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3화. 마전을 얻다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오상에게 향했다.
“인제 와서 진실을 숨길 수는 없겠지. 나는 그를 살리려는 것이다! 마교에서 내게 부탁한 일이다.”
“마교?”
나추가 하하 웃었다.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나는 모를 수가 없지. 감히 마교가 너를 부릴 수 있단 말이냐?”
오상이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 상대방의 말 속에 조롱이 가득한 것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 흔들리지 않았다.
“나를 부린 것이 아니다! 잘 들어라. 부탁한 것이다!”
“마교의 사람이 원강을 구하기 위해서?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이가 아닌가. 마교가 왜 그를 위해 나서준단 말인가?”
“사실대로 말하면, 나도 안 지 얼마 안 된 사실이다. 얼마 전에 마교에서 보내온 전서를 받고 성경을 나서 요마령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원강의 진짜 신분을 알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돌아와서 바로 그자를 데려온 것이다.”
진짜 신분? 사람들은 호기심이 들었다. 무명성지의 성존 장손미(長孫彌)가 물었다.
“저 원강에게 무슨 특별한 신분이 있단 말인가?”
“성자다!”
“그게 뭔가?”
오상이 설명해 주었다.
“마교 성녀의 전인이다. 원강은 마교 성녀의 진전을 이어 오늘날 마교의 성자가 되었다!”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목연택이 터무니없다는 듯 말했다.
“오상,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인가? 마교에는 역대로 성녀만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성자라니?”
“마교는 줄곧 내게 큰 오해를 하고 있었다. 내가 마교의 성녀를 해칠 것이라고 걱정한 나머지, 나를 방비하기 위해 남자로 성녀를 잇게 한 것이다.”
사람들이 내심 속으로 오상이 우스웠다. 마치 자신은 성녀를 해친 적이 없다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 않은가?
오상이 계속 말했다.
“성녀가 암중에 마교의 전승을 조웅가에게 전했다. 조웅가는 우유도와의 관계 때문에 마교 성녀의 전승을 그 원강이라는 놈에게 전했다. 그 때문에 원강은 마교의 성자가 되었다. 당신들은 말할 것도 없고, 나조차도 어색할 지경이다. 하지만 사실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설사 그렇다 한들, 과거에는 성자의 존재를 정말 조금도 몰랐단 말인가?”
“내가 그를 해칠 것으로 생각한 마교는 내게서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원강조차 자신이 성녀의 진전을 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이번에 그들은 정말 어쩔 도리가 없어 내게 진실을 밝히고 부탁을 한 것이지.”
여무쌍이 냉소 지었다.
“그럼 그 전에 사람을 붙잡아 오게 하고, 흑석을 보내 문천성에 온 사람을 데려가려 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지?”
“그건 내가 무변사막에서 그를 확인했을 때, 원강의 몸에서 마교의 전승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어찌 된 일인지 확인하고자 한 것이지. 하지만 우리 구인 사이의 약속이 있어, 경거망동할 수 없었고, 단지 표묘각을 통해서 일을 처리하려 했을 뿐이다. 한번 생각해 봐라, 만약 내가 진작 알고 있었다면, 만약 사막에서 이상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기다렸다가 움직일 이유가 있었을까? 당신들이 끼어들기까지 기다릴 이유가 있었을까?”
오상이 사람들을 둘러 보며 말했다.
“만약 그자의 신분을 지금 알게 된 것이 아니라면, 왜 그자가 외부에서 평화롭게 지낼 때 데려오지 않았단 말인가? 굳이 이렇게 큰 소란이 일어난 후에 그를 데려가기 위해 내가 이리 애쓸 필요가 있었겠는가?”
누구는 고민하고, 누구는 눈살을 찌푸렸다. 오상의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그런 것 같았다.
“왜 그대가 마교의 성자를 보호한단 말인가?”
오상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세상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 크게 오해하고 있더군. 내가 마교에 해를 끼치고, 양부를 죽였다고 말이야. 그건 다 거짓이다! 나는 마교에서 나고 자랐다. 지금까지 마교를 지켜왔지. 마교가 아직 무너지지 않고 저리 온전한 것이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내가 어째서 성자의 어려움을 모른 체해야 한단 말인가? 만약 누군가 마교의 성자를 적대한다면, 그건 바로 나와 적대한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사람들은 그 말이 퍽 우스웠다. 만약 상황을 몰랐다면 오상의 말에 넘어갔을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다들 이해했다. 양부를 죽였다는 악명이 너무 큰 나머지, 몸을 팔고도 열녀비를 세우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줄곧 오상이 마교를 내버려 둔 원인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대들은 오늘 이 오상의 체면을 봐서 그를 풀어 줬으면 좋겠군! 만약 믿지 못하겠다면, 마교에 사람을 풀어 알아보게 해도 무방하다.”
“내가 그를 붙잡고자 했던 것은, 그자에게 어째서 마교의 전승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일 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그 이유를 알았으니 그를 풀어주어도 무방한 것이다. 장담하건대, 나는 그를 즉시 석방하고 그에게 자유를 줄 것이다. 절대 그대들이 생각하는 그 어떠한 의심스러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후에 내 말에 거짓을 발견한다면, 언제든지 나를 찾아와도 되고, 언제든지 원강을 다시 잡아들여도 된다!”
여무쌍은 비밀을 지키기 위해 양보도 마다하지 않았다. 더는 갈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는 암중에 일을 도모하고자 했다.
반면 오상은 자신이 원하는 것만 얻을 수 있다면, 원강을 구속하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겉으로는 마찬가지로 양보를 한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서로 맞부딪혔다. 일단 이번 일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떠나, 갈등이 이대로 커지는 것은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았다. 확실하게 서로 연합해 누군가를 상대할 준비를 하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상대방을 죽일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일단 손을 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만약 상대방이 도망친다면, 그 후환은 끝이 없을 것이다.
특히 여무쌍, 원색, 그리고 오상이 동시에 시시비비에 얽혀 있었다. 어찌해야 할지 의논이 필요했다.
아무튼, 두 사람의 의견에 대해서 사람들은 뭐라 할 근거가 없으니, 얼렁뚱땅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구성 사이에 존재하는 균형은 줄곧 이런 식이었다. 겨우 사소한 일 하나로 지금 형성된 균형을 부수는 것이 가치 있는지, 지금 상황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했다.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이 떠나기 전에 오상이 갑자기 말했다.
“이 오상의 체면을 세워주어 고맙군. 멀리 나가지 않겠다. 하지만 여무쌍, 그대는 나와 대화를 좀 하지!”
사람들이 뒤돌아보았고, 그중에 원색이 말했다.
“우리 앞에서 못할 말이 있는 건가?”
그는 여무쌍 혼자 여기 남겼다가 손해를 볼까 봐 걱정되었다. 그것도 아니면, 여무쌍이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할까 봐 걱정이었다.
“뚱땡이. 너는 네 엉덩이나 잘 닦아라. 여긴 널 환영하지 않으니, 썩 꺼지거라!”
원색이 하하 웃으며 그를 무시하고 말했다.
“여 미인, 누군가 우리를 모함하려는 것 같군. 확실히 여 미인과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어.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일 있으면 부르라고.”
그리고는 뒤돌아 멀어져 갔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몸의 지방이 흔들렸고, 그는 그 큰 몸을 이끌고 사람들 사이로 걸어 움직였다.
다른 사람은 오상이 여무쌍을 남긴 이유를 눈치챘다. 원강이 여무쌍의 제자를 죽였다. 반면에 오상은 원강을 지키고 싶어 한다. 두 사람은 확실히 대화가 필요해 보였다.
그렇게 사람들이 떠난 후에, 여무쌍이 냉소 지었다.
“어째? 내게 부탁이라도 하려고?”
“부탁?”
오상이 같잖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 여무쌍에게 다가간 오상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맞아, 최근에 성경을 달군 소문은 바로 내가 낸 것이야.”
여무쌍의 눈이 커졌지만, 오상은 태연히 말을 이었다.
“우유도가 네게 정위를 조사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소문이 그냥 났을 것 같나? 그 소문이 이처럼 널리 퍼진 데다가, 사실처럼 여겨지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여무쌍의 동공이 급히 수축했다. 상대방의 의도를 깨달은 것이다. 만약 상대방이 진작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상대방은 소식을 흘리기 전에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말과 같았다. 그러니 단순히 원색이 사람을 죽여 입을 막는 것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오상의 손에는 여무쌍과 원색이 손을 잡고 증거를 인멸했다는 증거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내 체면을 좀 세워줬으면 좋겠군. 이미 죽은 자를 위해서 우리 사이의 관계가 틀어질 필요는 없지 않겠나? 이 일은 그냥 이렇게 흘려보내지. 내가 요구하는 건 단순해. 난 원강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아. 내 말뜻을 알겠지?”
오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흥!”
여무쌍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소매를 내저으며 대전을 떠나갔다. 귀빈이 모두 간 것을 확인한 흑석이 돌아와 보고했다.
“성존, 모두 떠났습니다!”
“그를 데려와라.”
“알겠습니다!”
흑석이 대답하고는 빠르게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 상태가 극도로 좋지 않은 원강이 들려왔다.
오상은 원강을 한 손에 들고 그대로 날아올라 마궁을 떠나 하늘로 날아올랐다.
빠르게 뒤따라온 흑석은 떠나는 오상의 뒷모습을 보며, 오상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고 생각했다. 당장이라도 마전을 손에 쥐고 싶은 것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얻기를 원한 물건인가. 단 한 순간도 지체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 * *
하늘을 빠르게 날아온 오상은 다시 땅에 내려섰다. 온몸에 힘이 없고, 상처투성이인 원강을 조웅가의 동굴 입구에 던져놓았다.
조웅가는 우뚝 서 있는 오상을 한번 보고는 빠르게 원강 앞에 무릎을 꿇고 사람을 확인했다. 원강인 것을 확인한 그는 다시 법력을 이용해 상세를 확인했다.
부상이 심상치 않았다. 어떤 부분은 심지어 피부가 벗겨져 있었고, 사지에는 백골이 보이는 곳도 있었다.
또 원강의 몸에는 강침이 여기저기 박혀 있었다. 조웅가가 손을 뻗어 강침을 뽑으려 할 때 오상이 입을 열었다.
“급할 것 없다. 당장 죽을 일 없으니, 우선 물건을 내놓아라!”
피 묻은 강침을 하나 뽑아낸 조웅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경에 있는 사람들이 다시 원강을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으시오?”
“네놈들이 문제만 일으키지 않으면, 자연히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 자, 사람을 데려왔으니 물건을 내놓아라. 물건은 어디 있느냐?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아라. 지금 당장 물건을 내놓아라!”
땡그랑!
강침을 바닥에 버린 조웅가는 지금 오상이 몹시 흥분한 데다가, 그의 상태가 극도로 위험한 경계에 있음을 알고 그대로 절벽을 향해 날아올랐다.
오상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조웅가의 뒤를 따랐다.
한 사람은 공중과 땅을 오가며 뛰어오르기를 반복했고, 한 사람은 공중에서 천천히 그 뒤를 쫓았다.
익숙한 곳이다. 저번에 우유도를 데리고 왔던 그곳이었다. 조웅가는 뛰어내렸고, 오상은 싸늘한 눈빛으로 주위를 경계하며 천천히 땅으로 내려왔다.
석벽과 땅이 만나는 곳,
펑! 조웅가가 일장을 쏘아냈다. 우르르하는 소리가 들리며 안에서 큰 돌멩이가 하나 굴러 나왔다. 조웅가는 이를 꺼내 들었고, 법력을 이용해 돌멩이를 갈랐다.
퍽! 안에서 금속 상자가 떨어지자 조웅가는 이를 받아쥐고는 오상에게 던졌다.
오상은 상자를 받아 법력으로 내부를 살펴보았다.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오상은 상자를 열어 안에 기름종이로 빈틈없이 포장된 물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자는 그대로 버려버리고, 기름종이를 펼쳤다. 그 안에 금속으로 된 두루마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위에 적혀있는 네 글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향수찰.’
‘이향’이라는 두 글자만으로 오상은 크게 흥분했다. 이 고풍스러움, 이 느낌, 오상은 두루마리를 손에 들자마자 굉장히 오래된 물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상이 조웅가에게 물었다.
“이것이 마전이더냐?”
“마전이라고 불리지만, 딱히 어떤 경전인 것은 아니오. 그저 이향이 남긴 기록에 불과하다고도 할 수 있지. 어쨌든 성녀가 대대로 지켜온 물건은 그게 맞소. 그것이 바로 마전이오.”
꿈에도 그리던 물건을 손에 넣었다. 오상의 손은 조금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 여는지 확인한 그는 긴 막대를 잡아당겼다. 급속이 마찰하는 소리가 오상의 귀를 매우 즐겁게 했다.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또 매우 고풍스러웠다. 특히 금속 위에 새겨진 필적은 얼핏 봐도 경지가 매우 높은 사람이 법력을 이용해 직접 금속 위에 새겨넣은 게 틀림없었다. 그 대단한 경지는 거짓으로 만들어 내고 싶다고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금속 위에 직접 글자를 새겨 넣은 것만 보아도 그 경지가 어떠할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