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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533화 (629/1,000)

1533화. 흑모란이라는 여인을 아시오?

“오 선생님께서는 어디의 고인이신지요?”

어쩌면 우유도를 소외시켰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단해룡이 갑자기 우유도에게 물었다.

우유도는 생각을 멈추고 그를 보며 담담히 말했다.

“말하지 않는 게 좋겠소.”

“어….”

단해룡은 다소 민망해하며, 얼굴에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단 선생은 천행종에 상주하고 있소?”

“천행종은 수련에 도움이 되는 선경과 같은 곳입니다. 오랫동안 앙모해 왔고, 지금은 그저 식객으로 수련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호오, 그럼 단 선생은 천행종에 아주 익숙하겠구려. 혹시 주위를 좀 둘러볼까 하는데 안내해 줄 수 있소?”

단선아가 갑자기 손을 들고 말했다.

“오 선생님, 이 주위는 제가 더 익숙합니다. 제가 오 선생님을 모시겠습니다.”

우유도가 그 꼬마를 바라보며 뭔가를 말하려고 할 때, 단해룡이 갑자기 손을 들어 저지하더니 호통쳤다.

“어른이 말하는데 어디 끼어드느냐.”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는 천행종에서 외부인이었다. 정말로 안내를 부탁하고 싶었다면, 그를 지명했을 리 없었다. 이건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그를 지명한 것이 분명했다.

단선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단해룡은 서해당에게 포권을 하고 말했다.

“서해 장문인….”

서해당은 손을 든 후에 가도 된다고 손짓했다. 그리고 우유도를 돌아보았다. 지금 한가롭게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있단 말인가?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은 상관없는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런데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무슨 의도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째 지금 보니 단해룡을 홀로 떼어내는 듯한 느낌을 숨길 수 없었다. 설마 단해룡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단 말인가?

그는 단해룡이 흑모란과 연관이 있는 것을 몰랐다. 일찍이 우유도가 그의 이목을 끌지 못했으니, 서해당은 흑모란이 언제 죽었는지도 알지 못했다. 나중에 우유도를 주목한 후에는, 과거에 죽어버린 작은 인물의 배경을 파헤칠 이유가 없었다.

서해당은 말할 것도 없고, 흑모란을 가지고 놀았던 조경조차 흑모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조경을 거쳐 간 여자가 너무 많았다. 자신도 몇 명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죽기 전에 우유도의 추궁에 그런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며, 자신과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기억했을 뿐이었다.

서해당의 허락을 얻은 단해룡이 우유도에게 물었다.

“오 선생님은 어딜 가보시고 싶으십니까?”

“이 산을 두르고 있는 회랑을 좀 걸어 봅시다. 풍경이 나쁘지 않더군요.”

“가시지요!”

단해룡이 손을 뻗어 움직이기를 청했다. 그리고 서해당에게 포권을 하며 사죄를 표했다. 마찬가지로 부인에게 따라올 필요 없다고 손짓했다.

서해당은 고개를 끄덕이며 우유도와 눈빛을 교환했다.

단해룡은 그렇게 우유도와 같이 움직였다. 그는 산의 풍경을 하나하나 지목하며 설명했다. 천행종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고, 이곳도 여러 번 방문했기 때문에 안내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단해룡은 상대방이 자신을 지목한 이유가 더 궁금했다.

서해당이 동등하게 대하는 인물이 보통사람일 리 없었다. 단해룡은 당연히 우유도와 친분을 쌓고 싶었다.

그가 일개 산수에서 오늘날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쉽지 않았다. 그도 일찍이 수많은 어려움과 치욕을 당했었다. 다만 금작의 딸과 결혼한 후, 운명이 철저하게 뒤바뀌었다.

그도 어쨌든 이 천하가 결국은 수행자의 손에 있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금작이 자리에 있을 때는 다들 금작의 권세와 체면을 봐서 그의 체면을 세워주었다. 하지만 만약 금작이 없다면 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금 같이 대세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강은 동쪽으로 흘렀다가, 갑자기 서쪽으로 흐르기도 하였다. 그러니 그 누구도 한 사람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었다.

지금 단해룡은 담담하지만, 과거에는 정말로 크게 두려워했다. 한 사람의 영향을 너무 크게 받다 보니, 그는 그 권세를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갑자기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금작이 아직 자리에 있는 틈을 타서, 금작을 등에 입고 대문파에 가입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대문파는 아무나 받아주는 곳이 아니었다. 금작이 입을 열어도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다만 그는 운이 좋았다. 그의 딸이 매우 좋은 수행 자질을 타고난 것이다. 그는 당연히 딸아이에게 좋은 뒷배를 찾아주고 싶었다.

한국 삼대 문파는 서로 싸우고 죽이며 영역싸움을 하기 때문에 너무 위험했다. 천행종이 가장 좋았다. 그의 의견에 따라서, 금작이 다시 나섰다. 그렇게 단해룡은 딸을 천행종으로 들여보냈고, 생각지도 못하게 문화의 관문제자가 되었다!

나중에는 딸 덕분에 천행종의 식객이 될 수 있었다. 그는 천행종 안에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 했고, 나름 괜찮은 인간관계를 만들어 갔다. 그에게는 아직 금작이라는 뒷배가 있기 때문이었다.

천행종에는 자신의 속세 영역이 없었고, 그런 일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제자들이 속세에 내려간다면, 수많은 일에 속세 세력의 도움이 필요했다. 덕분에 적지 않은 천행종의 제자들이 그와 친분을 나누길 원했다. 그 때문에 그가 천행종에 상주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고, 오히려 다들 기꺼워했다.

사실 그의 부인은 이런 산속에 사는 것을 별로 원치 않았다. 다만 단해룡의 부인은 그의 말을 따르는 편이었다.

천행종은 줄곧 중립을 유지했다. 다른 문파의 사람들도 감히 쉽게 건들지 못했다. 그러니 천행종에 입문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금작도 반대하지 않았고, 심지어 사위가 그렇게 하는 것에 찬성했다. 딸 아이에게 다른 뒷배가 생기면 오히려 안심하고 자기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오늘 소문으로만 듣던 만수문의 장문인 서해당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처럼 인사를 올리기 위해 찾아왔다. 이는 당연히 그가 지금의 지위를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한 행동이었다.

물론, 지금 이 자리에서 우유도와 같이 이곳을 거닐고 있는 것도 같은 목적이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이번 기회에 큰 인물들과 안면을 트고자 한 것이다.

그렇게 여기저기를 소개하며 천천히 한 노대에 도착했다. 우유도가 직접 그 위에 올라서서 뒷짐을 지고 저 멀리 바라보았다!

“전방에 있는 저 호수에 설어(雪魚)가 가득합니다. 온몸이 하얗고 그 맛이 아주 신선…….”

단해룡은 전방 저 멀리 있는 호수와 산세를 설명했다. 그때 우유도가 갑자기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단 선생.”

단해룡은 설명을 멈추고 웃으며 물었다.

“어떤 분부가 있으십니까. 선생님.”

우유도가 직설적으로 물었다.

“흑모란이라는 여인을 아시오?”

“…….”

단해룡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는 크게 동요하는 얼굴로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어째서 그걸 물으십니까?”

“방금 그대가 스스로를 소개할 때, 문득 과거에 들렸던 곳이 떠올랐소. 초려산장이라고 했던가. 혹시 그곳을 들어보았소?”

“비록 오랫동안 수행계를 거닐지 않았지만, 초려산장의 대명은 오래전부터 들어왔습니다. 연국의 정세를 좌우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과거 그곳을 지날 때, 초려산장의 주인 우유도의 초대를 받은 적이 있소. 그곳에는 그와 같이 있는 한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와 담소를 나누었었소. 그 이름이 참으로 특색이 있어, 아직도 기억이 나는군. 그 여인이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그대를 언급한 적이 있소. 당시 금작을 언급했기 때문에, 그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기억이 남아 있소.”

그랬었군. 단해룡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저에 대해서 좋은 기억은 아니시겠군요.”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우유도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말했다.

“호오, 왜 그리 생각하시오?”

단해룡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흑모란은 소인의 전 부인입니다.”

“그런 말을 했었던 것 같군. 지금 내 기억으로는 괜찮은 여인이었지. 그대도 참으로 훌륭한 인물인 것 같은데, 어찌 헤어진 것이오?”

“선생님의 그 말씀에 다소 불만족스러움이 깃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녀는 제가 부귀영화에 눈이 멀어 자신을 버렸다고 했겠지요?”

“금작을 언급했으니…. 그렇게 이야기했던 것 같군.”

단해룡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 지나간 일입니다. 그녀가 그리 말했다면, 그냥 그런 것으로 하시지요. 저는 그녀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우유도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째, 혹시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이오?”

단해룡이 고개를 저었다.

“집안의 추문은 널리 알리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수치스러운 일이니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게 좋겠지요.”

“설마 그녀가 나를 속였단 말이오?”

단해룡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속이다니요?”

“내가 그녀를 기억하는 것은, 당시 그녀의 접대가 괜찮았기 때문이오. 당시 그녀는 내게 고충을 이야기하며, 한 가지 부탁을 하기까지 했소.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그녀에게 약속하기를, 나중에 당신을 만나면 혼쭐을 내주기로 했소. 설마 그녀가 나를 속여, 내 손을 빌려 그대를 난처하게 하려 했단 말이오?”

그 말을 들은 단해룡은 크게 긴장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홀로 따로 부른 것이 자신을 혼쭐내기 위해서였다니.

그가 이곳을 찾아와 천행종에 상주하는 것은 사실 초려산장과 적지 않은 관계가 있었다.

우유도가 처음 흑모란을 포섭했을 때, 그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나중에 우유도의 명성이 퍼지고 나서 그의 곁에 흑모란, 뇌종강, 단호, 오삼양이라는 사람들이 따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들은 모두 그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제야 흑모란이 우유도를 따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주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것 없었다. 심지어 흑모란은 이미 죽은 후였다.

하지만 그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은, 우유도의 세력이 커지는 것이 너무 빨랐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연국의 조정에도 대항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으니, 단호 등 사람들도 다들 수행계에서 나름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들은 우유도의 세력을 등에 업고, 가히 작지 않은 권력을 휘둘렀다.

다른 사람은 단호 등 사람들이 흑모란과 얼마나 깊은 사이인지 모르지만, 그들 중 한 사람이었던 단해룡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들 삼 인은 과거에 그를 죽이려고 했었다. 결국에는 금작의 세력 때문에 포기했지만 말이다.

단해룡은 금작의 세력을 이용해 그들을 죽여 후환을 없애려 했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과거 형제와도 같았던 사람들을 죽인다면, 장인어른이 그를 어찌 생각할지도 걱정이 되었다.

아무튼, 나중에 단호 등 세 사람이 권세를 얻은 것을 보고, 두려움이 일었지만, 금작이 있어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나중에 한국, 송국이 연국과 전쟁을 벌이고, 금작이 전방으로 나가 군대를 지휘하고 나서부터, 금부의 호위주력이 금작을 쫓아 가버렸다. 또 금작이 남주의 세력과 교전을 벌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는 크게 불안해졌다. 그때 단해룡은 금부의 방어력이 한계가 있다는 변명으로 천행종으로 이주했다. 그것이 지금에 이른 것이다.

원래라면 우유도가 죽고 나서 상황이 좋아지는가 싶었다. 그런데 눈앞에 또다시 그 깊이를 파악하기 어려운 사람이 나타나 그를 혼쭐낸다고 하고 있었다. 결국, 자신이 걱정하던 그 일이 드디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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