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9화. 마교 성자
“마교 성자?”
소식을 접한 소평파는 매우 놀랐다.
마교는 요마령에서 성자 참배의식을 거행했고, 이 소식이 수행계에 파다하게 퍼졌다.
“대공자님, 틀림없습니다.”
소평파가 눈살을 찌푸렸다.
“원강은 무쌍성존에게 들이받고, 성경으로 잡혀가지 않았더냐? 어째서 한순간에 마교의 성자가 되었단 말이냐?”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없습니다. 수행계에서도 퍽 의외라는 반응입니다. 그들도 내막을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대공자님, 이 원강은 우유도의 심복이었습니다. 이제 마교의 성자가 되었으니, 혹시 나중에 공자님께 방해가 되지 않겠습니까?”
소평파가 고개를 저었다.
“몸을 쓰는 것은 뛰어나지만, 그 머리는 아주 단순하다. 일개 무부에 지나지 않지. 우유도가 죽었다. 그러니 그는 걱정할 것이 없다. 다만 내가 의아한 것은….”
한참을 고민한 소평파가 중얼거렸다.
“성녀와 조웅가의 관계, 조웅가와 초려산장의 관계, 초려산장의 원강이 다시 성자가 되었다니…. 이 원강이 살아서 성경을 떠난 것만으로도 내 예상을 벗어난 일이다. 그런데 이제 마교의 성자가 되었다고? 나는 오랫동안 초려산장을 주시해 왔다. 이건 원강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째 뭔가 이상하다.”
“원강이 할 수 없다….”
소삼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대공자님은 우유도가 아직 죽지 않았다고 여전히 의심하시는 것입니까?”
소평파가 손사래를 쳤다.
“예전에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 일부 흔적과 남주가 빠르게 안정을 찾는 모습 등을 보면서 불안해했었다. 하지만 이번 일 때문에 오히려 안심되는구나. 생각해보아라. 만약 우유도가 살아 있었다면, 원강이 무변사막으로 가서 사갈을 이용해 후진국의 병력 운송을 돕게 했겠느냐?”
“이번 일 때문에 우유도가 이미 죽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소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공자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노소, 지배인에게 연락해서 어찌 된 일인지 한번 조심스럽게 알아보아라.”
* * *
누각 밖,
한 마리 금시가 날아 처마 밑에 있는 막대에 내려앉더니 구구 짖었다.
누각 내부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있던 운희가 눈을 뜨고 일어나 문을 열어 금시 발에 달린 밀서를 꺼냈다.
다시 방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밀서를 펴고 자리에 앉아 붓을 들어 내용을 해석하기 시작했다.
붓을 내려놓은 운희는 해석된 밀서를 들고 아래로 내려가 밀도로 들어갔다. 밀도 안에 있는 밀실에서 수련 중이던 우유도는 기척이 일자 눈을 뜨고는 앞을 보았다. 운희는 우유도를 보고는 밀서를 건네주었다.
우유도는 밀서의 내용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가, 곧 미소지었다. 한시름 놓았다는 모습이었다.
“정말 이 넓은 세상에는 별의별 일이 다 있군.”
서신은 조웅가가 보내온 것으로, 원강의 몸에 일어난 신기한 일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서신에서는 원강이 이미 다 회복되었다고 알리고 있었다.
운희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다만 원강을 구성의 손에서 구한 그것만으로도 이미 매우 놀라워하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우유도의 수단과 능력에 대해서도 매우 신기해했다. 구성의 손에서 사람을 구해 낼 수 있다니!
일련의 일들을 직접 목도한 운희는 우유도에 대한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
바로 이때, 입구에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관방의였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난리를 피우며 말했다.
“어라, 이런 밀실에 두 남녀가 같이 있다니, 장작에 불이 붙을까 봐 두렵네요.”
운희는 들리지 않는 척 무시했다. 운희는 자신이 우유도 곁을 지키게 되고 나서부터, 관방의의 말투가 다소 괴상해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 일 없으면 소란 피우지 마.”
“내가 아무 일도 없는데 두 분을 방해했겠어? 일이 있어. 왕야가 찾아와서 도야를 만나고 싶다고 했어.”
우유도는 관방의의 괴상해진 말투가 싫어,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여인은 그 뒤를 따랐다. 관방의가 갑자기 운희에게 말을 걸었다.
“언니, 혹시 무슨 일이 있었나요. 어째 요즘 저놈이 저를 보는 눈빛이 좀 이상하네요.”
운희는 입을 다물었다.
앞을 걸어가고 있는 우유도도 이걸 들었다. 어쩌면 일부러 들으라 한 것인지, 그 목소리가 작지 않았던 것이다. 우유도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최근에 그랬나?’
그렇게 땅굴을 통해 관방의의 방으로 나오자, 상조종, 몽산명, 남약정이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도야!”
세 사람이 같이 포권을 했다. 우유도는 괜찮다며 손을 올리고는 다가가 물었다.
“어찌한 일로 저를 찾으셨습니까?”
세 사람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곧 상조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최근에 원강이 마교의 성자가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또 요마령에서 마교 교도들의 참배를 받았다고요. 그게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확실합니다. 어째, 그 일 때문에 세 분이 같이 오신 겁니까?”
세 사람은 다시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이번에는 남약정이 포권을 하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야, 그전에 들은 소식은 원강이 성경에 잡혀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잡혀갔지요. 하마터면 그곳에서 죽을 뻔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구해냈습니다. 또 일단 요마령에 안치했고, 그를 마교의 성자로 만들었습니다. 제 안배라고 할 수 있겠군요. 왜 그러십니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 말을 들은 세 사람은 다소 흥분했다. 구성 중 한 사람인 여무쌍에게 대들었던 원강이다. 그런 원강을 성경에서 구했을 뿐만 아니라, 마교의 성자로 만들었다. 얼마나 대단한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우유도는 사실 의도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사람을 이끄는 사람이라면, 아랫사람들에게 필요한 믿음을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몽산명이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저희가 도야의 안배에 이견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번 일에 마교가 얽혀 있다 보니, 예전 일이 떠올랐습니다. 과거 상청종의 조웅가가 마교와 얽히다 보니, 많은 문제가 생겼었습니다. 만약 원강이 마교 성자라는 기치를 내걸고 돌아온다면, 저희가 어찌 처신해야 할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과거에 겪으셨던 많은 일은 그저 겉에서 보신 것에 불과합니다. 그 내막은 훨씬 복잡하지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또 한 가지, 원강은 요마령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적당한 기회가 없이 저는 그를 돌아오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설사 돌아온다 해도, 제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몽 사령관님, 이제 후진국의 대군이 제국에 들어갔습니다. 두 나라가 협력을 하게 되었으니, 연합군이 승리할 수 있겠습니까? 전쟁은 언제쯤 끝날 것 같습니까?”
우유도는 현 상황에 대해서 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했다. 그래야 앞으로 행동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몽산명이 잠시 침묵하더니 침음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후진군이 제국에 들어갔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아마 돌이킬 수 없을 것입니다. 저도 얼마 전까지 미처 반응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고품이 병력을 운용하는 것을 보고서야 반응할 수 있었습니다. 제국은 아마 이미 함정에 빠졌을 것입니다!”
“호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양측이 지금 병력을 운용하는 것을 보자면, 기본적으로 진국은 그전에 제국과 정면 대결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진국이 만들어 내는 진세(陣勢)가 너무 크다 보니, 저 같은 방관자조차 그에 미혹당할 정도였습니다. 이건 분명 고품의 계략입니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려는 것이지요!”
“그전에 진국은 제국의 서부전선에 대대적인 공세를 할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그 행동은 그저 제국 조정을 겁주기 위해 취한 것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행동에 압박을 받은 제국 조정은 함정에 빠져, 호연무한에게 철수를 강요했습니다.”
확실히 몽산명과 우유도는 전공이 달랐다. 우유도의 시선은 아직 몽산명이 말한 함정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산을 격하고 있는 것처럼, 전장을 보는 시선에 큰 차이가 있던 것이다. 그러니 우유도는 계속해서 몽산명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몽산명이 끄덕였다.
“진국이 제국 서부전선에서 대대적인 공세를 멈추었을 때, 고품의 의도가 노출되었습니다. 그 전에 고품이 병력을 운용하는 방법을 보았습니다. 그러니 지금 고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이전에 벌어졌던 고품과 호연무한 사이의 교전을 되돌아보면, 고품의 전략을 역으로 추측해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국의 지세는 평탄합니다. 기병의 운용에 적합하지요. 제국의 땅에서 싸우게 되면, 전술상 제국이 진국에 비해 우세를 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으로선 진국이 다소 열세에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상대가 호연무한이니까 더욱 그렇다 볼 수 있습니다.”
“고품은 과거에 수차례 호연무한의 손에 패배했고, 그 때문에 호연무한을 퍽 꺼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이야기는 너무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최근에 벌어졌던 몇 번의 전투를 보십시오. 이 전투에서 호연무한은 고품에게 패배했습니다. 이것만 보아도 고품의 작전 품격이 크게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과거의 고통을 되새기며 변화를 꾀한 것입니다.”
“지금 고품의 전장 배치를 보면, 결전을 벌이고자 하는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 여전히 계속 지키면서 변화를 기다리는 전법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품의 전략은 제국 내에서는 사용하기가 힘듭니다.”
“여기서 제국의 지세를 다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지금 제국 내에는 관문이라 부를 만한 것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이 평야이니, 요새를 세워 지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지금까지 고품은 철옹성 같은 요새 안에 숨어 방어력을 극대화시키는 전법을 취했습니다. 방어력이 너무나 강한 요새에 고품이 머물렀기에, 호연무한은 이를 먼저 쳐들어가야 한다는 불리함 때문에 항상 불리한 입장에서 고품과 싸워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역전됐습니다. 이제 요새 안에 머물며 기다리는 전법은 제국 경내에서는 쓸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러한 상태로 고품이 제국으로 쳐들어간다면, 손쉽게 호연무한에게 격파당할 것입니다.”
“몽산명 장군의 말씀대로라면, 고품이 아니라 오히려 호연무한이 유리한 입장에 있다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우유도의 물음에, 몽산명이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고품 또한 이를 모르지 않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제국의 서부전선에서 공세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 압박을 통해 고품은 호연무한에게 큰 압박을 줄 수 있었고, 호연무한은 이에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호연무한 또한 그냥 물러난 게 아닙니다. 제국 내에서 싸우면 자신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뒤로 물러난 것입니다. 고품이 이렇게 한 이유는, 호연무한과 ‘곡창’을 나누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위국의 곡창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고품은 압박을 통해 제군의 철수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호연무한은 위국에서 몇 번 패배했기에 압박을 느끼게 되었고, 이에 자연스럽게 제국 경내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고품은 위국 지역을 대부분 점령할 수 있었고, 위국이 원래 가지고 있던 방어 시설에 고품은 새로운 방어 시설을 추가로 건설했습니다. 그렇게 제국의 침략을 든든히 막아낼 수 있는 방향으로 요새를 강화시켰고, 한편으로는 위국 영역으로 빠르게 사람을 보내 신속하게 위국의 ‘곡창’을 회복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진국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고품의 목적은 빠르게 공격하는 것이 아닙니다. 후방을 단단히 하고, 빠르게 ‘곡창’의 산출을 늘려 지구전을 벌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나아가서 공격할 수도 있고, 물러나 방어를 할 수도 있습니다. 진국은 버틸 수 있지만, 제국은 버티지 못합니다. 고품이 나가 싸우지 않고 버틸 수만 있다면, 후진국의 대군이 제국에 들어온다 해도 무슨 쓸모가 있겠습니까. 고품의 뛰어난 방어 앞에 공격할 곳을 찾지 못할 것입니다. 호연무한조차 그를 어쩌지 못하는데, 나조가 그를 어찌하겠습니까? 무모하게 돌진하면 삼도파의 전투가 재연될 뿐입니다. 그건 아마 고품이 바라 마지않는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