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1화. 천검부 한 뭉치
문화가 숨을 들이켰다. 그는 이미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천천히 손을 뻗어 무량과를 잡아든 그는 물건을 천천히 눈앞으로 가지고 와서 천천히 살펴보았다. 이리저리 둘러보았고, 확인하면 할수록 격동하는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호흡이 거칠어졌고,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것이 과일이라는 것은 의심할 나위 없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이처럼 빛나는 과일은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이건 그 전설의 보물이 분명했다.
물론, 문화는 확신할 수 없었다. 무량과는 얻고 싶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심지어 상대방의 정체도 모르고 있었다.
더욱이 눈앞에 있는 것이 정말로 무량과라면, 문화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거대한 기회이기도 했지만, 거대한 위기이기도 했다. 일단 구성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쩌면 무량과를 복용해볼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 물건은 그야말로 처치가 곤란하면서도, 사람의 피를 끓게 만드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물건을, 상대방은 아주 통 크게 넘겨주었다. 문화가 손에 들고 살펴보는 것도 막지 않았다. 문화가 훔쳐 달아날까 봐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감히 이 물건을 훔칠 담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훔치라고 해도, 훔칠 능력이 된다 해도, 그는 감히 그럴 수 없었다!
손만 뻗으면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은 물건이었다. 다만 갑자기 나타난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무량과를 꺼내 그에게 준다고 하니, 그것도 그만한 담력이 있어야 받을 수 있었다.
마음속에 오만 감정이 휘몰아쳤다. 눈앞에 떠오른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생각한 후, 문화는 드디어 냉정해질 수 있었다. 아무리 가지고 싶어도, 그는 고분고분 다시 물건을 내려놓았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귀하께서는 누구십니까?”
문화의 어투가 공손해졌다. 동시에 서해당을 바라보았다. 서해당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했다.
우유도는 손을 들어 가면을 벗어 진짜 얼굴을 드러냈다.
문화는 우유도를 만난 적이 없었다. 당연히 모르는 얼굴이었다. 다만 그 자신과 비교해보면 아주 젊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감히 무량과를 꺼내놓은 사람이었다. 보통사람 대하듯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문화는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
“서해 장문인, 노부의 식견이 부족하여 이분이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겠소. 이분은?”
서해당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아마 만나보신 적 없으실 것이오. 하지만 그 명성은 아마 들어보았을 것이오. 이 자는….”
그러더니 갑자기 손등을 긁적인 서해당은, 이미 죽었다고 알려진 우유도를 소개해 줘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뒤돌아 말했다.
“오기까지 했으니, 자기소개는 직접 하는 것이 어떤가?”
우유도가 문화에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연국 남주의 우유도입니다!”
“…….”
문화가 두 눈을 부릅떴다. 우유도의 명성은 당연히 들어보았다. 또 들어보았기 때문에 서해당을 노려보았다.
서해당은 문화의 눈빛을 알아들었다. 진짜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본인이 맞소.”
그리고 탁자 위에 있는 무량과를 가리키며 말했다.
“성경에서 나온 사람이 아니면, 그 물건이 어디서 났겠소?”
문화가 다시 우유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노부가 알기로, 그대는 성경에서 죽었다고 했네.”
우유도가 간단하게 대답했다.
“죽은 척한 것입니다!”
문화가 다시 무량과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이 물건, 생각할 것도 없이, 아마 엄중하게 관리되고 있을 것이야. 어찌 이리 쉽게 얻었는가?”
드디어, 훔치는 것이 아니라, 얻었다고 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우유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문 노선생님, 그건 의미 없는 질문입니다. 그저 하나 묻겠습니다. 이 물건을 원하십니까?”
문화가 다시 무량과를 들어 반복해서 살펴보더니 다시 서해당에게 물었다.
“그대도 있소?”
서해당이 끄덕였다.
“무량과수에 총 열두 알이 달려 있었고, 나도 한 알 얻었소!”
손에 든 과일을 살펴보던 문화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방금 노부의 딸 아이 일을 이야기했지. 그 홍랑이라는 여인이 자네를 따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하지만 겨우 그녀의 분을 풀어주기 위해 노부에게 이 물건을 준다는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군.”
“서해 장문인에게 물어보십시오. 서해 장문인에게 무량과를 줄 때 제가 무슨 조건을 제시했습니까? 아무런 부가 조건이 없었습니다! 다만 문 노선생님은 예외입니다. 누가 노선생님의 딸 보고 저를 건들라고 했답니까.”
“그래서 노부의 딸에게 치욕을 주려 한다는 말인가?”
“노선생님, 틀렸습니다. 저는 선생님과 화해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또한, 선생님의 딸을 도와주는 것이기도 하지요. 딸의 목숨을 구해주는 것이기도, 선생님을 도와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노부가 식견이 짧아 이해를 못 하겠군. 노부의 딸을 때리는 것이 노부를 도와주는 것이라니…. 심지어 딸아이의 목숨을 구해주는 것이라니? 지금 노부를 위협하는 것인가?”
“선생님의 딸이 참으로 난폭하고 무례하더군요. 권세를 등에 업고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여인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홍랑을 모욕했습니다. 제가 알기로, 과거 제경에서는 더 큰 모욕을 주었다지요? 심지어 그녀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지요. 하마터면 그녀를 죽일 뻔했지요!”
우유도는 문화가 들고 있는 무량과를 가리키며 말했다.
“문 노선생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홍랑의 손에도 그 물건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 말을 들은 문화의 가슴이 철렁했다. 우유도가 그의 반응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여인들은 참으로 소심하지요. 심지어 그토록 큰 모욕이라니, 그 일을 정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홍랑은 분명 천배 만배 돌려받으려 할 것입니다! 제가 나서서 중재해서, 겨우 따귀 몇 대로 은원을 해소하는 것이, 딸이 목숨을 잃는 것보다 훨씬 낫겠지요!”
문화는 침묵하더니, 한참이 지나 담담히 말했다.
“그건 모두 사소한 일들이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세.”
그리고는 손에 든 무량과를 가리키며 말했다.
“성경이 이 물건을 잃어버렸으니, 아마 천지를 뒤엎으려고 할 것이네. 대응 방법이 있는가? 일단 꼬리를 밟히면 그 최후는 아주 끔찍할 것이야!”
줄곧 한쪽에 서 있던 우유도가 서탁에 다가가 자리에 앉아 다시 가면을 썼다.
“물건은 예전에 잃어버렸습니다. 그런데 혹시 노 선생님은 천지가 뒤집히는 상황을 보셨습니까? 사실 지금 당장 다 말씀드릴 수는 없고,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노선생님께서는 한 가지만 아시면 됩니다. 성경은 들어가고 싶다고 들어갈 수 있고, 나오고 싶다고 아무나 나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가 성경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저를 돕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설사 물건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해도, 우선은 내부에 있는 사람들을 의심할 것입니다. 저는 어쨌든 성경 내부에서 죽은 사람으로 취급되고 있으니, 당분간은 결코 제가 감시 대상에 들어갈 일은 없습니다!”
“자네의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설마 제가 스스로 무덤을 파기라도 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문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물건은 그야말로 처치 곤란한 물건이군!”
“하지만 노선생님은 거절할 수 없으시지요. 원영기의 경지를 돌파하는 것입니다. 불로장생할 방법입니다…. 이 물건은 노선생님께서 어떠한 위험도 무릅쓸 가치가 있습니다! 인제 와서 우리 모두 가식 떨 필요 없습니다. 듣기 좋은 말은 아니지만, 사실이기도 한 말이지요!”
“이것이 복이 될지 화가 될지 모르겠군!”
문화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손들 들어 허공에 힘을 주었다. 곧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상자가 날아와 손에 잡혔다. 상자를 연 문화는 무량과를 그 안에 넣고 상자를 닫았다. 상자 위에 손을 올린 문화가 물었다.
“정말 이렇게 이 물건을 주는 것인가?”
“제가 혼자서 삼키기 어려운 물건이지요. 그러니 서로 힘을 합치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같이 대항하도록 하지요.”
문화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 보였다.
“다만 대항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네. 이미 늙은 몸으로 이런 모험을 하게 될 줄은 몰랐군.”
그때 우유도가 마침 무슨 생각이 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노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습니다.”
“말해보게.”
“제 경지가 아직 금단 절정에 도달하지 못해 스스로를 지키기 어렵습니다. 천행종의 천검부가 몸을 지키기 좋은 물건이더군요.”
“몇 장이나 원하는가?”
“그냥 대충 몇백 장이면 충분합니다.”
“쿨럭….”
차를 마시던 서해당이 갑자기 사레가 들린 것인지, 찻물을 조금 뱉으며 기침을 했다. 문화도 두 눈을 찌푸렸다.
“우리 천행종이 심혈을 기울여 대진을 설치하고, 그 대진에서 일 년 동안 천지의 기운을 모아 만들 수 있는 천검부가 겨우 두 장이네, 그것도 대진마다 나오는 두 장의 천검부 중에서 한 장은 표묘각에 상납해야 하지. 그런데 몇백 장? 대충? 천검부를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우유도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제가 미처 그런 것까지는 몰랐군요. 제가 무지하여 한 말이니 저를 나무라지 마시고, 노 선생님께서 알아서 챙겨 주십시오.”
문화는 소매에 손을 넣어 부적 한 뭉치를 꺼내 우유도 앞에 던져주었다. ‘탁!’
서해당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딱 봐도 알 수 있었다. 천검부였다. 그것도 수십 장은 되어 보였다.
서해당의 머리가 뜨거워졌다. 수억 냥의 물건을 그냥 이렇게 준다고? 물론,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무량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무가지보였다!
서해당도 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다. 만수문은 돈을 아주 잘 버는 문파였다. 다만 머리가 뜨거워진 것은 천검부가 매우 쓸모있는 물건이기 때문이었다.
우유도가 순간 두 눈을 번득이며, 그대로 집어 들고는 천검부의 수량을 세어 보았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딱 서른 장이었다. 우유도는 천검부 한 뭉치를 그대로 소매 안에 넣고는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노 선생님의 호의를 후배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큼큼!”
서해당이 헛기침하더니 말했다.
“문 노선생. 너무 한쪽만 편애하는 것이 아니오!”
문화가 싸늘한 눈으로 말했다.
“천행종이 보물창고라도 되는 줄 아시오. 내가 가지고 있는 건 저것뿐이고, 모두 우유도에게 주었소.”
“그 말을 누가 믿겠소. 자신을 지킬 것도 남겨놓지 않았단 말이오?”
하지만 문화는 고집을 부리며 말했다.
“저것뿐이오. 천검부를 원한다면, 저자에게 좀 나눠달라고 하시오.”
그리고는 우유도를 턱으로 가리켰다. 서해당은 즉시 우유도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보게 동생, 객이라면 주인의 의견을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노선생의 뜻이 이러하니,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우유도가 즉시 손을 들어 서해당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위풍당당한 만수문의 장문인이지 않습니까. 주위에 수많은 고수가 있지 않습니까. 반면 저는 어떻습니까. 가난하고 고달픈 삶이지요. 그런 저에게 지금 그런 말씀을 잘도 하시는군요.”
“그건 아니지. 사람은 누구나 홀로 떨어질 때가 있지 않겠는가. 나도 양심이 있지, 절반을 달라고는 하지 않겠네. 딱 열 장만 나눠주는 것은 어떤가?”
열 장? 우유도가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서해 장문인, 돈이 부족하십니까? 전 부족합니다! 원하면 언제든지 사서 쓰시면 그만 아닙니까. 만약 지금 서해 장문인 몸에 천검부가 두 장 이상 없으면, 제가 이 서른 장을 모두 드리겠습니다!”
“동생, 과거 자네가 만수문의 날짐승을 훔치지 않았는가. 내가 그거 가지고 뭐라고 했는가? 여덟 장, 아니 다섯 장만 주는 것은 어떤가?”
서해당이 한발 물러서서 수량을 줄여 말했다. 완전히 못 얻는 것보다는 나았다.
문화가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지금 보니 우 형제는 물건을 잘 훔치는 사람이었군!”
“허! 전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노 선생님은 저 말을 믿지 마십시오!”
우유도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서해당을 마주 보고 말했다.
“제가 만수문의 날짐승을 훔치는 것을 직접 보았습니까? 증거 있습니까? 지금 저보고 뭐라고 하지 않았다고요? 어디 한번 이야기해 보시지요. 제가 서해 장문인께 무량과를 그냥 공짜로 드렸습니다. 혹시 그 대가로 제게 뭔가를 주신 것이 있습니까? 아니면 우리 이참에 어디 등가교환을 해보지요. 잘 한번 계산해 봅시다. 누가 상대방에게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지 말입니다!”
“됐네, 됐어. 그냥 혼자 다 가지게.”
서해당이 다급히 손을 들어 우유도의 입을 막았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쩌면 끝까지 억지를 부렸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만수문의 장문인은 확실히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줄 것 같지도 않으니, 더는 쓸데없는 짓 할 필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