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2화. 원래 그런 사람입니다
그렇게 끝없이 솟아오르는 원강을 향해 거룡은 멈추지 않고 계속 솟아올랐다. 그러더니 마침내 원강의 높이를 뛰어넘어, 다시 허공에서 방향을 틀더니 이번엔 모래 바닥으로 원강을 내려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여무쌍이 다시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놀랍게도 모래로 만들어진 거룡은 그 순간 부서지며 허공에서 흩어져 버렸다. 그렇게 원강은 거대한 모래가 마치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모래사막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쿵!
모래사막 위에 처박힌 원강은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여무쌍은 확인할 필요도 없다는 듯, 몸을 날리더니 하늘에 있는 날짐승 위에 내려앉았다.
화미여는 원강이 있던 곳을 한번 바라보고는 마찬가지로 날아올라 날짐승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를 죽이셨습니까?”
“가벼운 처벌을 내렸을 뿐이다. 남겨 놓으면 쓸모가 있을 것이니, 나중에 병력을 모두 운송하고 나면, 저자를 성경으로 데려오거라.”
“알겠습니다!”
화미여가 대답했다. 여무쌍은 모래에 묻힌 원강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인간계에 파리와 개같이 수치를 모르고 파렴치한 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구나.”
공중에 있는 날짐승이 멀어진 후,
옥창 등의 사람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원강이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원강의 위로 거대한 모래가 폭포수처럼 쏟아졌기에 지금 원강은 자그만 모래 언덕 아래 파묻힌 상태였다. 그들은 법력으로 열심히 구덩이를 팠다. 그때, 갑자기 땅속에서 양팔이 불쑥 튀어나오더니, 원강이 기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퉷!”
원강은 입안 가득한 모래를 뱉어냈다. 옥창이 다급히 물었다.
“원 형제, 괜찮은가?”
원강은 대답하지 않고 주위를 살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다만 방금 충격에 잠깐 기절했을 뿐이었다. 여무쌍이 생각한 ‘가벼운 처벌’은, 바로 원강에게 중상을 입히는 것이었다. 다만 여무쌍은 원강의 내구력을 너무 얕잡아 보았다.
“그만 보게, 이미 떠났네.”
계속해서 하늘을 노려보고 있는 원강을 보고 옥창이 한숨을 내쉬었다.
“동생, 성존께서 손속에 사정을 두신 걸 감사하게 생각하게나.”
옥창은 원강이 여무쌍의 일격을 맞고도 아무 일 없어 보이는 것이, 여무쌍이 손속에 사정을 두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이는 원강도 알고 있는 일이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옥창에게 물었다.
“내 도는 어디 있소?”
사람들이 좌우를 둘러 보았다. 저 멀리 떨어져 있었다. 다들 잊어버리고 있었다. 옥창이 사람을 시켜 도를 가져오게 했다.
사람들이 다시 원강을 바라보았다. 이들은 이번 일을 통해, 정말 원강에 대해 두손 들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으로 목숨을 구한 것을 보면, 목숨줄이 길다 할 수 있었다. 다들 여전히 떨리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지만, 바로 전까지만 해도 다들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곧 삼후도가 다시 원강의 손에 들어갔다. 이 도를 보자, 원강이 화미여를 두 쪽으로 갈라 버리려는 장면이 떠올랐는지 옥창이 한숨을 내쉬었다.
“동생, 자신의 생명을 버리며 겨우 미물에 불과한 갈황을 지키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인가?”
하지만 원강은 오히려 상대방의 조언이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
“바로 당신처럼 이기적인 사람이 많기 때문에, 저들이 이처럼 거리낌 없이 날뛰는 것이 아니오!”
옥창은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제자인 독고정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원 선생님. 해도 되는 말이 있고, 해선 안 되는 말이 있는 법입니다.”
조금 전, 원강이 자신의 사부를 소인배라고 욕했었다. 다만 여무쌍 앞이라 아무 말도 안 했을 뿐, 지금도 못 본 척 넘길 수 있을 리 없었다.
“내 말이 틀렸소? 만약 당신들의 이기심이 저들에게 이용당하지 않았다면, 저들이 어찌 지금처럼 전횡을 휘두르겠소?”
“제가 볼 때는 우유도도 그다지 고상한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가 저지른 추악한 일들이 적지 않습니다. 당신은 그런데도 그를 신뢰하고 아주 충직하게 그를 따랐지 않습니까?”
그가 원강을 비웃었다.
게다가 입으로 하진 않았지만, 나조의 마누라와 사통하기까지 했으면서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하냐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원강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 고상하진 않을 수 있지. 하지만 가진 힘이 큰 만큼 책임도 크다는 것을 아시는 분이었소. 당신들 같은 소인배들이 감히 비교할 수 있는 분인 줄 아시오?”
“당신….”
아무리 온화한 사람이라도 성깔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독고정이 다소 분노하며 한소리 하려고 했다.
“닥쳐라!”
그때 옥창이 손을 들어 저지하며 질책하는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저런 사람과 뭘 그리 쓸데없는 것을 가지고 싸우냐는 의미였다.
만약 과거였다면, 옥창은 참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원강과 지내보니, 원강이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방금 같은 일이 생겼으니 더욱 그러했다. 여무쌍 앞에서도 감히 도발을 하고, 여무쌍의 제자를 두 쪽으로 갈라 버리려고 했던 사람이다.
자기 생각에 옳다는 생각이 들면, 굽힐 줄을 몰랐고, 결과를 고민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미친놈이었다!
이런 사람과 다툴 이유가 무엇인가? 여무쌍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에게, 위협, 협박, 회유가 통하겠는가? 아마 온 표묘각의 사람들을 불러모아 원강을 포위한다 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들을 상대할 때 사용하는 방법들은 원강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러니 원강과 같은 사람을 진지하게 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이 없었다!
더욱이, 지금은 원강에게 부탁을 하는 입장이지 않은가. 아무튼, 옥창은 원강을 건드릴 수 없었다.
물론, 지금은 같은 편이고, 공중에 수시로 이상한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에 옥창은 혹시 원강이 쓸데없는 문제를 일으킬까 봐 두려워했다. 다들 이런 식의 두려움을 견디기 어려워했다. 옥창이 쓴웃음을 지으며 설득했다.
“동생, 성존께서 큰 아량을 베풀어 더는 동생을 문제 삼지 않으셨네. 하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 그러니 앞으로는 조심하게. 사람이라면 처신을 잘해야 하지 않겠는가. 내 충고를 잊지 마시게.”
원강은 옥창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알고 있었다. 염라대왕을 만나기는 쉽지만, 잡귀를 상대하는 건 어렵다는 말이 있다. 이번에 화미여와 원수가 되었으니, 언젠가는 자신에게 복수하려 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원강은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만약 신경 썼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행동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원강이 한마디 했다.
“진실한 사람이라면, 처신을 고민할 필요 없는 것이오!”
그리고는 그대로 그곳을 떠나 움직였다.
“…….”
옥창이 멈칫하고는 결국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날짐승을 데려오라며 손짓을 했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고 있을 때 독고정이 물었다.
“사부님, 여무쌍이 갈황을 왜 필요로 하는 것입니까?”
그 부분은 마침 옥창도 의문을 느끼는 부분이었다. 여무쌍의 눈에 든 생물이다.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옥창은 자신도 모르게 눈 앞에 펼쳐진 사막을 훑어보았다. 다만 그 이유를 옥창이라 해서 알 수 있겠는가? 그저 가볍게 고개를 저었을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날짐승이 날아와 일행을 데리고 이미 지나간 사갈의 군대를 따라 날아갔다.
사람들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나조가 자신의 곁으로 돌아온 효월각의 장로에게 물었다.
“장로님, 그들이 갈황을 데려갔습니까?”
장로가 코웃음을 치더니 말했다.
“데려가? 도망쳤네!”
“도망쳤다고?”
나조가 깜짝 놀랐다.
“당시 나타난 사람이 무쌍성존이라는 말을 다른 수행자들에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앞에서 도망칠 수 있었단 말입니까?”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하지, 하지만 저 원강이라는 놈의 머리에 문제가 있는지…….”
그는 사건이 어찌 진행되었는지 한번 말해 주고는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성존께서 더는 문제 삼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노부도 놀라 죽을 뻔했네!”
그저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나조조차 깜짝 놀라, 원강을 뒤돌아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아는지 모르지만, 나조는 냉정을 되찾은 후에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이제 그는 원강이 이번에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하고 그를 돕고 있는 것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바로 얼마 전에 진군의 암살 행동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테니, 계속해서 누군가 원강을 죽이기 위해 끊임없는 시도를 할 터였다.
그러니, 소식을 들은 나조는 원강이 어떤 사람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때, 장로가 뭔가 떠오른 듯, 당부의 말을 전했다.
“나 장군, 이 일은 그냥 듣고 잊어버리시오. 혹시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전했다가 무슨 문제가 생길 수도 있소.”
나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남주부성 밖, 산 중,
우유도가 다시 역용을 하고 사여래를 만나러 왔다.
“어찌한 일로 선생님께서 저를 직접 찾아오셨습니까?”
우유도가 웃으며 물었다. 사여래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원강이라는 자는 대체 어찌 된 사람인가?”
“원강?”
우유도가 멈칫했다.
“그는 제 형제와 다름없는 사람입니다. 설마 그것도 모르십니까?”
“내가 묻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네. 그가 후진군을 도와 무변사막을 건너는 일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얼마 전 일어난 일이 대체 어찌 된 일인지 묻고 있는 것이야.”
물론, 사여래가 직접 와서 질문하는 것만 보아도, 단순히 병력을 운송하는 일에 대해 물으러 온 게 아님을 대충 알 수 있었다. 다만 자신이 듣지 못한 또 다른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깨달은 우유도는 가슴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고는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그걸 지금 내게 묻는 것인가? 자네의 그 동생이 지금 성경에서 아주 이름을 날리고 있네. 감히 여무쌍 앞에서 그녀를 도발하고, 하마터면 그녀의 제자 화미여를 단칼에 두 쪽으로 갈라 버릴 뻔했네. 참으로 간덩이가 부은 사람이군!”
우유도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이상하군요. 어째서 제가 소문을 듣지 못했단 말입니까? 원강이 어쩌다가 여무쌍을 만났단 말입니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우유도가 소문을 듣지 못한 것은 정상이었다. 이런 일에 대해 옥창 등의 일행이 함부로 소문을 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 일행 중에 표묘각의 사람들이 숨어 있었고, 표묘각이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중원에서는 이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매우 적었지만, 표묘각과 성경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어찌 된 일인지는 나도 잘 모르네. 다만 여무쌍이 갈황을 눈여겨보았다고 하더군….”
사여래가 자신이 알고 있는 상황을 알려주었다.
우유도는 모든 이야기를 듣고, 눈을 부릅떴다. 그놈이 감히 여무쌍과 겨루었단 말인가? 나서지 않았다면 모를까, 일단 나서니 대놓고 드러내려고 안달이 난 모양이었다.
우유도가 쓰고 있는 가면 겉으로도 그가 긴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다만 원강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크게 분노한 우유도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래 그런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