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4화. 참으로 괴짜로군!
총 네 번을 오갔다. 후진군의 사막 횡단이 드디어 끝났다.
마지막 병력까지 모두 도착했다. 사갈이 물러난 사막의 경계에는 기다리는 사람, 마중하는 사람, 도착한 병력, 후진국의 사람, 제국의 사람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가운데 옥창은 다급히 대오를 벗어나 저 앞쪽에 일렬로 서서 기다리고 있는 표묘각의 사람들을 향해 갔다.
옥창이 그들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표묘각의 각주 곽공의 부관 악광명(岳光明)이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찾아왔다.
원강도 그 모습을 보았다. 비록 표묘각의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옥창이 그들 앞에서 크게 예의를 차리며 문답을 주고받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고개를 돌려 원강을 바라보며, 남몰래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탄식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마음으로 이를 지켜보았다.
잠시 후, 옥창이 빠르게 원강에게 다가와 다소 민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원 형제….”
눈앞에 있는 원강 같은 사람에게 뭐라고 입을 열어야 할지 순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때 원강이 말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모두 했으니, 이만 가보겠소!”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돌리려 했다. 원강도 자신의 처지가 위험함을 알고 있어 사막으로 들어가려 했다.
“원 형제!”
옥창이 소리 지르며 손짓했다.
휙! 곧 수많은 효월각의 수행자들이 날아와 원강의 앞을 막아서고는 원강이 떠나지 못하도록 호시탐탐 노려보았다.
원강이 천천히 뒤돌아섰다.
“옥창. 이게 뭐 하는 것이오?”
옥창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동생, 우리도 어쩔 수 없어서 이러는 것이니, 양해 부탁하네.”
아직 이곳에 도착하기 한나절 전, 옥창은 표묘각의 사람들이 도착해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표묘각에서는 원강을 데려가기 위해 찾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옥창에게 원강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지켜보라며, 반드시 원강을 순조롭게 표묘각에 넘기라는 당부를 받았다.
표묘각에서는 전쟁에 개입하지 않기 위해, 병력 운송이 끝날 때까지 간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즉, 나름 호의를 베풀어준 것이니, 효월각에게 주제를 알고 협조하라고 전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옥창은 이미 한나절 전에 원강이 이곳에 오면 어떤 일이 있을지 알고 있었지만, 이 사실을 숨겼다.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원강이 함정에 빠지는 것을 그냥 지켜만 보았으니, 옥창도 공범이라 할 수 있었다.
원강이 옥창을 도왔으나, 옥창은 보답은 고사하고, 원강을 함정에 빠트리는 데 협조했다. 덕분에 옥창은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원강을 보면서 일종의 부끄러움을 느낄 지경이었다.
옥창이 손을 뻗어 표묘각의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분은 표묘각의 각주 부관인 악광명 선생님이시네. 자네를 보고자 하시는군.”
“안 가면 어찌 되오?”
옥창이 한숨을 내쉬었다.
“동생, 우릴 더는 난처하게 만들지 말아 주게. 우리도 자네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네. 다만 그렇다고 우리 발목을 잡지는 말아야 하지 않는가! 우리도 이러고 싶지 않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토사구팽하고 싶지도 않고 말이네. 자네에게 불리한 일을 하는 우리도 참으로 난처하네. 양쪽 모두에게 원망을 듣지 않겠는가.”
“정말이네, 우릴 더는 난처하게 만들지 말아 주게. 오늘 우릴 도와주면, 우리 효월각이 나중에 그 누굴 건드려도 원 형제는 건들지 않을 것이라고 효월각의 형제들 앞에서 이 옥창이 맹세하겠네!”
효월각의 인원들이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강이 반문했다.
“소인배! 당신 같은 소인배에게 맹세라는 말이 어울리기는 하오?”
“하하하….”
옥창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보통 사람이 옥창 앞에서 이런 말을 했다면, 옥창은 분명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원강 앞에서는 그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맞네, 동생 앞에서 난 소인배가 맞아. 소인배라고 하세나! 하지만 자네도 알아야 할 것은 도망치지 못하리라는 것일세. 설사 우리가 여기서 자네를 놓아준다 한들, 자네가 어찌 표묘각 사람들로부터 도망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정말 미안하네만, 이왕 잡혀 들어갈 거면 우릴 곤란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자네가 지금 도망친다면, 우리 후진이 큰 곤란을 겪게 될 것일세. 자네가 열심히 우리를 도와 병력을 옮겨준 게 아무 쓸모도 없게 돼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네! 그러니, 원 형제의 성격으로 굳이 다른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어야 하겠는가? 풍관아를 돕겠다고 승낙했는데, 나조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은가? 그러니 이리로 가세!”
옥창이 포권을 하며 부탁했다.
일찍이, 원강이 풍관아의 부탁을 받아서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옥창은 의심을 품었다. 정말 그 부탁을 위해서 이런 위험을 감수했다는 말을 믿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백이면 백, 풍관아의 부탁을 받은 것이 맞을 것이다.
원강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나조를 바라보았다. 나조도 원강을 보고 있었다.
나조의 시선을 처음으로 피한 원강은 옥창을 향해 걸어가더니 그대로 옥창을 한쪽으로 밀어 버리고 표묘각의 사람들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야말로 옥창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그런 원강의 무례에 옥창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이미 익숙했기 때문에, 딱히 기분 나빠하지도 않았다. 그저 원강의 뒤를 따라 걸어갈 뿐이었다.
다가오는 붉은 얼굴을 보고 악광명은 반복해서 훑어보았다. 신기해하는 모습이었다. 이놈이 여무쌍의 면전에서 화미여를 한칼에 베어버리려 했단 말인가? 그것도 여무쌍이 손을 쓰고서야 화미여는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원강은 그 앞까지 다가와 담담히 말했다.
“갑시다!”
악광명이 옆을 보며 말했다.
“제압해라!”
즉시 두 사람이 다가와 원강의 양팔을 붙잡아 제압하려 했다. 그런데 이때, 원강은 좌우를 보더니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좌우로 한방씩 날렸다.
퍽퍽 소리가 울렸다. 흉맹한 공격이었다. 좌우에 있는 사람은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복부에 한방씩 얻어맞고는 뒤로 날아가 땅에 쓰러져 피를 토했다.
원강의 그런 행동에 표묘각의 사람들은 대경실색하며 즉시 원강을 경계하며 호시탐탐 노려보았다.
악광명은 원강이 제압당하는 것을 거절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지 그 즉시 호통쳤다.
“무엄하다!”
옥창 등 사람들도 깜짝 놀라 심장이 두근거렸다. 미친놈. 과연 미친놈이었다. 이 미친놈이 또 문제를 일으키는구나!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표묘각의 사람들을 공격하다니!
원강 때문에 이미 수차례 가슴이 철렁했던 사람들은 정말 원강에게 두손 두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 오늘이 지나고 만약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이 미친놈과 최대한 멀리 떨어지리라 다짐했다.
표묘각의 사람들이 공격당했다. 옥창 등 사람들은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 원강을 포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원강은 싸늘한 눈으로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마지막에 악광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들을 따라가겠다고 말했으니, 당연히 따라갈 것이오. 나는 잘못한 것이 없소. 죄인이 아니오. 만약 누군가 다시 날 건들려 한다면…. 나는 여기서 죽을때까지 싸울 것이오!”
그리고는 삼후도를 꺼내 손에 들었다.
옥창은 말문이 막혔다. 겨우 그것 때문에? 이놈은 정말로 불합리한 일을 용납하지 못하는구나. 더군다나, 표묘각의 사람들에게 조금의 좋은 감정도 없어 보였다.
악광명은 얼굴을 굳혔다. 한 번의 칼질로 금단기 절정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다. 또 화미여를 한칼에 죽일 뻔했다가 여무쌍이 손을 써서 목숨을 건졌다고 했다. 정말 손을 쓴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다. 그는 그 후의 일을 고려해야 했다.
또, 만약 정말 싸움이 일어난다면, 원강이 목숨을 도외시하고 싸우다가, 정말 원강을 죽게 한다면, 그는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게 된다. 구성이 원하는 사람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인간계를 관장하고 있는 표묘각 각주의 부관이 직접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두 눈을 번득인 그가 좌우를 향해 무기를 내려놓으라 손짓했다. 그리고 원강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가지! 고분고분해야 할 것이다.”
표묘각의 사람들이 무기를 내려놓는 것을 보고, 옥창도 자신 쪽 사람들에게 무기를 내려놓으라 손짓했다.
결국, 원강의 삼후도도 다시 등으로 돌아갔다. 악광명이 뒤돌았고, 원강은 그와 같이 발걸음을 옮겼다.
원강에게 얻어맞은 두 사람도 일어났고, 표묘각 인원들은 두 줄로 늘어서 중앙에 원강을 두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이때, 나조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배웅하던 옥창 등 일행이 뒤돌아보았다. 악광명 등 사람들도 돌아보았고, 그 사이에 있던 원강도 그를 돌아보았다.
악광명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오늘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다들 감히 표묘각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인가. 이건 표묘각이 법도 때문에 전쟁을 수행하는 장수를 건들지 못할 것이라고 얕보는 것인가?
옥창 등 사람들은 다들 긴장하기 시작했고, 옥창이 가장 먼저 손을 뻗어 나조를 막아서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 하는 것이오? 돌아가시오!”
나조가 걸음을 멈추고 멀리 떨어져 있는 원강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당신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소. 하지만 내가 보기에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군. 만약 다음에 그녀를 볼 수 있다면, 그녀에게 더는 내게 빚진 것이 없다는 말을 전해주시오! 다리와 도로는 각기 그 책임자의 소관이 다르듯, 앞으로 서로 상관하지 말자고 말이오!”
원강이 침묵했다. 상대방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그가 말하는 ‘그녀’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고 있었다. 원강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다시 몸을 돌렸다.
몇 마리 거대 날짐승이 날아왔고, 표묘각의 사람들이 날아올라 날짐승에 올라탔다. 원강도 뛰어올랐다. 다만 법력을 이용하지 않고 그대로 날짐승에 올라탄 덕분에 날짐승은 한순간 휘청거렸고, 하마터면 균형을 잃을 뻔했다. 다른 날짐승에 타고 있던 악광명이 뒤돌아 그를 바라보았다.
곁에 있는 한 사람이 그에게 조용히 물었다.
“저자가 우리 쪽 사람을 공격했습니다. 그냥 이대로 없었던 일로 한단 말입니까?”
“일단 저자를 데리고 간 후에 결정할 일이다.”
여섯 마리 날짐승과 악광명이 오직 원강을 데려가기 위해 찾아왔다. 이번 일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날짐승이 검은 점이 되어 사라진 후 옥창이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성격을 가지고 아직 살아있을 수 있다니, 참으로 괴짜로군!”
* * *
이곳이 도야가 왔었던 성경인가?
원강은 파동치는 빛무리를 지나 도착한 곳의 아름다운 운해를 둘러 보았다.
악광명은 원강을 천도봉으로 데려가지 않고, 바로 성경으로 데려갔다.
일행은 성경에 들어가서 바로 수결산장의 날짐승을 징용해 문천성으로 원강을 데려갔다….
문천성 내부의 광장,
일단의 수행자들이 모여있었다. 몇 마리 날짐승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고, 능소각의 장로 전태봉이 깜짝 놀라 말했다.
“내가 잘못 본 것인가? 저자가 어찌 여기에 있단 말인가?”
사람들이 뒤돌아보니, 자금동의 장로 엄입이 아연실색하며 말했다.
“원강! 저자가 어찌 여기에?”
엄입과 전태봉은 둘 다 원강을 알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요?”
기운종의 장로 태숙산해가 물었다. 전태봉이 말했다.
“저 붉은 얼굴은 바로 우유도의 심복인 원강이오.”
태숙산해가 멈칫했다.
“들어보았소. 수행자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그가 어찌 여기 있단 말이오?”
사람들은 모두 의문을 표했다. 전태봉이 나서며 말했다.
“갑시다. 가서 어찌 된 상황인지 알아봅시다.”
그를 선두로 여덟 문파의 사람들이 즉시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