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군-1548화 (644/1,000)

1548화. 아수라장

송국 경성. 고즈넉한 장원 밖,

삼후도를 등에 짊어진 원강이 대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의 성격처럼, 원강은 망설임 없이 풍관아가 연금된 곳에 나타난 것이다.

“누구냐!”

입구를 지키는 두 병사가 그 앞을 막아섰고, 문 뒤에 즉시 능소각의 복식을 한 수행자가 어슬렁거리며 문밖을 바라보았다.

원강은 차분히 손을 들어 문 뒤에 있는 수행자를 가리키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 이리 와 보시오!”

수행자가 멈칫하더니, 천천히 걸어와 입구에 서서 원강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당연히 이런 곳에서 소란을 일으킬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봐, 빨간 얼굴, 날 불렀소?”

“풍관아를 찾아왔소. 옛친구가 찾아왔다고 안에 기별을 넣어주시오.”

그 수행자는 화가 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다만 눈앞에 있는 사람의 기세가 보통이 아니라서 다시 물었다.

“그녀의 옛 친구가 한두 명이겠소. 아무나 들여보낼 수 없으니, 어디서 온 누군지는 알려줘야 하지 않겠소?”

“연국 남주, 초려산장, 원강! 만약 나를 들여 보내주지 않으면 그 일을 공개할 것이라고 그녀에게 알려주시오!”

“당신이 바로 그 우유도의 수하 원강이오?”

수행자는 퍽 의외라는 듯 말했다.

“그렇소!”

수행자가 신기해하며 말했다.

“당신이 풍관아를 어찌 아는 것이오?”

“이건 그대와 상관없는 일이오. 어서 기별을 넣어 주시오.”

그 수행자는 원강을 잠깐 훑어보더니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수행자가 다시 입구에 나타나 말했다.

“들여보내라!”

입구의 병사들이 원강을 들여보냈다. 원강이 장원에 들어왔을 때, 사람들이 원강에게 검사를 요구했다. 수행자들은 그를 검사한 후에 말했다.

“수행자가 아니오?”

“그렇소!”

수행자는 내심 수행자도 아니면서 그렇게 삿대질을 했냐며 어이없어했다.

그는 우유도의 수하 중에 원강이라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구체적인 것은 알지 못했다. 당연히 그가 수행자가 아니라는 것도 몰랐다.

“따라오시오.”

그렇게 수행자는 원강을 데리고 후원으로 향했다.

후원의 정자 내부.

풍관아는 여전했다. 여전히 단아하고 우아했으며, 마치 꽃과 옥처럼 아름다웠다. 그녀는 그곳에 서서 원강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원강을 만난 풍관아의 뇌리에 당시의 순간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조금 부끄러움을 참기 힘들었다. 원래라면 별로 만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방이 공개한다고 협박을 해서 만날 수밖에 없었다.

일남일녀는 그렇게 만나 서로를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 오히려 원강을 안내한 수행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그 칼을 풀어놓으시오.”

원강이 수행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칼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었다. 그때, 풍관아가 나섰다.

“사형, 괜찮아요.”

그리고 손을 들어, 대화를 나누기 위해 자리를 잠시 비켜달라고 부탁했다.

“음, 그럼 조심해.”

수행자는 원강을 한 번 더 살펴본 후에 멀리 떨어져서 정자를 지켜보았다. 주위에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풍관아가 물었다.

“왜 찾아왔죠?”

“연금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저들이 왜 당신을 연금한 것이오?”

“당신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에요. 그것 때문이라면 돌아가세요. 우리 사이에 할 말은 없어요.”

원강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나와 갑시다. 내가 당신을 여기서 벗어나게 해주겠소.”

과거의 인연을 이어가고자 하는 것인가? 풍관아는 창피하고 분한 얼굴로 말했다.

“당신과 전 더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그러니 떠나주세요. 떠나지 않으면 사람을 불러 강제로 떠나게 하겠어요.”

“곤란한 문제가 있다면 내게 말하시오. 내가 해결해 주겠소.”

“그럴 필요 없어요. 제 일이니, 제가….”

풍관아는 중간에 멈칫하더니 뭔가가 생각이 난 듯 물었다.

“지금 후진국의 권력을 잡은 옥창이 우유도와 나쁘지 않은 관계였다고 알고 있어요. 그 말이 맞나요?”

“특별한 관계는 아니었소. 그저 서로 이용했을 뿐이지. 어째, 당신이 연금된 것이 옥창과 연관이 있는 것이오? 만약 그렇다면, 내가 해결해 주겠소.”

“아니에요!”

풍관아는 정자를 걸어 나와 잠시 주변을 걸었다. 이때, 원강이 일어나 그녀 주변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그녀는 기억 속에 있던 그 익숙한 체취를 맡을 수 있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머릿속의 잡념을 몰아내며 말했다.

“후진국의 두 상장군이 서병관을 뚫지 못해 연달아 살해당했어요. 이제 나조에게 그곳을 공격하라고 명령했지요. 지금 그쪽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가 두 상장군의 전철을 밟을까 봐 걱정돼요. 정말 그렇다면, 혹시 옥창을 찾아가 나조를 살려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까요?”

“나조와 당신은 더는 부부가 아니라고 알고 있소. 그런데 어째서 그리 걱정하는 것이오?”

풍관아가 이를 악물었다.

“제가 잘못했으니까요. 제가 그에게 잘못했어요. 그 사람에게 빚진 거예요. 만약 그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면, 저는 반드시 그를 한번 도와줘야 해요.”

“미안하오. 이번 일은 후진의 생사존망이 달린 일이오. 그러니 옥창은 내 말을 듣지 않을 것이오. 도와줄 수 없어 미안하오.”

그의 말에 풍관아가 굳은 얼굴로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가 이번 난관을 지나갈 수 있게끔, 무사히 지나갈 수만 있게끔 도와주신다면, 당신과 같이 떠나겠어요.”

원강이 침묵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도와주겠소. 나와 갑시다.”

“지금 말이에요?”

풍관아가 멈칫했다. 원강이 이렇게 직설적일 줄은 몰랐다.

“문제가 있소?”

“저들은 절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 설마 절 데리고 여길 뚫고 나가려는 건가요? 당신 혼자의 힘으로, 이곳 경성을 뚫고 나가고, 송국을 뚫고 나갈 수 있나요? 게다가 지금 가는 건 말이 안 돼요. 일단 일이 성사되면, 당신이 약속을 지키면, 그때 당신을 따라가는 것이 맞는 것이지요.”

원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소식을 기다리시오.”

그리고는 그대로 떠나려 했다.

이렇게 깔끔하게? 풍관아는 멈칫하더니 다급히 원강을 다시 불러 세웠다.

“잠깐.”

원강이 멈춰 서서 뒤돌아보더니 물었다.

“또 다른 일이 있으시오?”

풍관아가 다소 망설이더니 말했다.

“내가 거짓말을 할까 봐 걱정되지 않나요?”

“걱정하지 않소. 이건 내가 당신에게 빚진 것이오. 나는 이번에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러 온 것이오.”

풍관아는 자신도 알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그녀는 상대방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저들은 절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 만약 저들 때문에 제가 여길 떠나지 못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라고 할 수 없어요.”

“일이 끝났을 때, 여기 남을 것이오, 아니면 나와 갈 것이오?”

풍관아는 원강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말했다.

“전 반드시 나조를 위해 이번 난관을 해결해야 해요. 그래야 당신과 같이 떠날 수 있어요.”

“알겠소. 그러면 안심하고 기다리시오. 일을 마친 후, 당신을 데려갈 수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오. 당신은 아무런 위험 없이 이곳을 벗어날 것이오. 내 소식을 기다리시오.”

그리고는 그곳을 떠났다.

풍관아는 조용히 떠나가는 원강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 *

하루가 지나, 원강이 다시 남주로 돌아왔다. 그는 우유도 앞에 섰다.

우유도는 서탁에 앉아 손에 든 물건을 살피며 원강을 무시하고 있었다. 관방의 또한 옆에서 부채질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었다. 원강이 말했다.

“도야, 도와주세요.”

우유도가 코웃음을 치며 손에 든 물건을 살피며 괴상한 말투로 말했다.

“원숭이, 대원(大猿)께서 하고 싶으면 그냥 하시지, 왜 내 도움이 필요하실까? 그런 장난은 하지도 마, 감히 감당하기 어렵군!”

“풍관아를 데리고 송국을 뚫고 나올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러면 그녀가 위험해질 수 있어요. 그녀가 잘못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그녀를 그곳에서 꺼내주세요.”

“뭐라고 나불대는 거야? 그게 무슨 헛소리야?”

우유도가 고개를 들어 원강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지금 능소각에 의해 연금당했어요. 그녀를 데리고 나오고 싶어요.”

“무슨 쓸모가 있길래, 능소각에서 그녀를 연금한단 말이야?”

“모르겠어요.”

우유도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모른다고? 만났잖아?”

“물었는데, 대답하지 않았어요.”

“…….”

우유도가 멍청한 얼굴로 말했다.

“거기 가서 뭘 한 거야? 아무것도 모르고, 그녀가 무슨 일에 얽혀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녀를 거기서 꺼내 달라고 부탁하는 거야? 평소 너의 일 처리 방식이 아닌걸?”

“그녀는 달라요. 그녀가 말하지 않으면, 제가 강요할 수 없어요.”

관방의는 옆에서 끅끅거리며 웃음을 참았다. 우유도는 답답한 마음에 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이야. 그녀를 데리고 나와서 뭘 어쩌려고? 그녀가 자신을 꺼내달라던가?”

“그걸 원한다고 했어요. 그러니 그녀를 꺼내와야 해요. 하지만 그 전에 나조에 대한 빚을 다 갚아야 한다고 했어요. 나조의 일은 제가 가서 처리할게요. 그녀가 안전하게 나올 수 있도록 부탁드릴게요.”

그렇게 말을 마친 원강은 허리를 깊숙이 숙인 후,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 마치 우유도가 반드시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나조? 머리에 물이라도 찬 거야?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나조의 일을 네가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거기 서, 당장 돌아와!”

우유도는 손에 든 물건은 집어 던지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원강은 우유도를 등진 채로 멈춰 섰다. 관방의는 두 눈을 반짝이며 원강의 등을 바라보았다.

탕탕탕!

우유도가 탁자를 강하게 후려치며 말했다.

“당장 돌아오라는 말 안 들려? 귀먹은 거야?”

우유도를 등지고 있던 원강이 뒤돌아 우유도 앞으로 돌아오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우뚝 섰다.

“풍관아를 찾아간다더니, 갑자기 나조가 왜 튀어나오는 거야. 대체 나조의 무슨 일을 처리하겠다는 거야?”

원강이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그 일은 제가 처리할 거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게 지금 무슨 말버릇이야!”

우유도가 분노하며 말했다.

“묻는 말에 대답해!”

원강이 다시 한참 침묵하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

“후진이 서병관을 공략하지 못해서 전정앙와 마장안의 목이 연달아 잘려나갔어요. 풍관아는 나조가 서병관에 출전했다가 같은 처지가 될까 봐 걱정하고 있어요. 제가 나조를 도와 이번 일을 해결하면, 풍관아가 저와 같이 떠나겠다고 약속했어요.”

우유도는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미쳤어? 그녀가 자신의 남편을 걱정하는데, 네가 왜 끼어드는 거야?”

“그 둘은 이미 헤어졌어요. 풍관아는 다만 나조에게 미안한 마음에 이번 어려움을 넘기도록 돕고 싶은 것뿐이에요. 그녀의 잘못은 저 때문이에요. 나조가 그녀를 내치고 후진으로 간 것에는 저도 책임이 있어요.”

거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관방의는 다소 민망해했다. 그녀가 약을 탔기 때문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