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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547화 (643/1,000)

1547화. 태학도독(太學都督)

무력 535년,

진국이 위국을 멸망시켰다. 위국이 빠르게 무너졌다!

이로써 위국은 진국에 편입되었다. 진국은 한편으로 제국과의 전쟁을 준비하며, 한편으로는 손에 넣은 위국의 곡창지대를 관리했다.

진국은 빠르게 ‘곡창’을 공고히 해, 전후 손실을 회복해야 했다. 진국 황제 태숙웅은 수많은 관리를 위국으로 파견했다. 이때, 태숙웅은 과거 소평파가 진국에서 데려왔던 그 학생들을 기억해냈다. 이들 대부분은 태숙웅의 명령에 따라 지명되었고, 대부분이 위국 쪽으로 파견되었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쓸모가 있는 사람은 모두 등용되었다.

물론, 태숙웅은 소평파의 공로를 치하한 후, 그를 요직에 중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소평파는 공은 인정했지만, 임용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평파가 거절하고, 조당의 신하들이 그에 동의하자, 태숙웅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이로 인해 조당의 신하들은 소평파가 정말로 권력을 탐하지 않게 되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에 소평파는 많은 사람의 호감을 살 수 있었고, 결국 그들은 소평파에 대해 마음을 놓게 되었다.

그 때문에, 각지로 파견 나간 소평파의 학생들은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었다. 평소 교분을 이어가는 소평파의 체면을 봐서 대신들은 소평파 학생들의 편의를 봐주었다. 학생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소평파가 직접 대신들을 찾아가 부탁을 하면 대부분 일이 쉽게 풀렸다.

태숙웅은 그 때문에 크게 분노했다. 그는 소평파의 능력을 높게 평가했지만, 소평파는 뭔가를 하려 하지 않으니, 그야말로 답답한 일이었다.

하지만 소평파는 정말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냉정을 되찾은 태숙웅은 ‘태학(太學)’이라는 것을 만들어 소평파를 태학도독(太學都督)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소평파에게 태학의 일을 기획하고 처리하게 했다.

이번에 소평파는 사양하지 않고 그 어명을 받았다.

다만 명을 받기까지에는 곡절이 있었다. 일단 손을 대지 않으면 모를까, 태학도독을 한다면, 종신직으로 하겠다고 한 것이다.

태숙웅은 소평파가 마음을 다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만약 정말 소평파의 힘이 필요하다면 다른 직책을 겸직하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에 대해서 다른 신하들은 그저 좋아했다. 소평파가 선생이라는 직책에 만족하다니 반가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토록 한가한 자리에서, 그것도 종신직으로 하기를 원하다니, 다른 신하들도 당연히 이견 없이 모두 찬성했다.

그 일은 그렇게 결정되었다. 소평파는 그렇게 진국의 종신 태학도독이 되었다.

드디어 소평파도 할 일이 생겼다. 그는 여기저기에서 각자 장기를 가진 선생들을 끌어모았다. 그는 조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태학에 온 힘을 다했다.

* * *

남주, 밀실 내부.

수련 중에 방해받은 우유도는 손에 든 정보를 확인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왜 그리 조용히 있나 했더니, 다른 계획이 있었군. 정말로 인중지룡이라 할 만한 사람이야. 지금 시대에 사상을 초월하는 안목을 가지고 있어. 어쩌면 시대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생겨난 능력일 수도 있지.”

관방의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태학도독이라고 해봤자, 그저 학당에서 글을 가르치는 선생과 다를 것이 뭐야? 아무런 권력도 없으니, 도야가 말하는 것처럼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걸?”

우유도가 반문했다.

“홍랑에게 주목하라고 했던 그 학생들의 능력이 어떠한 것 같아?”

“나쁘지 않았어. 대부분은 이미 태숙웅의 눈에 띄어서 위국 각지로 부임했어.”

“그럴 줄 알았어. 이미 태숙웅의 주목을 불러일으켰군. 아마 이번 태학이 그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겠지. 다른 나라들은 반복해서 전란을 겪으며, 그 누구도 주목하지 못한 일이었어. 태숙웅이 왜 갑자기 국가의 힘으로 태학이라는 것을 만드나 했더니, 배후에 소평파가 있었던 거야.”

“진국 조당에서 단 한 사람도 반대하지 않고, 다들 흡족해했다니. 정말로 단 한 사람도 소평파의 원대한 계획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지.”

“소평파는 북주에서 이미 태학에 대한 어떤 경험을 했어. 태학이라는 것이 가진 힘을 알아본 것이지. 그는 이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아마 금방 태학을 정상화할 것이야. 조금만 기다려봐, 멀지 않았어. 소평파가 쓸만한 사람들을 선발하고, 나중에 태숙웅이 지방 관리를 임명할 때 태학의 학생들을 주로 들어 쓰기 시작하면, 조정의 대신들도 아마 자기 아들들을 태학 안으로 들여보내려고 하겠지.”

“그러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집안의 자식들이 소평파의 학생이 되었으니, 그들의 학업과 앞길이 소평파의 손에 쥐어진 것이야. 누군들 소평파에게 공손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누가 그를 쉽게 건들 수 있겠어?”

“지금은 전시야. 적의 땅을 빼앗은 후니, 대량의 인재가 필요한 시점이지. 관리들이 빠르게 물갈이될 것이야. 또 지금 천하에 인재가 부족하니, 조금이라도 능력이 있다면, 쉽게 등용이 될 거야. 과거 송국이 나조를 대도독에 임명할 때 그 나이가 얼마였지? 진국이 땅을 차지하기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을 때, 소평파는 열심히 씨앗을 심고 있군.”

“이렇듯 광범위하게 씨앗을 심는다면, 그중에 하나는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야. 많은 시간이 흘러 조당의 대신들이 새로운 세대로 교체된다면, 어는 파벌이든, 대부분은 모두 소평파의 학생일 거야. 지방 관리조차도 마찬가지지, 그 결과가 어떨까?”

“진국이 차지한 천하의 땅이 많을수록, 소평파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지. 이것이야말로 싸우지 않고 사람을 굴복시키는 병법이라 할 수 있어.”

“생각해 보면 참으로 우습군, 가무군의 계획이 소평파를 이처럼 벼랑으로 몰아붙일 줄 몰랐어. 다만 소평파는 어떤 상황에서도 길을 만들어 내는 놈이군.”

관방의는 그에 대해서 별 감흥이 없었다. 그저 혀를 두 번 차고는 말했다.

“다른 사람은 전혀 모르는 일을 도야는 한 번에 알아보다니, 역시 도야가 더 대단하다니까.”

그녀는 한껏 놀리는 말투로 말했다.

“하아!”

우유도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관방의에게 알려줄 수 없는 일도 있었다. 사실, 우유도에게 만약 다른 시대의 경험이 없었다면, 그 또한 소평파가 무엇을 하는지 정말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 * *

위국이 멸망했고, 이에 후진은 조급해졌다. 비록 국내에서 한번 수확을 할 수 있었지만, 이미 악순환에 빠졌기 때문에 들어오는 곡식보다 필요한 곡식이 더 많았다.

후진국은 배후에 있는 한국과 연국이라는 굶주린 늑대의 두 눈에서 소름 끼치는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옥창은 다시 마장안을 죽였다.

마장안은 전정앙의 전철을 밟았다. 나조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후진국의 대사마가 되었다. 그는 부대를 정비하고, 전쟁을 계속 이어갔다.

한편, 능소각의 장문인 관극태는 얼굴을 한껏 굳히고 있었다. 풍관아가 찾아와 능소각에게 나조를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전쟁을 위해서 후진은 연달아 두 명의 사령관을 죽였다. 나조가 그 자리를 이어받고도 서병관을 점령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에 풍관아는 나조의 안전이 걱정되어 능소각을 찾아와 애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관아야,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것이냐? 그건 후진의 일이다. 그리고 나조는 이미 너를 내쳤다. 그 일이 너와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네가 감히 끼어들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관극태는 소매를 한번 털고는 풍관아를 무시했다. 그녀는 침울한 얼굴로 그곳을 떠나갔다.

능소각을 떠난 그녀는 후진으로 향하고자 했다가, 중간에 능소각의 사람들에게 다시 잡혀 왔다.

사실 능소각은 그녀의 생사를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어쨌든 전임 장문인의 손녀였다. 그러니 만약 잡스러운 일에 관여했다가 다른 세력에게 잡히기라도 하면 능소각이 곤란해질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능소각은 그녀를 송국 경성에 연금했다.

* * *

밀실 내부,

우유도의 손에 원강이 남긴 서신이 들려 있었고, 우유도의 얼굴은 한껏 굳어 있었다.

원강이 떠났다. 서신은 풍관아가 연금당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송경으로 향한다는 내용이었다. 원강은 우유도가 막을 것을 알기 때문에 몰래 떠났다.

한 마리 날짐승을 타고 떠났다. 서신도 원강이 떠난 후에 하루가 지나서 발견한 것이었다. 원강은 누구의 허락도 없이 이곳을 드나들 수 있었으니, 언제든 자기가 원하는 때에 서신이 발견되게끔 조정할 수 있었다. 지금 와서 따라잡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우유도는 과거 단호에게 풍관아와 관련된 소식을 원강에게 보여주기 전에 자신에게 가져오라고 당부한 바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유도는 공식적으로 죽은 상태였다. 단호는 그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방심한 덕분에 우유도는 원강을 미처 저지할 수 없었다.

지금 원강이 떠난 의도는 아주 간단했다. 과거 자신이 잘못된 짓을 했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풍관아가 지금 같은 처지에 처한 것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우유도를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원강이 서신에서 자신이 알아서 할 테니 우유도보고 신경 쓰지 말라고 한 것이었다.

원강은 지금 우유도가 숨어지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사소한 단서도 위험할 수 있었다.

“못난 놈, 여자를 위해 목숨을 버리려 하다니!”

우유도는 탁자를 ‘탁’치며 분노를 토해냈다. 우유도를 화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원강은 그중에 한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었다.

원강의 어리석은 고집이 튀어나올 때마다 우유도는 두손 두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

관방의가 옆에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여자를 위하는 것이 어때서? 원숭이야말로 진정한 남자지, 여자를 지킬 줄 모르는 남자가 남자냐? 다른 건 모르겠지만, 이 부분은 나도 원숭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어.”

“지켜? 그놈이 무슨 재주로 지켜? 홍랑은 뻔뻔하게 지금 그런 말이 나와?”

우유도가 홍랑에게 삿대질을 하며 분노했다.

“도대체 뭐 하는 거야? 떠나고 하루가 지나서 발견하다니?”

관방의가 마찬가지로 노려보며 말했다.

“그놈 다리가 그놈 몸에 달려 있는데, 내가 그것까지 어떻게 관리해? 도야도 알고 있지만, 원숭이가 언제 내 말을 듣기라도 했어? 게다가, 맨날 나보고 수련하라고 잔소리를 하니, 나도 틀어박혀서 수련을 하고 있었잖아. 언제 떠났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원숭이가 도야까지 속였는데, 떠나기 전에 나를 찾아와서 작별인사라도 하길 바라는 거야?”

너무 화난 우유도는 오히려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봐, 홍랑. 내가 수련하라고 잔소리를 했다고? 나 대신 수련이라도 하고 있다는 거야 뭐야? 수련하기 싫으면 하지 마. 그리고 그 과일 다시 돌려줘, 다른 사람 줘버리게!”

“아니야!”

관방의가 즉시 빙그레 웃으며 우유도의 손을 내리눌렀다.

“이것 봐, 왜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 이미 일이 발생했으니, 차분하게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 봐야지. 걱정하지 마. 서신을 발견하고, 바로 송경에 있는 오량산의 사람들에게 감시하라고 연락을 취했어.”

“오량산이 감시하는 게 개뿔 무슨 소용이 있어!”

“뭘 그리 걱정하는 거야. 송경에 도야 사람이 또 있잖아? 가무군에게 소식을 전하면 그만 아니야. 승상부의 권력이라면, 송경에 무슨 일이 생기든 다 처리할 수 있을 거야.”

“가무군이 원숭이 때문에 나설 수 있다고 보는 거야? 가무군이 남주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온 천하에 알리지 못해 안달인거야?”

“아니면 내가 직접 다녀올까?”

우유도가 한참을 서성이더니 갑자기 손을 들며 말했다.

“됐어! 죽고 싶다니, 죽으라고 해.”

관방의가 깜짝 놀라 말했다.

“정말 원숭이 일을 이대로 내버려 두려고?”

우유도가 반문했다.

“태생적으로 나무를 타고자 하는 원숭이를 막을 수 있겠어? 죽일까, 아니면 쇠사슬로 묶어 놓을까?”

관방의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조심스럽게 떠보았다.

“정말 내버려 둬?”

우유도가 잠시 침묵하더니, 곧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아마 별일 없을 거야. 원숭이는 표면적으로는 왕야의 사람이야. 정말 무슨 일이 있어도, 송국 쪽은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못하겠지. 원숭이도 송국과 별 원한이 없고 말이야. 오량산에게 잘 감시하다가, 이상이 있으면 즉시 보고하라고 해.”

“쳇! 입은 칼인데, 속은 두부라니까.”

관방의는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뒤돌아 그곳을 빠져나갔다.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군!”

우유도는 허리를 흔들며 밀실에서 걸어나가는 관방의의 뒷모습을 보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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