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7화. 살기(殺機)가 짙다
우유도가 그의 말을 듣고는 깜짝 놀라 말했다.
“전설에 불교가 흥하던 시기에 중요한 땅이 있었다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곳이 황사에 매몰되었다고 하지요. 그런데 그곳이 바로 침불지란 말입니까? 그러니까 무변사막이 바로 다섯 번째 영역으로 통하는 곳이군요?”
지금껏 수행계를 종횡하며 우유도는 제5영역에 대해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수찰에 그렇게 쓰여있으니 맞겠지. 다만 지금까지 발견한 사람이 없었다. 아마도 그 인도하는 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한다. 인도물을 찾을 수 없으니 제5영역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지. 수찰에 적힌 대로라면, 그러니까 일단, 탄천환(呑天環)과 산하정(山河鼎)을 손에 넣어야 한다. 그래야 인도물을 찾을 수 있다.”
우유도가 망설이며 말했다.
“탄천환은 위국의 진국신기이고, 산하정은 한국의 진국신기입니다. 손에 넣을 수 있을지는 둘째치고, 이 무변사막에 무슨 인도물이 있단 말입니까?”
“그건 나도 모르겠군. 다만 성녀가 죽기 전에 언급했을 뿐이다. 통상적으로 무변사막은 사갈이 들끓는 곳이니, 살아있는 생물이 오랫동안 머물기 힘든 곳이지. 어쨌든 그렇다 해도, 제5영역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바로 그곳이다.
수찰에서 말하는 인도물은 바로 탄천환과 산하정이 있어야만 나타난다. 그리고 아마 이 인도물이 있어야만, 제5영역으로 통하는 통로가 열릴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이 인도물 자체가 통로일 수도 있다. 일단 나는 그렇게 의심하고 있다.”
우유도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인도물이 바로 통로란 말입니까? 하지만 그러면 왜 통로라는 말을 쓰지 않고, 인도물이라고 굳이 쓴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그렇다 해도 그것 말고 다른 가능성이 있더냐? 수행자가 수없이 오가는 곳이다. 누군가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리도 없는 일이지. 설마 누군가가 계속 너를 기다리며, 무변사막 아래 숨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무변사막은 사람을 빼면 사갈뿐이고, 사람은 통로가 아니니, 설마 그 인도물이 사갈이라도 된단 말이냐?”
“사갈….”
우유도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뭔가 생각난 듯 두 눈이 연신 반짝거렸다.
“침불지….”
조웅가는 우유도가 뭔가를 떠올렸다는 것을 깨닫고는 조용히 우유도의 사색을 방해하지 않도록 기다렸다. 한참이 지나, 우유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기억났습니다. 원강이 예전에 자신이 갈황을 타고 무변사막 아래에 들어갔었을 때, 황사에 매몰된 불교 유적을 발견한 적이 있다고 제게 알려준 적이 있습니다. 설마 인도물이 바로 갈황이란 말입니까?”
조웅가가 이를 듣고는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리 생각한다면, 다른 사갈도 지하로 내려갈 수 있으니, 갈황일 필요는 없는 것이 아니냐?”
우유도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본 조웅가가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왜 그러느냐?”
“하지만 정말로 만약, 그 인도물이 정말 갈황이라면, 여무쌍이 무변사막에 나타났던 일은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그녀는 심지어 직접 원강에게 갈황을 내놓으라고 했습니다. 그 후에 성경에서 누구보다 먼저 원강을 데려갔지요…. 여무쌍이 혹시 뭔가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고개를 들어 조웅가에게 물었다.
“이 수첩의 내용에 대해 역대 성녀와 사숙 외에 알고 있는 다른 사람이 있습니까?”
조웅가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음……. 없지 않겠느냐?”
“그럼 오상은 어떻게 마전의 존재를 아는 것입니까?”
그 이야기를 하자 조웅가의 안색이 순간 침울해졌다.
“그는 원래부터 야심만만한 사람이었다. 한번은 성녀가 기도를 드릴 때, 그가 은밀히 옆에서 그것을 엿들었지. 성녀도 처음에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나중에 오상이 직접 마전을 찾게 되었을 때, 그 자신이 직접 기도를 엿들었다고 성녀에게 말했다. 성녀의 죽음은 겉으로는 나 때문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오상이 마전을 찾는 것 때문이었으니, 오상에 의해 죽은 것과 다름이 없다.”
그렇군, 우유도의 시선이 금속 두루마리에 머물렀다. 일부 의문이 풀렸지만, 여전히 의혹이 남아 있었다.
우유도는 그제야 이향이 어째서 이 수찰을 성나찰의 주인에게 주라고 명령했는지, 또 어째서 경중인과 탈명초혼진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그건 설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건 처음부터 다른 사람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찰을 지키는 사람은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하면 그만이었다. 나중에 이 수찰을 얻게 된 자는, 여덟 개의 보물을 얻어 이 수찰에 적힌 대로 행하면,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될 터였다.
그러니 어찌 보면 이건 비밀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했다. 혹시라도 수찰의 후인 중에 이 비밀을 모두 알게 된다면, 나쁜 마음을 품는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어쩌면 비밀로 내버려 둔 것은, 성나찰의 주인을 지키기 위한 보험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어쨌든 다행인 점은, 그녀의 후계자들 중에 그래도 수찰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자들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탐욕에 흔들리지 않고, 수찰을 지키기 위해 성녀라는 방식을 만들어 냈다. 덕분에 수찰은 성녀의 지킴 아래 지금까지 무사히 전해져 내려올 수 있었다.
또한, 이향은 수찰의 주인이 탐욕을 가지게 되는 경우에 대해서도 예비해두었다. 그것이 바로 경중인이었다.
그녀는 수찰에서 말하길, 성나찰의 주인, 즉, 수찰의 전승자가 이향의 명을 따르지 않을 경우, 경중인이 나타나 그에게 천벌을 내릴 것이라 했다. 이것은 단순히 겁주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일까?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그러니 이것이야말로 이향의 수법이라 할 수 있었다. 수찰을 본 성녀들은 수찰의 비밀을 온전히 알지 못하니 욕심을 부릴 수 없었다. 또 수찰을 얻은 성나찰의 주인은, 만약 자신이 쓸데없는 마음을 품게 된다면, 분명 경중인이 출현할 것이라 생각해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이렇게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통해 자신의 의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이 수찰이 쓰이지 않도록 해둔 것이었다.
우유도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 경중인이라 적힌 사람은, 바로 상찬의 진전을 이은 사람을 지칭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우유도는 혀를 내둘렀다. 비록 사람의 계획이 하늘의 계획에 비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이 이향이라는 사람은 분명 심계가 무척 깊은 사람일 것이다.
다만, 그렇다 해도 우유도가 이해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었다. 자신의 추측이 맞다면, 이향이 말한 경중인이라는 자는 상찬의 진전을 이은 사람이다.
그런데, 아무리 상찬의 진전을 이었다 한들, 그가 타락하지 않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유혹에 무릎을 꿇는다. 이향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수찰을 지키는 자와, 수찰의 주인이 될 자에 대해서 엄중히 준비해두었다.
하지만, 경중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비를 해두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대비해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녀는 경중인을 아주 굳게 믿는 듯했고, 수찰의 주인이 잘못된 길을 가게 되면, 경중인이 그를 징계할 것이라고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듯했다. 적어도 수찰을 보면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대체 그녀는 어째서 경중인이 수찰에 적힌 대로 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경중인이 대체 누구기에, 이렇게 굳게 확신할 수 있었던 걸까?
사실 수찰의 주인이 행해야 하는 일은, 경중인에게 전혀 이득이 없는 일이었다. 수찰의 내용을 보면 경중인 또한 수행자인 게 당연했다. 상황에 따라서 성나찰의 주인을 막아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당연히 수행자가 아닐 수는 없었다. 그런데, 경중인이 대체 어째서 자신의 수행 경지를 높일 수 있는 길을 끊어야 한단 말인가? 수찰에 적힌 대로 하면, 경중인 또한 더 이상 수행자가 아니게 된다는 말과 같았다.
그 순간, 어떻게 된 것인지 우유도는 마치 이향과 마음이 연결되는 듯했다. 아마도 이향은 경중인이 수찰을 손에 넣은 후, 자신이 그렇게 하려는 이유를 깨달으리라 생각했던 것 같았다.
우유도는 은연중에 이향이 뭔가를 그에게 남겨주었으며, 답은 수찰에 적힌 것을 모두 이행한 후에 얻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도대체 무엇일까? 우유도는 궁금해졌다. 이 수찰을 보고, 우유도는 다른 일곱 가지 진국신기를 모아 비밀을 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이향은 도대체 무슨 꿍꿍이속인지, 지금 이건 알아서 문제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우유도가 혼자 중얼거렸다. 잠시 후, 성녀와 관련된 우울한 감정을 걷어낸 조웅가가 말했다.
“마전을 확인했으니, 이 물건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았을 것이다. 이 물건이 일단 오상의 손에 들어가면, 또 오상이 팔보를 모으게 된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정신을 차린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닙니다. 야심이 큰 사람에게 이 물건은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오상이 팔보를 모아서 어디에다가 쓴단 말입니까? 다섯 세계로 통하는 통로를 끊어 버려 자신의 경지를 높일 수 있는 길을 자른단 말입니까?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또 뭔가 확신을 얻기 전에는 팔보를 부수지도 못할 것입니다.”
조웅가가 잠시 생각해 보더니 부인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여기에 까마귀 장군을 제련하는 방법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일단 오상이 이 방법을 얻으면, 상숙청의 얼굴에 있는 병부의 비밀을 더는 지키기 어려울 것이야. 그 결과를 생각해 보았더냐?”
우유도는 손에 든 두루마리를 보여주며 말했다.
“제가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병부는 반드시 얼굴에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이걸 살짝 수정해도 오상은 알아보지 못할 것입니다.”
조웅가의 두 눈이 번득였다.
“그러니까 가짜 마전을 오상에게 주자는 것이냐?”
“가짜요?”
우유도가 반문하더니 갑자기 우습다는 듯이 말했다.
“오상이 멍청이입니까? 분명 검증하려 할 것입니다. 만약 정말 가짜라면, 이 안에 있는 것을 시도해 보면 그만입니다. 그러니 가짜로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진짜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단지 여기에 몇 글자를 수정하려는 것일 뿐입니다.”
조웅가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처음부터 네게 갈 물건이었으니, 너에게 물건을 건넨 나는 더는 간섭하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너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당부하지 않을 수 없구나. 만약 이 물건이 오상의 손에 들어간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넌 지금까지 줄곧 이성적이고 냉정한 사람이었다. 원강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느냐?”
우유도는 손에 든 물건을 흔들며 말했다.
“손에 들고만 있으면 가장 큰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는 물건도 있는 법입니다. 저를 믿으십시오. 이향은 절대 그저 선하기만 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녀가 남긴 모든 물건이 모두 상서로운 보물인 것은 아닙니다. 이 물건은 살기가 너무 짙습니다. 그녀의 명을 따르고자 하는 사람이야말로 이 물건의 진정한 주인입니다. 이건 오상이 가지고 있을 물건이 아닙니다. 오상은 아마 그 복을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조웅가가 그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네 말이 맞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오상을 만나 교환을 할 생각이냐?”
“당연히 사숙을 보낼 생각이었습니다.”
조웅가가 아연실색하며 말했다.
“나를?”
“그럼 누가 갑니까? 설마 제가 갑니까? 누가 가도 말이 안 됩니다. 당연히 지금까지 이 물건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가는 것이 가장 옳습니다. 제가 내용을 수정한 후에, 이걸 가지고 가서 잘 이야기해 보십시오.”
“무슨 이야기를 한단 말이냐? 또 내가 왜 마전을 가지고 원강을 구한단 말이냐. 허점이 너무 크지 않더냐. 분명 오상의 의심을 살 것이다.”
우유도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원강이 아무런 미련 없이 그 작은 마을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원강이 고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비 없이 아이가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 고아인 원강에게도 아비가 당연히 있는 법이지요. 생각해 보십시오. 동곽호연은 죽기 전에 그 마을로 달려왔습니다.”
조웅가가 경악하더니 말했다.
“설마 원강이 동곽호연의 아들이란 말이냐?”
우유도는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아닙니다. 원강이 사숙의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내 아들?”
조웅가가 얼떨떨한 얼굴로 말했다.
“대체 지금 하는 말들이 모두 무슨 말인가?”
“동곽호연은 원강이 사숙의 아들이란 걸 알았기에, 그곳으로 가 원강을 구하려 한 것이지요!”
“…….”
조웅가는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더욱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게 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하지만 몰라도 상관없었다. 이제부터 우유도가 모든 걸 다 설명해 주면 그만이었다. 우유도는 원강을 구하기로 결심한 후부터, 모든 것을 계획해 놓은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