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9화. 재개된 대결!
현미는 위험을 무릅쓰고 안으로 들어왔고, 삼대 문파의 장문인은 그녀를 수행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삼대 문파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서문청공에게 동행하기를 요청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말하지 않아도, 서문청공은 같이 안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삼엄한 대군의 경계를 뚫고 군영에 들어섰다. 줄곧 ‘호송’ 당하던 사람들이 중군의 군막 안으로 들어섰다.
그 안에 제국의 고수 수행자들이 둘러서 있었다. 호연무한은 입구를 등지고 큰 지도 앞에 서 있었다.
현미는 안에 들어오자마자 소리쳤다.
“상장군, 지금은 같이 손을 잡고 적에 대항해야 할 때요. 어찌 제 살을 깎아 먹으려는 것이오!”
삼대 문파의 장문인들은 다들 소매 속에 천검부를 움켜쥐고 경계를 하고 있었다. 일단 문제가 생기면, 즉시 이곳을 돌파해 빠져나가야 했다.
“지금 마침 폐하와 함께 적군에 대항하는 일을 의논하려 했습니다.”
호연무한이 뒤돌며 말했다.
“손을 잡고 적에게 대항하고자 한다면, 어째서 우리 위국의 대신들을 붙잡은 것이오?”
“사람들은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언제든지 그들을 풀어 줄 수 있습니다.”
“사람을 풀어주지도 않고, 무슨 연합을 이야기한단 말이오?”
“이는 그쪽이 먼저 자처한 일입니다. 위국의 병력이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고, 전투를 제대로 치르지 않았습니다. 오직 우리 제국의 장병들만이 목숨을 걸고 싸우니, 이게 무슨 연합이란 말입니까? 제가 그들의 목숨을 움켜쥐고 있지 않으면, 그들이 최선을 다해 독전(督戰)하겠습니까?
폐하. 사람을 풀어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는 곧 새로운 공세를 발동할 것입니다. 이번 전투에서 이기면 저들을 풀어주고, 만약 진다면, 그들을 살려 둬 봤자 군량을 낭비하는 꼴이지요. 심지어 수많은 사람을 동원하여 보호까지 해야 하니, 그 얼마나 인원 낭비입니까. 마땅히…죽여야 할 것입니다!”
“당신….”
현미가 크게 분노했다. 그때, 영허부의 장문인 상임선이 그녀를 저지하며 말했다.
“폐하, 상장군이 새로운 공세를 발동한다고 했소. 어떤 공세인지 먼저 들어보는 것은 어떻겠소?”
그 후에 다시 호연무한에게 포권을 하고 말했다.
“상장군, 고견을 들려주시오.”
호연무한은 시간을 끌지 않고 그대로 지도 앞으로 가더니 지휘봉을 잡고 지도의 한 지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삼도파(三道坡). 이곳의 관문을 돌파하면, 수백 리에 달하는 평지를 눈앞에 둘 수 있습니다. 대군이 공격해 들어가면 이곳에서 주둔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동쪽, 남쪽, 서쪽 세 갈래 길을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습니다. 진군은 당연히 그 세 곳 모두에 병력을 집중할 수 없을 것이고, 아군은 언제든지 가장 약한 곳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진군은 반드시 정신이 없어질 것이고, 아군에 의해 격퇴될 것입니다.”
“그 속도가 느리더라도, 이곳을 뚫고 들어가야만 합니다. 그러면 진군은 이곳 세 갈래 길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에서 병력을 동원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제군이 다른 곳을 공격할 좋은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에,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이곳 삼도파를 얻어내야 합니다!”
영허부의 장문인 상임선이 말했다.
“다들 그 중요성을 알고 있소. 지금까지 몇 번이나 삼도파를 공격했지만 점령하지 못했지 않소. 만약 그게 그리 쉬웠다면,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었겠소?”
“이번에는 다릅니다. 지금 위국의 십만 병력이 우리에게 더해졌으니까요! 위군을 선봉으로 내세울 것이며, 우리 제군은 그 뒤를 따를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공격은 저번처럼 후퇴가 없는 공격입니다.”
“허…….”
“만약 그곳을 점령하지 못하면, 후퇴도 없습니다. 점령할 때까지 공격할 것입니다. 모든 위국 병력이 모두 몰살할 때까지 말입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모두 도망갈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는 손에 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위국 사람들은 깨달았다. 지금 이건 위국의 마지막 십만 대군의 목숨으로 길을 뚫으려는 것이었다.
현미가 비통한 얼굴로 말했다.
“호연무한, 지금 이 행위는 우리 위국을 벼랑 끝으로 모는 것이오!”
“아직 위국이 남아 있습니까? 그곳을 점령하지 못하면, 위국도 더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곳을 점령하지 못하면, 위국은 멸망할 것입니다!”
그는 지도의 진국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진국은 이미 다시 삼백만의 대군을 징집해 제국의 국경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경고하지요. 만약 이번에 삼도파를 점령하지 못하면, 저는 제군에게 전면적인 후퇴를 명령할 것이고. 제국의 초원으로 후퇴할 것입니다. 그곳에는 광활한 초원이 있으니, 우리는 제군의 우세를 이용해 진국과 결전을 벌일 것입니다. 계속 이 쓸모없는 곳에서 병력을 허비할 수 없습니다. 우리 제군이 철수하면, 위국이 어찌 될 것 같습니까!”
“차라리 같이 철수하는 건 어떻소. 위의 십만 대군이 제국에 함께 들어가 상장군의 힘이 되어주겠소!”
현미는 아래 병사들을 죽을 것이 확실한 사지로 몰아넣을 수는 없었다.
“제가 그들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지금 제국 병사들이 무수히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그들은 피 한 방울 흘리기를 아까워했습니다. 이기적이기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그들은 위국을 지키는 것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자들입니다.
그러니 그들이 제국에 와서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을 믿으리라 생각했습니까? 일단 상황이 이상해지면, 분명 적들에게 투항할 것이고, 오히려 제국의 후환이 될 것입니다. 이번이 위국의 마지막 기회입니다. 제군은 위국과 목숨을 걸고 싸울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제국 경내로 후퇴할지 말지, 일단 제국 황제와 연락해 의논하게 해주시오.”
“누구와 의논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장수는 전쟁에 있다 보면, 황제 폐하의 명을 받잡기 힘든 법이지요!”
“나는 귀국의 황자와 부부의 연을…….”
호연무한은 현미의 말을 끊으며 거친 말투로 말했다.
“현미! 너는 지금 우리 제국을 모욕하는 것이냐. 아니면 그대 자신을 모욕하는 것이냐? 지금 네가 누구와 자고 있는지 그 누구보다 확실히 알고 있지 않으냐. 파렴치한 말은 그만해야 할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서문청공이 분노하더니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러자 줄곧 호연무한 곁에서 단 한 걸음도 떨어지지 않던 사호가 즉시 그 앞을 막아섰다. 사호가 상대방에게 미소지었다.
“서문청공, 이곳은 네놈이 나댈 곳이 아니다!”
서문청공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과거 상대방과 싸워본 경험이 있었다. 그는 결코 만만한 자가 아니었다.
대악산의 장문인 낙언진이 말했다.
“폐하와 귀국의 황자가 부부의 연을 맺은 걸 차치하고서라도, 상장군은 귀국의 황자가 아직 우리 손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오!”
“내가 겨우 황자 때문에 전쟁을 그르칠 것 같소이까? 아니면 제국의 황제 폐하가 황자를 위해 나라를 그르칠 것 같소? 황자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다면, 제국의 백성들은 분명 크게 기뻐할 것이오!”
그 말은 죽이고 싶으면 죽이라는 말이었다! 수정각의 장문인 장봉이 냉소 지었다.
“정말로 그 눈에는 황제도 보이지 않는 모양이군. 참으로 잘난 호연 상장군이야!”
“그대들 세 사람에게도 경고하겠소. 이번이 위국을 되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요. 만약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이 천하에 세 문파가 몸담을 곳은 없을 것이오! 본인은 결정을 내렸으니 더 말할 것도 없소. 그대들에게 고민할 시간을 하루 주겠소. 배웅해라!”
군막 안에 둘러선 제국 수행자들이 즉시 다가오며 압박을 가했다. 삼대 문파의 장문인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중에 상임선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갑시다!”
일행이 즉시 뒷걸음질 쳐서 군막을 빠져나갔다. 그 후에야 뒤돌아 움직였다. 현미의 얼굴에는 비통함이 가득했고, 그걸 숨길 수도 없었다.
목에 칼이 드리워졌다. 위국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최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든지, 아니면 호연무한에게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인질로 잡힌 위국 관원들은 아직 죽고 싶지 않아, 자신들의 병력에 연락해 전력으로 협조하라는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 * *
사흘 후, 제군 병력이 집결하고 준비했다.
이처럼 수많은 병력이 집결하는 것을 못 볼 수 없었다. 진군의 밀정 또한 당연히 눈이 먼 게 아니었다. 이들은 제군의 군세가 집결하는 것을 보았고, 고품은 즉시 제군의 주목표가 삼도파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는 삼도파로 달려가 그곳을 직접 지휘하기 시작했다.
제군은 팔십만 대군을 집결시켰다. 하지만 진군은 기존 삼도파에 있는 이십만의 대군에 겨우 십만을 증원했다. 이는 지금 진군이 병력을 크게 분산시킬 수 없기 때문이었다. 지켜야 하는 곳이 너무 많았기에, 병력이 분산되어 있었다. 당연히 공격 측만큼 유연하게 병력을 운용할 수 없었다.
양측의 대병력이 동시에 그 작은 삼도파에 집결했고, 큰 결전이 일어나려 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고품은 이도파(二道坡) 위에서 천천히 압박을 가해오는 대군을 바라보았다. 한쪽에 있는 부장이 매우 놀라며 말했다.
“사령관님, 밀정의 보고에 따르면, 호연무한이 직접 최전방에 나서서 지휘하고 있답니다. 이 진세를 보면, 호연무한은 이번에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여길 점령하려는 것 같습니다!”
고품은 굳은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이건 그가 다시 한번 호연무한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것이었다!
웅~ 웅~
이때, 산양의 뿔로 만든 묵직한 고동 소리가 사방에서 울렸다.
“진격하라……!!!”
하늘을 울리는 고함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위국 십만 병력이 산사태처럼, 해일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 엄청난 기세 때문에 일도파(一道坡) 위에 있는 장병들은 다소 긴장했다.
고품은 빠르게 말머리를 돌려, 말을 타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패검을 뽑아 높이 치켜들고는 소리쳤다.
“전군! 수비하라! 수비다!”
직접 움직여 사기를 올렸다!
장병들은 대사마가 직접 전선에 자신들과 같이 있는 것을 보고, 크게 안심하며, 같이 미친 듯이 소리쳤다.
“필승! 필승! 필승…….”
위국의 십만 대군이 돌격했다. 다만, 앞을 바라보니 수없이 많은 진군이 활을 겨눈 채 그들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활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길 기다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 뒤로 도망칠 수도 없었다. 위국의 뒤엔 제군이 있었다. 제군이 칼을 빼든 채, 언제든지 위국이 후퇴하면 그들을 베어버리겠다는 모습으로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위국은 마치 앞뒤로 적군에게 싸여있는 듯했다.
결국 상황이 이러니, 목숨을 걸고 앞으로 진격했다. 어쨌든 이제 와 포기할 수 없었다. 오직 돌격뿐이었다. 그렇게 거대한 파도가 일도파 근처에 도착했다. 빠르게 달려오던 돌격 속도는 일도파 근처에 오며 느려졌지만, 여전히 목숨을 걸고 돌격하고 있었다.
사실 돌격할 수밖에 없었다. 후방의 제국 대군이 밀어붙이며, 실제로 도망치려 하는 위국 병사를 모두 죽이고 있었다!
위군이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왔을 때, 언덕 위에 있던 장수가 소리쳤다.
“지금이다!”
찰나의 순간, 바위 같은 것들이 언덕의 경사를 타고 쏟아져 내렸다. 동시에 화살이 마치 비처럼 쏟아져 내렸고, 온 사방에 참담한 비명이 가득 찼다.
함께 전방을 달리던 위군의 궁수들도 빠르게 자리를 잡고는 반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진국의 화살비가 당연히 먼저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위군은 달려오던 기세를 멈추고 화살을 재어야 했지만, 진군은 이미 화살을 겨누고 있었으니 그 속도가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많은 위국 병사들이 화살비에 꼬챙이가 되어 힘없이 쓰러졌다. 그 와중에 위국의 수행자들이 하나둘 방패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곧 그들을 향해 날아오는 강철창에 꿰뚫려 하나둘 쓰러져갔다.
위국 삼대 문파도 호연무한의 협박에 마지막 도박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필사적으로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한편, 위국 병사들과 수행자들이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는 것을 보고, 고품의 안색이 굳어졌다. 이번에는 정말로 어떤 대가를 치르든지 간에 이곳을 정복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