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1화. 관방의는 뭐 하는 사람인가?
황반의 얼굴에 경악이 가득했다. 그를 제압하고 있던 사람은 천천히 황반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아 주었다. 황반은 피가 울컥울컥 흘러나오는 목을 부여잡고, 입으로 콜록거렸다.
비단으로 몸을 감싼, 날씬한 몸매의 원비가 혀를 내밀어 검지에 묻은 피를 살짝 핥았다. 그리고 빙그레 웃으며 황반이 무력하게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황반의 목을 그은 것은 원비였다. 그녀가 황반의 목숨을 끊은 것이다.
한편, 정위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제압당해 있었다. 그의 양팔은 등 뒤로 돌려진 채, 노출이 많은 옷을 입고 있는 두 여자에게 굳게 붙잡혀 있었다. 정위는 황반이 바닥에 쓰러진 채, 경련하다가 움직임이 없어지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분노한 눈으로 고개를 들어 말했다.
“뭘 하려는 것이지? 나도 죽이려는 것이냐?”
원비가 고개를 돌려, 웃으며 말했다.
“정위, 어쩔 수 없었어. 우유도가 여무쌍에게 너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소식이 퍼지기 시작했어.”
“그건 우유도가 나를 음해한 것이다!”
정위가 소리쳤다. 그 또한 뭔가를 깨닫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법력이 금제를 받아 제압을 벗어날 수 없었다. 등 뒤에 있는 두 여자가 힘을 써서 그대로 정위를 바닥에 무릎 꿇렸다.
“음해를 받은 것인지 아닌지는 더는 중요하지 않아. 알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조사하겠다고 성존에게 너를 내놓으라고 압박을 가할 거야. 성존께서는 어찌해야 할까? 내어주지 않으면, 저들의 연합을 버텨야 하고…. 내어주면, 자신의 제자도 지키지 못하는 성존의 심정이 어떠시겠어?”
“더 중요한 것은, 성존께서는 이번 일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거야. 너는 다른 성존의 고문을 버티지 못할 거야. 일단 성존과 여무쌍이 현요가 우유도를 죽인 일을 숨겼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그때가 되면 설사 네가 음해를 받았다고 한들, 성존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으시겠지.”
원비는 다시 혀로 손가락을 핥았다. 정위는 원비가 손에 묻은 핏물을 핥는 것을 보고 오한이 들어 소리쳤다.
“걱정하지 마라. 사부님께도 걱정하지 마시라고 전해주어라. 나는 절대 사부님을 팔아넘기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원비가 그런 정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런 장담이 무슨 소용일까? 성존께서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
“사부님을 봬야겠다. 사부님을 봬야겠다!”
정위가 주위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사부님, 억울합니다. 제자는 억울합니다!”
원비가 쭈그리고 앉아, 검지로 소리 지르는 정위의 입을 눌렀다. 그런 후에, 천천히 손가락이 내려가더니 결국에는 그의 심장 위에 손가락이 멈추었다.
“알겠지만, 네가 살아 있으면 누군가는 너를 물고 놓지 않으려 할 거야. 살아서 그런 모진 일을 겪을 필요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네가 완벽히 사라지는 거야. 정위. 너도 이게 누구의 뜻인지 알겠지? 날 미워하지 마!”
“너….”
정위가 입을 열어 무슨 말을 하려다가,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선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원비의 손가락이 그대로 정위의 가슴을 뚫고 심장을 꿰뚫었다.
“하하하….”
정위가 갑자기 참담한 미소를 지었다.
“원비, 너도 언젠가는 나와 같은 처지가 될 것이다….”
원비가 갑자기 정위의 목을 틀어쥐고는 그의 귓가에 말했다.
“나는 너와 다르다. 비밀을 하나 알려주지. 나는 사실 네 사부와 부부다!”
정위가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곧 그의 얼굴에 조롱하는 미소가 떠올랐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 얼굴을 확인한 원비는 분노했다. 아주 크게 말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원비가 호통쳤다.
“깨끗하게 정리해라!”
그리고는 그곳을 떠나갔다.
사실 죽은 사람은 이 둘뿐만이 아니었다. 과거, 우유도 암살에 관여된 사람들은 소문이 난 후에 빠르게 모두 처리되었다.
* * *
요마령 뒷산의 절벽,
조웅가와 오상이 보내온 사람이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조웅가는 가끔 고개를 끄덕였고, 이에 오상이 보내온 사람은 조웅가에게 여러 손짓을 하기도 했다.
이때, 남천무방이 두 사람에게 날아왔다. 오상이 보내온 사람은 남천무방에게 포권을 하고는 곧 몸을 날려 떠나갔다.
남천무방이 떠나가는 사람을 지켜보더니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오상과 무슨 일을 꾸미는 것인가?”
남천무방에게 이미 오상의 사람이 다녀간 후였다. 이 때문에 남천무방도 마교에 퍼진 소식을 알고 있었다.
지금 마교에 퍼진 소식은 바로 이것이었다. 오상은 마교에게 원강이 성녀의 전인인 것을 선포하라 명했다. 그렇게 마교에게 원강을 성자로 만들라고 했다.
이는 당연히 조웅가도 알고 있는 일이었다. 방금 온 사람은 바로 그에게 그 일을 알리고자 온 사람이었다. 어떤 일들은 오상이 무력으로 협박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굴복해도, 속으로는 그 효과가 어떠할지 오상 또한 확신을 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상은 조웅가가 그를 도와 마교를 설득해 주길 바란 것이다.
겉으로만 설득된 것보다는, 당연히 조웅가가 직접 나서 설득을 해주고, 이를 통해 마교가 내심 속으로도 이를 인정해주는 게 좋았다.
남천무방의 질문에 조웅가가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상은 헛소리를 한 것이 아니네. 원강은 성녀의 전인이 맞아.”
남천무방이 분노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인가? 역대 성녀의 전인은 모두 여인이었어. 어찌 남자가 성녀의 전인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조웅가가 담담히 말했다.
“자네가 모르는 일이 있군. 마교를 세운 성녀는 줄곧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어. 역대 전승 성녀들도 모두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지.”
조웅가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 사람을 조웅가도 기다렸고, 드디어 그를 만났으니 말이다.
접몽환계에서 성나찰이 인간으로 변신했을 때, 조웅가는 자신이 마교 역대 성녀들이 수백 년 동안 기다린 사람을 만났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남천무방이 매우 놀라며 말했다.
“설마 그 사람이 원강이라고 말할 참인가?”
조웅가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맞네! 바로 원강이야.”
마전을 우유도에게 넘긴 후, 조웅가는 성녀가 임종 시에 자신에게 부탁한 임무를 완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교 역대 성녀의 전승이 자신의 손에서 완성된 것이었다. 그 결과가 어찌 될지 조웅가는 알지 못했다. 다만 자신의 임무가 끝났음에 꽤나 홀가분했고, 기뻤다.
오상은 마교의 성녀를 연달아 두 명이나 죽게 했다. 그는 마교의 비밀이 더는 전승되지 않기를 바랐고, 그로 인해서 전승이 밝혀지기를 바랐다.
지금 마교에 더 이상 성녀는 없었다. 어쩌면 다시는 성녀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하늘이 이를 보고 가여워해서 바로 지금 이 시기에 역대 성녀가 기다리던 사람을 보내준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웅가는 기뻐했다. 떠나간 성녀들도 드디어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전을 우유도에 손에 넘긴 그 순간, 조웅가는 홀가분하게 짐을 벗어 던질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그렇기에 지금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남천무방은 그런 조웅가의 멱살을 잡고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모습으로 말했다.
“조웅가, 상청종과의 관계. 그리고 자네와 초려산장의 그렇고 그런 관계를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말게. 설마 원강을 구하기 위해서 마전을 내놓으려는 것은 아니겠지?”
조웅가도 갑자기 크게 분노하더니 남천무방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그럼 어디 말해보시게. 전전대 성녀가 자신이 곧 죽을 것을 알고, 암중에 사람을 시켜 다음 성녀를 찾으라는 법지를 내렸을 것이네. 내 말이 맞나? 그리고 자네가 바로 그 성녀를 찾는 임무를 받았겠지?”
남천무방은 다소 격동하며 말했다.
“마교 내부의 기밀을 자네에게 알려줄 이유가 없군!”
조웅가는 다시 한번 남천무방의 멱살을 강하게 틀어쥐며 말했다.
“사실, 자네는 성녀를 고르는 기준에 따라 진작에 성녀 후보를 찾았을 것이야. 맞나?”
“맞아! 그리고 그녀는 성녀가 되었고, 자네 때문에 죽었지!”
조웅가가 분노했다.
“개뿔! 사실 그녀는 성녀가 될 사람이 아니었어. 그녀는 차선책이었을 뿐이야. 원래 성녀가 될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어. 맞나?”
“헛소리.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남천무방은 조웅가의 팔을 쳐내고 분노한 얼굴로 그대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조웅가는 그를 보내주지 않았다. 남천무방의 어깨를 잡아 그를 돌려세우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관방의는 뭐 하는 사람이지?”
그 말을 들은 남천무방의 눈빛이 떨렸다. 그는 다시 조웅가의 팔을 쳐내고 조웅가의 타는 듯한 눈빛을 피해 먼 곳을 내다보며 말했다.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는가?”
“모르겠군!”
조웅가도 흥분하며 말했다.
“말해보게, 뭘 숨기고 있는가?”
“아무것도! 잘 듣게. 내가 살아 있는 한, 마교는 절대 원강을 성자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야!”
그 말을 마치고 그대로 떠나려 했다. 하지만 조웅가가 다시 손을 뻗어 남천무방의 손목을 틀어쥐고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관방의가 사실은 바로 성녀였어! 원래 성녀가 돼야 했던 사람은 관방의야. 맞지?”
남천무방은 팔을 흔들어 조웅가의 손을 떼 내려고 했다. 하지만 힘껏 움켜쥔 조웅가는 끝까지 팔을 놓아 주지 않았다.
조웅가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
“하지만 자네는 관방의를 마교로 데려오지 않았지. 자네는 그녀가 성녀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야. 자네는 당시 성녀의 처지가 얼마나 힘든지 보았고, 관방의가 그리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 자네는 관방의가 성녀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이 두려웠어. 자네는 그녀가 오상의 손에 죽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야! 도대체 무엇이 마교의 전승조차 무시하고 그녀를 지키게 만든 것인가?”
남천무방이 침묵을 지키자, 조웅가가 상대방의 팔을 내팽개치고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간단하지. 자네가 그녀를 좋아하기 때문이지. 그녀가 여기에 들어와 목숨을 잃지 않기를 바란 것이야! 비록 세상의 많은 풍파를 겪게 되더라도,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 것이지. 그 때문에 자네는 원래 성녀가 되지 말았어야 할 여인을 데려와 성녀의 자리를 잇게 했지. 결국, 자네 원대로, 자네는 관방의를 지켜냈지, 하지만 원래 성녀가 아니었을 여인이 오상에 의해 죽음으로 내몰리는 것을 지켜만 보았어!”
남천무방은 크게 두려운 얼굴로 조웅가를 바라보며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곧이어 마치 온몸에 힘이 빠져나간 것처럼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얼굴에는 참담함이 가득했고, 조금 전까지 보이던 대범함과 우아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군! 조웅가는 그런 남천무방을 노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전에는 그저 추측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상대방의 태도를 보고 자신의 추측이 틀림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의 일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얼마나 많은 비바람을 헤쳐왔고, 얼마나 많은 피눈물을 흘렸던가?
조웅가도 힘없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두 남자는 마치 흥분해 서로를 향해 돌진한 황소와 같았다. 큰 충돌로 서로 상처 입은 둘은 그렇게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