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7화. 죽어도 굴복하지 않겠다
화미여는 여무쌍의 눈빛을 읽어냈다. 여무쌍은 화미여가 고의로 원강을 학대한 것은 아닌지 의심한 것이었다.
어째서 금제가 효과가 있는 것이지? 화미여는 믿을 수 없었다. 이곳에 오는 길에 온갖 방법을 다 사용해 보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녀는 무릎을 굽혀 원강의 몸에 손을 대고 법력으로 살펴보았다. 금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수차례 반복해서 살펴본 후, 미련 가득한 모습으로 원강의 몸에서 손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하며 말했다.
“역시 사부님의 법력은 참으로 정묘합니다. 제자가 감히 따르기 어렵습니다.”
여무쌍이 담담히 말했다.
“나는 단지 평범한 방법으로 점혈했을 뿐이다. 네가 말하는 것처럼 대단한 수법을 사용한 것이 아니다.”
“그것이….”
화미여는 다급한 마음에 귀까지 빨개졌다. 그리고는 황망한 마음에 급히 변명했다.
“사부님, 정말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어찌 사부님께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만약 믿지 못하시겠다면 다른 사람에게….”
“그만!”
여무쌍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풀어 주어라. 이 상태로는 대화를 나눌 수가 없구나.”
“알겠습니다!”
화미여는 황급하고 답답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여무쌍의 제지에 감히 더는 변명을 입에 담지 못하고, 고분고분 명령에 따라, 사람들에게 원강을 풀어주라고 손짓했다.
일렬로 서서 대기하던 사람들이 앞으로 나와 각자의 법력을 이용해 자신의 ‘천잠비류’를 회수했다.
그렇게 댕기가 마치 구름처럼 흐르는 물길처럼 각자 주인의 소매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속박에서 풀린 원강은 여전히 조용히 바닥에 누워있었다.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대화를 들려주고 싶지 않았던 여무쌍이 말했다.
“너희는 모두 물러가거라.”
그렇게 모든 사람이 물러났을 때, 여무쌍이 바닥에 있는 원강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날 줄 몰랐더냐?”
원강은 침묵했다.
“아혈을 짚지 않았으니 벙어리인 척 연기할 필요 없다.”
여무쌍이 원강을 일으켜 세우라고 손짓했다.
화미여는 명령에 따라 원강의 어깨를 붙잡아 그를 일으켜 세웠다. 또 원강의 키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든 화미여는 오금을 발로 차서, 원강은 여무쌍 앞에 무릎을 꿇리고자 했다.
그때, 원강의 두 눈이 차갑게 빛났고, 돌연 깊은숨을 들이쉬더니, 가슴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그와 동시에 두두둑! 하며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속사포처럼 ‘폭폭’하는 소리가 원강의 체내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여무쌍이 놀란 얼굴을 했다. 방금 소리가 난 부위가 바로 자신이 금제를 가한 혈도가 있는 위치였다.
화미여는 더욱더 놀랐다. 그녀는 자신의 손목에서 이미 뼈가 뒤틀리는 것 같은 격통을 느끼고 있었다. 원강의 어깨를 붙잡고 있던 손이 이미 원강에게 붙잡힌 것이었다.
수행자의 법력 금제든, 범인의 혈육을 상대하기 위한 혈도 금제든 간에, 원강의 육신에게는 모두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런 것은 원강이 원해야만 금제가 효과를 보이는 것이었고, 만약 원강이 원하지 않으면, 혈도를 봉하는 방법은 그에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설사 금제를 당했다고 해도, 원강이 원하기만 하면, 그 체내에 있는 혈기를 사용해 상리를 벗어나는 방식으로 금제를 해제해 버릴 수 있었다.
원강에게 그 원인을 알려준 사람은 없었다. 어찌 된 일인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므로 원강도 답을 알지 못했다.
화미여는 대경실색했다. 아직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이미 그녀를 끌어당기는 강대한 힘에 끌려갔고, 곧 눈앞에 분노한 원강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녀가 그 얼굴을 보고 크게 긴장했을 때 원강은 이미 곰처럼 화미여를 꽉 끌어안고 있었다.
화미여는 있는 힘껏 법력을 사용해 발버둥 쳤음에도 원강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힘이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그처럼 난리를 피워 놓고도, 아직 이런 힘이 남아 있다니. 마치 온몸에서 끊이지 않는 힘이 샘솟는 것 같았다.
쾅!
화미여는 모든 힘을 동원해 원강의 가슴을 후려쳐 그 힘으로 벗어나고자 했다.
원래 부상을 입었던 원강은 다시 강한 충격에 ‘컥’하고 피를 한 사발 토해냈다.
하지만 그렇게 입으로 피를 토하면서도 원강은 화미여를 껴안고 놓아주려 하지 않았고, 화미여의 일장은 원강을 날려버리지 못했다.
화미여의 싸움 실력은 아마도 원강보다 훨씬 뛰어날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서로 꽉 들러붙은 채 몸싸움을 벌이는 와중에는 그걸로 우세를 점하기는 어려웠다. 마치 과거에 원강의 칼질에 손해를 보았던 그 순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 기회를 노린 건 원강도 마찬가지였다. 원강은 자신이 상대방을 이길 수 없음을 알고, 제압당한 척하며, 기습할 기회를 노린 것이었다.
지금 상대방을 죽어라 껴안는 방식을 사용한 이유는 바로, 화미여가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는 것임과 동시에, 부족한 자신의 실력으로 화미여와 대등하게 싸우고자 함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큰 상처를 입어도, 그 자신이 아무리 많은 피를 토해내도, 원강은 화미여를 절대 놓아주지 않고, 그 자세 그대로 자신의 머리를 화미여의 머리를 향해 내질렀다. 이처럼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싸움법은 상대방을 죽일 수만 있다면, 자신 또한 죽어도 좋다는 동귀어진의 싸움법이었다!
퍽! 강대한 타격이 화미여가 법력으로 두르고 있던 내공 강기를 깨버렸다. 그렇게 원강의 머리가 화미여의 몸을 두르고 있던 강기를 박살 내고 그녀의 머리에 부딪혔다.
화미여의 얼굴에서 피가 튀어 올랐다. 이는 원강의 얼굴에 묻어 있던 피이기도 했고, 원강의 타격에 의해 그녀가 코와 입에서 뿜어낸, 그녀의 피이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의 피와 원강의 피가 뒤섞여 허공으로 흩뿌려졌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원강을 저지하던 그녀의 손이 조금씩 기운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이는 원강의 육체가 화미여의 육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했기 때문이었다.
원강에게 박치기를 당한 화미여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머릿속에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두 눈은 이미 뒤집히고 있었다. 다만 그녀의 살고자 하는 무의식이 법력을 이용해 계속 저항할 뿐이었다.
그나마 그녀의 법력이 원강의 박치기 힘을 어느 정도 줄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화미여의 머리는 이미 박살이 났을 것이다.
다급한 가운데 원강은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 번에 죽이지 못한 것을 보고 눈을 번쩍 뜨고는 즉시 두 번째 공격을 가할 준비를 했다.
원강은 화미여의 머리가 뒤로 젖혀진 것을 보고는 핏물 가득한 입을 크게 벌려, 가장 약하고, 가장 치명적으로 보이는 곳을 물었다. 마치 야수와 같이 물어 버렸다. 그곳은 화미여의 목젖이었다.
이런 미친 야수 같은 남자를 처음으로 만난 여무쌍은 깜짝 놀라 넋을 잃고 있었다. 천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여성의 두려움이 순간 발동한 것이다.
하지만 금세 정신을 차린 여무쌍은 빠르게 손을 써서 원강의 어깨를 붙잡고 강대한 법력의 충격을 만들어 냈다.
그렇게 원강에 의해 하마터면 목젖이 철저하게 뜯겨 나갈뻔한 그 순간, 꽉 껴안고 있던 두 사람이 반대쪽으로 튕겨 나갔다.
다만 원강은 여무쌍에 의해 붙들려 있었기 때문에 화미여만 멀리 날아갔다.
바닥에 내려선 화미여는 비틀거렸고, 뒷걸음질치며 원강의 박치기에 멍해진 머리를 강하게 흔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원강의 피와 그녀와 피가 뒤섞인 채, 피범벅이 되어있었다.
양손은 하마터면 뜯겨 나갈 뻔한 목젖 부위를 누르고 있었지만, 흐르는 피를 모두 막아내지는 못했다. 다급히 법력으로 상처를 돌보고 있는 그녀의 두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그는 두려운 눈으로 원강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제 감히 더는 원강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방금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그것도 물려 죽을 뻔했다!
원강은 양팔이 튕겨 나갔음에도 다시 한번 힘을 이용해 여무쌍의 어깨를 한 손으로 붙잡고는 온몸을 비틀거리며 다른 한 손으로 그녀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으악!”
여무쌍은 화미여의 상처가 어떠한지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자신의 눈앞에서 이놈이 자신의 제자를 죽였다면, 자신의 체면이 어찌 되겠는가.
그런데 죽고 싶어 환장한 이놈은 분수를 모르고 계속 날뛰는 것이 아닌가. 반면에 여무쌍은 목숨을 건 원강의 힘을 간과했다. 적당한 법력을 이용해서 원강을 붙들려고 했지만, 원강을 묶어두지 못했다.
이에 순간 분노한 여무쌍은 요동치는 법력을 그대로 원강에게 쏘아 보내 그를 날려 버렸다. 그렇게 날아간 원강은 대전 안의 큰 동화로와 부딪쳐 화로를 엎으며 날아갔다. 얼마나 강하게 부딪혔는지, 그 두꺼운 동화로가 움푹 들어갈 정도였다. 무거운 화로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대전 바닥에 깔린 옥석이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콜록…. 컥….”
한참을 그렇게 굴러간 원강이 바닥에 엎드려 선혈을 연신 토해냈다. 그러면서 손에 움켜쥐고 있는 소맷자락을 보여주며 선혈이 가득 묻은 얼굴로 흉악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옆에 쓰러져 있는 화로를 짚고는 비틀거리며 천천히 일어났다.
여무쌍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소매를 바라보았다. 한쪽 팔을 감싸고 있던 옷이 원강에 의해 완전히 찢어져 있었다. 백옥처럼 하얀 여무쌍의 피부가 밖으로 내비치고 있었다.
수행계의 수많은 절정 고수들과 손속을 겨뤘지만 지금껏 이런 일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 눈앞의 미친놈 때문에 아주 낭패한 처지가 되었고, 여무쌍은 놀랍고 화가 났다.
그녀가 팔을 휘두르자, 대전 안에 걸려 있던 비단이 날아와 그녀의 상반신을 둘렀다.
그리고 다른 손을 앞으로 내밀어 허공을 움켜쥐자, 원강이 날아와 그녀의 손아귀에 목이 잡혔다.
원강은 움직일 수 없는 그 상황에서도, 피가 섞인 침을 여무쌍의 얼굴에 뱉으려 했다. 하지만 부상이 너무 심각한 나머지 침을 뱉는 힘도 부족해 뱉는 소리만 들릴 뿐, 침은 입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뱉어내지 못한 것이다.
여무쌍은 원강의 목을 틀어쥐고 가장 먼저 그의 상세를 살폈다.
방금 한순간의 분노로 힘을 너무 과하게 쓴 나머지 원강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그녀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지 못했다. 그러니 원강은 아직 죽을 수 없었다.
하지만 원강의 몸을 살펴본 결과 놀랍게도, 비록 원강의 부상이 심각하긴 하지만, 수없이 많은 부위의 뼈가 부러지고, 오장육부가 상처를 입었지만, 여전히 체내에 내상의 영향을 받지 않은 왕성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육신이 이렇게 강건해질 수 있단 말인가? 여무쌍의 두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버틸 수 있다니, 죽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여무쌍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손을 뒤집어 납환을 손에 넣은 그녀는 납환을 깨뜨려 안에서 나온 단약을 원강의 입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입을 살짝 벌린 원강은 혀를 가볍게 세우고는 피를 머금은 천제단을 뱉어냈다. 그리고는 같잖다는 눈빛으로 여무쌍을 바라보았다.
천제단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여무쌍은 그런 원강을 멍청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죽어도 그녀에게 구함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 아닌가. 이토록 그녀를 싫어하다니, 이로써 죽을때까지 그녀에게 대항하겠다는 태도를 확실히 했다!
어쩌다가 이런 괴짜를 주워왔단 말인가. 여무쌍은 형용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저 높은 곳에 있던 우월감과 강대한 경지와 실력이, 한순간 아무런 가치도 없어지는 것 같았다. 이런 사람 앞에서 그녀는 상대방의 입을 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과연 얻을 수 있을지 확신을 할 수 없었다.
분노한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바닥에 떨어진 천제단이 다시 날아왔다. 여무쌍은 원강의 입에 강제로 천제단을 밀어 넣고는 법력으로 복부까지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원강을 멀리 던져 버렸다.
바닥에 떨어져 두 바퀴 구른 원강은 바닥에 엎드린 채 가느다란 호흡을 이어갔다. 손에는 여전히 놓지 않은 여무쌍의 소매가 매달려 흔들거렸다. 마치 자신의 전리품을 여무쌍에게 자랑하는 것 같았고, 또 어찌 보면 여무쌍을 희롱하는 것 같았다!
여무쌍은 희고 가지런한 이를 악물었다. 그러다가 현장에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친 그녀가 고개를 돌려 보니, 화미여가 여전히 핏물이 흐르는 목을 부여잡고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곧 크게 분노한 여무쌍이 호통쳤다.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그 못난 상처나 치료하거라. 쓸모없는 것 같으니!”
목젖이 뜯겨 나갈 뻔했다. 말을 할 수 없었던 화미여는 황망한 얼굴로 뒷걸음질 치며 얼굴과 두 손에 피범벅을 한 낭패한 모습으로 떠나갔다!
자신이 잡아 온 사람이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들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