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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543화 (639/1,000)

1543화. 수복(收復)

산을 타기는 쉽지 않았다. 시간상으로 볼 때, 적들이 잘 보이는 전면으로 나오기에는 촉박했다. 그 때문에 고품은 중단 위치에서 화살을 쏘면 충분하다고 명령을 내렸다.

찰나의 순간, 화살비가 허공을 향해 쏘아졌다가, 분분히 곡선을 그리며 전장으로 쏟아져 내렸다.

삼도파 중단 위치의 제군은 후퇴 명령으로 인해 한창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후방에서 진군이 공격해 들어오니, 서로 먼저 도망치기 위해 철저하게 질서가 무너지고 있었다.

호연무한이 긴급히 일도파에 방어선을 설치했다. 전방에서 황급하게 도망치는 병력이 후방의 병력에 타격을 줘서 전군이 혼란에 휩싸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후방 병력이 뒤로 철수한 후에, 호연무한은 전방의 방어선을 열어 전방 부대의 후퇴를 도왔고, 방어선의 병력은 후방의 적군을 상대하며 엄호했다.

그곳을 벗어난 호연무한은 혼란스러운 군대를 정비해서, 진군이 붕괴한 제, 위 연합군을 공격해 들어오는 것을 경계했다.

일도파에서 방어선을 펼치고 있던 병력도 천천히 물러섰다. 일도파에 대한 방어를 포기한 것이다. 진군이 지리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양쪽 산 위에 있는 진군이 일도파가 있는 곳에 도달하게 되면, 그들과 정면의 진군이 동시에 공격해 들어올 경우, 일도파를 방어할 수 없었다.

제, 위 연합군은 평원지대까지 물러난 후, 다시 진열을 가다듬고 전투에 대비했다. 하지만 사기는 이미 바닥을 치고 있었다.

이때, 한 사람이 호연보를 안고 돌아왔다. 사호였다. 그는 천천히 호연보를 평지에 눕혔다.

호연무한이 말에서 내려, 여전히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가 다시 사호를 보았다.

사호는 굳은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그는 호연보를 데리고 전장을 이탈한 후, 급히 그를 치료했다. 하지만 급소에 화살을 맞은 호연보는 아직 살아있는 것만 해도 놀라울 지경이었다.

호연무한은 그것이 무슨 말인지 깨달았다.

매우 낭패한 모습의 수행자가 나타나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희가 부족해서 장군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전마가 갑자기 쓰러지고,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화살이 쏟아졌습니다. 미처…….”

호연무한이 손을 들어 수행자의 말을 막았다. 그는 입술을 앙다물고 한쪽 무릎을 꿇어 눈앞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호연보가 입가에 피를 흘리며 뭔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입을 열었다. 그의 두 눈에 다시 생기가 돌았고, 한쪽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하지만, 경험이 있는 사람은 지금 호연보의 모습이 회광반조(回光返照)임을 알 수 있었다.

호연무한은 그런 아들의 손을 붙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손이 맞닿는 그 순간, 호연보가 들어 올린 손이 무력하게 땅에 털썩 떨어졌다. 호연보의 머리가 힘없이 돌아갔다. 그는 더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 눈빛이 생기를 잃었고, 입가의 핏물만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의 몸에 꽂혀있는 몇몇 화살은 급소에 박혀 있었다. 사호는 그 화살을 쉽게 뽑을 수 없었다.

호연무한은 손을 든 채로 굳어버렸다. 곧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그대로 눈을 감고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침묵하고 있었다. 분노한 얼굴로 달려온 위국 사람들도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원래 호연무한을 질책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아들까지 전사한 것을 보고, 그에게 제군이 위군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따질 수가 있겠는가?

호연무한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

“시신을 수습해라!”

특별한 대우를 하지 않았다. 어떠한 슬픔도 내보이지 않았다.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무표정한 얼굴로 삼도파를 바라보았다. 그곳, 시신으로 발 디딜 곳조차 없는 삼도파는 다시 진군에게 점령당해 있었다.

양쪽에서 수신호위들이 다가와 호연보의 시신을 묵묵히 들어 옮겼다. 산맥 방향에서 이쪽으로 계속해서 수행자들이 급히 돌아오고 있었다.

당희는 매우 조급했다. 그녀는 계속 주위를 살폈다. 상청종의 제자들은 겨우 일부분만 돌아왔고, 일부분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 그녀의 두 눈이 번득였다.

당소소가 십수 명의 제자들을 이끌고 돌아온 것이다. 그녀는 매우 낭패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당시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웠다. 이들은 삼도파 양쪽의 산맥을 뛰어넘어 이곳으로 돌아온 수행자들이었다.

당소소의 머리 또한 산발이었고, 등에는 화살을 세 대나 꼽고 있었다. 그곳에서 흘러내린 피로 등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목숨을 구하기 위해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당소소는 출혈이 심해질까 봐 화살을 뽑지 않았다.

“장로님!”

일단의 사람들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당희가 직접 움직여, 당소소의 등에 꽂혀있는 화살을 조심스럽게 뽑아내며 물었다.

“괜찮나요?”

“죽을 정도는 아니야.”

당소소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등에서 뽑아 땅에 던져놓은 화살을 가리키며 분통한 얼굴로 말했다.

“이것 봐, 이건 같은 편이 쏜 화살이야. 당시 나는 앞에 있는 적군의 수행자들과 싸울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같은 편이 이처럼 화살을 난사할 줄 몰랐군. 적군이 아니라, 같은 편에게 목숨을 잃을 뻔했어. 개자식들!”

마찬가지로 낭패한 모습의 나원공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군대가 통제되지 않으면 이렇게 되는 것이지. 다들 눈이 붉어져 있는 상태였어. 그런 상황에서 같은 편을 다치게 하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야. 그러니 아마 고의는 아닐 것이야.”

머리의 반쪽이 산발이 된 소석이 물었다.

“당 장로, 그쪽이 데려간 제자들은 어찌 되었어?”

당소소가 좌우에 있는 십수 명의 상청종 제자들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이들이 전부에요.”

당희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겨우 한 번의 전투로, 상청종은 제자를 절반이나 잃었다!

어쩔 수 없었다. 모든 위군이 어쩔 수 없이 목숨을 걸고 있었다. 위국 삼대 문파조차도 마찬가지였으니, 상청종이라고 무엇이 다를까…….

* * *

한편, 진군은 이미 이도파를 수복(收復)하고, 일도파를 점령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이도파의 언덕 위,

고품이 안장 위에 앉아 저 멀리 적군이 다시 진열을 가다듬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한쪽에서 한 기마가 다가와 다 찢어진 깃발을 고품에게 바쳤다. 바로 효기군의 군기였다.

고품은 그 깃발을 손에 들고 하늘을 보고 크게 웃었다. 아주 통쾌한 웃음이었다.

좌우에 적지 않은 장수들이 미소지었다. 기운종의 장로도 수염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게 양껏 웃어 재낀 고품이 깃발을 다시 던지며 말했다.

“잘 가지고 있어라. 나중에 사람을 시켜 폐하께 진상할 것이다. 이건 우리 대군이 폐하께 바치는 선물이다! 지금 즉시 전장을 청소해라. 적군의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장수들이 대답했다.

바로 그때, 일단의 사람들이 한 시신을 들고 찾아왔다. 한 장수가 흐느끼며 말했다.

“사령관님!”

고품이 뒤돌아보니,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 얼굴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뭉개진 시신이 있었다. 그의 몸에는 진국의 화살까지 꽂혀있었고, 몸에 도검에 의한 상처가 무수히 나 있었다.

진군이 반격할 때 같은 편이 쏜 화살에 맞아 죽은 것인지, 적군에게 죽임을 당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이미 말에 치여 알아보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만 털보라는 것은 그 특징 때문에 알 수 있었다.

고품이 흉악한 얼굴로 얼굴을 씰룩거렸다. 그는 말에서 뛰어내려 굳은 발걸음으로 천천히 움직여 시신에 다가갔다. 그는 딱딱해진 얼굴로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그는 털보에게 이도파를 사수하게 했을 때,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누군가는 그곳에 남아 적군을 막아 시간을 벌어야 했다.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서였다. 누군가 그곳에서 치열하게 싸워야만, 수행자들이 비밀리에 땅을 파낼 수 있었다. 그렇게 실감 나게 싸우다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야지만, 바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할 수 있었다. 만약 이 사실이 밝혀졌다면, 효기군은 그 결정적인 함정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털보와 그 만여 명의 부하는 고품이 죽으라고 보낸 것이다!

“적이 저희를 압도해, 도저히 방법이 없었습니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수행자가 울며 말했다. 고품이 깊은숨을 들이쉬고 그를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대는 어찌 살아 돌아왔는가?”

“도저히 버틸 수 없었습니다.”

고품이 싸늘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뒤를 막아서는 지휘관을 버리고 도망쳤는가?”

그 수행자가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곤 장군께서 전사한 후에 그 자리를 벗어난 것입니다.”

“그 사실에 증인이 있는가?”

“그것이….”

수행자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증인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대는 지휘관을 지킬 책임이 있었네. 지금 그 지휘관이 죽었는데, 그대는 무슨 낯짝으로 돌아왔는가? 여봐라! 이 자의 목을 베어라!”

곧 양쪽의 집법 수행자들이 즉시 뛰어나와 그 수행자를 붙잡았다. 그 수행자가 당황하며 소리쳤다.

“사령관님, 사령관님…. 장로님, 장로님, 살려주십시오!”

“잠깐!”

기운종의 장로가 손을 뻗어 저지하고는 나섰다.

“고 대인, 당시의 상황을 보면 뒤에 남았던 사람 중에 살아남은 사람이 있기 어려웠소. 그러니 이 아이에게 모든 잘못을 돌릴 수는 없는 것 아니겠소.”

고품이 그를 빤히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 기운종의 장로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고품을 보며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그래도 이 아이는 우리 태숙 씨의 자손이요.”

고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장로님, 무수한 장병이 몸을 피로 씻었습니다. 그들이 바로 태숙 씨의 강산을 위해 그리했습니다. 그런 그들을 태숙 씨조차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장병들이 어떤 심정이겠습니까? 보십시오…….”

그는 저 멀리 있는 적군의 진영을 가리키며 말했다.

“호연무한이 다시 전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아군이 제군을 공격할 때, 또 한 번 지루하고 소모적인 혈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약 전장에서 위험과 곤란함을 겪을 때, 다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몸을 사린다면, 다들 지휘관을 버리고 도망친다면, 지휘관이 어찌 안심하고 전투를 지휘할 수 있겠습니까? 장로님, 말씀해 보십시오. 그때가 되면 전쟁을 어찌한단 말입니까?”

상황을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아무튼, 그는 오늘 이 기운종의 태숙 씨 자손을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 반드시 죽이려고 했다!

기운종의 장로는 침묵했다. 그는 자신을 애원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기운종의 제자를 한번 바라보고는 결국 두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고품이 단호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데려가 목을 베어라!”

집법 수행자들이 그를 즉시 끌고 갔다. 붙잡힌 수행자가 두렵고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장로님, 장로님, 장로님…. 아!”

그리고 곧 참담한 비명과 동시에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바로 옆에서 형을 집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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