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0화. 독한 놈
원강은 뒤돌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갈황을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화미여를 바라보고 말했다.
“갈황을 남겨서 뭐 하려고 그러십니까?”
화미여가 크게 진노했다.
“표묘각이 하는 일을 네게 보고라도 해야 한단 말이냐?”
사실 그녀 자신도 갈황을 어디에 쓸 건지 몰랐다. 그러니 돌아가서 여무쌍에게 물어보지 않는 이상, 당연히 답을 줄 수 없었다. 다만 그녀가 여무쌍에게 그 이유를 물어볼 리 없었다. 이런 사소한 일을 돌아가 물을 정도로 뻔뻔하지 못했다.
“감히 어찌 그러겠습니까! 다만 이 갈황은 제 것이 아니니, 원하시면 알아서 하십시오.”
눈치 없는 놈은 많이 보았지만, 해도 해도 이렇게 눈치 없는 놈은 처음이었다. 화미여의 두 눈이 천천히 부릅떠졌다. 그야말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런데도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녀는 분노가 가득 담긴 어투로 말했다.
“남기라면 남겨야 할 것이다!”
“저는 갈황을 전진하게만 할 수 있을 뿐, 이곳에 남기는 법을 알지 못합니다.”
화미여가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표묘각의 법지에 대항하고자 하는 것이냐?”
상대방이 만약 정말로 그런 의도라면, 화미여는 손을 쓸 수 있는 명분이 있었다. 원강이 다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옥창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다들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 옥창이 다시 원강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빨리 명을 받으시게!”
이런 식으로 반복해서 설득하고 싶지 않았지만, 원강 때문에 불똥이 튈까 봐 너무 두려웠다!
“감히 어찌 그러겠습니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후, 사람들은 드디어 안도할 수 있었다. 곧 원강이 사람들에게 말했다.
“다들 갈황에서 내려가시오.”
옥창 등 사람들은 즉시 양쪽으로 날아올라 다른 사갈 위에 내려섰다. 나조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갈황에서 내려갔다.
결국, 그 위에서 화미여와 원강만이 대치하는 꼴이 되었다. 화미여는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이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질러야, 상대방이 억지로 명을 받아들였다. 그러더니 급기야 이제는 자신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지 않은가.
다만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고, 여무쌍의 명령을 완수해야 했으니, 원강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분노를 꾹 참은 채 냉소를 지은 그녀는 그대로 소매를 펄럭이며 날아올라 옆에 내려섰다.
원강은 몸을 돌려 갈황의 머리 부위로 걸어가더니 원강의 명령에 따라 전진하는 갈황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갈황을 보며 후회하고 있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갈황을 불러낸 것이 실수였다. 원강의 얼굴이 굳어졌다.
결국, 어떠한 결정을 내린 원강이 갑자기 양팔을 벌리고 감정이 듬뿍 담긴 고함을 내질렀다.
“아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전진하던 갈황이, 그 거대한 몸을 천천히 아래로 숙였다. 곧이어 그 거대한 머리를 모래 사이로 처박았다. 그 순간 거대한 충격파로 인해 모래가 사방으로 솟아올랐고,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주변을 휩쓸었다. 그 순간 팔다리를 빠르게 놀리던 갈황이 그대로 모래 속으로 파고들어 가버렸다.
주위 사갈 위에 있던 사람들은 신속하게 법력으로 자신들을 덮쳐오는 모래 파도를 막아냈다.
뒤에서 따라오던 사갈들은 즉시 그곳을 빙 둘러 계속해서 전진했다.
갈황과 같이 지면을 파고들던 원강은 즉시 뛰어올라 모래 위에 내려섰다. 양쪽으로 사삭거리며 사갈의 대군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갈황이 신속하게 땅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볼록 튀어나왔던 모래 언덕도 천천히 낮아지더니, 결국에는 어떠한 움직임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오직 원강만이 하반신을 모래 속에 파묻고 있을 뿐이었다.
다른 사갈에 타고 멀어지던 옥창 일행이 즉시 날아올라 되돌아 왔다. 그 안에는 화미여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원강 주위에 내려서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주위의 사갈들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는 사갈 위에 장병들은 중간에 땅에 내려선 일행을 돌아볼 뿐이었다.
사갈이 움직이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 수없이 많은 사갈의 대군이 곧 모두 주위를 스쳐 지나갔고, 세상이 다시 조용해졌다.
화미여는 뒤돌아 하반신이 모래 속에 파묻혀 있는 원강을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갈황을 다시 불러내라. 나머지는 너희 알아서 하고, 군대와 같이 꺼지거라.”
옥창이 다급히 다가와, 원강의 팔을 잡고 모래 안에서 그를 끄집어냈다. 원강은 양팔을 벌리고 크게 울부짖었다.
“아아……! 아…….”
사람들이 원강을 바라보았다. 원강이 한참 동안 울어대는 것을 들으며 발아래 모래와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어떠한 움직임도 느낄 수 없었다.
옥창은 그 전에 원강이 사갈을 부를 때는 그런 목소리가 아니었던 것 같다면서 내심 중얼거렸다. 그런 생각이 들자, 옥창은 가슴이 철렁했다. 곧 얼굴이 까맣게 죽어갔다. 그러면서, 제발 원강이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는 것이 아니길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죽을 수도 있단 말이다!
그렇게 계속해서 울던 원강이 갑자기 소리를 멈추고 화미여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물었다.
“갈황은 어디 있느냐?”
“사라졌습니다.”
“…….”
화미여는 입을 멍하니 벌리고, 멍청한 얼굴을 했다.
사라졌다고? 방금 사라졌다고 한 거야? 누굴 속이려고? 옥창 등 다른 사람들은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원강이 한참 동안 고함을 지르더니, 이런 황당한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옥창은 원강이 미웠다. 방금 좋은 마음으로 그를 모래 속에서 끄집어내 놓았더니 이런 말을 해? 이럴 줄 알았다면, 그냥 그대로 묻어버렸어야 했다!
화미여는 곧 수치와 분노로 범벅이 된 얼굴로 원강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지금 당장 갈황을 불러와라, 명령이다!”
공중에 있던 여무쌍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래에서 한참이 지났는데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이제는 마치 말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드디어 참지 못한 그녀가 속세에 내려섰다.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사뿐하게 모래 언덕에 내려선 그녀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냐?”
화미여는 즉시 포권을 하고는 좌우를 향해 호통쳤다.
“무쌍성존이시다. 빨리 예를 갖추어라!”
과연 여무쌍이 맞았다! 옥창 등 사람들은 크게 떨리는 마음으로 포권을 하며 허리를 깊이 숙였다.
“성존을 뵙습니다!”
어떤 사람은 원강이라는 멍청한 놈 때문에 여무쌍을 직접 볼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허리를 깊게 숙인 옥창은 원강의 움직임을 힐끗 바라보았다. 포기했다. 독하구나!
옥창은 오늘 진정 독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놈은 건드려서는 안 되는 놈이었다. 만약 오늘 살아난다면, 옥창은 영원히 원강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독한 놈!
원강은 옆에서 그냥 뻣뻣하게 서 있었다. 나중에 여무쌍과 두 눈이 마주치고 나서야 얼굴을 굳히고는, 포권을 하며 허리를 숙였다.
화미여가 갑자기 원강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부님, 원강이 법지를 따르지 않습니다. 갈황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처럼 간덩이가 부은 사람이 있다고? 여무쌍은 다소 의외라는 듯이 원강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째서 내놓지 않는 것이냐?”
원강은 허리를 펴고 대답했다.
“내놓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불러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게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 여무쌍이 잠시 멈칫했다. 방금 갈황이 모래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사갈의 대군이 지나가도록 잠시 길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불러내지 못하다니.
다른 사람도 처음에는 그저 나중에 다시 불러내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을 뿐, 원강이 항명하는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사부님, 변명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명령에 따를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여무쌍은 당연히 자신의 제자를 신뢰했다. 그 전에 시간을 질질 끄는 것부터 이상했었다. 이제 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녀는 참으로 의외라고 생각했다. 이놈이 이처럼 겁을 모르다니? 여무쌍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째서 불러내지 못하는 것이냐?”
“처음 후진군을 운반할 당시, 갈황을 불러내려 했습니다. 하지만 줄곧 불러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오늘 아침에는 갈황을 불러낼 수 있었습니다. 저도 그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전 최선을 다해 갈황을 멈추고, 갈황을 조종하려 시도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갈황은 제 말을 듣지 않고 갑자기 모래 속으로 숨어들었습니다. 어쩌면 갈황이 보통 사갈과 다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원강이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누가 그러던가. 거짓말도 때와 시간을 가릴 뿐이었다.
물론, 원강이 보기에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충직하게 갈황과의 의리를 지키고자 함이었다.
옥창 등 사람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원강의 말을 들으니,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가 없어졌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전에는 갈황을 한 번도 보지 못하다가, 오늘 아침에서야 볼 수 있었다. 정말 자신들이 오해한 것이란 말인가?
그걸 말이라고! 갈황은 당연히 보통 사갈과 다르지!
여무쌍의 두 눈이 차가워졌다. 그녀는 더는 그런 쓸데없는 이유를 들으려 하지 않고 화미여에게 물었다.
“갈황을 남기라고 전했더냐?”
“전했습니다. 반복해서 갈황을 남기라고 했음에도, 저자는 시간을 끌 뿐이었습니다.”
여무쌍이 다시 원강을 빤히 바라보며 직설적으로 물었다.
“네가 갈황을 도망치게 했느냐?”
그 한마디에 옥창 등 사람들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아닙니다. 다만 뒤에 오는 장병들이 다칠까 봐 일단 갈황을 모래 속으로 들어가게 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올 줄 몰랐습니다.”
“본존은 이유가 궁금한 것이 아니다. 오직 결과만을 원한다. 지금 당장 갈황을 불러낸다면, 목숨을 살려주겠다!”
원강은 침묵했다. 화미여가 갑자기 호통쳤다.
“성존의 말씀을 듣지 못했느냐?”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방법이 없습니다.”
“죽기 싫다면,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전 당신의 상대가 아닙니다. 싸워서 이길 수 없으니, 당신의 말대로 되겠지요. 하지만 이 일은 다른 사람과 상관이 없고, 모든 잘못은 제게 있습니다.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하십시오!”
원강은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만약 죽음으로 이번 일을 끝낼 수 있다면 죽으면 그만이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옥창 등 다른 사람들은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여무쌍의 얼굴이 다소 볼만해졌다. 자신에게 이처럼 직설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마치 자신이 힘으로 다른 사람을 겁박하는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곧 가만히 생각해보니, 힘으로 겁박하는 게 맞았다.
“무엄하다!”
화미여가 크게 분노하며, 일장을 쏘아냈다. 원강에게 벌을 주기 위해서였다.
다만 원강의 반응도 매우 신속했다. 그대로 옆으로 뛰어 장력을 피해냈다. 화미여의 장력이 모래 언덕에 부딪혀 터져나갔다. 그때 원강은 이미 한쪽으로 굴러 일어서고 있었고, 구르는 가운데 칼을 뽑아 든 상태였다. 원강의 삼후도는 이미 화미여를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