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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571화 (667/1,000)

1571화. 다시 만난 성나찰

주위가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기광이채가 가득했다. 조웅가는 저 멀리 있는 거대한 기환의 빛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에서 깊이 들어가는 것인가? 안에 셀 수 없이 많은 접나찰이 있을 것인데, 지나갈 방법이 있는가?”

“방법이 없으면 여길 왜 왔겠습니까?”

우유도는 그 말을 하고는 운희를 바라보고 물었다.

“상찬 행궁의 대략적인 위치를 기억하시나요?”

조웅가는 그 말을 듣고 우유도를 돌아보았다.

운희 또한 출구를 한번 보고는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가늠했다. 그리고는 안쪽 접몽환계의 깊은 곳을 바라보았다. 곧 그녀의 시선이 한 방향으로 고정되었고,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말했다.

“기억에 남아 있어. 아마 찾을 수 있겠지.”

“원숭이가 없으니, 이제는 누님만 믿습니다.”

이때, 조웅가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발밑이 부드러워졌다고 느꼈다. 그 직후에 곧바로 지면이 땅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좌우를 둘러 보니, 운희가 법력을 이용해 일행을 모두 데리고 땅속으로 들어간 게 아닌가!

운희가 둔지를 이용해 일행을 데려가고 있는 것이었다.

상부의 땅이 다시 합쳐진 후, 세 사람은 깜깜한 어둠 속에 있게 되었다. 운희가 말했다.

“먼 길이야. 둔지의 속도는 원래부터 빠르지 않을뿐더러, 두 사람까지 데리고 움직이다 보니 더 느릴 것이다. 그러니 내가 앞에서 길을 열고, 두 사람이 내 뒤를 바짝 따른다면, 속도를 더 높일 수 있겠지.”

“좋습니다!”

우유도가 대답했다.

지하로 들어간 운희는 토벽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 즉시 토벽이 천천히 좌우로 갈라지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운희가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갔고, 우유도와 조웅가는 그런 운희의 뒤를 빠르게 쫓아 달렸다.

이번 여정은 가끔 바람을 쐬며 법력을 회복하는 시간 외에는 운희가 지형을 살펴 방향을 조정했을 뿐,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땅을 뚫고 이동하는 데 쓰였다….

어둠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정상적으로 느끼기 어려웠다. 아무튼, 느낌적으로 아주 긴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앞으로 가도가도 계속 똑같은 모습, 똑같은 흙만 나오니, 무미건조하기가 사람을 아주 답답하고 조급하게 만들 정도였다.

조금 쉬기 위해 땅 밖으로 나와 방향을 확인할 때, 큰 나무 아래 공간에서 기어 나온 조웅가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가?”

나무뿌리 근처에서 공간을 만들어 낸 운희가 전방을 가리켰다. 우유도가 다가와 운희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더니 한마디 했다.

“도착했습니다!”

조웅가도 즉시 다가와 살펴보니, 저 멀리 울창한 숲 뒤에 거대한 궁전 같은 건축물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조웅가가 말했다.

“저곳이 바로 상찬의 행궁인가?”

우유도는 조웅가의 말을 무시하고 운희에게 말했다.

“여기서 휴식을 취하지요. 일단 법력을 충분히 회복해야 합니다.”

운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뿌리 쪽에 있는 구멍을 통해 다시 안으로 들어가 가부좌를 틀고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반드시 뭔가 가릴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필요했다. 이곳에는 접나찰이 너무 많았기에 일단 발견된다면, 적지 않은 소란이 일 것이었다. 어쩌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이미 상찬 행궁에 도착했는데, 어째서 저곳에서 휴식을 취하지 않는 것이냐?”

“성나찰은 아주 위험합니다.”

조웅가의 얼굴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네가 성나찰의 주인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러니 제가 사숙보다 성나찰을 더 잘 알고 있지요. 아마 지금 성나찰은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겁니다. 저와 누님 모두 성나찰과 싸워 부상을 입은 적이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우선 충분히 법력을 회복해야 합니다.”

말을 마친 우유도 또한 마찬가지로 나무뿌리 아래로 들어가서는 가부좌를 틀었다.

조웅가는 우유도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을 보면 장난 같아 보이진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 또한 우유도를 따라 가부좌를 틀고는 법력을 회복했다….

충분한 법력을 회복한 후, 운희가 다시 두 사람을 데리고 땅을 뚫고 아래로 내려갔다.

다시 위로 올라왔을 때, 지면이 석판으로 막혀 있었다. 우유도가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

운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석판을 들어 천천히 옆으로 이동시켰다. 외부의 신비로운 빛줄기가 안으로 스며들어왔다.

출구를 연 운희가 한참 동안 귀를 기울이더니,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우유도가 그 뒤를 쫓았고, 조웅가가 마지막으로 빠져나갔다.

주위를 둘러보니, 세월의 침식을 정통으로 맞은 오래된 고성 안이었다. 각종 빛을 발하는 넝쿨이 그 거대한 건축물을 감싸고 있었다.

조웅가는 경악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이곳이 상찬의 행궁이란 말인가?”

우유도가 자신의 입에 검지를 세우고는 말했다.

“조용히 말하십시오.”

주위를 경계하던 운희가 조용히 말했다.

“저번에 왔을 때는, 네가 봉인을 풀 때 일어난 진법의 변화로 이곳을 뒤덮은 넝쿨들이 모두 깨끗하게 날아갔었는데 말이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다시 자란 것은 아주 정상입니다.”

조웅가는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그저 속으로 우유도의 술수에 넘어가지 말라며, 저들이 무슨 그럴듯한 말을 하든지 간에 절대 믿지 말라고 되새길 뿐이었다.

자세히 관찰한 후,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발견한 조웅가가 두 사람에게 말했다.

“여기에는 아무런 접나찰의 흔적이 없다. 혹시 두 사람이 너무 조심하는 것은 아닌가?”

그 말에 운희가 대답했다.

“다른 접나찰이 없기 때문에 더 위험한 것이다. 다른 접나찰들이 감히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기 때문이지.”

우유도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깨닫고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인제 보니 내 판단이 틀리지 않은 것 같군요. 이곳은 바로 성나찰의 왕궁이자, 그녀의 근거지일 것입니다. 분명 아직 여길 지키고 있을 겁니다.”

우유도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성나찰이 다른 곳으로 떠난 것이었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이 거대한 세계인 접몽환계의 어디에 가서 그녀를 찾는단 말인가?

조웅가도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다. 그리고 운희에게 물었다.

“선배님은 이미 원영기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도 성나찰을 걱정하시는 겁니까?”

운희는 그를 힐끗 바라보고는 그냥 무시했다. 주위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우유도가 한 방향을 가리켰다.

“가시지요. 과거 봉인되어 있던 성나찰을 찾았던 곳으로 가보는 게 좋겠습니다.”

처음 온 것이 아니었다. 이곳 궁전의 통로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기억이 남아 있었다. 우유도는 두 사람을 이끌고 후궁 방향으로 향했다. 그러면서도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우유도의 말대로, 지금 성나찰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거기에 실력이 대단하기까지 하니, 성나찰의 습격은 정말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조용히 움직인 일행의 눈앞에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도 찾을 수 없었다. 우유도가 조용히 중얼 걸렸다.

“설마 이곳에 없는 것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은 원통형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전각 밖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은 과거 성나찰이 봉인되어 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일행이 그렇게 대전 입구쯤에 도착해, 금속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막 오르려고 할 때. 세 사람이 동시에 딱딱하게 굳어졌다. 갑자기 어떤 것이 그들 등 뒤에 나타난 것을 느낀 것이다. 그 속도가 가히 기이할 정도로 빨랐다.

세 사람의 시선이 같이 계단 위로 향했다. 계단 위쪽에 그들 세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건 그들 등 뒤에 뭔가 빛나는 것이 나타났다는 말이었다. 전각 입구 지역은 이미 은색으로 밝게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왔다! 우유도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조웅가가 뒤돌아서려고 할 때, 우유도가 손을 들어 그를 저지하며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손짓했다.

세 사람은 순간 그 자리에 우뚝 서서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우유도가 말했다.

“누님, 일단 문제가 생기면, 좀 막아 주십시오.”

운희가 깊은숨을 들이쉬고 돌연 뒤돌아섰다. 동공이 빠르게 수축한 그녀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나머지 두 사람이 그제야 천천히 뒤돌아섰다. 등 뒤에 갑자기 나타난 사람을 확인한 우유도가 다시금 쓴웃음을 지었다.

조웅가의 두 눈은 크게 떨리고 있었다. 나머지 두 사람은 성나찰을 만나보았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하지만, 조웅가는 전설의 성나찰을 처음 만난 것이었다.

눈앞의 괴물은, 수은 같은 은색 장발을 하고 있었는데, 이 은색 장발은 바람이 불지 않음에도 어지럽게 흔들리며 시야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가느다란 허리, 얇은 사지, 그리고 피부에 붙어있는 은색의 갑골, 그 모습이 무섭다기보다는 아름다워 보였다.

요염한 달걀형 얼굴에 은색 갑골이 자라있었으며, 한 쌍의 냉막한 두 눈과 날카로운 송곳니, 그리고 손톱이 있었다!

등 뒤에는 거대한 나비 날개가 달려있어, 은은한 은색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무섭지만 기묘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조웅가는 성나찰을 처음 보았지만, 더는 의심하지 않았다. 보통 접나찰과 같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건 전설의 성나찰이 분명했다.

곧이어, 그는 성나찰의 입에서 마치 허공에서 생겨나는 것 같은 청아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째서 내 성에 들어온 것이지?”

우유도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불렀다.

“은아야!”

“은아….”

성나찰의 두 눈에 아련함이 떠올랐다.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군!”

하지만 곧 다시 냉막함을 회복한 그녀가 물었다.

“어째서 내 성에 들어온 것이냐?”

“은아야. 나다. 아직 기억하느냐?”

우유도가 얼굴의 가면을 벗었다.

성나찰은 우유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그 얼굴에 아련함이 떠올랐다가, 다시 천천히 냉막함을 회복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두 글자를 내뱉었다.

“이류(異類)!”

그리고 즉시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더니 번개와 같은 속도로 공격해 왔다. 처음부터 극도로 경계하고 있던 운희가 빠르게 끼어들어 손을 휘둘렀다.

쾅!

거대한 폭음이 울리며, 강풍이 사방으로 몰아쳤다.

우유도는 조웅가의 어깨를 밀어 한쪽으로 보내며 자신은 반대쪽으로 몸을 날렸다.

“하악!”

공격이 막힌 성나찰은 흉악한 울음소리를 내며 순간 유령처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운희도 번개처럼 움직였다. 두 사람이 다시 부딪혔다. 쾅쾅! 천지를 울릴 만큼 매서운 손속이 서로 간에 이어졌다.

두 사람의 공격력이 너무 강대한 나머지, 두 사람이 지나간 곳은 지면이 뒤집히고, 석판이 마치 종이처럼 날아 올랐다. 심지어 충격에 석판들이 가루가 되기도 했다.

곧 두 사람 모두 싸움을 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한 사람과 한 빛무리가 궁전의 상공을 휩쓸고 다녔다.

둘의 싸움이 발산하는 기세와 기파, 그리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속도를 본 조웅가는 자신 같은 사람은 이 전투에 끼어들 자격조차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또 운희가 확실히 원영기의 고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중에서 은색 빛줄기가 튕겨 나갔다. 하지만 순식간에 마치 번개처럼 다시 되돌아와 번개처럼 밤하늘을 가로질렀다.

쾅!

벼락같은 폭음이 주변에 울려 퍼졌다. 곧 한 사람이 하늘에서 유성처럼 바닥에 떨어져 내렸고, 그곳에 큰 구덩이가 파였다.

운희는 빠르게 구덩이에서 뛰쳐나왔다. 그녀는 굳은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 핏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가슴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부분을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다섯 개의 구멍이 생겨나 있었는데, 구멍으로부터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허공에 떠 있는 성나찰이 은회색의 날개를 천천히 흔들며 아래를 오시했다. 운희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우유도, 천 번을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 같으니, 네게 방법이 있다고 했잖아? 더는 막을 수 없어. 이대로 계속 싸우다가는 저 손에 목숨을 잃고 말 거야. 계속 그렇게 꾸물댄다면, 널 버리고 도망가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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