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7화. 상처
조용한 석실 내부,
남천무방이 떠나간 후, 외부인이 없는 것을 확인한 조웅가가 어찌 된 일인지 들려주었다.
과연 작지 않은 대가였다. 원강은 이야기를 듣고 침울해졌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도야는 조웅가가 자신의 목숨처럼 지키던 마전을 받아 오상에게 건네주었다.
물론 원강은 마전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진정 신경 쓰는 것은 그가 초려별원을 떠날 때, 도야에게 이번 일은 자신이 알아서 하겠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당시 도야는 크게 화를 냈었다. 도야는 그때 당시, 자신에게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독한 말을 했었다!
하지만 결국, 도야는 자신을 내버려 두지 않았다. 결국은 손을 써서 그를 위험에서 구해냈을 뿐만 아니라, 뒤처리까지 깔끔하게 해주었다.
이번에 만약 우유도가 아니었다면 원강은 분명 죽었을 것이다. 원강이 그걸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원강은 결국 자신이 올바른 일을 한 것인지, 자신이 잘못한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되었다. 매번 자신은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고, 하늘에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당당히 행동할 때마다 문제가 일어났고, 그 문제를 결국 자신은 최종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그때마다 그를 구하는 것은 도야였다. 마지막에 그의 뒤처리를 해주는 것도 도야였다.
원강은 참으로 씁쓸했다. 자신은 사내대장부가 과연 맞는가? 뒤처리를 다른 사람에게 다 맡기는 자가? 원강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조웅가는 한 가지를 알려주지 않았다. 바로 아들의 일이다!
이와 같은 일은 상대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오상에게도 원강은 이 일을 모른다고 말해 놓았지 않은가.
“안심하고 정양하게!”
조웅가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그 자리를 벗어났다.
* * *
어흥~
어흥~
무쌍궁 대전 내부,
한 번의 휘두름에 두 번의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여무쌍은 도를 손에 들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도의 등에 새겨진 세 마리 호랑이 장식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노호, 분호, 와호. 그녀는 손가락으로 와호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 도는 원강이 무쌍성지에 남겨 놓은 삼후도였다.
원강이 도를 쓰는 것을 보게 된 그녀는 삼후도에 대해 제법 흥미가 생기게 되었다. 진국 제일의 대장장이이자, 천하제일 대장장이인 서문선이 만들어 낸 삼후도에 대해서 그녀 또한 들어본 적이 있었다. 노호는 쉽게 울고, 분호는 소리가 없으며, 와호는 깨우기 어렵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경지로 온 힘을 다해 칼을 휘둘렀다. 그런데도 두 번의 울음소리밖에 끌어내지 못했다. 간혹 세 번째 소리 비슷하다 할 만한 소리가 나지막이 끝에 흘러나오긴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웅웅거리는 소리일 뿐, 호랑이 울음소리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한 번만 휘두른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갑자기 흥미가 일었기에 세 번째 호랑이 울음소리가 도대체 어떤 것인지 듣고 싶어 수차례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결국은 와호를 깨우지는 못했다.
“와호가 깨어나면 천하무적?”
여무쌍이 갑자기 코웃음을 쳤다. 그녀의 실력으로 세 번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천하에 누가 있어 와호를 깨울 수 있을까. 설사 누군가 와호를 깨운다 해도, 천하무적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챙!
도를 세운 여무쌍의 두 눈이 깊어졌다. 사실 도를 휘두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그는 이 도를 남겨두고 간 사람을 떠올렸다.
그녀는 다른 성존의 압박에 포기를 선언했다. 거기에 오상의 위협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알고 싶어 하는 비밀이 있었기에, 그녀는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여무쌍은 암중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 * *
“성존!”
천마성지,
오상이 천마궁으로 돌아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 흑석이 그를 맞이했다. 그리고 뒤를 졸졸 따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성존, 물건을 얻으셨습니까?”
오상이 침묵했다. 그저 대전 안을 서성일 뿐이었다. 그렇게 자신이 아직 완성하지 못한 석벽 앞까지 가서 벽을 마주 보고 멈춰 섰다.
답이 없는 것을 보고, 흑석이 조심스럽게 오상의 반응을 관찰했다. 한참이 지나, 오상이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경…. 조심경(照心鏡)은 후진에, 파공검(破空劍)은 송에, 탄천환은 위에, 산하정은 한에, 양천척(量天尺)은 진에, 정신주(定神珠)는 제에, 복선장(伏仙杖)은 연에, 성신령(星辰令)은 조에….”
중얼거리던 오상이 다시 침묵했다.
흑석은 오상의 중얼거림을 듣고 철렁했다. 오상이 아무 이유 없이 그것들을 입에 담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마전 때문에 조급해하지도 않았다. 분명 마전을 손에 넣은 것이 분명했다. 아마 지금 중얼거린 것은 마전에서 본 것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오상이 갑자기 말했다.
“위국은 멸망했다. 탄천환을 남겨 뭘 할까?”
흑석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성존의 뜻은?”
오상이 뒤돌았다.
“탄천환을 손에 넣을 방법을 생각해보아라.”
흑석이 멈칫했다.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여덟 개의 진국신기는 성존끼리 이미 속세에 던져주어 경쟁하게 하기로 이야기가 끝나있습니다. 만약 저희가 이것들을 취한다면, 약속을 어기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모르면 그만 아니더냐. 또 한국의 산하정…. 그건 일단 네가 탄천환을 손에 넣은 다음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흑석은 크게 놀랐다. 그 두 가지를 손에 넣어서 뭘 하려 한단 말인가? 그 두 물건에 특별한 비밀이 숨겨져 있단 말인가? 다만 겉으로는 명을 받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습니다.”
“또 조국은 이미 멸망했다. 그 황제 해무극이라 하는 자의 손에 아직 성신령이 있을 것이다. 그자가 어디 숨어 있는지, 최대한 빨리 찾아내라!”
각국에서 진국신기를 가져오는 것은 구성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감히 어찌 들어 바치지 않겠는가. 한마디만 하면 끝이었다.
하지만 누구에게 주는지가 문제였다. 진국신기는 여덟 개였고, 구성은 아홉 명이었다. 다소 분배가 공평하지 못한 느낌이 있었다.
지금 오상은 한 번에 여덟 개의 진국신기를 모두 얻는 것이 어려웠다. 각국에서 이걸 얻기 위해 움직이다간, 그 움직임이 너무 커 들킬 위험이 매우 높았다. 이 때문에 분명 의심을 불러올 터였다. 지금 그의 실력으로는 당연히 다른 팔성의 연합에 대항할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이향수찰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여덟 개의 신기를 모두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뭐하러 다 가지고 있는단 말인가? 오역성신대진을 끊기라도 하려고?
그런 자기 발등을 찍는 일을 할 리가 없었다. 오상이 지금 해야 할 것은 수찰에서 묘사한 것이 진짜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선 탄천환과 산하정이 필요했다. 수찰에 묘사된 바에 따르면, 이 두 가지가 있으면 제5역의 입구를 찾을 수 있을 터였다.
그가 수찰에 대해 내린 판단에 따르면, 수찰 안에 쓰인 내용은 아마 거짓이 아닐 게 틀림없었다. 그러니 오상은 더욱더 그곳에 가봐야 했다.
탄천환, 위국은 이미 멸망했다. 조용히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산하정 같은 경우는, 한국에게 비밀리에 빌릴 수 있었다. 한국도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진실을 확인한 후에 한국에게 돌려주면 그만이었다.
만약 탄천환과 산하정의 역할이 사실이라면, 멸망한 조국이 들고 있는 성신령이 매우 중요해졌다. 성신령만 가지고 있다면, 다른 네 세계의 진안(陣眼)이 그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그렇게 뒷걱정이 없어진다면, 오상은 기다릴 수 있었다. 그저 천천히 도모하면 된다.
* * *
밤이 깊었다. 드디어 방해하는 사람들이 모두 물러갔다.
원강은 이불을 젖히고 고통을 참으려 복부에 힘을 주었다. 그렇게 상반신을 굽혀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흰 천에 돌돌 감겨있는 손과 발을 보았다.
온몸에 나 있는 상처에도 흰 천이 감겨있었다.
상처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원강이 손을 들어 이빨로 천을 물어뜯었다. 그렇게 천을 느슨하게 만들어 천천히 천을 풀어냈다. 마지막 한 꺼풀이 되었을 때, 천에는 상처의 피와 살이 눌어붙어 있었다. 원강은 고통에 볼이 부들부들 떨렸다.
원강 같은 사람은 사실 고통에 단련되어 있었기에, 웬만한 고통 가지고는 그를 동요시킬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몸이 매우 약해진 데다가, 심한 고문을 오랜 시간 당했기에 몸이 많이 상한 상태였다. 그러니 고통 또한 이전보다 훨씬 심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마지막 한 꺼풀은 이미 살에 눌어붙어 있어, 팔을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았다. 원강은 다시 입으로 천을 물었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휙, 한순간에 천을 뜯어냈다.
이번에는 정말로 큰 고통에 얼굴의 근육이 부들부들 떨렸다.
천을 뜯어내니 딱지가 함께 뜯어졌고, 딱지가 앉았던 상처에 다시금 핏물이 뚝뚝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살점이 거의 떨어져 나가 매우 보기 흉했다. 백골의 손가락을 잠시 바라보던 원강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다른 한 손도 똑같이 천을 벗겨냈다.
결국은 이것조차 입으로 뜯어낼 수밖에 없었고, 다시 핏물이 터졌다. 또다시 고통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원강은 열 손가락의 근육이 이미 너덜너덜해져서 움직일 수 없었다. 당연히 손을 이용해서 발의 천을 벗겨낼 수 없었다.
고민하던 원강은 천으로 두껍게 말려 있는 다리를 힘겹게 들어 바닥에 내렸다. 이후, 양손으로 침상의 끝을 잡아 몸을 고정했다. 원강의 손이 닿은 곳은 피범벅이었다. 원강은 그렇게 천천히 몸을 움직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양발에 힘이 들어가자, 뼈를 찌르는 고통이 온몸을 덮쳤다. 원강은 비틀거리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그런데도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는 불구로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불구가 될 것이라고 믿지도 않았다. 그는 최대한 균형을 유지하고 고통을 이 악물고 참으며 천천히 몇 걸음 내디뎠다.
그렇게 적당한 자리에 서서 몸의 균형을 맞추고는 천천히 무릎을 굽히기 시작했다. 양손은 허리 양쪽에 위치했다. 마보를 취한 것이다.
균형을 잡고 멈춰 섰다가, 몸이 흔들리면, 다시 균형을 잡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마보 자세를 잡은 원강은 두 눈을 감고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원강의 호흡이 천천히 길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 오가니, 복부가 천천히 반구형으로 볼록 튀어나와 회전하기 시작했다. 복부의 반구가 회전함에 따라서, 호흡도 무겁게 변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풀무질같이, 담담한 혈무가 나타났다가 다시 원강에게 빨려 들어갔다.
기세가 일어났고, 전신의 혈도 위치에 회오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치 원강이 바람을 품고 마보를 취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무엇인가가 원강의 피부를 통해 솟아오르는 것 같기도 했고, 또 어찌 보면 마치 어둠 속에서 뭔가를 소환해서 원강의 피부를 다시 파고 들어가는 것 같기도 했다.
만약 수행자가 법안으로 보았다면, 어둠 속에서 생겨나 원강의 피부를 통해 파고 들어가는 것이 바로 천지영기라는 것을 알려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 수행자들이 천지영기를 흡수하는 것과 달랐다. 이 천지영기는 천지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또 보통 수행자들처럼 호흡으로 균등하게 빨아들이는 것도 아니었다. 원강의 피부를 통해 주입되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었다.
호흡으로 생겨나는 혈무도 반복해서 순환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혈무의 색이 점점 더 짙어지기 시작했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짙은 색이었다.
혈무가 더욱 짙은 색이 되었을 때, 원강의 양손에서는 더는 피가 흐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곳에서 뭔가 다른 것이 조금씩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마치 원강의 몸속에서 수없이 많은 개미가 기어 나오는 것 같았고, 상처가 난 곳에서 이 개미들이 발버둥 치는 것 같았다.
다만, 그건 개미가 아니었다. 그건 상처 부위에서 새로 자라나는 새살이었다. 다만 새살이 동시에 너무 많이 돋아나다 보니, 마치 수많은 개미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개미 같아 보이는 새살이 계속해서 교차하며 꿈틀거렸고, 천천히 백골이 있는 부위로 뻗어 나갔다. 마치 피부를 끌어당겨 확장시키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피부가 확장되고 있는 걸 느끼고 있는 원강은 매우 고통스러웠다. 온몸의 근육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원강은 눈을 떠서 상처를 보았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강은 예전에 외상을 입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경기공을 훈련할 때 외상이 흉터조차 남기지 않고 치료된 적이 있었다.
원강은 이번에도 기대를 품고 시도해보았다. 과연!
원강은 최대한 고통을 견디며 다시 천천히 눈을 감고, 토납에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