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9화. 조웅가의 아들 (2)
오상이 좀 더 자세히 물었다.
“원강의 기괴한 무공은 바로 마전으로 인한 것인가?”
조웅가가 고개를 저었다.
“마전에 있는 것은 모두 사문외도의 법문이오. 어찌 그런 것을 아들에게 가르치겠소. 더 중요한 것은, 원강은 태생적으로 수행을 할 자질이 없다는 것이오. 그러니 어떤 것들은 아예 수련할 수도 없었소. 그 아이가 수련한 무술은 과거 성녀에게서 얻어 배운 범인의 체력단련술이오.”
“상청종에 갑작스러운 문제가 생겨, 두 사형이 모두 죽었소. 더는 상청종에 아들을 맡길 수 없으니, 나는 신분을 숨기고 원강을 몰래 찾아갔소. 이후, 지나가는 행인처럼 행세하며 아들에게 무술을 전수했소. 원래는 그저 좀 더 튼튼한 몸을 가져 자신을 지킬 수 있기만 바랐을 뿐이었는데, 나중에 그걸로 이 정도의 경지에 오를 줄 생각지도 못했소.”
사실 오상은 우유도에게 밀정을 심을 정도로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우유도와 원강의 상황에 대해서는 당연히 자세히 알고 있었다.
지금 그가 파악하고 있는 상황을 보자면, 과거, 동곽호연은 확실히 중상을 입고 작은 마을을 방문해 어쩔 수 없이 우유도를 제자로 삼았었다. 이후, 그 마을의 꼬마는 정말로 홀로 시신을 둘러업고 상청종을 찾아갔다. 그것만 보아도 당시 동곽호연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을은 동곽호연이 도착하기 전에 분명히 강도의 습격을 받았다.
또 확실히 원강은 우유도가 상청종에 간 후에 마치 사람이 바뀐 것처럼 변했다. 그런데 그것이 몸을 튼튼하게 하는 무술을 수련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을 줄이야. 아마도 그 배후에는 조웅가가 있었을 것이다.
어쩐지 우유도와의 관계가 폭로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초려산장을 도와 위기에 대항하더라니, 결국은 모두 자기 아들을 위한 것이었다.
다만 오상은 이 모든 것이 우유도가 조웅가를 위해 만들어 낸 이야기라는 것을 몰랐다.
우유도가 어떤 사람인가? 이처럼 급격하게 세력을 일으킨 것만 보아도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 우유도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낸 이야기였다. 허점이 있을 리 없었다.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쓸모 있다는 것을 뜻했다.
조웅가에게 이 거짓말을 해주며, 우유도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을 계속 반복했다. 그리고 조웅가 또한, 사실 마음속으로도 어쩔 수 없음에도, 우유도를 얼마나 저주했는지 몰랐다.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아들을 만들어 주다니!
오상은 내심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었던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밝혀진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도 입으로는 여전히 조웅가를 시험했다.
“성녀도 죽었고, 우유도도 죽었다. 증거를 찾을 수 없는 두 사람을 내걸고 이야기를 하니 내가 그걸 어떻게 믿지?
“증거가 필요하시오? 여기까지 말했는데도, 내 의도를 모르겠소?”
오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전과 교환하자는 것이냐?”
조웅가가 그를 돌아보며 굳건한 눈빛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내 아들을 살려주면, 당신에게 마전을 주겠소. 가능하시오?”
오상이 잠시 침묵했다. 그는 저 멀리 바라보았다.
평소였다면 당연히 문제 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쉽게 승낙하기 어려웠다. 설사 조금만 일찍 말했어도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원강은 여무쌍의 제자를 죽였다. 구성 사이에 협의를 맺었으니, 오상이 대체 원강을 어찌 구하란 말인가?
하지만 참으로 상황이 기묘했다. 만약 오상이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는 평상시의 상황이었다면, 그래서 원강에게 어떤 일도 생기지 않았다면, 조웅가는 자신에게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비밀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한참을 고민하던 오상이 뒤돌아보며 말했다.
“마전이 진짜인지 확인해야겠다.”
조웅가가 고개를 저었다.
“오상,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서로를 알아 왔소. 당신이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소. 내가 당신의 말을 믿을 것이라 보시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오. 성녀가 내게 준 것이 가짜가 아닌 이상, 그건 분명 진짜일 것이오. 아무튼, 원강을 구해주기만 하면, 성녀가 내게 준 것을 당신에게 건네주겠소. 당신의 실력과 세력이라면, 구해낸 사람을 죽이는 것이 무엇이 어렵겠소. 그리고 물건을 받아서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당신이 몰라보겠소? 당신 앞에서 수작을 부릴 이유가 없소!”
오상은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밝히기로 했다.
“이번 일은 쉽지 않다. 네 아들이 여무쌍의 제자를 죽였어. 지금 모든 성존이 일단 같이 그를 관리하고….”
여기까지 밝혔을 때, 오상은 참지 못하고 조웅가를 살펴보았다.
정말로, 외모로만 보자면 두 부자는 닮지 않았다. 하지만 성격을 보자면 그야말로 매우 닮아 있었다.
과거 조웅가도 모진 고초를 겪으면서도 마전을 내놓지 않았다. 그건 지금 원강도 마찬가지였다. 온갖 위협과 고통, 그리고 압박에도 굴하지 않는 성격이 우연일 것 같지는 않았다. 과연 그 아비에 그 자식이었다!
오상은 이미 원강이 조웅가의 아들이라는 것을 믿고 있었다. 우유도가 만들어 낸 거짓말은, 오상이 가지고 있는 정보에 딱 들어맞았다. 게다가 가장 확실한 증거는, 조웅가가 마전을 교환조건으로 내놓겠다고 한 것이었다. 만약 자신의 친아들을 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오상은 조웅가가 마전을 내놓을 것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
조웅가가 지금까지 얼마나 지독한 고문을 받으면서도 마전을 내놓지 않았던가! 의심할 바가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논리에 잘 맞아떨어졌다.
조웅가는 오상의 말에도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
“나도 그 일을 듣고 그 아이가 벼랑 끝에 몰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요.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당신을 찾았겠소? 그래서 어쩔 것인지 말해 주시오. 만약 거절하면, 설사 나를 죽인다 해도 당신은 마전을 얻지 못할 것이오!”
이걸 거절할 수 있을 리 있겠는가? 오상은 마전을 간절히 원했다. 지금 그의 모든 염원은 오직 마전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만만치 않았다. 구성 사이에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덕분에 오상은 확답을 줄 수 없었고, 이런 상황이 참으로 불편했다.
그전에는 조웅가에게 아들이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만약 조웅가에게 이런 약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지금까지 질질 끌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들이 있는 것이다. 그전에는 이쪽으로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다. 성녀에게 일편단심인 조웅가가 다른 여인과 아들을 만들어 낼 줄 누가 알았겠는가? 누가 그런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잠시 고민하던 오상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말했다.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보도록 하지.”
“잘 들으시오. 잠시 동안 아들을 빼낸 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오. 물건은 물건대로 가져가고, 아들을 또 죽음으로 내몰 수 없소. 그러니 수작 부리지 마시오. 내가 원하는 것은 아들이 이번 일을 무사히 넘기는 것이오. 또, 이후에 성경에서 다시는 아들을 난처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소. 나는 아들이 이번 생을 평온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물건을 설사 손에 넣는다고 해도 그 비밀을 지킬 수 없을 것이오. 나를 죽여도 소용없소. 다른 사람들이 모두 알게 될 것이오. 당신은 그게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잘 알고 있을 것이오.”
그건 오상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일단 원강을 끄집어내, 잠시 조웅가를 안심시킨 후에, 물건을 받고 조웅가를 죽인 후에 원강을 다시 성경에 넣어버리면 끝이었다.
“너는 내가 네 아들을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나 걱정해라.”
오상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웅가의 위협에 마음속에 살심이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일단은 미뤄둬야 하는 일이었다. 가능하다면, 일단 물건을 손에 넣어야 했다. 그 물건이 오상에게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모든 일이 끝난 후에 오상은 이놈에게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게 뭔지 알려줄 것이다.
“일단 이 일은 남천무방에게 알리지 말아 주시오. 그렇지 않으면 아마 내가 물건을 당신에게 주는 것을 저지하려 할 것이오.”
“그건 네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너나 네 입 간수를 잘해야 할 것이다!”
오상이 냉소 지었다. 오래간만에 타인으로부터 받아보는 요구였다. 감히 자신에게 요구할 수 있는 자는 지난 몇십 년간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마음속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 그리고, 원강은 나와의 관계를 모르니, 그에게 알리지 말아 주시오.”
오상이 그런 조웅가를 비웃으며, 성녀에게 눈이 삐었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이런 놈에게 마음을 주다니.
하지만 오상은 조웅가가 갑자기 마음을 바꿀까 봐 그저 조웅가를 살짝 비웃고는, 그대로 하늘로 날아올라 떠나버렸다.
조웅가가 장탄식을 내뱉었다. 몸을 천천히 뒤로 젖히고는 양팔을 베개 삼아 땅바닥에 몸을 뉘었다.
잠시 후, 한 인영이 조웅가를 찾아왔다. 그가 조웅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가 왔었는가?”
남천무방이었다. 조웅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천무방이 조웅가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일인가?”
“그가 나를 찾아올 다른 일이 있단 말인가?”
“자네가 부른 것은 아니고?”
“정말 그게 가능하다고 보는 것인가?”
“그가 여기에 보낸 사람과 접촉하는 것을 우리 쪽 사람이 보았네. 그자가 바로 금시를 날렸고, 잠시 후에 오상이 바로 여기에 나타났지.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빨리 자네를 찾아온단 말인가?”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남천무방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경고하건대, 자네가 만약 그에게 줘서는 안 되는 물건을 주게 된다면, 자네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야!”
“쓸데없는 걱정이군. 말했듯이, 내게 그런 물건은 없어. 그러니 마교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야.”
남천무방의 흑백발이 바람에 휘날렸다.
“그러길 바라지!”
그리고 그대로 뒤돌아섰다. 그때, 조웅가가 갑자기 말했다.
“남천, 내가 그를 자극하는 바람에 그가 내 술 단지를 깨트렸네. 사람을 시켜 새로운 것을 보내줄 수 있는가?”
“마을에 가서 알아서 사게!”
남천무방이 그대로 몸을 날렸다. 하늘을 보며, 조웅가가 드러누워 혼자 중얼거렸다.
“개자식아, 이놈의 개자식아, 네놈이 맞길 간절히 바라마. 그렇지 않으면 난 여기저기서 미움받게 생겼다.”
* * *
문천성 내부의 뇌옥은 아주 튼튼했다. 이곳은 그 특수성 때문에 전문적으로 요마귀괴를 상대하는 곳이 따로 있었다.
이곳은 철옹성 같은 곳으로, 간수들은 이곳에 갇힌 원강의 두 팔을 강철 쇠사슬로 묶어 매달아 놓았다. 원강의 몰골은 이미 참혹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얼굴은 다 뭉개져 있었고, 머리카락은 다 뽑혀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원강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쇠사슬에 매달려 발버둥 치고 있었다. 몸의 각 혈도에 강침이 박고 있었기 때문에 원강은 자신의 토납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저 고신단의 고통을 생생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 고통스러움에 원강의 눈알이 터질 것 같았다.
“해약을 먹여라!”
심문자들이 원강의 입이 얼마나 무거운지 지켜보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돌아보니, 대체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남자가 나타나 있었다. 하지만 그가 누군지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머리를 산발하고 웃통을 벗고 있는 남자였다. 그가 그들 뒤에 서서 쇠사슬에 매달려 있는 원강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오상! 사람들이 깜짝 놀라 급히 예를 올렸다. 오상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해약을 먹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