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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582화 (678/1,000)

1582화. 구성 집합

조웅가가 참담한 헛웃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자네는 내가 성녀를 죽였다고 했네. 다시 한번 말해보게, 도대체 누가 성녀를 죽게 했는가?”

남천무방이 비통한 얼굴로 말했다.

“알고 있었군. 나는 하늘과 땅을 제외하고는 나만 이 비밀을 알고 있는 줄 알았네. 평생 나만 홀로 간직할 비밀이라고 생각했지.”

조웅가가 낙담한 얼굴로 말했다.

“원래는 나도 몰랐네. 다만 우유도가 관방의를 데려갔을 때, 자네의 행동을 보았네. 그런 행동은 평소 자네의 행동과는 몹시 달랐고, 매우 비정상적이었어. 자네는 원래 매우 신중한 사람이고, 절대 급하거나 빨리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네. 하지만 관방의가 그리된 것을 본 자네는 매우 당황했고, 성급하게 행동했어.

그게 매우 이상해 보였지. 게다가 나는 과거, 자네가 성녀를 찾았을 때의 상황을 알고 있네. 성녀가 내게 알려주었었지. 그렇기에 자네가 성녀를 선택했을 때 선택의 기준이 미묘하게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렇게 여러 일들을 결합한 후에 이런 추측을 하게 되었지.”

“독하군, 그런 추측을 하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묻지 않고 속에 묻어 두다니.”

“성녀가 임종하기 전에 내게 한 가지 부탁을 했네. 나는 더 큰 비밀을 지켜야 했어. 그러니 자네의 비밀을 들추는 것은 마교에게도, 내가 지켜야 하는 비밀에도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지. 내가 아무리 독하다 한들, 자네만큼 독하겠는가. 진실을 숨기기 위해서, 관방의가 눈앞에서 세상의 풍파에 휩쓸려 무너져 가는 것을 지켜만 보다니.”

남천무방이 울었다. 참담한 미소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도 방법이 없었네. 내게는 그럴 힘이 없었어!”

그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당시 내가 그녀를 찾았을 때, 그녀는 한 산골 마을의 시내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네. 그녀가 고개를 든 그 순간…. 자네는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를 것이네. 당시 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녀를 더럽히고 말았어. 당시 나는 후회하기도 했고, 또 후회하지 않기도 했네.”

“후회한 것은 그녀의 모든 조건이 성녀에 부합하기 때문이었네. 성녀란 말일세. 성녀가 어찌 더럽혀질 수 있는가. 그때 나보고 어찌 그녀를 마교로 데려와 성녀의 지위를 잇게 한단 말인가? 데려온다면, 앞으로 오랫동안 그녀와 마주해야 했겠지.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어찌 숨겨지겠는가. 오상이 호시탐탐 노려보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사실이 밝혀진다면, 나의 죄가 밝혀지는 것은 둘째치고, 그녀를 위태롭게 만들 것이네.”

“내가 후회하지 않는 것은, 그녀를 지킬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네. 나중에 성녀가 어떤 고통을 당하는지 직접 보게 되었고, 더욱 후회하지 않게 되었지!”

“오상이 지켜보고 있으니, 나는 정말로 그녀를 도울 수가 없었네. 일단 오상에게 내가 관방의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들킨다면, 설사 그녀가 원래 성녀가 될 사람이었다는 것을 모른다 한들, 오상의 손에서 그녀가 어떤 처지가 되었을지 자네도 모르지 않을 것이야. 그녀가 세상의 풍파에 휩쓸리게 놔둔 것은, 내가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네. 나는 그것이 그녀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네.”

“그녀의 본명은 관홍화(管紅花)라고 하네. 당시 나는 그 이름이 별로라고 생각해 내 이름에서 한 글자를 따서 그녀에게 관방의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네. 그녀가 그 후로도 줄곧 그 이름을 사용하고 있을 줄 몰랐어! 어쩌면 그녀의 이름을 바꾸지 말았어야 했을까. 그녀의 이름이 방의(芳儀)이고, 내 이름이 무방(無芳)이니, 어쩌면 나는 내 이름대로 방의를 잃어버릴 운명이 되어 버린 것일 수도 있겠지. 당시 나는 본명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내 이름을 알지 못하네.”

조웅가가 코웃음을 쳤다.

“자네의 애정사에 관심 없네. 하지만 자네의 그 행동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았는지 알고 있는가. 원래 성녀가 될 사람이 아니었던 여인은 자네 때문에 목숨을 잃었네. 만약 그녀가 성녀가 되지 않았다면, 나는 그녀와 만나지 않았을 것이네.

만약 내가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에 얽혀들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렇게 얽혀들지 않았다면, 상청종은 오상 때문에 이 지경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야. 영왕 파벌의 사람들도 전멸을 당하지 않았겠지. 자네의 그 사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운명이 뒤틀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가?”

남천무방이 고개를 들어 조웅가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복수를 하려는가?”

남천무방은 담담하게 말을 내뱉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아니면 그걸 빌미로 원강이 성자가 되는 것을 협조하게 할 생각인가? 그럴 일 없을 것이네. 나는 이미 한번 잘못했기 때문에, 더는 잘못하지 않을 것이네. 그 일은 절대 승낙할 수 없어!”

“물론 자네 말대로, 내가 만약 그녀에게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면, 상청종이 참변을 당하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나는 그녀를 만난 것을 후회하지 않아! 내 잘못은, 내가 속죄할 것이네!

조웅가는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확실히 자네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군. 하지만 나라고 자네를 죽일 자격이 있겠는가? 자네의 잘못만큼 큰 것이 내 잘못이기도 하네.”

“남천무방, 지금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네. 나는 다만 초려산장이나 상청종의 관계 때문에, 또 원강이 초려산장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 아니네…. 자네는 설마 내가 그 정도 관계 때문에 오랫동안 지켜온 물건을 가지고 그를 구하리라 생각하는 것인가?”

그 말을 들은 남천무방은 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 또한 다소 놀란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전설의 마전이 정말 존재한단 말인가?”

조웅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하지만 오상의 손에는 없지. 이미 역대 성녀가 기다리던 사람의 손에 있네.”

마음속으로는 이미 우유도에게 주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선택받은 우유도가 원강이 살길 바란다고 말이다.

남천무방은 당연히 원강에게 주었다고 알아들었다. 하지만 믿지 않았다.

“원강이 어떻게 역대 성녀들이 기다린 사람이란 말인가?”

“역대 성녀들이 지키는 비밀 중에 당연히 그 사람을 분별할 방법이 있으니 틀릴 수가 없네. 지금 문제는 원강이 구성의 손에 들어갔다는 것이지. 지금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상뿐이네.”

“원강을 구하기 위해서 마전을 정말 오상에게 줄 것인가?”

“마전은 존재하네. 자네는 곧 전설이 진짜였음을 알게 될 것이네. 자네는 이향의 지혜를 얕잡아 보지 않아야 할 것이야. 모든 건 그녀의 계획안에 있네.”

“도대체 마전에 무엇이 기록되어 있는 것인가?”

“몰라도 되는 사람은 알 필요 없는 것이니, 더는 묻지 말게. 지금 마교가 해야 하는 것은 오상에게 협조하는 것이네!”

남천무방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이향이든 마전이든 난 모르겠네. 다만 마전이 오상의 손에 들어간다면, 마교가 끝장날 것이라는 건 확실하지. 자네는 마전을 지키지만, 내가 지키는 것은 바로 마교네. 알겠는가?”

“나한테 그래 봤자 아무 소용 없네! 반항할 수 있겠는가? 오상은 이미 마전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네. 자네가 협조하지 않으면 마교가 정말 끝장나는 것이야!”

남천무방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조웅가가 움직이며 그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저 멀리 바라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게. 마전은 족쇄야. 그가 마전을 손에 넣으면 스스로 약점을 만드는 것이니 절대 경거망동하지 못할 것이네! 그도 그걸 알고 있지, 하지만 마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지! 최소한, 그의 야심이 달성되기 전에는 절대 경거망동하지 못할 것이야.”

이건 우유도가 그에게 해준 말이었다.

* * *

천마성지, 천마궁 깊은 곳에 있는 한 동혈,

원강은 여전히 쇠사슬에 묶여 어둠 속에서 마치 한 마리 죽은 개처럼 매달려 있었다.

이미 원강이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상 또한 그 몸에 박힌 강침을 뽑지 않았다.

천마궁의 대전 안, 구성이라 불리는 귀빈이 모두 모여있었다.

좌석은 없었다. 오상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원색,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면, 다들 네게 다른 뜻이 없다는 것을 이해시킬 수 있게 정위를 내놓는 것은 어떤가?”

“원 뚱땡이, 우리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군.”

다른 사람들의 거듭된 압박에, 뚱뚱한 원색은 드디어 참지 못하고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니 나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군. 다만 정위 이놈이 어딜 갔는지 알 수 없어서 말이야. 마침 나도 그 일에 관해서 물어보려고 했는데 말이지.”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떤가. 우리가 같이 찾아보는 것이야. 찾은 사람은 내게 알려주면 좋겠군. 사람을 찾으면 마음대로 심문해도 괜찮아. 이러면 만족하겠나?”

그 말을 들은 여무쌍이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빙그레 웃었다. 원색의 말을 듣고 마음이 놓인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들 안색이 어두워지거나, 무표정이었다. 아마도 원색의 제자 정위를 더는 이 세상에서 찾을 수 없으리라 추측한 것이다.

물론 정위를 찾지 못하게 되면, 다른 구성들은 원색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의심을 어느 정도 확신하게 될 터였다. 원색 또한 이를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일단 다른 사람이 증거를 찾게 되면, 무량원에서 쫓겨나는 건 둘째치고, 그 기회에 누군가 수작을 부릴 수도 있었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연합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 일단 눈앞의 이 관문을 우선 넘겨야 했다.

천하의 사람들에게 구성은 구름 위의 존재였다. 하지만 그들 사이의 처지는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편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서 원색이 오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상, 오늘 우리가 여기 모인 것은 네가 데려간 사람을 다시 돌려받기 위해서다. 네가 먼저 법도를 어겼으니, 만약 오늘 여기 모인 우리에게 합당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오상이 싸늘한 눈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뚱땡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어째, 혼자서 우리 여덟과 싸우기라도 하려고 그러는 것이냐? 어디, 할 테면 해 보아라!”

오상은 그의 도발을 무시하고 말했다.

“사람을 데려온 것에는 당연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모두 들었지 않은가. 다들 소문을 들었을 것이다.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고 있으니, 어찌 그들이 마음대로 원강과 접촉하도록 내버려 둘까?”

“허튼수작 그만 부리지!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그를 붙잡아 온 사람도 너고, 갑자기 그를 데려가려는 사람도 너였다. 어째서 그러는지 그 이유를 오늘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다.”

오상이 여무쌍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자를 강하게 원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여무쌍이 아닌가? 사막에서부터 그를 주목하더니, 문천성에 오자마자 사람을 끌고 갔다고 하더군, 여무쌍, 그걸 뭐라고 설명할 건가?”

여무쌍이 즉시 오상의 말에 반박하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음해로군! 그 원강이 감히 내게 무례를 범하니, 그를 데려다가 교훈을 주는 것이 잘못되었단 말이더냐? 오상, 지금 성경에 만연한 헛소문을 바로 네놈이 퍼트린 것이 분명하구나. 바로 그자를 빼앗아 가기 위해서 말이다!”

“말을 할 때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급할 것 없지, 오늘 이렇게 다들 모였으니, 하나하나 해결하면 그만이지.”

설파파가 갑자기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지팡이를 짚으며 여무쌍 앞으로 가더니 말했다.

“여무쌍, 교훈을 내린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은 그만하는 게 어떤가? 지금 우리가 알고 싶은 건 단 한 가지라네. 어째서 갈황을 원하는 거지?”

사람들이 시선이 모두 여무쌍에게로 향했다. 싸늘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모든 사람은 답을 알기를 원했다.

여무쌍은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는 답을 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냉소 지으며 말했다.

“갈황의 내단을 얻기 위해서다!”

설파파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갈황의 내단으로 뭐 하려고?”

“쓸모가 있으니 그러지. 내 개인적인 일까지 다 말해야 하는가? 내가 원강을 원한 것은 갈황을 얻기 위해서다. 만약 그게 불만이라면, 갈황을 포기하면 그만이다.”

사람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도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다들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이때, 팔짱을 끼고 있던 나추가 나섰다.

“오상 너는? 어째서 그를 데려가려 하는 것이지? 나쁜 의도가 있는 사람이 있다는 말로 넘어갈 생각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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