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5화. 무량과, 분배 완료!
목함을 품에 넣은 우유도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많은 영원단이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 필요한가?”
“네다섯 명이 원영기를 돌파할 정도가 필요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군. 그만큼의 영원단은 있지만, 모두 표묘각의 감시하에 있네. 천도비경에서 채집한 영종은 영원단을 제련할 때 반드시 필요하네. 하지만 그 공급량을 표묘각이 통제하고 있지. 표묘각에 상납한 것 외에, 수행계에 공급하는 것에는 정해진 수량이 있네. 한 번에 그렇게 많은 영원단이 사라진다면, 분명 의심을 받을 것이야. 하지만 단계적으로 제공하는 건 가능하네.”
우유도가 침묵하면서 계산을 해보았다. 오풍이 나올 수 있을지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니 성경 쪽은 일단 급하지 않았다. 조웅가도 당분간은 무량과를 언제 사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와 관방의는 아직 원영기에 올라설 시기가 아니었다.
다른 사용자의 경우는, 각각 그 큰 대문파 뒤에 숨어 있으니, 우유도가 방법을 생각해줄 이유가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우유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순차적으로 공급해 주십시오.”
그렇게 일을 처리한 세 사람은 각자 갈 곳으로 돌아갔다.
숲속에 숨어들어 간 우유도는 그곳에서 기다리던 운희와 만났다. 운희가 그에게 인사를 하고는 말했다.
“가시지요. 남주로 돌아갑시다!”
두 사람은 날짐승을 타고 날아올랐다.
마침내, 우유도의 손에 있는 무량과가 전부 사람들에게 분배되었다.
호족의 노족장 은희가 하나, 또 호족에게 여분으로 하나를 주었다. 사여래와 오풍에게 각각 하나씩을 남겨놓았다. 관방의, 궁임책, 종곡자, 조웅가, 서해당, 문화, 안축천이 각각 하나를 얻었다.
남은 하나는 우유도 자신을 위해 남겨놓았다. 곁에 있는 다른 사람들 몫은 없었다. 원강은 줘봤자 쓸모가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원강에게도 한 알을 주었을 것이다. 이 물건의 수량은 딱 정해져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선별해서 나눠주어야 했다. 이제 오풍의 무량과만이 확실한 주인이 없는 상태였다. 오풍이 나올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만약 오풍이 나오지 못한다면, 그 무량과를 다르게 처리해야 했다…….
산과 강을 지나, 우유도가 남주부성으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우유도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관방의는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곧 수련하던 밀실에서 빠르게 뛰쳐나왔다.
“아이고, 잘 놀고 오셨는가? 꼴을 보니 정말로 유유자적 풍족하게 다 놀고 돌아온 모양이군…….”
관방의는 우유도를 만나자마자 괴상한 말을 수없이 늘어놓았다. 우유도가 자신을 데리고 가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우유도는 소매 안에 있는 물건들을 꺼내 탁자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이 물건들이면 그 입을 좀 다물게 할 수 있을까?”
관방의는 그 즉시 말문이 막혔다. 두 눈은 탁자 위에 있는 물건에 고정되어 있었다. 한 뭉치 전표, 또 한 뭉치….
두 눈을 부릅뜬 관방의가 허리를 숙이더니, 매우 빠른 손놀림으로 탁자 위에 있는 한 뭉치 부적을 쥐어 들고는 살펴보았다. 천검부였다! 그것도 서른 장의 천검부!
천검부를 내려놓고 전표를 살펴보았다. 금 천만 냥!
또 목함이 하나 있었다. 무슨 대단한 물건일까 싶어 열어 살펴보고, 냄새도 맡아 보았다. 세 알의 천제단이었다.
물건들을 살펴보던 관방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순간, 뭐부터 손에 쥐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이다.
관방의가 상자를 내려놓고 다시 천검부 한 뭉치를 손에 들었다. 어떤 것이 가장 비싼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관방의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이번에 또 나가서 이것들을 훔쳐 온 거야?”
우유도는 그 말에 말문이 막혔다. 하마터면 눈앞에 있는 전표를 집어서 그 얼굴에 던질 뻔했다. 우유도가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훔쳤다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 거야?”
최근에 다들 그를 무슨 도둑놈 취급하는 것 같았다.
“그럼 이것들을 어디서 줍기라도 했다는 말이야?”
“다른 사람이 선물로 준 거야.”
“헛소리하지 마, 누가 이렇게 많은 천검부를 선물로 준단 말이야?”
“믿기 싫으면 말고.”
우유도가 그 말을 하고 그대로 그곳을 떠나려 했다.
관방의가 바로 그를 붙잡고는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천천히 관방의의 얼굴에 냉소가 떠올랐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우유도가 경계하며 말했다.
“뭐 하는 거야?”
“그것도 아니면, 도야가 구매한 거겠군! 한 번에 이렇게 많은 천검부를 살 수 있는 것을 보면. 성경에서 아주 큰 돈을 벌어온 것이 분명해. 하긴, 성경이 어떤 곳인지 생각해 보면 이상할 것도 없지. 말해봐, 비상금을 얼마나 숨겨 놓은 거야?”
우유도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얼굴로 말했다.
“비상금은 무슨 얼어 죽을 비상금이야. 다른 사람이 선물로 준 거라고 말했잖아. 확실하게 알려주지, 천행종을 다녀왔어.”
천행종을 언급하자 관방의의 안색이 변했다. 유쾌하지 않은 사람이 떠오른 것이다. 우유도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 천검부를 다시 탁자 위에 던져 놓았다.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봐봐, 천행종을 언급하면 네 기분이 나쁠까 봐 말하지 않으려고 했어. 걱정하지 마. 네 옛 정인인 도운상을 찾아간 건 아니니까. 그는 아무것도 몰라. 이번에는 바로 문화를 찾아갔어.”
관방의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문심조, 그 여자의 아비면 내가 기분이 좋을 줄 알았어? 이봐 우유도. 이게 무슨 짓이야. 문심조가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지 알면서, 그곳에 찾아가 물건을 얻어온 거야? 내 감정은 생각해 보긴 한 거야? 그 여자 앞에서 내가 평생 얼굴을 들지 못해야 기분이 풀리겠어? 본녀가 목숨 걸고 널 따르는데, 넌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뭐야. 정말 화난 거야?”
우유도가 관방의의 얼굴을 툭 쳤다. 하지만 관방의는 그 손을 ‘탁’ 쳐내고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우유도가 그 모습을 보고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다시 돌려세우며 말했다.
“이봐, 홍랑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내가 문화에게 무량과를 주었고, 이 천검부는 바로 그 대가로 받아온 거야. 공짜로 얻어온 게 아니야. 무량과는 무가지보야. 가치로 따지면, 누가 이득을 본 거겠어?”
관방의는 그제야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미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정말?”
“그럼 거짓이겠어? 그쪽에서 미쳤다고 내게 이 많은 천검부를 공짜로 주겠어?”
관방의가 갑자기 다시 손을 뻗어 우유도의 가슴을 밀쳐냈다. 덕분에 우유도가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무량과로 겨우 천검부 서른 장을 받아온 거야? 미쳤어? 장사를 못 해도 너무 못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손해 보는 장사를 하다니!”
말을 하는 관방의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녀는 다시 탁자 위의 천검부를 집어 들었다. 당연히 자기 것이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걱정하지 마. 손해 볼 것 없어. 홍랑에게 줄 다른 선물도 있어.”
관방의가 천검부를 소매에 밀어 넣으며 물었다.
“뭔데?”
우유도는 원래 홍랑을 위해서 문심조의 따귀를 때릴 권리를 받아왔다고 말하려고 했다가, 왠지 지금 말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급히 말을 바꿨다.
“금 구천만 냥과 오십 알의 천제단이 더 들어올 거야. 그걸 모두 홍랑에게 주겠어. 그 정도면 그 입을 닫게 할 수 있을까?”
“정말?”
관방의의 두 눈이 번득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우유도를 보고 골똘히 생각하다가, 갑자기 ‘쳇’하고 혀를 찼다.
“입에 꿀을 발랐군. 전부 다 내게 준다는 등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본녀를 기분 좋게 하지만, 결국은 본녀를 창고로 이용하는 거잖아. 어차피 내게 준다고 했다가, 나중에 다시 가져갈 것이 분명해.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의 지출이 모두 내 주머니에서 나가고 있는 걸 모르지 않겠지? 나를 시녀처럼 부려먹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우유도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갖기 싫어? 그럼 내놔, 원숭이에게 가져다주게.”
“흥.”
관방의는 아주 자연스럽게 물건들을 소매에 쓸어 넣더니, 그대로 그곳을 떠나갔다. 허리를 물뱀처럼 흔들고, 허리춤에 있는 부채를 손에 들고 경쾌하게 부채질을 하는 모습이 마치 대박을 터트려서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이는 모습이었다.
앞으로의 일은 제쳐놓았다. 수련이든 뭐든 일단은 다 귀찮았다. 관방의는 거처로 돌아가 한숨 푹 자고, 피로를 풀기로 했다. 그래야 얼굴도 좀 더 보기 좋아지지 않겠는가.
관방의는 우유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한번 벌어 삼 년을 놀고먹는 남자였다. 돈을 얼마나 잘 버는지, 그녀가 과거 부방원에서 웃음을 팔아 벌었던 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주머니가 빵빵해서, 사고 싶은 건 뭐든지 살 수 있는 그 느낌이 아주 짜릿했다.
구천만 냥이라니, 아직도 구천만 냥이 더 있었다니. 그 많은 돈을 언제 다 쓸까? 관방의의 얼굴이 활짝 폈다. 좋아, 관방의는 일단 한숨 잔 후에, 일어나면 장신구를 좀 사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관방의는 하릴없으면 머리에 꽂고 있는 비녀 같은 것들을 왕부의 시녀들에게 거리낌 없이 상으로 주고는 했다, 덕분에 왕부의 시녀들은 관방의를 보면, 마치 조상을 만난 것처럼 최선을 다했다. 심지어 거리에서 물건을 살 때도 그녀를 보면 굽신거렸다.
관방의는 그 모든 게 즐거웠다. 그렇게 “잔돈은 필요 없다”라고 말하고 다니기도 했다. 그렇게 즐겁게 돈을 뿌리고 다니며, 마치 과거에 자신이 팔았던 웃음을 다시 다 되돌려 받으려는 것처럼 움직였다.
번화한 도시는 이래서 좋았다. 자금동 같은 산속보다 훨씬 살기 좋았다.
누군가는 그녀에게 수련에 힘쓰라고 잔소리를 늘어놓았지만, 지금 관방의는 그 무미건조한 일을 당분간 머리 뒤로 제쳐놓을 예정이었다. 그 사람의 잔소리도 지금 그녀의 유쾌한 기분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 사람이 돌아오자, 관방의는 더는 신경 쓸 것도, 고민할 것도 없었다. 누군가 돈을 벌어와 그녀에게 쓰라고 건네주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돈이 필요할 때 돈을 내놓을 수만 있다면, 우유도는 그녀가 평소에 돈을 어떻게 쓰는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우유도는 자금을 어떤 식으로 운용하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관방의가 이리저리 사 모은 잡다한 물건은 쳐다 보지도 않았다.
“돈을 집어 들고 도망치려고?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돌아와.”
우유도가 소리쳤다.
“힘들어, 돌아가서 한숨 자야겠어. 도야도 방금 돌아왔으니 힘들 것 아니야. 빨리 쉬라고.”
관방의는 여전히 우유도를 등진 채로 손을 여성스럽게 까딱거리며 부채를 흔들었다. 대박을 터트린 후의 느긋함이 남김없이 드러나는 움직임이었다.
“중요한 일이야. 원숭이가 할 수 없는 일이지.”
중요한 일이라는 말에 관방의가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다시 뒤돌아 오더니 물었다.
“무슨 일이야?”
우유도는 일단 그녀가 흔들고 있는 부채를 내리누르고는 마치 세 살배기 아이를 잡는 것처럼 관방의의 부드러운 뒷목을 잡아 끌어당겼다. 그렇게 그녀의 귓가에 조용히 중얼거렸다.
“상숙청의 그 얼굴 말이야….”
본녀는 천하제일 미녀란 말이야! 관방의는 지금처럼 남자에게 마치 허물없는 형제 취급당하는 것이 정말 싫었다. 그 때문에 우유도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잠시 발버둥 쳤지만, 우유도가 하는 말을 듣고는 그 내용에 정신없이 빠져들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