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3화. 대단한 사람이야, 정말 대단해!
“원래 그런 사람이라니? 설마 알고 있었는가?”
사여래가 뒷짐을 지고는 추궁했다.
“미쳤는가? 그런 사람을 어찌 밖에 풀어 놓는단 말인가? 설마 사갈을 이용해 병력을 운송하면 성경의 관심을 끌 것을 몰랐단 말인가? 여무쌍뿐만 아니라, 내 사부를 포함해, 구성 모두 직접 그 무변사막을 거쳐 갔네. 다들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그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단 말이야. 자네 동생이 아주 성공적으로 구성의 이목을 모았어!”
“겨우 이목을 모은 것 때문에 이렇게 직접 찾아오신 겁니까?”
“잘 듣게. 구성끼리 이미 서로 합의를 보았네. 일단 병력을 모두 운송하면, 표묘각은 즉시 그자를 데려갈 것이네. 자네 동생을 성경으로 말일세! 이제 말해보게. 자네가 살아있는 것을 그가 알고 있는가?”
우유도가 굳은 얼굴로 천천히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사여래가 분노하며 말했다.
“알고 있다고? 인제 보니, 자네는 그자보다 더 미쳤군. 그런 사람을 밖으로 내보내 이런 일을 벌이게 하다니?”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설득했지만 막을 수 없었습니다. 제 말을 듣지 않으니 어쩌겠습니까? 여무쌍에게도 대드는 놈이 제 말을 귓등으로나 듣겠습니까? 만약 일이 이렇게 심각해질 줄 알았다면, 그때 그놈을 묶어놓았어야 했습니다!”
“지금 와서 묶어놓을 생각이 들었는가? 그전에는 뭐 했는가? 참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찌 이런 저급한 실수를 한단 말인가? 일단 그자가 입을 잘못 놀려, 자네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면, 어찌할 것인가? 그러니 그자가 아직 성경에 들어가기 전에, 자네는 그자를 죽여 입을 막을 방법을 생각해 보게!”
이것이 바로 사여래가 직접 우유도를 찾아온 이유였다.
“입을 막으라고요?”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 선생님은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이 세상 모두가 저를 배신한다 해도, 그는 저를 배신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말할 것도 없고, 그를 죽인다 해도, 그는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입니다.”
“확신할 수 있는가?”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확신은 개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제가 그를 모르겠습니까?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그의 성격은, 구성은 말할 것도 없고, 신선이 온다 해도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그 정도로 고집불통이 아니고서야, 눈치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감히 여무쌍과 대거리를 하겠습니까?”
그렇게 말하자 사여래가 침묵했다. 우유도의 말이 맞았다. 확실히, 그런 무모함은 퍽 이런 부분에는 쓸모가 있는 듯했다. 인제 보니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문제없으면 다행이군, 그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이니,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못할 것이야!”
우유도가 반문했다.
“만약 구성의 손에 떨어진다면, 괜찮겠습니까? 혹시 그를 구할 방법은 없습니까?”
“무슨 생각을 하는가? 구성이 직접 지목한 사람이네. 어떻게 구할지 자네가 내게 방법을 알려주게. 이런 일까지 그자의 엉덩이를 닦아줄 생각인가?”
“이 빌어먹을 자식!”
우유도가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으며, 뒷짐을 지고 서성였다. 화를 참기 어려웠다. 하지만 분노는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못했다. 지금 우유도는 구성 앞에서 그 일을 해결할 방법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 서성이던 우유도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사여래를 바라보며 물었다.
“성경 안에 소문을 내는 일은 어찌 되었습니까?”
“그 일은 조급할 수 없는 일이네. 반드시 조심스럽게 실수 없이 진행해야 하는 일이지. 그렇지 않고 아주 사소한 단서라도 남기게 된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 수도 있네.”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최대한 빠르게 소문을 내주십시오. 만약 구성 사이에 다툼이 생긴다면, 이런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은 이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우유도는 도저히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이미 구성의 이목을 끌었으니, 원강이 어디로 도망갈까?
숨는 것도 쉽지 않았다. 원강이 숨으면, 표묘각은 아마 그 즉시 초려산장으로 밀고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사여래는 우유도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죽으려는 미치광이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없었다. 반드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움직여야 했다.
사여래와 헤어진 후, 우유도가 초려별원으로 돌아왔다.
관방의는 우유도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무슨 일이 있다는 생각에 직접 우유도에게 차를 따라 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거야?”
“하! 하하! 하하하!!”
우유도는 광소를 내뱉더니 의자 옆에 있는 다탁을 천천히, 하지만 힘있게 내려쳤다.
쿵!
다탁이 삐끗거리며 그 다리가 조금 무너졌다.
“문제지, 그것도 아주 큰 문제! 원숭이 그놈 때문에 하마터면 들킬뻔했어. 원강 그놈이 여무쌍과 대거리를 했다더군….”
모든 이야기를 들은 관방의는 넋이 나간 얼굴을 했다.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한쪽에 서서 이를 듣고 있던 운희가 갑자기 한마디 했다.
“대담하고, 기개 있군. 감탄스러워. 대단한 사람이야. 정말 대단해!”
“감탄스럽다고요?”
우유도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만약 그토록 감탄스럽다면, 이참에 누님이 나서서 원강을 구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구성의 눈앞에 놓인 살코기를 빼앗으라니, 운희가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이 아니라면 그럴 수 없었다. 운희가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감탄스럽긴 해도 나도 그런 일은 두렵군. 만약 두렵지 않으면, 자네가 해보지그래?”
우유도가 코웃음을 한번 치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홧김에 내뱉은 말일 뿐, 정말 원강을 구하기 위해 운희를 보낸다면, 나중에 수없이 많은 사람이 운희를 구하기 위해 달려가야 할 수도 있었다.
또 그것이 지금 우유도가 고민하는 부분이었고, 화가 나는 부분이었다. 원강이 죽는 것을 지켜보고 싶지 않으면서도, 또 원강 때문에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구성의 세력은 너무나 방대했다. 그 위협이 너무 컸다. 지금 우유도는 구성에 대항할 아무런 힘도, 자격도 없었다.
구성은 직접 손을 쓸 필요도 없이 한마디 말이면, 눈에 보이는 우유도의 모든 세력을 와해시킬 수 있었다. 금주든, 광주든, 다들 조금의 망설임 없이 남주를 토벌하기 위해 일어설 것이었다. 그때 궁임책이 장악하고 있는 자금동이 감히 남주의 편을 들어줄 수 있겠는가?
사실 우유도는 운희가 감탄스럽다고 한 것이 전혀 다른 의미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원강이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의 담력이 감탄스럽다고 한 것이었다.
사실, 운희와 관방의는 확실히 원강의 담력이 감탄스러웠다. 그녀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담력이었다.
특히 관방의는 원강이 초려산장 안에서 제멋대로 구는 것이 눈꼴시렷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영웅본색’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원강은 집안에서만 제멋대로 구는 것이 아니었다!
곧 성경에 붙잡혀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두 사람은 원강의 안전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지금 우유도는 정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설사 구할 수 있어도, 감히 구하기 어려운 것이다!
“단호 일당을 잘 감시해. 혹시 소식을 들은 후에 쓸데없는 짓을 벌일 수도 있으니.”
우유도가 갑자기 말했다. 단호 일행이 혹시 원강을 구하기 위해 움직일까 봐 걱정된 것이다.
근주자적, 근묵자흑이라는 옛말이 있다. 단호 일행은 원강을 오랫동안 따랐다. 그러니 어느 정도 은연중에 원강에게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우유도는 이미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어째서 반대로 단호 일행이 원강에게 영향을 주지는 못한 것일까? 원강과 두 세계에서 형제로 지낸 우유도가 원강을 어찌 모르겠는가. 원강에게는 독특한 부분이 있었다. 그건 그 누구도 그를 물들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두 세계에서 원강은 충실히 우유도를 따랐지만, 원강은 우유도에 의해서 물들지 않았다. 그러니 단호 일행 정도로 원강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리 없었다.
원강이 어떤 사람인가? 머리가 잘리고, 피가 강을 이룰지언정, 그에게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틀린 것은 틀린 것이다!
지금까지 무슨 일이든, 원강이 생각하기에 우유도가 틀렸다면, 원강은 결단코 그 결정에 대항했다. 우유도 또한 원강이 생각하기에 틀린 일은 무슨 방법을 써도 행하게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원강과 같은 사람이 곁에 있었기 때문에, 곁에 그런 사람이 줄곧 존재했기 때문에, 우유도 또한 도움을 받았다. 우유도는 원강 덕분에 지금까지 수많은 은원과 시시비비, 또 이익과 유혹 앞에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곁에 거울이 있어 시종일관 자신을 비추고 있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는 우유도조차 은연중에 스며들듯이 원강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원강에게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우유도는 전생에서 평가를 내린 적이 있었다.
정정당당,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기개, 호연이라 불리는 것, 혹은 절개라고 불리는 것. 어쩌면 그것이 바로 호연정기(浩然正氣)였다. 이 덕분에 진흙탕에 굴러도 더러워지지 않고, 어떠한 사악함도 틈타지 못하니, 겨우 일개 악인에게 마음이 영향을 받겠는가? 그런 악인들에게는 오히려 공포를 불러오는 것이 바로 원강이었다.
“음, 알겠어.”
관방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 일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만약 단호 일행이 정말 뭔가를 하려 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었다.
방을 나선 관방의는 복도가 갈라지는 곳에서 잠시 멈칫하더니 원래 가려던 곳과는 다른 곳을 향해 움직였다. 관방의가 향한 곳은 풍관아가 있는 곳이었다.
정자에 앉아 온갖 상상을 하던 풍관아는 관방의가 오는 것을 보고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그는 괜찮나요?”
“하아!”
관방의가 한숨을 내쉬었다.
“진국에서 원강을 죽이기 위해 고수들을 파견했다고 해요. 다만 성공하지는 못했더군요. 하지만 그 후에 만나면 안 되는 사람을 만났어요. 이제 표묘각이 그를 잡아들이려고 해요. 후진군의 병력 운송이 끝나면, 후진군의 병력이 무변사막을 다 건너면, 아마도 표묘각에 잡혀갈 것 같아요. 그 후에는 진국이나 다른 세력이 원강에게 손을 쓸 것도 없을 거예요. 그는 아마 그 난관을 이겨내기 힘들겠지요. 살아서 돌아오기 어려울 거예요.”
“사실 당신도 알고 있겠지요. 나조가 송국을 떠난 진정한 원인은 나조 자신이 오공령에게 굴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지, 원강 때문이 아니에요. 하아, 이번엔 당신이 그를 죽음으로 몰았군요. 여인의 관점에서 양심에 손을 얹고 말하자면, 이번이 지나면, 그는 이제 정말 당신에게 빚진 것이 없을 거예요.”
풍관아는 고민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어찌 그럴 수가 있나요. 그를 구할 방법이 정말 없나요?”
관방의가 반문했다.
“표묘각이 손을 쓰기 시작했어요. 당신이라면 그를 구할 수 있나요?”
풍관아가 이를 악물고 침묵했다. 그녀의 안색이 매우 복잡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