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5화. 자신이 자초한 일
잠시 후 돌아온 우유도의 손에는 기절한 여인이 들려 있었다. 그녀도 가면을 쓰고 있었다.
“가시지요!”
두 사람이 동시에 날아서 돌아가는 중에 조웅가가 물었다.
“누구냐?”
“누구냐고요?”
우유도가 냉소 지었다.
“이번 일의 원흉이자, 원강이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구하려 한 여인이지요!”
조웅가는 도대체 이놈의 행동 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 또 우유도의 사고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멈칫하던 그가 다시 물었다.
“그녀를 왜 데려온 것이냐?”
“그 멍청이의 엉덩이를 닦아주려고 그럽니다!”
“…….”
조웅가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절벽으로 돌아온 둘은 그대로 절벽을 타고 올라, 중턱에 있는 동굴 앞에 내려섰다.
마치 죽은 개처럼 쓰러져 있는 원강은 미약한 숨을 이어가고 있었고, 지금 반 혼미한 상태에 빠져있었다. 그 모습이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였으며, 몸에 수많은 강침을 박고 있었다. 머리털은 모두 뽑혀 있었으며, 손가락에는 백골이 보일 지경이었다.
조웅가는 우유도가 격렬한 동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그의 가면 위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조웅가는 그대로 몸을 숙여 원강 몸에 꽂힌 강침을 뽑으려고 했다. 그때 우유도가 조웅가의 어깨를 붙잡았다.
조웅가는 뒤돌아 자신을 저지하는 우유도를 보며 의아해했다.
“왜 그러지?”
“자신이 자초한 일입니다. 급할 것 있겠습니까?”
우유도는 그에게 잠시 옆으로 비켜달라고 하더니 다른 손으로 풍관아를 일으켜 세워 그녀의 뒷목을 법력으로 쓰다듬었다.
잠시 후, 풍관아가 긴 숨을 내쉬며 천천히 두 눈을 떴다. 우유도가 그녀를 두어 번 정도 흔들자, 자신의 다리로 땅에 내려설 수 있었다.
정신을 차려 주위를 둘러본 그녀는 우유도를 보고는 다소 발버둥 치며 말했다.
“여긴 어디죠?”
“어디냐고?”
우유도는 그녀를 놓아주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가 어딘지 중요한가? 저 사람이 어찌 되었는지 보고 싶지 않아?”
우유도의 손짓을 따라 시선을 돌리던 풍관아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곧 상대방의 붉은 피부를 보고는 그제야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원강의 참상을 보고는 경악해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우유도가 갑자기 돌연 분노했다. 갑자기 풍관아의 목덜미를 틀어쥐고는 그대로 죽은 개 같이 쓰러져 있는 원강 앞에 무릎 꿇리게 하고는 그녀의 얼굴을 원강의 얼굴로 들이밀었다.
“보아라, 잘 봐라. 네년 때문에 이 자가 어찌 되었는지 잘 보아라. 두 눈 크게 뜨고 잘 보아라!”
그리고 다른 손으로 백골이 드러난 원강의 손을 들고 풍관아의 눈앞에 들이대며 말했다.
“잘 봤느냐? 어때, 마음에 드느냐? 어디 한번 만져보겠느냐? 느껴보겠느냐? 이 자가 네년 때문에 얼마나 큰 고통을 당했는지 알고 싶지 않으냐? 개 같은 년! 내 말 잘 들어라. 앞으로 원강은 네게 빚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만약 앞으로 네년이 원강을 꼬드겨 위험한 짓을 하게 한다면, 네년의 껍질을 벗겨 버리겠다!”
지금 원강은 손과 발이 불구가 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멀쩡하던 사람이 불구의 몸이 된 것이다. 우유도는 마음 같아선 풍관아를 죽여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반드시 자신의 분노를 내리눌러야 했다.
그는 원강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우유도가 이 여자를 죽인다면, 원강은 분명 우유도와 반목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형제 사이, 그 형제 사이의 정이 아무리 깊다 한들, 어떤 때는 한 명의 여자만도 못했다. 물론 형제 사이의 정이 더 깊었다. 하지만, 이런 건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튼, 그렇게 하면 안 됐다. 일단 건들면 안 되는 것을 건들게 된다면, 더는 두 사람은 형제도 아니게 될 것이다.
이는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여자도 남자를 위해서 자매의 사이가 아무리 두텁다 한들 반목할 수 있었다.
형제는 말할 것도 없고, 설사 친부모가 그리한다 해도, 자녀들은 부모와 인연을 끊으려 할 수도 있었다.
비록 답답하고 견디기 어려웠지만, 아직 이성이 남아 있었다. 아직 그 정도 분별력은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면서, 한쪽에 있는 조웅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유도가 여인을 데려온 이유를 대충이나마 깨달은 것이다. 혹시라도 나중에 이 여인이 어렵게 목숨을 건진 원강을 다시 유혹해 위험에 처하게 할까 봐 경고한 것이다.
풍관아가 울먹이며 눈물을 흘렸다. 직접 보고 나서야, 자신이 원강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풍관아는 흐느끼며 말했다.
“잘못했어요.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 구해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구해주세요!”
“구해달라고? 인제야 구해달라고 그러는 거야?”
우유도가 냉소 지었다. 우유도는 풍관아의 뒷목을 놓고 바로 수도를 만들어 그녀의 뒷목을 내려쳤다.
울음소리가 멈췄다. 풍관아가 눈을 뒤집으며, 얼굴이 눈물범벅이 된 모습 그대로 쓰러졌다.
우유도는 그런 풍관아를 발을 들어 한쪽으로 밀어내고는 원강 앞에 쭈그리고 앉아 그의 상세를 살펴보았다.
확실히 보통 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원강의 생명력은 여전히 왕성했다. 만약 이런 강대한 생명력이 없었다면, 이런 모습이 되기도 전에 이미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생명에 지장이 없음을 확인한 후, 원강의 신체가 어느 정도의 충격을 버틸 수 있는지 내력을 흘려보내 확인했다. 이후, 원강의 몸에 있는 강침에 손을 뻗었다. 우유도는 원강의 몸에 박혀 있는 강침을 하나하나 뽑으면서 다른 손으로 원강의 몸에 손을 대고, 법력으로 신체 내부 상황을 주시했다.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항하기 위해서였다.
각 혈도 위치에 있는 강침을 모두 뽑아냈을 때, 우유도는 매우 놀란 눈으로 원강을 바라보았다.
우유도가 혈도에 박혀 있던 강침을 모두 뽑아냈을 때, 원강의 기혈이 순간적으로 가득 차더니, 빠르게 순환하기 시작함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정도 부상을 입고도, 육신에 아직 이토록 강대한 생명력이 남아 있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원강이 수련한 ‘치우무방’이 그의 육신을 그야말로 변태적일 정도로 단련시켰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혈도를 막고 있는 방해물이 사라지자, 기혈의 순환이 원활해졌고, 기절해 있던 원강이 그 즉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음’ 소리를 내던 원강이 두 눈을 번쩍 떴다.
흐릿하던 눈빛이 빠르게 또렷해졌다.
원강은 자신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낯선 사람을 보고는 자신이 아직 심문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원강의 두 눈에 곧바로 야수와 같은 흉포함이 서렸고, 즉시 우유도에게 팔을 휘둘렀다.
퍽!
우유도는 그런 원강의 팔을 붙잡았다. 비록 빠르게 깨어났지만, 아직은 너무 허약했다. 우유도는 원강의 팔을 휙 밀어버렸다.
“아이고! 사람을 때릴 힘도 있고, 아주 팔팔하구만.”
그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다시 상대방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원강은 순간 멍한 얼굴이 되었다.
“도….”
막 입을 열었을 때, 즉시 경각심이 생긴 원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기절해 있는 풍관아를 보았고, 그 옆에 있는 조웅가를 보고 나서야 안심하고 입을 열 수 있었다.
“도야, 어떻게 여기…. 여기가 어딥니까?”
자신은 분명 갇혀있었다, 하지만 깨어나니 여기였다. 또 왜 우유도가 자신 눈앞에 나타난 것인지 알지 못했다.
우유도는 원강의 반응을 모두 지켜보다가 냉소 지으며 말했다.
“아직 완전히 정신 줄을 놓은 것은 아니군.”
우유도는 손에 든 납환을 깨뜨려 원강의 입에 넣어 주었다. 그렇게 한 알의 천제단이 원강의 입에 들어갔다. 우유도가 원강의 입을 툭 치자 천제단이 뱃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우유도를 볼 수 있다니, 온갖 고생을 다 한 원강에게는 그야말로 크게 기뻐할 일이었다. 이번 생에는 다시는 보지 못할 줄 알았다.
원강이 대체 어찌 된 일인지 미처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그의 목구멍으로 뭔가가 지나갔다. 잠시 고통스러워하며 움찔한 원강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손바닥이 너무 아파 일어나지 못하고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도야, 어찌 된 일인가요?”
“아니 이런! 원숭이 대원께서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데, 제가 감히 도야라고 불리겠습니까!”
우유도가 괴상한 어투로 이상한 말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손은 과감하게 움직였다. 우유도는 원강 어깨에 강침이 꽂혀있던 곳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그것도 조금도 사정을 보아주지 않고 살을 파고들 정도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조웅가까지 얼굴을 찌푸리며 원강을 대신해 고통스러워할 정도였다.
“윽….”
원강이 고통에 신음했다. 우유도는 여전히 유쾌한 얼굴로 말했다.
“아이고, 대원께서는 철로 만든 사내대장부가 아니었습니까? 대원께서도 아픈 줄 아십니까? 그럴 리가…. 참 이상하군요. 혹시 제가 잘못 본 겁니까?”
마치 정말 잘못 봤다는 것처럼, 우유도는 손가락으로 다시 원강의 상처를 돌리며 후벼팠다.
하지만 원강은 신음을 흘리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며 버텼다. 손을 꺼낸 우유도는 원강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
“좋아! 과연 사내대장부군.”
그는 다시 손을 뻗어 원강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원강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그 기개는 도대체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그러는 거지? 이제 마음에 들어? 네 손과 발을 봐봐. 다 불구가 되었군. 더는 써먹을 수 없을 지경이야. 앞으로 바닥을 기어 다니든지, 아니면 몽산명처럼 륜의를 타고 다닐 준비나 하지그래?”
짝!
갑자기 우유도가 원강의 따귀를 때렸다. 우유도가 돌연 엄한 목소리로 호통쳤다.
“머리에 물이라도 들어찼느냐? 아니 인제 보니, 아주 오줌이 가득 들어찼군!”
한쪽 팔로 상반신을 살짝 일으킨 원강은 뺨을 맞고도 조용히 침묵했다.
이 세상에서 원강을 때리고도 원강을 침묵시킬 수 있는 사람은 눈앞에 있는 우유도뿐이었다. 원강은 뺨을 맞고도 조금도 반격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원강은 멍청하지 않았다. 지금 와서 도야가 자신을 구했다는 것을 어찌 모를까.
매번 이러는 것 같았다. 예전에도, 매번 생사의 갈림길에서 수차례 도야가 그를 죽음에서 끄집어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원강은 이제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야가 다시금 그를 살려냈다. 도야가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구성의 손에서 그를 구해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원강이 아는 것은, 역시 도야는 도야라는 것이다. 도야에겐 도야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불가능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또 어찌 도야라고 불리었겠는가!
우유도는 뒤돌아 풍관아의 팔을 잡고 끌고 와 말했다.
“잘 봐라, 네가 원하는 사람도 데려왔다. 이제 어쩔 참이냐? 이제 불구가 된 너와 같이 어디 산골에라도 들어가 살자고 할 참이냐? 이 여자가 퍽이나 좋다고 하겠구나!”
“도야, 그런 것이 아니에요.”
우유도가 분노했다.
“뭐가 아니야? 내 앞에서 그 개떡 같은 도리는 다 집어치워라! 자기 자신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그리 함부로 움직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말을 마친 우유도는 팔을 휘둘러 풍관아를 다시 한쪽으로 밀어 버리고, 씩씩거리며 절벽 중턱에 튀어나온 공터를 서성였다.
만약 중상을 입은 것이면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불구가 되었다. 불구가 되었단 말이다. 우유도는 가슴속의 분노를 잠재우기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