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0화. 음탕한 시선
몽산명이 계속해서 말했다.
“후진군이 이르게도 아니고 늦게도 아니고, 지금 들어간 덕분에 제국의 소모만 빨라졌습니다. 고품이 지키기만 한다면, 장기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는 모습만 보여주고, 가끔 제국을 습격하기만 한다면, 그리고 이러한 상태로 사오 년만 지난다면, 제국은 아마 내부에서부터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일단 제국의 여력을 깎아내리기만 한다면, 고품은 싸울 필요 없이 제국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호연무한도 처음에는 쉽게 철수할 생각이 없었을 것입니다. 설사 서부전선에서 진군이 제국에 들어오는 것을 보더라도 말입니다. 만약 호연무한이 그 전의 전략을 유지했다면, 고품은 아주 골치 아팠을 겁니다. 나가서 싸우자니 호연무한을 이기기는 어려웠을 것이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서부전선 쪽 병력을 제국 깊숙이 밀어 넣자니, 일단 호연무한이 회군한다면, 서부전선 쪽 병력을 쉽게 철수시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고품은 아마 호연무한과 싸우기 싫어도 싸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만약 서부전선의 병력이 깊게 들어오지 않으면, 호연무한에게 수작이 들킬 것이고 말입니다. 그때가 되면 제국은 그저 기다리며 대응하기만 하면 됩니다. 만약 위험을 감수하고 들어오겠다면 어울려주면 그만이고, 계속 숨어 있겠다면, 제국은 위국의 절반을 점령하고 그 넓은 곡창지대를 경영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그건 고품이 원하는 그림이 아니었고, 고품은 자신이 원하는 그림에 호연무한을 끌어들이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호연무한의 최초 전략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설사 마지막에 실력 때문에 진국과 싸워 이기지 못한다 해도, 그의 능력으로 초원에서 결전을 벌인다면, 진국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호연무한은 조정의 압박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명성이 하루아침에 땅에 떨어진 것은 고사하고, 제국이 철저하게 열세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고품은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고품의 작전 품격이 이렇듯 크게 바뀌었습니다. 그 때문에 그의 허실을 파악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전에는 고품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호연무한도 파악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만 호연무한은 수많은 전장을 겪은 노장입니다. 처음 그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하아!”
우유도는 크게 놀라워하며 말했다.
“사람들이 연산명, 제무한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전장에서 사령관님과 호연무한을 속여 넘기다니, 고품이 그토록 대단하단 말입니까?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째서 호연무한의 손에 수차례 패배한 것입니까. 심지어 저번에 패배할 당시, 하마터면 호연무한에게 산 채로 붙잡힐 뻔했다고 들었습니다만?”
몽산명이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실 필요 없습니다. 그저 듣고 흘려 버리시지요. 어느 명장이 패배와 단련을 겪지 않았겠습니까. 저와 호연무한은 마침 국가가 어려운 시기를 겪었고, 그 어려운 상황에서 단련을 받은 것일 뿐입니다. 고품의 예전 패배 중에 아프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새로운 사람이 과거의 사람을 밀어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기회가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고품은 일개 병사에서 지금 진국 대사마의 위치까지 올랐습니다. 동시에 태숙웅의 총애를 받고 있지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자입니다!”
“반면에 고품이 이렇게 소모전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서 진국 조정에서 이견이 없을 수 없습니다. 다만 그는 아마 진국 황제 태숙웅의 지지를 받고 있을 것입니다. 태숙웅의 전폭적인 지지 없이는 고품도 일국의 힘을 동원해 이런 판을 짤 수는 없습니다.”
“기백을 보자면, 호운도는 태숙웅에 미치지 못합니다. 태숙웅은 고품을 만들었고, 호운도는 호연무한을 망쳤습니다!”
“백번을 싸워 살아남은 것은 요행입니다. 장수 된 자로서 결국은 전장에서 목숨을 잃게 되겠지요. 다만 호연무한이 편히 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호연무한은 아직 죽지 않았다. 하지만 몽산명의 말을 들으면, 이미 호연무한의 죽음이 정해진 듯했고, 몽산명은 벌써부터 이에 대해서 슬퍼하는 것 같았다.
우유도는 단지 상황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일 뿐, 온 정력을 쏟아부어 전쟁의 의도를 파고들거나, 전쟁의 방향을 바꾸자는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다른 일이 없다니, 우유도는 세 사람을 돌려보냈다.
지금 상황에서 상조종 일행이 이곳에 오래 머무는 것은 좋지 않았다. 의심을 받을 수 있었다.
관방의는 당연히 직접 그들을 배웅했다. 겉으로 보기에 초려별원은 상조종에게 의탁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우유도는 관방의의 거처 안에서 멀어지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보면 안 되는 엉뚱한 곳을 보고 있었다. 바로 관방의의 씰룩거리는 엉덩이와 허리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우유도는 고민하고 있었다. 산속에 피어있는 들꽃이었다. 그런 그녀가 속세에 떨어져 지금 같은 모습이 되었다. 도대체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었는지 알 수 없었다.
관방의는 남천무방이 그녀에게 지어준 이름을 지금까지 쓰고 있었다. 그 때문에 우유도는 도대체 관방의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 맞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일단은 숨기는 것이 좋아 보였다. 만약 이 여자가 감정이 격해져 요마령으로 달려간다면, 그럼 문제가 아주 심각해진다. 조웅가조차 일부 단서를 가지고 뭔가를 알아냈다. 이 여자가 그곳으로 간다면, 마교의 사람들이 뭔가를 알아낼 수도 있었다.
지금 우유도는 남천무방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어째 최근 홍랑을 바라보는 눈빛이 뭔가 이상하군.”
한쪽에 있던 운희가 갑자기 한마디 했다.
“음….”
우유도가 깜짝 놀라 대답했다.
“어디가 말이에요?”
“아주 음탕해!”
그 말을 하고는 즉시 뒤돌아 가버렸다.
“어….”
우유도는 어이가 없었다. 그저 운희의 뒤를 쫓을 뿐이었다. 두 사람이 그렇게 땅굴을 통해 밀실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 우유도가 입을 열었다.
“잠시만요.”
우유도가 운희를 멈춰 세웠다. 운희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말했다.
“그냥 한 말에 불과해. 거리낌이 없다면 신경 쓰지 마.”
우유도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건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상관없습니다. 이건 일 이야기입니다.”
“말해.”
“귀모, 오 누님 쪽과는 오랫동안 연락을 안 하셨지요?”
귀모? 오 누님? 그 이야기만 하면, 운희는 우유도가 자기 아들과 의형제를 맺고, 귀모 오설군과 의남매를 맺은 일이 떠오르고는 했다. 일단 쓸데없는 생각을 제쳐놓은 그녀가 말했다.
“초려산장으로 온 후에는 거의 연락을 안 했지. 네가 천화교와 그런 사이가 되었으니 말이야. 귀모는 제국에 자리 잡고 있으니, 나와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건 별로 좋은 모습이 아니지.”
“시간을 내어 몰래 만나고 오세요. 최대한 누님이 그곳에 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적어야 합니다.”
운희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왜?”
우유도는 뒤돌아 밀실로 들어가 한쪽 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천하의 지도를 빤히 바라보았다.
운희도 같이 따라 들어와 지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흠칫 놀랐다. 제국의 땅 위에 귀모 오설군이 있는 함음산이 있었는데, 그곳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
함음산뿐만이 아니었다. 천하에 몇 곳 없는 음기가 모이는 곳에 모두 표시가 되어 있었다.
“누군가 음기가 모이는 땅에 수작을 부리려 할 것입니다. 그것도 대량의 음기가 모이는 곳에 말입니다!”
우유도가 갑자기 말했다.
운희는 이해할 수 없었다. 우유도가 종일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도 알 수 없었다. 아무튼, 여기서 일이 하나 튀어나왔다가 저기서 일이 하나 튀어나오고는 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운희처럼 거의 우유도와 같이 움직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면 모든 것이 증명되곤 했다. 일단 그때가 되면, 모든 것은 우유도의 손바닥 위였다. 그때가 되면 운희는 어찌 된 일이었는지 깨닫고는 했다.
* * *
무량원이 드디어 해금되었다. 드디어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허락이 떨어진 것이다.
누가 수작을 부렸는지, 우유도가 당시 누굴 조사하고 있었는지, 원색과 여무쌍을 제외한 나머지 칠성은 감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현요는 문제가 생기고 자진했다. 소문이 일자, 정위와 황반이 실종되었다. 표묘각에 있는 대원성지 소속 인원이 대대적으로 실종되었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군가 사람들을 죽여 입을 막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누가 그런 짓을 하고 있는지 추측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증거가 없었다. 반면에 의심받는 상대는 죽어도 인정하지 않았다.
상대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으니, 무량원을 더는 봉금(封禁)할 필요가 없었다. 이대로 계속 문을 닫아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자신의 사람들에게 무쌍성지와 대원성지의 사람을 잘 감시하고, 무량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라고 당부할 수밖에 없었다.
진법의 대문이 열렸다. 드디어 청가 신청에 성공한 오풍은 봇짐을 하나 메고 느긋하게 걸어 나왔다.
멀리 가지 않고 뒤돌아보았을 때, 허공에 나타났던 대진이 무량원과 같이 허공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드디어 나왔다. 그 안에서 온갖 마음고생을 다한 오풍이 한숨을 내쉬었다. 방향을 확인한 그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수일이 지난 후, 황택사지의 경계,
요호사가 수시로 모이는 산봉우리에 오풍이 날아올랐다. 그는 가볍게 정상에 내려선 후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우유도가 이미 죽었다. 우유도의 약속에 대해서 사실 별다른 희망조차 품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쩐단 말인가? 무량과가 도둑맞은 일은 언젠가는 폭로될 것이다. 그는 이번에 나왔으니 무량원에 돌아갈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
이곳에 온 것도 그저 시도해보자는 마음이었을 뿐이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를 마중 나온 사람이 없었다.
오풍의 가슴이 차게 식었다. 하지만 곧 어쩔 수 없다는 듯 체념했다. 그러면 그렇지, 오풍은 이제 성경 어디에 숨어야 할지, 얼마나 숨어 있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때,
“드디어 왔군.”
그의 등 뒤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풍이 신속하게 돌아보니, 산 정상 거암 부근에 있는 작은 구멍에서 회색 털의 요호가 기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회색 요호는 걸어오면서 천천히 노인으로 변신했다.
오풍은 깜짝 놀라며, 여전히 그를 크게 경계하고 있었다. 노인은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무량원 밖에 줄곧 우리 요호족이 숨어 있었다. 너를 오랫동안 기다렸지. 며칠 전에 드디어 네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여기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유도가 여기서 너를 마중하라 했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