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7화. 비밀
상숙청이 미소짓더니 갑자기 다시 물었다.
“최근에 운희 언니를 못 뵌 것 같아요. 꽤 오랫동안이요.”
“군주님도 아시겠지만, 그 늙은 요괴는 줄곧 조용히 지내면서 외부인과 거의 만나지 않았어요. 안 보이는 건 아주 정상이지요.”
상숙청이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운희 언니 곁에 있는 왕소는요? 그분도 못 뵌 지 오래된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은 관방의는 즉시 경각심이 생겼다.
“군주님, 갑자기 그 왕소에 대해서는 왜 물어보시는 건가요?”
상숙청이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에게서 도야의 그림자를 느낄 수 있어요.”
관방의가 즉시 말했다.
“착각에 불과해요.”
상숙청이 천천히 무덤 앞으로 가서 비석의 새겨진 글자를 쓰다듬으며 서글프게 말했다.
“어쩌면 정말 착각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정말 도야가 아직 죽지 않고 살아 계시는 것 같아요. 어떤 때는 근처에 있는 것도 같아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여길 자주 찾아오나 봐요.”
“언니. 이런 저를 어리석다고 비웃지 말아 주세요. 사실 과거 초려산장에 있을 때도, 도야가 돌아오시면, 다른 사람들이 제게 알려주지 않아도, 전 도야가 돌아온 것을 은연중에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거처에서 나와 물어보면, 과연 도야께서 돌아오신 것이 맞았어요. 이런 느낌이 정말 단순히 착각일까요? 저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애초에 그때 도야를 상청종에서 모시고 나오지 말았어야 했어요. 만약 그랬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그 말을 들은 관방의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장난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말 그런 감응이 있을 수 있다고? 관방의는 상숙청이 혹시 정신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반면에 비석을 어루만지고 있는 상숙청의 어조는 천천히 낮아지더니, 결국은 중얼거리는 목소리로 바뀌었고, 결국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무덤 앞에 서서 아련함에 빠져들었다. 마치 과거의 일을 회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관방의가 그녀를 돌아보았고, 더 이상 그녀를 방해하지 않았다. 마치 상숙청에게서 관방의 자신의 과거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천천히 뒤돌아 저녁노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도 다소 서글퍼졌다. 과거의 자신도, 상숙청과 마찬가지로 힘들게 누군가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린 경험이 있었다.
“하늘과 바다 사이, 산은 말이 없네. 그 사이로 배회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가 누군지 보이는가? 바람은 세월로 돌을 깎고, 비는 세월로 처마를 두드리네. 그 사이로 배회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가 누군지 보이는가?”
“푸른 풀은 바람의 말을 아는데, 푸른 호수는 빗물의 말을 아는데, 누군가는 나의 말을 알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구나. 요조는 숙녀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세월을 타고 흘러가는구나. 하늘과 바다 사이, 산은 말이 없고, 바람과 땅 사이, 흐르는 강 또한 말이 없네…….”
하늘을 바라보며, 관방의는 자신도 모르게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예전에 상숙청이 반복해서 부르는 것을 들었었다. 당시에도 참으로 듣기 좋은 노래라고 생각해 이를 기억해 놓았었다. 그리고 기쁠 때, 혹은 슬플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고는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관방의는 ‘아름다움은 세월을 타고 흘러가는구나’ 부분을 불렀을 때, 감정이 다소 격해짐을 느꼈다. 관방의는 이미 곡 중 여인의 입장이 되었고, 그 눈시울은 이미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두 사람이 그렇게 서 있었다. 한 사람은 비석을 바라보며, 한 사람은 저녁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어와 두 사람의 치마를 흔들었지만, 두 사람의 관심은 끌지 못하고, 주위의 초원을 파도치듯이 훑고 지나갈 뿐이었다.
그렇게 해가 지고 밤이 되었다. 줄곧 주위를 경계하던 호위가 다가오고 나서야 두 사람은 정신을 차렸다.
그렇게 각자의 거처로 돌아갔다. 관방의는 바로 우유도를 찾아가 자신이 알아본 상황을 알려주었다.
우유도는 턱을 쓰다듬으며 주변을 서성였다.
“말도 안 돼. 이토록 중요한 일을 영왕이 대비하지 않았을 리 없어. 혹시라도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어쩐단 말이야?”
관방의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반복해서 물어보았어. 군주의 말에 따르면, 영왕은 동곽호연을 찾아가라고 했을 뿐이라고 하더군. 영왕이 이 한 가지 방법만을 알려주었다고 명확하게 답했어.”
그녀가 말할 필요 없었다. 우유도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조웅가가 이미 명확히 알려주지 않았던가. 까마귀 장군의 제련비법을 얻은 사람은 바로 동곽호연이었다. 그러니 이 일은 분명 그가 실질적으로 지휘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상숙청의 얼굴에 병부를 심어 놓은 사람이 바로 동곽호연이니, 동곽호연은 분명 해제할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었다.
“설마 상숙청이 내게 뭔가를 숨기고 있단 말인가?”
우유도가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나도 여자야. 누구보다 여자를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야. 너에 대한 상숙청의 마음이라면…. 하하하. 감히 장담하는데, 무슨 비밀이든지, 상숙청이 알고 있었다면, 진작에 얼굴을 회복하고 너를 만나러 왔을 거야.”
우유도는 관방의와 말싸움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저 남녀 사이의 애정에만 집중하는 사람하고 싸워봤자 끝이 없었다. 우유도가 계속 고민했다.
“동곽호연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인가? 만약 정말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흠…. 동곽호연은 이미 죽어버렸고, 죽어서 귀신의 그림자도 찾을 수 없게 되었지. 다시 태어났어도 이미 어른이 되었을 시간인데, 어딜 가서 찾는단 말이야. 설마 그 비밀이 그렇게 동곽 늙은이의 죽음과 같이 사라진다고?”
달갑지 않은 얼굴이었다.
정말 그렇다면, 정말 조웅가의 말대로, 까마귀 장군이 충분한 힘을 모아 상숙청이 어떠한 감응을 느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관방의가 의아해했다.
“도대체 상숙청의 얼굴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거야?”
우유도는 그저 비밀이라고 했을 뿐, 관방의에게 가서 상숙청을 떠보라고 한 말 외에는 진실에 대해 일절 알려주지 않았다.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우유도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흥! 뱃속에 능구렁이가 가득하지!”
관방의는 그를 노려보았다. 우유도가 저런 식으로 나올 때 가장 짜증 났다. 듣기만 해도 화가 났다. 이제는 물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더는 여기 머물 이유도 없었다. 관방의는 즉시 뒤돌아 그곳을 빠져나갔다.
* * *
진국 공주와 소평파의 대혼 소식이 천하에 널리 퍼졌다. 이미 혼인 날짜 또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사실 과거에 태숙환아가 더럽혀진 적이 없다고 소평파가 소문을 낸 적이 있었다. 다만, 그 말을 몇 명이나 믿겠는가?
북주자사 내부,
소등운은 방 안에 앉아 말이 없었다. 그와 같이 있는 집사 양쌍이 한참 침묵하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노야께서 직접 가실 수 없으니, 노신이 노야를 대신해서 예물을 보낼까요?”
“예물? 무슨 예물을 보낸단 말이냐? 관짝을 보내지 않는 것만 해도 많이 봐준 것이다!”
소등운이 냉소를 짓더니 하늘을 보고 장탄식을 내뱉었다.
“망신이구나. 불효자 놈아. 조상들을 무슨 낯으로 볼꼬!”
지금 소등운의 가문은 명문대가라 할 수 있었다. 태숙환아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그 일을 계획한 사람이 바로 소평파 그 자신이라는 이야기도 알려져 있었다. 그러니 소평파는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판 것이다.
그렇게 자식놈이 그야말로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가문에 그런 여인을 며느리로 들이다니, 소등운의 관념으로 보자면, 그 마음속의 간극을 넘기 어려웠다. 그 소식을 들은 소등운은 차마 다른 사람들을 볼 낯이 없었다.
비록 두 부자가 관계를 끊은 지 오래되었다고 해도, 이런 웃음거리는 결국 소등운에게 영향을 미치고는 했다. 배후에서 비웃는 일이 없을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소유아 또한 이 소문을 피해갈 수 없었다. 황실의 여인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는 남몰래 소유아를 흉보았다.
소유아도 마찬가지로 예물을 보내지 않았다. 남매 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 진국은 제국의 적국이었다. 두 나라가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소유아가 무슨 짓을 하든 좋을 리가 없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일부 사실들이 이미 폭로되었다는 것이다. 제국 황실의 사람들이 중독된 후, 교사대가 소평파를 잡으려고 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비밀도 아니었다. 소문에 따르면, 황실에 중독 사건을 일으킨 사람은 열에 아홉 소평파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 오라버니 때문에 소유아는 압박이 적지 않았다. 황실의 여인들은 그녀를 조롱하고 비웃었다.
그 때문에 소유아도 소평파를 극도로 증오하게 되었다. 자신의 남편까지 중독시키다니. 소유아는 그녀를 제국으로 보내는 것이 그녀를 위한 것이라고 했었던, 소평파의 말을 더는 믿지 않았다.
* * *
혼인이 거행되는 당일,
문무백관이 찾아와 축하했고, 진국 경성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자질구레하고 번거로운 과정을 거친 후, 신혼부부는 신혼방에 들어갔다.
모든 예식이 끝나고 조용해졌다. 신혼방 안에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신부는 아름다웠고, 소평파는 화려한 옷이 다소 어색한 듯했다. 평소 입고 다니는 옷에 비하면 지나치게 화려했다.
사실 소평파의 나이도 더 이상 어리지 않았다. 란 귀비와 비슷할 지경이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진장공과 비교할 순 없었다.
진장공과 비교하면 소평파는 아주 어린 나이였고, 당연히 진장공과 그 외모도 감히 비교할 수 없었다. 진장공 그 늙고 거친 사내는 소평파의 상대가 아니었다.
태숙환아는 지금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안절부절못하고 긴장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녀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수차례 번복된 일이었고, 그녀는 소평파에게 시집가는 걸 포기하다시피 했었다. 그런데 이렇듯 갑자기 자신이 소평파에게 시집가다니.
등불 아래 소평파가 갑자기 물었다.
“공주님은 제가 밉습니까?”
태숙환아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는 당신은 진심으로 나와 혼인한 건가요?”
“만약 저를 미워하지 않는다면, 저도 진심으로 대할 것입니다.”
태숙환아는 이를 악문 채 말이 없었다…….
다음 날,
소평파는 태숙환아의 손을 잡고 신혼방을 빠져나왔다. 주위에는 축하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새신부의 얼굴이 부끄러움에 붉어졌다. 하룻밤 사이에 그녀는 이미 소평파에게 철저하게 정복당해 아주 고분고분해져 있었다. 도대체 무슨 달콤한 이야기를 들었는지, 과거의 일에 대해서는 이미 잊은 것 같았다.
소삼성의 두 눈은 다소 복잡했다. 대공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보기에는 칠 공주에게 아주 잘하는 것 같았다.
소평파는 확실히 태숙환아에게 심혈을 기울였다. 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미 너무 큰 대가를 치렀다. 지금 그의 목표는 모든 내부의 후환을 없애는 것이었다. 외부의 적을 상대하는 와중에, 갑자기 자신의 배후에서 적이 나타나는 상황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태숙환아가 그의 상대가 될 수 있겠는가? 만약 소평파가 정말 그녀에게 심혈을 기울인다면, 그녀를 정복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아니었다.
소부의 사람들이 다들 여주인을 찾아뵀다. 황궁에서 따라온 궁녀들과 내시들이 란 귀비에게 상을 받았다. 적지 않은 액수였다.
소평파도 소삼성에게 태숙환아가 데려온 사람, 또 여기에 남아 그녀를 시중들 사람들에게 상을 내리게 했다. 다만 소평파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그 액수가 란 귀비와 비교하면 다소 초라했다.
물론, 소평파의 안목과 능력이라면, 돈을 버는 건 아무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소평파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을 모두 응대한 신혼부부는 소부를 떠나 황궁으로 향했다. 아직 황궁에 들어가지도 않았을 때, 황궁에서 미리 알고 사람을 보내 마중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