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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575화 (671/1,000)

1575화. 동굴

여무쌍의 얼굴이 굳어졌다. 두 손으로 돌아간 화미여의 머리를 제자리로 돌렸다. 하지만 그녀의 두 눈은 이미 피 구멍이 되어있었고, 입에는 선혈이 가득 고인 채 쩍 벌리고 있었다.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죽음이었다.

여무쌍은 분노한 얼굴로 원강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을 향해 다가가던 두 간수는 한 사람에게 가로막혀 있었다. 바로 여무쌍과 같이 들어온 설파파였다.

여무쌍이 천천히 일어나며 말했다.

“요괴 할멈, 이게 뭐 하는 거지?”

우르르!

얼굴에 먼지를 뒤집어쓴 원강이 잠시 호흡을 고르고 돌무더기 안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원강은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머리는 산발이었고, 얼굴에는 핏물이 가득했다. 허리조차 바로 세우지 못하는 모습으로 계속 비틀거렸다.

원강은 손을 들어 다른 손 팔목에 꽂힌 강침을 뽑아 들어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양손을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복부에 가져가더니 젓가락 정도의 길이에서, 이미 새끼손가락 정도만 남기고 깊게 박혀 들어간 강침을 뽑아냈다.

“음….”

원강이 고통의 신음을 내뱉었다. 한 사발의 선혈과 같이 복부에 박혀 있는 강침을 몇 개나 뽑아내 또다시 바닥에 떨궜다.

원강은 더는 서 있기조차 힘들어 보였다. 천천히 뒷걸음질 친 그는 석벽에 몸을 기대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미 목숨을 잃은 화미여를 보고 원강의 얼굴에 흉악한 미소가 떠올랐다.

설파파는 여무쌍을 무시하고 원강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네가 바로 원강이냐?”

원강이 거침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내 목숨값은 충분히 받았다!”

설파파의 귀가 쫑긋 움직였다. 그리고는 그 신영이 번개와 같이 움직이더니 즉시 한 손으로 원강의 팔을 붙잡았다. 휙! 설파파가 손을 움직이자, 즉시 원강이 빠르게 옆으로 옮겨졌다.

여무쌍의 손이 원강이 있던 자리로 향했고, 원강 대신 원강 뒤에 있던 석벽을 두드렸다.

쾅!

굉음과 함께 벽의 한 부분이 무너져 내렸다. 다행히 여무쌍은 손이 빗나간 것을 안 후, 출수하던 힘을 일부분 거둬들였다. 이에 석벽이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녀는 뒤돌아 이미 멀리 떨어진 원강과 설파파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설파파와 원강을 지목하며 호통쳤다.

“요괴 할멈, 설마 지금 무쌍성지의 사람을 빼앗아 가려는 것인가? 내가 네년의 빙설성지를 피로 씻을까 겁나지 않는 것이냐?”

설파파는 손에 든 지팡이로 바닥에 피 묻은 강침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람을 빼앗아 가? 이 늙은이가 감히 어찌! 하지만 여기, 너희들이 여기서 뭘 했는지 보라지. 만약 이 늙은이가 한발 늦었다면, 아마 이 자는 너희에게 살인멸구 당했을 것 같군! 이 늙은이가 이걸 보았으니, 당연히 정의를 집행해야지!”

설파파는 여무쌍이 이미 원하는 대답을 들었고, 이제 원강을 죽여 입을 막으려 한다고 의심했다. 다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고, 그녀가 여기 오기 전에 미처 다 처리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에 어찌 이런 공교로운 일이 있단 말인가.

여무쌍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를 내려놓아.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남겨 두었다가 다 같이 처리하겠다고 약속하겠다!”

설파파는 대답하지 않은 채, 바닥에 있는 시신을 살짝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흐흐’ 한번 웃고는 원강을 끌고 동굴 밖으로 쏘아져 나갔다.

여무쌍은 크게 진노하며 그 뒤를 다급히 뒤따랐다.

원강을 데리고 동굴을 빠르게 달려나가던 설파파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공기 중에 있는 수분이 급격히 모여들어 설파파가 지나온 길에 두꺼운 얼음을 수없이 만들었고, 쫓아오는 사람을 막아서기 시작했다.

그 뒤를 바짝 쫓던 여무쌍은 소매 안에서 몇 줄기의 댕기를 뽑아내 날려 보냈다. 이 댕기는 신묘한 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격렬하게 얼음판을 두드렸다. 곧 전방에 층층이 쌓여있던 얼음판이 ‘쾅쾅’하고 부서졌다. 여무쌍은 바로 깨진 얼음 조각 사이로 뛰어들었고, 그녀가 지나간 곳의 얼음은 모두 가루가 되어 휘날렸다.

다만 동굴을 나선 설파파는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듯, 원강을 데리고 하늘을 날아 떠나갔다.

동굴의 입구를 틀어막고 있던 얼음이 터져나갔다. 여무쌍이 고개를 들어 살펴보더니, 소매를 휘둘렀다. 곧 날카로운 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무쌍성지의 지면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여무쌍을 따라 동굴에서 뛰어나온 수행자들이 한동안 크게 소리를 지르며 돌아다녔다.

곧 수십 마리의 날짐승이 사람들을 태우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고, 여무쌍이 추격하는 방향을 따라 움직였다….

설파파는 원강이라는 짐을 짊어지고 움직이고 있었기에, 뒤에서 자신을 쫓아 오는 여무쌍과 거리가 계속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때, 허공을 날아가던 설파파가 갑자기 ‘아아’ 소리를 내며 손에 든 지팡이를 마구 휘둘렀다.

그러자 주위의 공기가 마치 순간적으로 온도가 내려간 듯했고, 공중에 무수히 많은 설화가 만들어졌고, 휘날리기 시작했다.

곧 설파파의 지팡이가 뒤로 휘둘러지면서, 무수히 많은 설화가 한순간 모두 뒤를 향해 날아갔다. 어찌 보면 이 설화는 휘몰아치는 무수히 많은 칼 조각 같았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셀 수 없이 많은 설화가 뭉쳐 만들어진 고드름이 뒤를 따라 쏘아져 나갔다.

이를 본 여무쌍은 양 소매를 휘둘러 바람을 일으켰다. 곧 양 소매에서 몇 가닥 댕기가 서로 교차하며 쏘아져 나가더니, 공중에서 빠르게 회전했다. 이 댕기에는 날카로운 기가 담겨있어, 마치 송곳처럼 변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여무쌍은 그 안에서 보호를 받고 있었고, ‘파파박’ 하는 소리를 내며 여무쌍을 공격하는 수많은 눈 사이를 꿰뚫고 지나갔다.

이런 공격은 그녀에게 상처를 입힐 수는 없었고, 그저 그녀의 비행속도를 조금 늦출 수 있을 뿐이었다.

뒤를 바라본 설파파가 ‘흐흐’ 한번 웃고는 다시 자신의 손에 들려 피를 흘리고 있는 원강을 바라보았다.

“어리석은 놈, 오늘 본 파파를 만난 것이 네게 행운이다!”

그녀는 원강이 먼저 공격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여전히 무쌍성지의 사람들이 원강을 살인멸구 하려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예상치 못한 일로 인해서 그녀가 도착하기 전에 처리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전방의 하늘에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설파파는 원강을 붙잡고 그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마치 신선처럼 댕기가 주위를 날아다니는 모습을 한 여무쌍이 그 뒤를 쫓아 먹구름 사이로 뛰어들었다.

먹구름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안에 뭔가 지나간 것 같은 흔적은 찾을 수 있었고, 여무쌍은 그 흔적을 따라서 빠르게 뒤를 쫓았다.

하지만 잠시 후, 뒤를 쫓던 여무쌍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주위를 경계했다. 그녀 주위의 온도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다시 더 높은 하늘 위로 날아오른 여무쌍은 그제야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먹구름은 비구름이었다. 바로 그 요괴 할멈이 자신의 공법을 사용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여무쌍이 마침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먹구름이 뒤흔들리기 시작했고, 마치 거대한 폭풍우 같았으며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무수한 고드름이 사방팔방에서 쏘아져 오는 소리였다……!!

먹구름 아래,

설파파가 갑자기 나타났다. 그녀는 원강을 데리고 다급히 땅으로 내려온 후, 숲 깊은 곳으로 들어가 무성한 숲을 방패 삼아 몸을 숨겼다.

먹구름 속에서는 거대한 굉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는데, 무수한 얼음 조각이 땅에 떨어져 내렸다. 곧 여무쌍이 댕기를 휘두르며 먹구름을 가르고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가 댕기를 휘두르는 모습은 마치 한 마리 아름다운 나비 같았고. 그녀 주위로 쏘아져 오는 고드름들은 그녀 근처에서 모두 비산하는 아름다운 얼음 조각이 되어 주변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마치 폭풍우 같은 얼음 파편 지대를 가르고 지나왔다. 그렇게 얼음에 뒤덮인 지역을 벗어난 후, 허공에 선 여무쌍은 목표의 흔적을 더듬었다.

하지만 당연히 흔적을 찾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진작에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여무쌍이 고드름을 처리하는 동안, 이미 재빠른 속도로 도망간 것이었다. 한편, 그녀의 손에는 다른 얼음 파편과는 다른 유독 단단한 얼음 파편이 들려 있었다. 그 위에 다음과 같은 글자가 적혀 있었다.

‘나 혼자서 이 사람을 처리하지 않을 것이야. 다만 자네와 함께 남겨 둔다면 이 자의 생명이 위험해 보이니, 아홉 성지가 같이 처리하게 할 것이네. 그러니 쫓지 마시게!’

“늙은 할망구가!”

여무쌍의 얼굴에 분노가 어렸다. 손에 들려 있던 얼음 파편이 여무쌍의 손에서 가루가 되었다.

어찌 분노하지 않을까.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얻지도 못했고, 제자까지 한 명 죽고 말았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목표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날려 무쌍성지가 있는 방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는 도중, 그녀는 뒤늦게 쫓아오는 날짐승들과 마주쳤다. 여무쌍은 그사이를 가로지르며 지나갔고, 그녀는 지나가며 한 마디 강하게 외쳤다.

“돌아간다!”

그 말이 들려오는 순간, 여무쌍의 신영은 이미 멀어진 후였다.

날짐승 위의 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곧 다시 복귀하기 시작했다…….

몸을 날려 옥잠 동굴 입구에 도착한 여무쌍은 지면에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을 보고는 그대로 몸을 날려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깊은 지하 공간에 들어간 그녀는 다시 화미여의 시신 옆에 서서 거친 숨을 내쉬고는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쓸모없는 것, 이게 무슨 망신이냐!”

설파파의 눈앞에서 죽었으니, 확실히 체면을 크게 구기게 되었다.

곧 그녀는 고개를 들어 원강이 걸려 있던 고치를 보았다. 여무쌍이 천천히 고치가 있는 곳까지 날아올라 직접 고치를 만지작거리며 살펴보았다.

여무쌍이 돌아온 것은 제자의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바로 이 고치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원강이 어떻게 이 안에서 나올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 화미여가 풀어 줬단 말인가?

그렇게 고치의 뒷부분을 봤을 때, 뭔가 이상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실이 군데군데 끊어져 있었다. 이건 힘으로 찢은 것도 아니었고, 날카로운 것으로 자른 것도 아니었다. 갈라진 곳이 불규칙했고, 이리저리 아주 난잡하게 긁혀 있었다. 마치 뭔가가 갉아 먹은 것 같은 자국이었다.

갉아 먹었다고? 그녀는 다급히 주위에서 나뭇가지 위에서 ‘사삭’ 거리며 나뭇잎을 갉아 먹고 있는 옥잠을 보고는 순간 어찌 된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옥잠이 원강을 위해 고치를 갉아 먹은 것이었다.

옥잠은 고치를 만든 이후, 나중에 그 고치를 뚫고 나오는 생물이었다. 이는 옥잠이 태생적으로 겸비한 능력이었다. 그러니 옥잠이 이 고치를 갉아낼 수 있는 건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다만 옥잠이 아무 이유 없이 원강을 도와주었을 리가 없었다.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무쌍의 두 눈이 반짝였다. 이후, 곧 어찌 된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다소 의외였다. 여무쌍은 원강이 사갈만을 부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옥잠도 부릴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마치 뭔가 새로운 발견을 한 것처럼 깊은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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