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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596화 (692/1,000)

1596화. 적을 격퇴한 무심

또 하나, 그는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생이별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눈앞의 이 장면은 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무심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서문청공이 여전히 절을 하고 있을 때, 공중에서 사람의 모습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었다.

일단의 사람들이 장원의 벽 위에 나타났다. 효월각의 사람들이 서문청공을 뒤쫓아 온 것이다. 그 안에는 독고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감히 그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서문청공이 뒤돌아 좌우를 둘러 보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검을 뽑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사주를 경계하며, 최대한 간결하게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사실은 조금도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장원 안에 있는 사람은 바보가 아니었다. 지금 상황을 보고, 서문청공을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들이 찾아왔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또 일단의 수행자들이 도착했다. 황자 호승을 죽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삼대 문파의 사람들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주위에 있는 다른 건물의 지붕 위에 올라섰을 뿐, 허락이 떨어지기 전에 무심의 거처로 난입하는 사람은 없었다.

독고정은 결국 벽을 뛰어넘어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그는 다시 밖으로 뛰어내려, 일단의 사람들을 이끌고 격식을 차리며 정문으로 들어왔다.

비록 허락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서문청공이 문을 부숴버렸기에 처음부터 열려있는 셈이었다.

무심이 바로 앞으로 나와 서문청공의 앞을 가로막고는 그들을 향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들은 누구요.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오?”

독고정이 손을 들자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멈춰 섰다. 곧 포권을 한 그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효월각의 독고정이 무심 선생님을 뵙습니다.”

“여긴 그대들을 환영하지 않소. 지금 당장 물러가시오!”

하지만 독고정이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정말 그렇게 한다면, 돌아가서 뭐라고 보고한단 말인가.

“무심 선생님, 저들은 호승 황자를 죽인 자들입니다. 이렇게 보호하시면 안 됩니다.”

황자를 죽였다고? 무심이 뒤돌아보았다.

서문청공은 지금 고리타분하게 진실을 내세우지 않았다. 그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어째서 호승 황자를 죽인단 말입니까. 오히려 저들이 산장을 습격해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을 죽였습니다. 호승은 효월각의 손에 죽었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주변을 포위하고 있던 삼대 문파의 사람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양쪽이 서로를 지적하니, 순간 누가 옳은지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기본적으로 현미가 아무리 호승을 미워해도 쉽게 죽일 리 없었다. 제경에 몸을 의탁하고 있으면서, 호승을 죽이는 것은 죽여달라는 말이 아니겠는가? 또 효월각의 사람들이 이처럼 다급하게 호승의 복수를 하려는 것은 또 무슨 이유란 말인가? 다들 수상쩍게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지금 서문청공의 말을 듣고, 삼대 문파의 사람들은 효월각이 호승을 죽였다는 생각에 좀 더 마음이 기울었다. 다만 지금은 증거가 없고, 후진국과 제국이 협력 관계에 있어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상부의 일은, 특히 떳떳하지 못한 일을 여기저기 소문낼 리 없었다. 이들 아랫사람은 상황을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독고정이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순간 크게 분노하며 질책했다.

“서문청공, 금단방 제일의 고수라는 사람이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런 후안무치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사람일 줄은 몰랐군!”

“네놈들 효월각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단 말이냐?”

독고정이 뭔가 더 변명하려고 할 때, 무심이 말했다.

“당신들의 시시비비에 관여하고 싶지 않소. 싸우든 죽이든 여길 나가서 알아서 하시오. 이곳은 당신들이 다투고 은원을 해결하는 곳이 아니오. 썩 나가시오!”

독고정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심 선생님, 지금 이건 우리 효월각을 적대하기로 하신 것입니까?”

“당신이 여기에 쳐들어와 소란을 일으키고 있으면서, 나보고 당신들을 적대한다고 하는 것이오? 지금 효월각을 등에 업고 나를 억압하는 것이오?”

그리고는 뒤돌아 말했다.

“안보여, 손님을 배웅하시오!”

곁에서 경계하던 안보여가 즉시 무심의 곁을 지나 앞으로 나서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독고정, 무심 선생님은 효월각과 아무런 원한도 없다. 네가 기어이 문제를 만든다면,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아마 옥창 선생도 귀의와 문제를 만들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선생님이 아주 명확히 말했다. 은원이 있다면 나가서 해결하면 그만이다. 선생님은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러니 지금 즉시 떠나주었으면 하네!”

독고정이 안보여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안보여,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이오?”

안보여가 미소지었다.

“어째, 손을 쓰려고? 넌 아직 나와 겨룰 자격이 없다. 마음에 안 들면 네 사부를 불러서 나와 한번 겨뤄보든지. 빨리 꺼지거라. 만약 문제가 심각해지면, 재미없어질 것이다!”

독고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확실히 안보여의 실력이 다소 꺼려졌다. 평소에는 깔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금단방 제이의 고수가 아닌가. 방금 전에 제일의 실력이 어떠한지 똑똑히 목격한 후였다. 그러니 방심할 수 없었다. 게다가 뒤에서 아직도 눈을 번득이는 서문청공을 보니, 아직 싸울 기력이 있어 보였다.

금단방 일 위와 이 위의 고수가 모두 이곳에 있었다. 덕분에 독고정은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또 무심의 귀의라는 배경이 있으니, 사부님이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결국, 이를 악문 독고정이 뒤돌아서며 말했다.

“가자!”

장원을 나선 후, 모든 사람을 철수시키지 않고, 일부 사람을 몰래 남겨 혹시라도 현미가 도망갈 수 없도록 지켜보게 했다.

당연한 이치였다. 설사 그의 사부라 할지라도 귀의의 원한을 사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분명 현미가 도망가는 것도 원치 않을 것이다. 현미도 무심의 거처에서 평생을 숨어 살 수는 없을 것이 분명했다.

무심은 다시 주위 지붕 위에 있는 삼대 문파의 제자들을 보며 말했다.

“설마, 삼대 문파에서 당신들을 보내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했소?”

삼대 문파의 사람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상부의 명령이 없이 이들도 함부로 무심을 대할 수 없었다.

삼대 문파의 대표는 무심에게 포권을 하고는 사람들을 이끌고 물러갔다. 곧 무심의 거처는 다시 조용해질 수 있었다.

곽만이 빠르게 대문으로 다가가 대문을 닫았다. 빗장이 망가졌다. 그래서 일단 임시방편으로 아무 막대기를 걸어 문을 고정했다.

무심이 뒤돌아 서문청공의 곁을 지나가며 말했다.

“더는 버티기 힘들면, 버티지 마시오!”

사람의 상태를 확인하는 눈이 매서웠다. 무심은 서문청공에게 더는 어떠한 여력도 없음을 알아보았다.

서문청공은 등 뒤로 검을 꽂아 넣고는 다시 애원했다.

“선생님, 살려주십시오. 더 이상 지체하면 늦을 수도 있습니다.”

“환자를 데리고 들어오시오!”

그 말을 남긴 무심은 내원의 약방으로 향했다.

무심이 그들을 도와 추격자를 물러나게 했을 뿐만 아니라, 현미를 살려주겠다고 하자 서문청공은 크게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저도 절대 약속을 어기지 않겠습니다!”

그 말을 하고 마음이 놓이는 그 순간, 그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렸다.

안보여의 반응이 제일 빨랐다. 다급히 손을 뻗어 서문청공이 쓰러지지 않게 부축할 수 있었다.

“하아!”

그녀는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도 여인이었다. 다만, 위풍당당한 금단방 제일 고수가 여인 때문에 이런 모습이 되다니!

애당초 현미가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는 것을 내버려 두었고, 이제는 둘 다 이런 처지가 되었으니, 이게 다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녀조차도 서문청공을 뭐라고 평가해야 할지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의실(醫室) 내부,

곽만이 현미를 안고 안으로 들어왔다.

서문청공은 밖에서, 법력이 모두 고갈된 채로 혼절하고 말았다. 안보여는 자신의 법력으로 그런 서문청공의 독성을 억제하고 있었다.

무심은 현미를 살펴본 그 순간, 그녀가 지금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일단 현미를 살릴 필요가 있었다. 서문청공은 어쨌든 수행자였고, 안보여의 강한 법력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니, 독성을 어느 정도 좀 더 억누를 수 있었다. 그러니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무심은 수많은 약탕기 앞에서 약수로 손을 씻고 있었다.

곽만은 조명을 조정하고 있었다. 그때 등 뒤에서 미약한 호흡 소리가 들려왔다.

“서문…. 서문….”

곽만이 뒤돌아보니, 현미가 깨어나 있는 것이 아닌가. 다급히 다가가 보니, 현미는 서문청공을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곽만이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서문 선생님은 무사하세요. 몸이 좋아지면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서문청공이 무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현미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상대방의 선의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이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한쪽 손이 힘없이 들렸다가 툭 떨어졌다. 현미가 미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팔찌! 팔찌….”

곽만은 그녀의 말을 듣고,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손목에 있는 팔찌를 발견했다. 곽만은 현미의 손을 붙잡고 물었다.

“이거 말인가요?”

현미가 다시 조용하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서문에게 주어요. 만약 누군가 그를 압박한다면, 그냥 주라고 하세요. 그럼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거예요.”

팔찌 안에는 위국의 마지막 유산이 들어 있었다. 원래라면 현미는 내놓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죽은 후에 사람들은 분명히 이 물건이 서문청공의 손에 있으리라 의심할 것이고, 서문청공은 쫓길 것이다.

방금 현미는 서문청공에게 만약 그런 문제가 생기게 되면, 물건을 줘 버리라고 전한 것이다. 서문청공의 실력이라면, 팔찌가 없는 서문청공을 더는 곤란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곽만은 현미를 대신해 팔찌를 풀어 그녀 눈앞에 흔들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

그때 현미의 미소 어린 얼굴의 양쪽 볼에 생기가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본 곽만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이건 회광반조의 증상이었다.

“선생님, 선생님…!”

문을 가린 천이 걷히며 무심이 빠르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현미의 안색을 보고 즉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몸을 돌려 빠르게 한쪽에 있는 가죽을 굴려 펼치더니 그 안에 꽂혀 있는 은침을 한 뭉치 뽑아 들었다. 그리고 현미의 머리 부분으로 걸어가 법력을 이용해 열 가닥이 넘는 은침을 공중에 넓게 띄웠다.

무심의 기공은 이미 어느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다만 태생적으로 재능이 없다 보니, 그저 몸을 건강하게 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무심은 손을 펼치고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공중에 떠 있는 은침이 동시에 현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

현미의 두 눈이 잠시 희미하게 뜨였다가, 그대로 눈이 뒤집히더니, 다시 혼절했다. 무심은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사신과 시간을 다투는 치료에 들어간 것이다.

한쪽에 있던 곽만은 들고 있던 팔찌를 자신의 손목에 차고는 자연스럽게 소매를 내려 팔찌를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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