력이 부족합니다. 아마 이대로 한동안 정양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긴, 몸이 중요하지요.”

도략이 하하 웃었다.

“공주를 맞이하는 일도 대충 처리할 수는 없으니, 준비해야겠지요. 다른 일들은 모두 공주님과 혼인을 마친 후에 처리할 것입니다.”

도략이 하하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여기서 좋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대충 소부를 돌아본 후에 도략이 작별을 고했다.

손님을 보낸 후, 주위가 조용해졌다. 그때 소삼성이 입을 열었다.

“혼인하신 후에 전방으로 향할 준비를 할까요?”

소삼성은 바로 전에 소평파와 도략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전방? 안 간다. 그냥 경성에서 조용히 부마나 하련다!”

“아!”

소삼성이 깜짝 놀랐다.

“어…. 공자님은 큰 이상이 있지 않으십니까. 어찌 이곳에서 안주하시려 하십니까?”

“언젠간 너도 깨닫게 될 것이다.”

소평파가 천천히 걸었다. 주위 사방에 이목이 있으니, 더는 말을 이어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떤 일들은 당사자가 가장 잘 알았다. 상황이 변했다. 이미 누군가 그를 주목하고 있었다.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몰랐다. 반면에 배후의 지배인은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표묘각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고, 자신의 세력도 없는 소평파는 대외적으로 뭔가 하기 힘들었다. 흑수대의 힘을 이용할 수 없는 일들도 있기 마련이었다.

반면에 전장에서 진국의 대전략이 이미 결정되었고, 진군은 나중에 폭발시킬 힘을 축적하고 있었다. 어떤 큰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제국과 위국은 이제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절대적인 실력의 차이로 인해 언젠가는 패배할 것이다.

그 전에 소평파가 전쟁에 있었던 것은 한시라도 빨리 승리를 취하기 위해서였다. 자신이 원하는 권력을 최대한 빨리 손에 쥐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조정의 문무백관들이 소평파를 적대하고 있으니, 그들이 모두 적이 되었다.

그들에게 된통 당하고 나서 소평파는 조당의 사람들이 가진 세력이 너무 방대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들이 연합하면 황제조차 물러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의 소평파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면으로 충돌하게 되면, 설사 지지 않는다고 해도, 양패구상할 것이니, 계속 다툰다면, 언제까지 다퉈야 할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가 앞에서 돌격하고 있을 때, 같은 편이 뒤에서 칼을 찌르고 들어오니, 그렇게 한칼 한칼이 뼈를 가를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소평파는 이미 큰 손해를 보았다.

앞에는 강적이 있고, 뒤에도 강적이 있었다. 사방이 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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