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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544화 (640/1,000)

1544화. 철수

장로는 그를 살리고 싶었다. 어쨌든 그는 태숙 씨의 자손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자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후방을 지키는 것은 죽으라고 보낸 것이었다. 살아남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공로가 없다 해도, 고생은 생각해 줘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품이 여러 장수 앞에서 이 정도까지 말을 했으니, 장로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정말로 제자를 끝까지 살리려고 한다면, 여러 장수의 마음에 불만이 생기지 않겠는가?

장로는 지금 고품이 이번 기회에 본보기를 보이려는 것임을 알아보았다. 여러 장수와 수행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수행자들이 만약 지휘관을 버리고 도망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태숙 씨의 자손조차도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고품이 그렇게 하는 것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보고가 들어간 후, 황제는 그를 질책하지 않았다. 기운종조차도 고품에 대해서 뭐라고 하지 못했다. 오히려 고품이 혹시 불안해할까 봐 심지어 고품을 다독이며, 마땅히 그리해야 했고, 군율을 세워야 했다고 말해주기까지 했다!

삼도파에 다시 방어를 위한 진지 공사가 시작되었다.

호연무한은 고품이 이번 기회에 자신들을 뒤쫓길 기다렸다. 하지만 고품은 삼도파를 되찾은 후, 공격할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제군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든 말든, 제군의 인원이 이번 전투로 인해 전투력이 크게 줄어들었든 말든, 아무튼 고품은 삼도파에 거북이처럼 몸을 숨겼다. 그렇게 조금도 공을 탐하지 않았다. 죽어라 그곳을 지키며, 어디 한번 쳐들어올 수 있으면, 시도해 보라는 듯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결국, 호연무한은 철수했다. 동시에 위국에서 작전을 벌이는 모든 군대에 철수를 명했다. 그렇게 전면적으로 제국 경내로 철수를 시작했다. 전략적 후퇴를 결정한 것이다.

제군을 철수시키면서, 호연무한은 수많은 허점을 보여주었다. 진군의 공격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고품은 모든 부대에게 자신의 자리를 사수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누구든 공을 탐해 독단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면, 목을 벨 것이라 경고했다.

설사 제군이 철수하면서 위국의 거대한 영토를 내어주었음에도, 고품은 여전히 나서서 그곳을 점령하려 하지 않았다. 제군이 이미 멀리 떠났다. 그런데도 진군은 그 자리에서 방어선을 만들고 움직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변태적일 정도였다!

결국, 진군 조정조차도 더는 두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조심하는 건 좋지만, 이건 좀 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건 전쟁도 아니고, 그저 숨어있는 것이 아닌가. 조당의 적지 않은 사람이 그런 고품을 질책하며, 이 기회에 위국을 점령하라고 재촉했다.

하지만 고품은 아무리 큰 압박을 받아도 꿈쩍도 하지 않았고, 원래 전략을 밀고 나갔다.

고품이 그렇게 나오자, 호연무한은 어쩔 수 없이 분노를 가슴에 품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손을 쓸 기회를 찾지 못한 것이다. 고품은 아주 적은 기회조차 그에게 주지 않았다.

고품의 이러한 진중함은 가히 한국의 신중 대사마 금작과도 비교할 만했다.

제군이 전부 제국 경내로 돌아간 후, 양쪽 군대의 거리가 아주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후에야, 고품은 원래의 방어선을 포기하고 대군에게 북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병사 한 명 소모하지 않고, 어떠한 노력도 들이지 않고, 위국의 땅을 점령할 수 있었다.

물론, 그건 모두 나중의 일이고, 눈앞의 전투는 진국에게 그야말로 대단한 승전보였다. 진국은 삼도파의 승전보를 전해 듣고 크게 기뻐했다.

양측은 겨우 그 작은 삼도파에 백만 대군을 집결시켰고, 고품은 겨우 삼십만의 수비군으로 제국과 위국의 팔십만 연합군을 격파했다. 또 겨우 이만의 손실로, 적의 이십여만 대군을 죽였으니, 소수로 다수에 맞서서 아주 멋지게 이겼다!

심지어 적의 장수를 죽이고 깃발까지 빼앗았다. 천하에 명성이 자자한 효기군의 깃발이 진군의 손에 떨어졌고, 호연무한의 장자 호연보가 진군의 손에 죽었다.

더 중요한 것은, 서삼국에 명성을 떨쳤던 효기군의 무적 신화가 깨졌다는 것이다. 효기군은 이번 전투에서 삼만여 명의 손실을 보았다!

위국에 남아있던 마지막 십만 병력은 이로 인해 거의 전멸하고 말았고, 겨우 천여 명이 안 되는 병력만이 남았다. 위국은 이미 유명무실한 상태라 할 수 있었다.

소식이 진국 경내로 전해졌고, 온 나라가 크게 기뻐했다. 진국 황제 태숙웅은 전방에서 보내온 효기군의 깃발을 보고 크게 기뻐했다. 그는 문무백관 앞에서 조당 위에 깃발을 걸어 놓았다. 제국이 멸망하기 전에 그는 계속 이렇게 깃발을 걸어 놓아 제국에게 모욕을 줄 작정이었다. 또 황제는 삼도파의 참전 장병들에게 큰 상을 내렸다.

다만 고품은 삼도파의 전투에 만족하지 못했다. 어렵게 만들어 낸 유리한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이다. 고품은 최소한 제군을 십만 명은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호연무한은 과연 평생을 전장에서 보낸 노장이었다. 경험이 매우 풍부했다. 그는 패배하는 상황에서도 손실이 커지는 것을 늦지 않게 막아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고품은 정말로 그 기회에 적군의 뒤를 추격했을 수도 있었다!

전투에서 패배했다는 소식이 제국에 전해진 후, 제국의 인심이 흉흉해졌다. 호연무한조차 패배했다고? 호연무한의 아들이 전사했다고? 제국이 과연 진국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까?

제국 황제 호운도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패장 호연무한이 죄를 청하는 상소에 그저 승패는 병가지상사라고 답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시기에 호연무한을 벌할 수는 없었다. 더욱이 그보다 뛰어난 사람을 찾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호운도는 예전에 호연무한에게 철수를 재촉한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진국이 다시 대군을 집결해 제국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접한 조당은 호운도에게 큰 압박을 가했다. 신하들의 의견이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진국이 제국으로 당장이라도 밀고 들어오려는 상황이었다. 반면 호연무한은 위국 쪽에서 고품과 오랫동안 대치만 하고 있지 않은가? 승리할 수 없다면, 당연히 병력을 돌려 제국에 대한 진국의 공세를 막아야 할 터였다.

조정 신하들과 그들 집안 사람들의 생명이 모두 제국 경내에 있었다. 그들의 집안이 망할 수도 있다는 위협에 조정의 신하들이 모두 손을 잡았다. 그런 압박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호연무한은 손에 대군을 쥐고 있었다. 문제가 생겨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손에 병력이 없어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사람들은 나중에 어쩐단 말인가?

일단 상황이 일정 수준까지 악화한다면, 호연무한은 대국을 위해서 수많은 사람의 생사를 도외시할 수 있었다. 그때가 되면 다들 호연무한에게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호연무한을 어쩔 수 없으니, 호연무한이 구해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만약 구해주지 않는다 해도, 그를 어쩔 수 없었다.

당연히 아직 호연무한에게 압박을 가할 수 있을 때, 그를 움직여야 했다. 그렇게 제국은 호연무한에게 빨리 철수하기를 종용했다.

조당의 사람들이 연합해서 압박을 가하니, 일단 후방의 군량 공급에서부터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고, 호연무한은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또 제국 삼대 문파의 이익은 모두 제국 경내에 있었다. 그 또한 그에게 큰 압박이었다.

호운도는 호연무한에게 압박을 가하고, 철수하라고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제국 경내에서 진국의 공세를 버틸 준비를 해야 했다…….

아무리 특별대우가 없다 해도, 호연보는 다른 장병들과 다른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모든 것을 제외한다 해도, 과거 제국을 위해 수많은 공을 세운 것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의 시신은 그 멀리서부터 수행자를 통해 제경으로 운반되어 후하게 장례가 치러졌다.

경성에 있던 호연위는 큰형의 죽음에 죽을 둥 살 둥 울부짖었다. 그는 황제에게 전장에 가서 큰형의 복수를 하겠다며 허락을 구했다.

하지만 황제는 허락하지 않았고, 신하들도 동의하지 않았다. 일부 사람들에게 호연위는 그저 허당에 불과했다. 형님들을 따라 반란군을 진압하는 것이야, 형님들을 따라 놀러 갔다고 여기면 그만이었다. 설마 호연위가 정말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여긴단 말인가? 직접 군대를 이끌고 고품과 일전을 벌이겠다니, 농담도 그런 농담이 없었다.

문무백관들이 호연 가를 찾아 향을 피웠다. 제국 황제 호운도조차 직접 친림했을 정도였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제국에게는 좋지 않은 순간이었다. 호연 부자의 패배가 두꺼운 먹구름이 되어 제국의 하늘을 뒤덮는 것 같았다. 제국 홍등가의 벌이도 시원치 않을 정도였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수가 급감했다.

수많은 사람이 그럴 기분이 아니었고, 놀고 싶은 사람들도 자중해야 했다. 제국이 패배했다. 이런 시기에 주지육림에 빠져 먹고 마시며 노는 것이 좋아 보이겠는가?

소위 ‘몽산명, 제무한’이라 불리던 자였다. 그러한 호연무한이 패배했다.

각국의 사람들은 삼도파 전투의 상세한 상황을 밀정을 통해 획득해 분석하려 했다. 이는 몹시 중요한 일이 되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한 전투였는가. 당연히 구체적인 상황을 숨길 수 없었다.

* * *

남주 자사부, 영무당 내부,

상조종은 지도에 있는 삼도파의 지형을 한참 동안 노려보고 있었다.

륜의에 앉은 몽산명은 삼도파 전투의 상세 정보를 아주 자세하게 살펴보더니 한참이 지나 손에 든 것을 내려놓고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전투는 지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상조종도 마찬가지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호연무한이 무슨 생각으로 그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좁은 지대에, 산지인 곳에서 기병으로 강공을 하다니요. 설사 자신이 있다 해도, 너무 위험했습니다!”

몽산명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고품 때문에 더는 버티지 못한 것입니다. 어찌 보면 제국 조정 때문에 조급해진 것이기도 하지요.”

상조종이 가르침을 청하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제군이 병력을 모아 위국에 진입했습니다. 특히 호연무한이 군대를 이끌고 수많은 병력을 이끌고 있으니, 제국은 그에게 너무 큰 기대를 품었습니다. 지금 그는 어떠한 전과도 얻지 못하고 진군에게 패배해 제국으로 철수했습니다. 이건 호연무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또 진군이 위국을 멸망시키다시피 했습니다. 이것이 제국의 장병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겠습니까. 제국은 진국과 싸워야 합니다. 만약 제국의 장병들에게 목숨 걸고 싸우고자 하는 각오가 없다면 어찌 이기겠습니까?”

“한마디로, 유리한 철수 시기가 오기 전까지, 호연무한은 쉽게 철수할 수 없었습니다. 만약 제가 호연무한의 자리에 있었다면, 서쪽에 있는 진군이 제국 경내로 밀고 들어온 후, 후퇴할 수밖에 없는 변명이 생긴 후에야 철수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싸움에서 패배했다는 꼬리표를 달고 돌아가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하지만 제국의 주력 병력이 외국에서 돌아오지 않고, 진군이 계속 제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제국 조당에서 어떤 반응이 나왔을지 한번 상상해 보시겠습니까?”

상조종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들은 분명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걱정할 것이고, 뭐가 어쨌든 호연무한에게 한시라도 빨리 철수하라고 재촉했을 것입니다. 제국 조당에서 진국이 대군을 집결해 제국으로 밀고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분명 호연무한에게 철수를 종용하는 압박을 가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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