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군-1574화 (670/1,000)

1574화. 미친개

말을 마친 우유도는 천천히 법력으로 은아가 움켜쥐고 있는 자신의 옷을 찢어 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유도는 은아를 깨우지 않았다. 지금 은아의 손에는 찢어진 천이 들려 있었기에 은아는 잠이 깨지 않은 상태였다. 우유도는 잠깐 은아를 바라보더니, 운희에게 손짓했다.

운희가 날아오자 우유도가 말했다.

“가시지요!”

조웅가가 깜짝 놀라 바닥에 깊은 잠에 빠진 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아이는 안 데리고 갈 건가?”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제 사정이 어떠한지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어떻게 데리고 가겠습니까? 아마 여길 나서도 절대 저와 떨어지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사라지면, 저를 찾으려고 소란을 피울 것이고 말입니다. 제 곁에 표묘각의 첩자들이 심겨 있으니, 어찌 데려가겠습니까?”

조웅가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는데, 홀로 이곳에 있으면 위험하지 않겠느냐?”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이곳은 이 아이의 세계입니다. 이곳이 바로 은아가 있어야 할 곳입니다. 우리는 과객일 뿐이지요.”

조웅가가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그럴 거면, 왜 찾아와 그녀를 귀찮게 한 것이더냐?”

우유도가 그런 조웅가를 흘겨보며 말했다.

“낯짝도 두꺼우시군요? 만약 사숙이 그렇게 고집을 피우지 않았다면, 여기 올 일이 있었겠습니까? 하마터면 죽을 뻔했습니다. 아십니까?”

그때 운희가 입을 열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군주도 저 아이를 진정시킬 수 있더군. 그냥 데려가서 군주에게 맡기는 것은 어때?”

“군주? 군주가 은아의 입을 막을 수 있단 말입니까? 저 머리에 문제 있는 멍청이가 밖으로 뛰쳐나가 절 붙잡고 ‘도도’니 하는 말을 내뱉으면 우리 모두 다 끝장날 수 있습니다. 누님, 지금 때가 어느 때입니까?”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운희는 우유도가 다소 냉정하게 생각되었다. 쓴웃음을 지은 그녀가 말했다.

“저 아이가 이토록 너를 신뢰하는데, 정말 이대로 버려둘 수 있겠어?”

“이건 제가 버려두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자신들조차 미래에 어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다들 목숨을 가지고 놀고 있지요. 반면에 은아는 너무 단순합니다. 외부의 세계는 은아에게 너무 위험합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면 뭐합니까? 먹을 것에 환장하는 그것 하나만으로 이미 무수한 사람이 은아를 죽일 수 있습니다! 동정심 때문에 은아를 데리고 나가는 것은, 사실 은아에게 해가 되는 일입니다. 이곳이야말로 은아의 세계입니다. 가시죠!”

그리고 단호하게 몸을 돌렸다. 결국 두 사람 또한 어쩔 수 없이 우유도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세 사람은 온 곳으로 돌아갔다.

석판으로 이루어진 땅 위에, 은아는 천 한 조각을 손에 쥐고 달콤한 잠에 빠져있었다.

이 조용한 궁전 안에서 그렇게 은아는 외로이 잠을 자고 있었다. 아마 깨어나도 그저 꿈이려니 할 것이다.

* * *

거대한 지하 공간 내부에 매달려 있는 원강은 혹시라도 간수가 들을까 봐 큰소리를 내지 못하고 입으로 조용히 ‘음음’ 거리는 소리를 내뱉었다.

이때, 동굴 천장에 매달려 있던 옥잠이 실을 타고 내려오더니 천천히 원강의 고치 위에 안착했다. 곧 이 옥잠은 원강의 등이 있는 곳으로 가더니, 그곳에 자리를 잡고는 ‘사삭’거리며 원강을 두껍게 감싸고 있는 고치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한 옥잠이 이렇게 작업을 시작하자, 다른 옥잠들도 위에서 내려와 원강의 등으로 가더니 작업을 시작했다.

원강은 입을 다문 채, 조용히 정신을 집중했다. 그는 옥잠들이 서둘러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자 했다. 지금 원강의 모습은 이미 엉망이었다. 매일같이 화미여에게 극도로 괴롭힘을 당해 머리가 산발이 되어있었고, 얼굴에는 피와 상처가 가득했다. 이미 정상적인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화미여는 거의 매일 그를 한 번씩 찾아왔고, 심지어 두 번씩 찾아올 때도 있었다. 그렇게 그를 죽도록 괴롭혔다.

당연히 원강은 앉아서 죽고 싶지 않았기에, 조심스럽게 옥잠을 부려 보려 했고, 그게 효과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갔다. 가끔 간수가 원강을 둘러보고 돌아갔다.

처음에 간수는 원강의 주위를 한 바퀴 돌며 확인했었다. 하지만 나중에 원강이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귀찮게 돌아다니려 하지 않았다. 그저 가볍게 원강이 아직 제자리에 있는 것만 확인하고는 돌아갔다.

그리고 원강은 바로 그 허점을 파고들어, 조용히 계획을 세웠다.

동굴 안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었다. 저 밖에서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는지 알지 못했다. 고치 안에 있는 원강은 반복해서 움직여 고치를 벌리려 했다.

그렇게 등에 여전히 군데군데 남아 있는 실들이 옥잠에게 물어 뜯겨 끊겼을 때, 언제든지 고치의 속박을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원강은 오히려 움직임을 멈추고 고치 속에 몸을 숨겼다.

출구에는 간수가 있었고, 이곳은 무쌍성지였다. 원강은 자신이 도망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천천히 눈을 감은 그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기다렸다!

마치 사냥감을 기다리는 사냥꾼처럼, 웅크리고 사냥감이 오기를 기다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발소리가 들려왔다. 원강이 돌연 눈을 뜨고 입구 방향을 노려보았다.

과연, 화미여가 다시 나타났다. 목에는 여전히 천을 감고 있었고,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원강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원강이 걸려 있는 곳에 도착한 화미여는 그대로 높게 솟아오른 바위 위에 올라가 한가지 물건을 보여주었다.

“이것 봐봐, 이게 뭘까?”

아주 얇은 젓가락 길이의 강침이었다. 아주 뾰족하고 날카로웠다.

“네 가죽은 아주 두껍잖아. 가죽이 두꺼운지, 아니면 내 침이 더 뾰족한지 시험해 봐야겠어. 이건 너를 위해 내가 특별히 만든 거야.”

“사부님이 내게 사흘의 시간을 주셨어. 그 안에 네가 허락하지 않으면 나도 다른 방법이 없어.”

“자, 이제 내가 어떻게 할까? 이걸 네 몸에 꽂아 넣고, 네 눈에 찔러 넣을 거야…. 그런데 궁금하지 않아? 이 침의 위쪽이 왜 옅은 붉은 색인지 알아? 여기 약을 발랐기 때문이야. 일단 네 몸에 들어가면, 그 느낌은…. 죽고 싶을걸!”

그녀의 미소 속에는 끝없는 증오가 가득했다. 화미여는 침으로 원강의 얼굴을 이리저리 희롱하며 심지어 눈꺼풀 위를 꼭 찌르기도 했다. 마치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그대로 눈에다가 박아 넣을 것처럼 말이다.

원강이 자신의 목젖을 조금 물어뜯었기에, 그녀의 목소리는 바뀌어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지금 아주 거칠어졌다.

팅팅! 화미여는 손에 든 강침을 서로 부딪치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묻지, 갈황을 불러낼 수 있어?”

그때 원강이 갑자기 화미여의 등 뒤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들은 누구지?”

누구? 화미여가 즉시 뒤돌아보았다. 하지만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곧 그녀는 뭔가 이상을 감지할 수 있었다. 뒤통수에서 뭔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미여는 고개를 획 돌리며 손에 든 강침을 강하게 찔러 넣었다.

화미여는 원강이 고치를 뜯어내고 자신을 잡기 위해 다가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원강의 팔에 강침을 강하게 박아 넣었다.

하지만 원강은 그녀보다 더 독했다. 머리를 휘날리며 마치 구속에서 풀려난 악마처럼, 피하지도, 숨지도 않고 빠르고 독하게 움직였다. 화미여가 찔러대는 강침이 팔뚝을 뚫고 그대로 뼈까지 닿았지만, 원강은 아랑곳하지 않고 찰나의 순간 자신의 팔뚝을 찌르고 있는 화미여의 팔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녀를 자신에게 강하게 끌어당겼다.

화미여는 대경실색했다. 원강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이대로 붙잡힌다면 어떻게 될지 알고 있었다.

미처 방어하지 못한 화미여는 원강의 끌어당기는 힘에 중심을 잃었고, 붙잡히지 않은 손으로 그녀는 눈에 보이는 원강의 복부를 향해 손에 들린 강침을 독하게 찔러 넣었다.

푹! 강침이 복부에 틀어박혔다. 원강은 피하지 않고 마음대로 하라며 계속해서 화미여의 목을 끌어안았다.

이처럼 목숨을 내 던지는 싸움법에, 또 목이 잡혔다고? 화미여는 순간 핏물을 뚝뚝 흘리던 입이 생각났다. 그 순간 두 다리에 힘이 빠졌고, 깜짝 놀라 혼백이 날아갈 지경이었다. 그녀는 그대로 몸을 돌려 도망가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막 몸을 틀었을 때, 원강은 이미 그녀의 목을 틀어쥐고 있었다.

수행자가 언제 이처럼 목숨을 도외시한 근접 박투를 벌여 보았겠는가. 화미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쪽으로는 아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건 원강의 장기였다.

한쪽 손과 목이 붙잡혔다. 화미여는 죽을힘을 다해 법력을 이용해 급소를 보호하고, 동시에 법력을 팔꿈치에 집중해 뒤에 있는 원강의 몸을 후려쳤다.

팔꿈치를 한번 휘두를 때마다 원강의 복부에 박힌 강침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도 원강은 화미여를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원강은 뛰어올라 화미여의 허리를 두 다리로 감싸 안아 그 위에 올라탔다. 두 사람이 동시에 바위 위에서 굴러떨어졌다.

한편,

입구를 지키고 있는 간수가 여무쌍에게 예를 올렸다. 그 옆에는 백발 백미에 얼굴조차 하얀 등이 굽은 할머니가 있었다. 그녀는 바로 설파파였다.

그들은 동굴 안에 들어갔을 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대경실색했다.

바닥을 뒹굴고 있는 원강은 어떻게 해서든 화미여의 목을 비틀어 버리려 했고, 화미여는 온몸의 법력을 동원해 저항하고 있었다. 덕분에 원강은 계속해서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원강은 원래 화미여에게 타격을 가하려고 했다. 하지만 눈앞에 여무쌍이 동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화미여의 목을 붙잡고 있던 손이 그대로 그녀의 얼굴을 타고 올라가더니 그대로 손가락을 세우고 찔러 넣었다.

“아아악!!”

원강이 분노하여 고함을 지른 것보다, 그녀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훨씬 더 컸다. 그녀의 찢어질 듯한 비명이 동굴을 울렸다. 그럼에도 원강은 두 손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원강의 두 손가락이 계속해서 화미여의 두 눈을 파고 들어갔다.

“아악!”

화미여는 터져나간 두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참혹한 비명을 토해냈다.

“멈춰라!”

여무쌍이 분노하며 쏘아져 왔다.

물론 원강이 그 말을 듣고 멈출 리 없었다. 그는 처음부터 이곳에서 살아나갈 생각이 없었다. 처음부터 하나는 죽이고 가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원강은 화미여가 고통에 방어력이 약해진 틈을 타서 한 손으로 그녀의 목을 틀어쥐었다. 이후, 화미여의 두 눈에 들어갔던 손을 빼고는 그 손을 위로 올려 그녀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렇게 피 묻은 손으로 온 힘을 다해 그대로 손을 돌려 버렸다.

우두둑! 화미여의 머리가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여무쌍은 화미여의 몸에 일장을 내질렀다. 그리고 법력은 화미여의 몸을 타고 넘어가 원강에게 도달했다.

쿵! 원강은 마치 유성처럼 날아갔다. 십수 장 밖에 있는 땅굴의 석벽에 부딪혔고, 부서져 쏟아지는 바위들과 같이 바닥에 처박혔다.

“컥!”

설파파는 멍청한 얼굴로 그 모든 모습을 지켜보았다. 도착하자마자 이런 미친개 싸움을 보게 될 줄이야!

여무쌍은 바닥에 내려섰다. 화미여는 이미 바닥에 쓰러져 얼굴을 바닥에 처박고 있었는데, 입으로 피를 토해내고 있었고, 사지에서 경련이 일고 있었다.

그래도 그녀의 제자였다! 여무쌍은 즉시 한쪽 무릎을 꿇고 화미여를 구하고자 그녀에게 법력을 주입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치명적인 일격을 받았기 때문에 화미여 안에 주입한 법력은 결국은 움직임을 멈췄다. 격렬하게 떨리던 화미여의 사지가 딱딱하게 굳어갔다. 더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다. 다만 그녀가 흘린 피만이 여전히 땅속으로 흘러 들어갈 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