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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578화 (674/1,000)

1578화. 조웅가의 아들 (1)

남주부성에 돌아온 우유도는 밀실에 틀어박혔다. 우유도는 관방의에게 이런저런 잡다한 물건들을 준비하게 했다.

관방의는 우유도가 왜 그런 것들을 필요로 하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우유도는 관방의가 물어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다음날, 운희가 우유도에게 서신을 전했다. 사여래가 보내온 소식이었다.

사여래가 그에게 전하기를, 원강이 여무쌍의 제자 화미여를 죽였고, 다행히 설파파의 도움을 받아 도망칠 수 있었다고 했다. 지금 원강은 다시 문천성에 갇혀 있으며, 표묘각의 심문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구성끼리 협정을 해서, 구성의 일치된 동의 없이는 그 누구도 원강을 데려가지 못하게 하기로 약속을 했다고 했다.

“멍청한 자식!”

서신을 확인한 우유도는 화가 나 연신 탁자를 두드렸다. 자신은 여기서 그를 구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 짜내고 있는데, 그놈은 성경 안에서 여무상의 제자를 죽이다니! 이제는 우유도조차 오상이 어떻게 이번 일을 처리할지 상상할 수 없었다.

구성의 한 사람인 여무쌍의 제자였다.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것을 그냥 못 본 척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마 다른 구성들조차 그냥 넘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원강이 붙잡혀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멍청하면 원강에게 죽임을 당한단 말인가?

“하아!”

하지만 어쨌든, 그런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아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우유도는 지금 구성의 손에서 원강을 구해낼 수 없으니, 오상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 오상이 마전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러니 이 일을 빨리 처리해야 했다. 최소한 오상이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했다.

일단 지금 구성이 모두 협정을 맺었으니, 오상에게 뭔가 변명거리라도 제공해 줘야 할 것 같았다.

* * *

대나성지, 전각 내부,

왕존이 밀서를 사여래에게 건넸다.

서탁에 앉아 있던 사여래가 내용을 확인했다. 서신에는 단 두 글자만 적혀 있었다.

‘빨리!’

간단한 한마디이기 때문에 사여래는 이 두 글자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깊은숨을 들이쉰 그가 물었다.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느냐?”

“문제없습니다.”

“문제없으면 시작해라. 조심해야 한다.”

* * *

천마성지, 마궁 내부,

오상은 동굴 입구 근처에 있는 절벽에 서 있었다. 흑석이 찾아와 예를 올렸다. 오상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물었다.

“상황이 어떻지?”

“고집이 쇠심줄입니다. 망가질 정도로 고문을 했지만, 아무것도 말하려 하지 않습니다. 표묘각은 고신단을 사용할 계획입니다.”

오상의 시선이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를 데려갈 수도 없으니 참으로 곤란하게 되었다. 경거망동한다면, 저 늙은 요괴들의 의심을 살 것이다.”

바로 그때 누군가 서신을 가져왔고, 흑석이 서신을 받아 내용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 오상을 보고 말했다.

“성존, 요마령에서 보내온 소식입니다. 조웅가가 성존을 뵙고자 한다고 합니다. 그것도 빨리 말입니다!”

오상이 장발을 휘날리며 흑석을 돌아보았다. 그의 두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오상이 그대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요마령은 마궁의 뒷산에 해당했다. 산 중턱에 동굴이 있고 밖에 노대가 있었다. 조웅가는 그곳에 걸터앉아 산바람을 쐬며, 술 단지를 껴안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는 흩어지지 않는 먹구름 사이로 가끔 내리비치는 괴이한 빛줄기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때, 한 사람이 하늘에서 동굴 입구로 장발을 펄럭이며 내려왔다. 바로 오상이었다.

조웅가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술을 마시며 말했다.

“오셨소.”

“나를 만나자고 하지 않았나?”

“그래도 천하 지존인 구성 중의 한 분이지 않소. 그런 분이 이처럼 오란다고 오다니. 말을 참 잘 들으시는 것 같소.”

오상은 어두컴컴한 동굴을 보고, 다시 절벽에 앉아 있는 지저분한 남자를 보더니 싸늘한 눈으로 말했다.

“어쨌든 성녀가 마음에 들어 한 남자가 아니더냐. 마교에서도 너를 홀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설마 마궁 안에 지낼 곳이 없는 것이냐? 자신을 이처럼 초라하고 궁상맞게 만들 필요가 있더냐?”

조웅가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었소. 마궁에 당신의 사람이 얼마나 많이 있소. 여기 있는 것이 좀 더 자유롭지.”

그렇게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입가를 훔친 조웅가는 딸꾹질을 한번 하고는 말했다.

“물건은 내게 있소!”

오상의 두 눈이 순간 떨렸다. 조웅가의 등을 한참 동안 응시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물건이 네게 있는 줄 진작 알고 있었다. 어째? 드디어 물건을 내놓을 생각이 든 것이냐?”

조웅가가 손을 뻗어 지면을 탁탁 치며 말했다.

“와서 앉아 보시오.”

오상은 움직이지 않고, 그저 조웅가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지금 조웅가가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조웅가가 오상을 뒤돌아보더니 ‘흐흐’ 웃으며 말했다.

“성존을 상대할 수 없는 것을 설마 내가 모르겠소? 설마 당신 스스로 나에게 위협을 느끼는 것은 아니겠지? 어쨌든 당신을 부른 이상, 죽음을 각오한 것이니 난 두렵지 않소. 그러니 당신도 내 앞에서 거드름 피울 이유가 있소? 여기 다른 사람이 없으니, 나와 술이나 한잔 같이 마셔주시오.”

오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하지만 결국은 조웅가 옆으로 다가가 두 다리를 절벽 쪽으로 내리고 털썩 주저앉았다. 그가 전방의 풍경을 보고 말했다.

“자리는 고를 줄 아는군, 이곳에서 보는 풍경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이곳에서 몇 년을 사셨소. 이 풍경도 본 적이 있을 것이오. 다만 지금처럼 앉아서 본 적이 한 번도 없을 뿐이지. 아름다운 것을 보지 못하고,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하지 못하며, 심지어 무정무의하고, 앞만 보고 전진한다면, 살아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소?”

“내 목숨이 다른 사람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이 아름다움이란 말이냐? 내가 만약 지금 이 자리에 오르지 않았다면, 과거의 마교는 진작에 누군가에 의해 쓸려나갔을 것이다. 넌 대체 지금까지 마교가 어떻게 살아있는 것 같으냐?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이냐? 이제, 나는 어떤 풍경이든지 보고 싶으면 보고, 보기 싫으면 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나 또한, 내 운명의 족쇄에 매여 있지. 그러니 네가 보기에 내 삶에는 어떤 의미가있느냐?”

“당신 운명을 내가 어찌 알겠소? 어쨌든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당신도 이 세상의 도덕관을 배우며 자란 사람이지 않소. 돌멩이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면서, 성녀를 죽게 했고, 자신의 양부를 죽이기까지 했소. 그것뿐만 아니라 동문을 참살했소. 정말 조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오?”

오상의 두 눈이 깊어졌다.

“나는 너와 인생의 도리를 나누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마전을 내놓아라. 평생 마음대로 살게 해주겠다. 먹고 마시는 것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 것이니, 원하는 것이 있다면 뭐든지 말만 해라!”

조웅가가 술 단지를 건네며 말했다.

“마셔보시오. 맛이 나쁘지 않소.”

오상은 술 단지를 밀어내며 말했다.

“너 혼자 마시거라.”

조웅가가 상대방을 비꼬며 말했다.

“설마 내가 독이라도 탔을까 봐 걱정하는 것이오?”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조웅가는 오히려 홀가분했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즐기자는 마음마저 생겼다.

오상이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퍽! 조웅가가 들고 있던 술 단지가 오상의 손짓에 박살 났다. 안에 들어있던 술이 절벽 아래로 쏟아져 내렸지만, 주향은 남아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오상은 절벽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잔해를 가리키며 경고했다.

“만약 나를 놀리기 위해 부른 것이라면 그 대가는 아주 참담할 것이다.”

조웅가가 오상을 돌아보며 물었다.

“정말 당신에겐 불가능한 일이 없으시오?”

“도대체 뭐 하자는 건가?”

조웅가가 갑자기 다소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을 구해주시오.”

“사람을?”

오상이 다소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누굴 말이냐?”

“내 아들을 구해주시오!”

“…….”

오상은 잠시 넋을 잃었다. 그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다시 물었다.

“누구?”

조웅가가 오상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내 아들!”

동시에 조웅가는 속으로 우유도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오상의 안색이 기이하게 일그러졌다. 조웅가가 힐끗 보니, 오상의 안색과 반응이 뭐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기묘했다. 설사 수많은 일을 겪고, 원하는 것을 모두 할 수 있는 성존조차, 인간의 본능적인 호기심을 억누르진 못한 것 같았다. 결국 오상은 마음속에 불길처럼 타오르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누가 네 아들이냐?”

“원강이오!”

“…….”

오상의 얼굴이 아주 볼만해졌다. 그놈이 조웅가의 아들이라고? 정말일까? 사실, 그 전에 원강과 조웅가의 관계를 의심하긴 했었다. 정말이란 말인가?

오상은 반복해서 조웅가를 살펴보았다. 마치 조웅가를 뚫어 버리려는 듯한 눈빛이었다.

오상이 한참 동안 말문이 막혀 있는 것을 보고 조웅가가 입을 열었다.

“할 수 있으시오? 그것만 말해 주시오.”

하지만 일단 그것을 이야기하기 전에,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오상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조웅가, 장난치는 것이냐. 네게 아들이 있을 리가?”

“불가능할 것은 무엇이오. 이런 일을 당신에게 사전에 보고라도 했어야 한단 말이오?”

오상이 그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나이가 안 맞아! 성녀가 죽은 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가?”

“나와 성녀 사이의 아들이 아니오. 술을 마시고….”

조웅가는 술병이 깨지며 손에 묻은 술의 흔적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끔은 실수를 범하기도 하는 법이오.”

오상이 신중한 태도로 물었다.

“아들을 작은 촌락에서 키운단 말이냐?”

“그게 모두 당신 때문 아니겠소? 당신에게 감히 알릴 수나 있었겠소? 나중에 그 아이가 서서히 커가는 것을 보고 결국은 그 아이를 상청종에 맡기기로 결심할 수밖에 없었소. 당시 나는 그 아이를 동곽호연에게 맡기려고 했소. 다만 동곽호연이 무사히 벗어나지 못하고 목숨을 잃을 줄은 몰랐소. 그에게 중상을 입힌 건 당신이 보낸 사람일 것이오, 맞소?”

오상은 인정하지도, 그렇다고 부인하지도 않고 조웅가를 빤히 바라보았다. 조웅가는 오상을 힐끗 바라보고는 계속 이어 말했다.

“동곽호연이 어째서 갑자기 그런 작은 마을에 가서 우유도를 제자로 들였을 것 같소? 동곽호연이 그곳을 찾아간 것은 원래 원강을 찾기 위해서였소. 참으로 공교롭지만, 당시 그 마을은 강도에 의해 재물을 약탈당하는 등 모진 일을 겪었소. 다행히 살아남은 주민들은 어디에 숨었는지 찾을 수도 없었지. 동곽호연은 당시 중상을 입고 있었소. 당연히 원강을 찾아 나설 정력이 없었소. 마침 당시 우유도를 만났고, 그 때문에 우유도가 상청종에 가게 된 것이오.”

“나중에 난 원강을 당목에게 맡길까 하고, 그것도 생각했지만, 당목에게도 문제가 생겼소. 사실, 동곽호연과 당목을 제외하고는 상청종의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서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으니, 그 일은 일단 보류하게 되었소.”

“나중에 우유도가 어째서 원강을 마을에서 데리고 나왔다고 생각하시오? 우유도가 어째서 오직 원강만 데리고 나왔을 것 같소? 어째서 원강을 형제처럼 여긴다고 생각하시오? 그건 내가 우유도에게 지시한 것이오. 내가 나중에 왜 초려산장을 도왔다고 생각하시오? 바로 이것 때문이오.”

아주 합리적이었다. 오상은 입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풀리지 않던 일부 의문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의문이 풀린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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