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군-1593화 (689/1,000)

1593화. 금단방 제일 고수의 실력 (1)

강가.

막 장원을 나선 서문청공은 이미 말을 타고 질주하고 있었다. 그러던 서문청공은 갑자기 말을 멈추고는 뒤돌아보았다.

저 멀리서 백 기가 넘는 기마가 땅을 울리며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그들이 가는 방향은 황가의 장원이었고, 그 선두에 있는 사람을 법안으로 살펴보니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었다.

고삐를 잡아당긴 그는 곧 누구인지 생각해 낼 수 있었다. 바로 옥창의 제자 독고정이었다!

일찍이, 옥창이 명사의 이름으로 천하를 유람할 때, 위국 경성에도 들린 적이 있었다. 당시 현미는 옥창을 특별히 초대했고, 그때 독고정을 본 적이 있었다.

효월각의 사람이 여길 왜 온단 말인가? 서문청공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는 즉시 안장을 박차고 날아올라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 * *

침상,

호승은 현미 위에 올라탄 채로 현미의 몸을 맘대로 매만졌다. 하지만, 호승이 느끼는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현미가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저 돌부처 같았고, 호승에게 아무런 감정도 보여주지 않았다. 마치 억울한 일을 당하지만, 대의 때문에 참는다는 그런 모습이었다.

호승은 마치 한 여인을 노상에서 만나 억지로 덮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니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녀가 여전히 자신을 경멸하고 모욕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은 황자였다. 호승이 바랐던 건 이런 게 아니었다.

결국, 분노한 호승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슴의 옷깃을 움켜쥐고 있는 현미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

“좋아! 강요하지 않아. 네년이 알아서 벗어, 홀딱 벗거라!”

다만 현미는 몸을 웅크리고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약간 넋이 나가 있었다. 지금 모습에서는 과거 위국 승상의 풍모를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묻지. 벗을 거야 말 거야?”

현미의 얼굴에 참담한 얼굴이 떠올랐다.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허리띠를 풀었고, 감은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호승의 두 눈이 반짝였고, 정말 침을 흘리기라도 할 것처럼 입을 벌린 채 현미의 몸을 감상했다. 동시에 빠르게 자신의 외투를 벗었다.

쾅!

그때, 갑자기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 안에 있는 두 사람은 깜짝 놀랐고, 현미는 다급히 옷을 추스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지금, 제국의 호위 수행자들은 임시로 다른 곳에 보내진 후였다. 물론, 이는 당연히 효월각에서 미리 계획한 일이었다. 덕분에 현미의 우부 사람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었다. 그들은 효월각의 상대가 아니었다.

독고정은 사람들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와 눈에 보이는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쾅!

그 순간, 한줄기 검기가 하늘에서 쏘아져 왔다. 큰 구덩이가 생길 정도로 강한 검기가 땅에 부딪혀 터져나갔다.

곧이어 한 사람이 하늘에서 날아왔고, 깜짝 놀라 독고정이 경계 자세를 취했다. 그는 검을 뽑아 든 서문청공이었다.

매우 놀라 땅을 구르듯이 도망치던 내시를 붙잡은 서문청공이 험악한 목소리로 물었다.

“현미는 어디 있지?”

서문청공은 내시의 목에 검을 들이밀었다. 내시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후…. 후원…. 후원의 침전….”

독고정이 손을 휘두르자, 일단의 수행자들이 뛰어들어 서문청공을 포위했다.

서문청공은 내시를 던져버리고, 싸늘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서문청공은 자신을 포위한 사람들이 두렵지 않았다. 다만 주위 건물 지붕에서 시위가 당겨진 채, 자신을 겨냥하고 있는 천기파강전은 얕잡아 볼 수 없었다.

이는 아주 음험한 물건이었고, 호체강기를 파괴할 수도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극독이 발라져 있다고까지 했다.

독고정이 미소지었다.

“금단방의 제일 고수인 서문 선생님이셨군요. 일찍이 한번 뵌 적이 있었지요. 오늘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서문 선생님, 남자는 남자의 모습이 있고, 여인은 여인의 모습이 있어야 합니다. 선생님을 이용할 줄만 아는 여인을 위해 이러는 것은 무가치한 일입니다. 제 목표는 선생님이 아닙니다. 이곳에서 움직이지만 않으면, 선생님을 곤란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서문청공을 에둘러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멀지 않은 곳에서 여인의 고함이 들려왔다.

“멈춰라!”

사람들이 돌아보니, 산발한 머리와 흐트러진 의복을 입은 현미가 한 손에 검을 들고, 그 검을 호승의 목에 겨누고 있었다.

호승은 외투를 입고 있지 않았고, 목에는 이미 검으로 인해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현미의 강압에 의해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바로 앞, 외부에서 들리는 소란에 깜짝 놀라, 다들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다. 심지어 호승조차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초조해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현미는 장식용으로 걸려있는 보검을 뽑아 들고 호승을 협박해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다.

애당초 현미는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에, 만약을 대비해서 호승을 인질로 잡은 것이었다. 안에서 나왔을 때, 눈앞에 있는 독고정을 보고, 꿈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제국이 자신을 팔아넘겼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독고정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호승이 왜 아직 철수하지 않고 여기 있는 것이지? 게다가 대체 왜 현미에게 붙잡혀 있단 말인가?

어쨌든 이곳은 제국의 영역이었다. 그러니 호운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으니, 호승을 죽게 만들 수 없었다.

독고정이 고갯짓하자, 주위 모퉁이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천천히 현미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다만, 그들의 움직임을 크게 경계하고 있던 서문청공이 당연히 가만있을 리 없었다. 서문청공 주위에 있는 기류가 크게 흔들렸고, 발아래 지면에 갑자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흘려본 독고정이 즉시 소리쳤다.

“쏴라!”

시위를 놓았다. 천기파강전에서 쏘아져 나간 화살은 중간에 깨지더니, 무수히 많은 모침으로 변해 쏘아져 나갔다.

펑!

그 순간, 서문청공이 오른발을 들어 땅바닥을 내려치자, 그의 발아래서 거칠고 사나운 파도가 일어나는 것처럼 흙더미가 솟아오르더니, 마치 회오리바람처럼 사방팔방으로 흙의 파도가 휘몰아쳤다.

특별히 제작한 천기파강전의 모침은 무형의 강기를 꿰뚫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형태가 있는 물체를 뚫고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건 아니었다. 당연히 서문청공이 만들어낸 토석의 벽에 가로막혀 쓸려나갔다.

한편, 호승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는 현미 또한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도 효월각의 천기파강전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 화살이 수행자의 방어막을 뚫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었기에, 서문청공이 걱정되었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지금 이것이 최선이었다. 이 때문에 그녀는 호승이 조금이라도 수상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칼을 중간중간 움직이며 계속 호승을 압박했다.

다만 지금 그녀는 한 수행자가 뒤에서 그녀를 붙잡기 위해 몰래 접근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효월각은 현미를 죽이고자 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현미 손에 있는 한 가지 물건에 대해서 관심이 있기도 했다. 고신단을 보유하고 있는 효월각으로서는, 당연히 이 물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니 현미를 납치하려고 시도하는 게 당연했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솟아오른 흙벽의 파도가 서문청공을 감싸고 있었기에, 다른 수행자들은 그 안으로 감히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그 안에서 한줄기 푸른 빛이 쏘아져 나오더니 서문청공을 포위하고 있던 수행자 한 명에게로 즉시 쏘아져 나갔다. 수행자는 그 빛을 보고 바로 검을 휘둘러 맞상대했다.

챙! 그러나 푸른 빛의 검영은 즉시 그 수행자가 휘두른 검을 반으로 잘라버렸다. 슉! 푸른 빛의 검영이 그 수행자의 몸을 부드럽게 스쳐 지나갔다. 마치 물줄기가 부드럽게 스쳐 지나간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푸른 빛이 스쳐 지나간 수행자의 몸이 즉시 반으로 갈라졌다.

동시에 이 푸른 빛의 검영은 현미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현미의 머리카락 몇 개를 자를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현미 위로 지나간 검영은 뒤쪽에서 현미를 덮치기 위해 뛰어들던 수행자를 스쳐 지나갔다. 그 수행자 또한,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공중에서 피를 뿌리며 두 쪽으로 갈라졌다.

게다가 놀랍게도, 이 푸른 검강은 그저 단순한 검강이 아니었다. 현미의 뒤에 있는 수행자를 반으로 쪼갠 푸른 검강은 그 형체가 기묘하게 변하면서 사람의 형상이 되었다.

곧 푸른 검강은 서문청공이 되었고, 그가 현미 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현미의 검을 치우고는 그 자신이 직접 호승의 목덜미를 붙잡고 소리쳤다.

“경거망동하면, 이 자는 죽을 것이다!”

서문청공이 만들어낸 흙의 벽을 무너뜨린 이후, 앞으로 다가온 독고정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미 상황이 서문청공에 의해 대충 정리됐기 때문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두 명의 금단기 수행자가 서문청공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그 실력에 독고정은 내심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금단방 제일의 고수라고 하더니, 절대 허명이 아니었다!

독고정은 인질로 잡힌 호승을 무거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수행자들 앞에서 현미가 벌이는 인질극은 가소로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서문청공의 손에 인질이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랐다. 서문청공을 습격해 인질을 구출하는 것은 그야말로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다만, 일을 벌였으니 이대로 쉽게 물러갈 수 없었다. 게다가 장원을 습격한 효월각 인원은 자그마치 백여 명이나 되었다. 이 일을 대충 처리할 수 없음을 알고 철저히 준비한 것이었다. 이들은 이미 주위에 흩어져 현장을 포위하고 있었다.

어쨌든 독고정 또한 인원이 많았으니, 이대로 물러서기에도 뭔가 아쉬웠다.

“독고 선생님,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호승은 두려움에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현미의 손에서는 그 또한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다. 현미는 생각이 많아 망설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문청공의 손에 떨어진 후에는 정말 크게 두려워졌다.

특히 눈 깜짝할 사이에 서문청공은 이미 그 앞에서 연달아 두 사람을 죽였다. 고민하던 독고정은 갑자기 이를 악물고 말했다.

“호승 황자는 서문청공이 죽인 것이다!”

그 말을 들은 현미의 얼굴에 분노가 떠올랐다. 상대방은 인질의 안전을 도외시하고 자신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겠다는 것이 아닌가.

효월각 사람들도 알아들었다. 지금 이건 그들에게 호승의 생사를 신경 쓰지 말고 마음껏 공격하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보다 더 손이 빠른 사람이 있었다. 현미는 검을 뒤로 빼더니 그대로 등 뒤에서 호승의 심장이 있는 곳에 칼을 찔러 넣었다.

“컥….”

호승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가슴으로 튀어나온 칼날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호승은 뒤를 돌아보고는, 입을 뻐끔뻐끔했지만 그 어떤 말도 뱉어내지 못했다.

“……!!”

독고정이 멈칫했다.

서문청공도 다소 의외라는 얼굴로 현미를 바라보았다. 위국에 변고가 생긴 후, 이 여자는 줄곧 일득일실에 노심초사하며, 위국의 패배를 자책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다시 살벌한 결단력을 가진 원래의 그녀로 돌아온 것 같았다.

“가요!”

현미가 검을 놓고 소리쳤다.

서문청공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바로 현미의 허리를 껴안고, 그대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효월각의 수행자들이 사방팔방에서 서문청공을 따라 날아올랐다. 이제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