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군-1584화 (680/1,000)

1584화. 울지도 웃지도 못하다

오상의 심신이 떨렸다. 곧바로 이향수찰 안에 있는 내용에 깊이 빠져들었다. 특히 후반부를 읽을 때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내용을 확인한 오상은 장탄식을 내뱉었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렸다.

“경중인…. 경중인….”

이향의 명을 따르지 않으면 경중인이 나타나 천벌을 내린다….

그 한마디에 포함된 의미가 오상에게 위협으로 다가왔다. 그가 조웅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경중인이 무슨 뜻인가?”

“그건 내게 물어보지 마시오. 역대 성녀들이 만약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았다면, 당신을 포함하여, 구성조차 지금처럼 날뛰지 못했을 것이오. 나도 도대체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싶소. 하지만 이향을 제외하고는 아마 그 뜻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오.”

오상이 침묵했다. 또 그는 두루마리를 길게 펼치고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는 물었다.

“마전이 겨우 이거란 말인가?”

얻지 않았다면 모를까. 일단 손에 들어오니, 어째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 두루마리 안에 다른 내용이 들어갈 자리가 있어 보이시오? 아니면 이향이 그런 두루마리를 몇 개나 만들어 각기 다른 내용을 담았을 것 같으시오?”

그 말이 맞았다. 이런 것은 여러 개 만들 필요가 없었다. 더 적을 내용이 필요했다면 두루마리의 내용을 길게 하면 그만이지, 굳이 두 개로 나눠 만들 필요가 없었다. 오상은 금속 두루마리 안의 내용을 다시 확인했다. 더는 적을 공간도 없었다.

수찰 안의 내용이 비록 모든 것을 확실하게 알려주고 있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의 설명이 없으리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아마 이것 외에 다른 내용을 남겼을 것 같지는 않았다.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대해서는 추궁할 필요도 없었다. 비록 많은 내용은 아니지만, 그 안에 기록된 것만으로도 수행계에서 상찬 부부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에게 그들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상찬이 과거의 추억을 쫓아 허공을 부수고 사라졌다고? 그 한마디만 해도 너무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오상은 이미 저 별 사이로 날아가고 싶은 충동까지 들었다.

또 무국 시대에 남겨진 여덟 개의 진국신기라 불리는 물건에 대해서, 구성조차 지금까지 이 물건들이 왜 보물이라 여겨지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오상은 모든 것을 깨달았다.

다만 뭔가 모자란다고 생각한 것은, 오상이 나머지 팔성을 제압할 수 있는 기공대법을 마전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오상은 다소 실망했다.

큰 기대에는 큰 실망이 따르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더는 기대하지 않으니, 오상은 빠르게 냉정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어쨌든 생각해보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정말로 다른 팔성을 제압할 수 있는 기공대법이 있었다면, 조웅가의 말대로, 구성이 지금처럼 날뛸 수 있었겠는가? 아마 마교의 개파조사인 성녀가 진즉에 천하를 통일했을 것이다.

그러니 오상은 완전히 실망하지 않았다. 다시 두루마리를 펼친 그의 눈에, 까마귀 장군의 제련법이 들어왔다. 그리고 원래 마교 교주가 알고 있던 까마귀 장군의 제련 비법이 쓰레기라는 사실 또한 알 수 있었다. 지금 보니, 확실히 제련 방법이 달랐고, 훨씬 더 복잡하고 자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 적힌 것이야말로 진짜임이 틀림없었다. 만약 대규모 제련에 성공한다면, 그 위력은 아마 원영기의 수행자들조차 두려워할 정도가 될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원영기 수행자가 두려워할 정도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느 정도의 규모를 이루어야만 했다. 또 까마귀 장군이 충분한 힘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매우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오상은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다. 오상은 기다릴 수 있었다. 다만 오랜 시간의 기다림이 매우 지루할 뿐이었다!

하지만 제련이 성공했을 때의 결과를 생각하면, 오상은 다시 흥분되는 것 같았다. 그걸 위해서 오상은 기다릴 수 있었다!

휙!

오상이 손을 놓자, 두루마리가 다시 빨려 들어갔다. 오상은 손에 두루마리를 든 채, 조웅가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 적힌 까마귀 장군의 제련 비법을 시도해보지 않은 것이냐?”

“역대 성녀가 어떤 사람인지 그대도 모르지 않을 것이오. 그들이 이런 사악한 것을 제련했을 것 같소?”

“이 마전은 네 손에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있었다.”

조웅가가 냉소 지었다.

“확실히 난 시도해보고 싶었소. 그대가 어디 좋은 곳을 찾아 시도해 보시오. 온 천하가 그대들의 손아귀에 있지 않소. 이 정도만 말해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오. 까마귀 장군을 제련하기 위해서는 음기가 모이는 땅이 필요하오. 천하의 음기가 모이는 곳, 대체 까마귀 장군을 그곳 어디에서 제련하면 그대들의 눈을 피할 수 있겠소?”

허언이 아니었다. 조웅가는 동곽호연이 도대체 어떤 땅에서 까마귀 장군을 제련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만약 알고 있었다면, 우유도와 수수께끼 같은 추측을 할 필요도 없었다.

아마도 동곽호연 등 사람들은 극도로 은밀한 곳을 찾았을 것이다. 분명 쉽게 발견되지 않는 곳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큰 비밀을 지금까지 숨길 수 있을 리 없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우유도가 동곽호연의 까마귀 장군 제련지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는 것이다.

“당신도 수찰의 내용을 모두 보았을 것이오. 이향의 당부에 따르면, 일단 수행자들이 천하를 혼란스럽게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수찰의 계승자는 다섯 세계를 끊어야 하오. 까마귀 장군의 제련법은 아마 이 다섯 세계를 끊기 위해 이향이 준 능력과 수단일 것이오. 하지만 어째서 역대 성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겠소? 당신들의 시선을 벗어날 적당한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오.”

“역대 성녀들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을 내가 했다고 생각한다면, 나를 과대평가하는 것이오.”

오상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쨌든 조웅가의 말이 틀리다 할 수 없었다. 그는 손에 든 물건을 흔들며 말했다.

“여기 적혀있는 내용을 다른 사람이 몰랐으면 좋겠군. 그렇지 않으면, 너, 원강, 상청종, 그리고 온 마교도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비밀로 할 것이오. 하지만 당신들도 그들을 건들지 말아야 할 것이오.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몬다면,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할지 알지 못하오. 그때가 되면 지금 이 사실은 분명 많은 사람이 알게 되겠지!”

“또 이 물건에 무슨 문제가 없어야 할 것이다. 나는 네놈의 아들을 구할 수도 있지만, 죽일 수도 있다!”

오상이 냉소 짓더니 그대로 휙 날아올라 하늘 멀리 날아갔다.

조웅가가 고개를 들었다. 오상이 마전에 있는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건은 진짜가 분명했다. 우유도가 진짜를 가져왔다. 다만 안에 있는 글자를 몇 개 바꾸었을 뿐이다. 게다가 우유도가 그걸 바꾼 솜씨는 아주 정교했다. 마전을 계속 보관해왔던 조웅가조차 기존 내용을 알지 못했다면 어디가 바뀌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도였다. 당연히 오상의 검증은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 그러니 걱정할 것도 없었다.

조웅가는 우유도에게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우유도의 생각은 자신의 생각과 전혀 달랐다. 정말로 아주 달랐다.

마교 역대 성녀들이 목숨을 걸고 지킨 물건이다. 그 또한 평생에 걸쳐 어렵게 어렵게 지켜낸 물건이다. 하지만 우유도의 손에 들어가니, 그처럼 보물 같은 물건이 썩은 채소보다 못하게,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많은 사람이 생명을 던지며 오상에게 넘기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 물건이다. 하지만 우유도의 손에 들어가자, 눈 깜짝할 사이에 오상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조웅가는 갑자기 저 물건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성녀들의 노력이 헛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자신의 헌신에 대해서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니, 우유도는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지 않았는가?

예를 들어 상경, 그 물건을 빼앗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가. 하지만 우유도는 그 물건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사부 동곽호연이 생명과 바꿔 그에게 전달한 물건을 그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옥창에게 건네주었다.

무량과도 마찬가지였다. 온 수행계가 꿈에도 얻고 싶어 하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우유도는 아무렇게나 조웅가에게 무량과를 던져주었다. 또 그 후로도 도대체 몇 사람에게 무량과를 나누어 주었는지 알 수 없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보물은 얻은 사람들은 그 보물을 어떻게 해서든 자기 손에 꽉 쥐고 있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우유도는? 그 물건들 하나하나, 많은 사람이 보물로 생각하는 물건이 우유도의 눈에는 무엇이 되었는가?

“후!”

조웅가가 하늘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오랜 기간 짊어지고 있던 물건을 털어냈다. 특히 오상에게 주었기 때문인지, 조웅가는 갑자기 너무 홀가분해졌다. 오상이 다시는 자신에게 수작을 부릴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유도의 행동이 현명한 것일 수도 있었다. 내려놓았기 때문에 해방을 얻은 것이다!

수많은 시시비비와 은원들이 얽혀 있는 과거의 일들을 한 번의 한숨으로 털어낸 조웅가는, 그대로 날아올라 자신의 동굴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동굴에 가는 길에 한 사람이 튀어나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조웅가가 즉시 그를 경계하며 두 손을 펼쳤을 때, 그 사람이 입을 열었다.

“접니다!”

우유도! 조웅가가 멈칫했다. 우유도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조웅가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여긴 어쩐 일이냐?”

“오상이 문천성에서 원강을 데려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달려왔습니다. 이곳에서 줄곧 기다리고 있었지요. 오상이 그 물건을 가져갔습니까?”

조웅가가 한숨을 내쉬었다.

“가져갔다.”

“뭘 그리 한숨을 내쉽니까. 가져갔으면 가져간 것이지. 거기에 적혀있는 내용은 이미 우리도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 철 쪼가리들을 뭐 그리 아까워하십니까.”

조웅가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얼굴로 말했다.

“그 물건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아느냐? 그런데 네 눈에는 그저 철 쪼가리구나? 수많은 사람이 목숨으로 그걸 지켰기 때문에, 네가 그걸 얻을 수….”

우유도가 손을 크게 내저었다. 그것만 이야기하면 우유도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매우 불쾌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제가 그걸 가지고 뭐합니까? 나라고 그걸 가지고 싶은 줄 아십니까? 이 몸은 원래 잘살고 있었습니다. 만약 당신들이 무능하지 않았다면, 이향 때문에 이곳에 끌려와 목숨 걸고 이 짓거리를 하고 있겠습니까? 그러면서도 지금 자신을 치켜세우려는 것입니까?”

조웅가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이향 때문에 여기 끌려왔다…. 그게 무슨 소리더냐?”

우유도는 더는 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말을 돌리며 말했다.

“조 사숙, 아무리 좋은 물건도,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면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그럼 그게 철 쪼가리가 아니면 뭐겠습니까? 꺼내서 그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보물인 것입니다. 정말 무슨 생각을 하고 사시는지 모르겠군요. 됐습니다.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마십시오. 나머지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사숙은 더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원강은 어떻습니까? 원강을 보지도 않고 물건을 준 건 아니시지요?”

조웅가가 다소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왔다. 오상이 내 동굴 입구에 던져놓았지. 부상이 아주 심각하다!”

부상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유도가 다소 걱정스러운 얼굴로 동굴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잠시 바라보더니 고개를 살짝 내저었다.

“가자꾸나. 그곳에 혼자 버려져 있으니, 시간을 오래 끌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무섭다.”

“잠깐만요!”

우유도가 잠시 기다리라 손을 들고는 홀로 우거진 깊게 파인 계곡 쪽으로 들어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