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2화. 흑모란의 전남편
서해당이 포기하자, 우유도는 소매 안에 있는 물건을 만지작거리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그때, 석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화가 법력을 이용해 크게 말했다.
“들어와라!”
우르르! 석문이 열리고, 한 제자가 들어와 포권을 했다.
“단 선생님, 부부가 찾아오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문화는 빠르게 우유도의 반응을 살폈다. 그때 우유도는 뭔가 마음이 동했는지 두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조용히 지내지 않고, 여길 왜 찾아온단 말이더냐?”
문화가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제자는 서해당을 한번 바라보더니 말했다.
“만수문의 장문인께서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만나 뵙기 위해 온 것 같습니다.”
“단 선생?”
서해당이 잠시 고민하더니, 문화에게 물었다.
“혹시 한국 대사마 금작의 사위 단해룡(單海龍) 부부를 말하는 것이오?”
문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눈앞에 있는 두 손님에게 말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는 망아지요. 신경 쓸 것 없소.”
그때, 우유도가 끼어들었다.
“금작의 딸과 사위라면, 한번 만나보아도 무방합니다.”
그 말을 들은 서해당은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
“금작의 사위가 그렇게 잘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이번 기회에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두 사람이 만나본다고 하자, 문화는 제자에게 눈빛을 보냈다. 그 제자는 그 즉시 서해당과 우유도를 안내해 밖으로 나섰다.
세 사람이 나가자 문화는 물건을 숨길 장소를 찾았다.
동부의 옆 암벽에 뚫려 있는 회랑 안에서 두 사람이 천천히 걷고 있었다. 암벽 밖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뒷짐을 지고 걷던 서해당이 우유도가 침묵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자네는 단해룡이라는 자를 아는가?”
“모릅니다. 방금 금작의 사위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원래는 일개 산수였지. 심지어 부인이 있는 남자였다더군. 나중에 금작의 딸이 왜 그자에게 빠졌는지, 듣기로는 생긴 것이 나쁘지 않다고 하더군. 과거에 금작은 한국의 일개 장수에 불과했지. 하지만 산수에게는 참으로 드문 기회라 할 수 있었네. 설사 금작의 딸이 범인에 불과하더라도 말이야. 당시 단해룡은 원래 부인을 내치고 금작의 유일한 딸과 혼인했다고 하네.”
“단해룡의 전 부인은 누구입니까?”
“마찬가지로 산수라고 하더군. 무명소졸이니 언급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야. 금작이 한국의 대사마가 된 후, 단해룡은 그에 따라 신분이 상승했지. 두 부부 사이에 딸이 하나 있어, 그 수행 자질이 나쁘지 않다고 하더군. 더욱이 천행종이 바로 한국 영역에 있어, 금작이 직접 부탁을 했고, 두 사람의 딸이 문화의 관문제자가 되었다고 하네! 그 꼬마 아가씨가 바로 우리가 여기 막 왔을 때 입구에서 우리에게 인사하던 그 활발한 꼬마네.”
“그 단해룡이라는 사람은 퍽 천행종에 들고 싶어 한다고 하는군. 예전에 금작의 신분을 이용해 천행종에 의탁하려고 한 적도 있었지. 하지만 다른 소 문파들조차 중간에 들어온 사람을 꺼리는 마당에, 대 문파가 그를 받아들일 리 없었지. 다만 그의 딸이 나중에 문화의 총애를 받으면서, 어찌 되었는지, 문화의 허락하에 단해룡은 천행종에 상주하며 수행을 하게 되었다더군. 그렇게 부부 두 사람은 천행종에서 지내게 되었네.”
“저기 보게….”
서해당이 말하면서 턱으로 앞을 가리켰다.
“바로 저 꼬마지, 그리고 그 곁에 있는 두 사람이 바로 단해룡 부부인 것 같군?”
우유도가 돌아보았다. 산 정상 암벽의 끝부분이 튀어나와 만들어진 단상 위에 오며 보았던 꼬마 아가씨가 두 부부 앞에서 귀여운 모습으로 재잘재잘 뭐라고 떠들고 있었다. 두 부부는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꼬마 아가씨의 이름은 단선아(單仙兒)였고, 부인은 금봉(金鳳),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남자가 바로 단해룡이었다.
우유도가 발걸음을 멈추고 눈앞에 있는 가족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부인의 외모는 평범했다. 다만 못생긴 것은 아니었다. 별다른 특색은 없었지만, 귀티 나는 부인이었다. 다만 남자의 용모는 풍모가 남달랐다. 먹처럼 검은 세 가닥의 수염과 준수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키가 크고 늘씬했다. 다소 헐렁한 장포를 입고 있어, 산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마치 바람을 타고 날아오를 것 같았다. 그 태도가 온화하고 거동이 우아한 것이, 선풍도골의 풍모가 있었다.
한 제자가 그들에게 말을 전하자, 부모 앞에서 어리광을 피우던 단선아가 즉시 부모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 사람이 계단을 타고 올라 암벽의 동부 대청으로 들어갔다. 문화는 이미 상석에 앉아 있었다.
“사부님!”
단선아가 빠르게 달려가 사부 앞에서 예를 올렸다. 세 가족의 예를 받은 문화가 무표정한 얼굴로 한번 끄덕이고는 물었다.
“너희 부부는 여길 왜 왔느냐?”
단해룡이 포권을 하며 말했다.
“만수문의 장문인께서 직접 오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태상(太上)의 덕을 좀 보고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너희가 만나고자 하니 막지 않겠다. 하지만 내 당부하건대, 말을 함부로 하지 말아라. 세상에는 네가 건들 수 없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니, 최대한 겸손하게 행동하거라.”
단해룡은 어째서 문화가 그리 말하는지 몰라 웃으며 대답했다.
“만수문의 장문인입니다. 소인이 어찌 무례를 범하겠습니까.”
문화가 뒤돌아 물었다.
“손님은 어디 계시느냐?”
한 제자가 대답했다.
“암벽의 회랑에서 풍경을 감상하고 계십니다.”
문화가 단선아에게 말했다.
“네가 부모를 안내하거라.”
“알겠습니다!”
단선아가 포권하며 대답했다. 그리고 곧 부모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저를 따라오세요.”
두 사람은 먼저 문화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는 딸을 따라 움직였다.
관문제자가 방방 뛰며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문화의 안색이 다소 복잡해졌고, 그가 홀로 중얼거렸다.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이길….”
다른 사람은 모르는 일이지만, 그조차도 모를 수는 없었다. 관문제자의 집안 배경은 당연히 자세히 조사를 마친 상태였다. 어머니 쪽은 권세가 든든하니 오히려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오히려 아버지인 단해룡의 배경을 조사하는 것이 번거로웠다.
단해룡은 일찍이 산수였다. 장기간 수행계를 유랑해, 한 문파에 머물러 있지 않았으니, 그 배경을 조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조사했기에 단해룡 전 부인의 상황을 문화가 모를 수가 없었다. 단해룡의 전부인의 이름은 ‘흑모란’이라고 불리는 산수였다!
일개 산수에 불과하니, 문화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그 흑모란이 우유도를 따랐고, 우유도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남녀 사이의 관계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우유도의 심복인 것은 확실했다.
흑모란이 처음에 우유도를 따랐을 때, 우유도 또한 마찬가지로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었다. 문화는 당연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정말로 우유도를 주목하게 된 것은 오히려 제경의 홍랑 때문이었다.
나중에 우유도의 명성이 천하를 떨쳐 울렸을 때, 흑모란은 이미 죽은 후였다. 그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한번 훑어보고 끝냈을 뿐이었다.
설사 우유도가 크게 명성을 떨친 후에도 문화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어느 날 우유도가 자신을 찾아올 줄도 몰랐고, 양측이 이런 관계를 맺게 될 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방금 우유도가 찾아왔을 때, 그는 단해룡의 전 부인에 대해서도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단해룡이 직접 찾아온 덕분에, 돌연 그 일을 떠올린 것이다.
과거의 일개 수하에 불과하다면, 우유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지만, 방금 우유도의 반응을 보면 뭔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문화는 우유도의 반응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 더욱더 자꾸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 단해룡이 우유도와 만나는 것은 걱정할 것이 없었다. 그는 우유도가 그렇게 멍청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우유도는 드러나서는 안 되는 인물이었다. 그러니 이곳에서 막 나가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우유도가 단해룡에게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단해룡은 아주 큰 일일 것이다. 아마 금작조차도 그를 지키지 못할 것이다.
우유도의 과거는 말할 것도 없고, 성경에서 무량과를 구해 온 것만 보아도, 그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그 능력이 어떠한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사실 단해룡의 생사에 대해서 문화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신경 쓰는 것은 그의 관문제자였다.
금작이 직접 천행종을 찾아 그 손녀를 문화 앞에 데리고 왔을 때, 저 꼬마의 수행 자질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발견했고, 마음에 쏙 들었다. 그 덕분에 문화는 예외적으로 그 아이를 관문제자로 받아들인 것이다….
“단해룡, 금봉이 서해 장문인을 뵙습니다.”
암벽의 회랑에서 단해룡 부부가 서해룡에게 같이 예를 올렸다. 그야말로 공손한 모습이었다. 이미 그들을 만난 바 있었던 단선아는 그저 옆에서 포권을 하며 예의만 차렸다.
보통사람이었다면, 당연히 서해당을 직접 만날 자격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의 이름을 들은 우유도가 살짝 미소지었다. 하나는 용이고, 하나는 봉이라니, 그야말로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지 않은가.
서해당은 손을 들어 대충 인사하고는 말했다.
“예를 거두시게. 부부가 참으로 어울리는 좋은 이름을 가지고 있군!”
부부는 미소지으며 예를 차렸다. 단해룡은 이미 우유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해당과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이 보통사람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다만 누가 봐도 역용을 한 모습을 하고 있어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단해룡이 포권을 하며 말했다.
“이쪽 선생님께서는…?”
우유도가 담담히 미소지으며 말했다.
“오 씨요!”
이름을 모두 듣지 못했음에도, 부부는 감히 강요하지 못하고 단지 포권을 하며 말했다.
“오 선생님을 뵙습니다.”
우유도는 단지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 별말 하지 않았다. 그 후에 두 부부는 서해당에게 말을 걸었고, 그중에서도 단해룡이 친근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흑모란의 전남편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만날 줄은 우유도조차 예상치 못했다.
그는 옆에서 조용히 그들을 살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단해룡의 외모가 확실히 남다르다는 것이었다. 얼굴만 보면, 흑모란과 어울리기에는 아까운 남자였다.
우유도는 흑모란의 운명이 참으로 기구하다고 느꼈다. 그 짧은 인생을 풍랑 속에서 보냈고, 그를 모욕하고 가지고 놀았던 남자는 수행계에서 그 신분과 권세가 높았다.
어렵게 우유도를 따랐지만, 마침 기반을 다질 시기에 우유도를 따라 위험을 무릅쓰다가, 그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었다. 그렇게 우유도가 기반을 다지고, 두 손에 큰 권세를 쥐었을 때, 흑모란은 그곳에 같이 있을 수 없었다. 그 모든 것을 누릴 수 없었다.
우유도는 망망대해의 그 장면을 평생 잊을 수 없었다. 한 사람이 품에서 천천히 움직임을 멈춰갔다. 바닷바람이 불어와 휘날린 그녀의 머리카락이 얼굴을 간지럽히던 느낌을 잊을 수 없었다.
그 여인은 죽기까지 두 남자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어쩌면 언급하기 싫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우유도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만수문의 장로 조경이든, 한국 대사마 금작의 사위든, 그녀가 건들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에는 그 당시의 우유도 또한 감히 두 사람을 건들 수 없는 위치의 사람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