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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597화 (693/1,000)

1597화. 직접 찾아가다

황궁 내부,

보심이 한 정자 안에 서서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호승이 죽었다는 소식은 이미 전해 들었다.

곧, 한 내시가 보심 앞으로 끌려왔다. 그렇게 내동댕이쳐진 내시는 고통에 신음을 흘렸다.

보심이 굳은 목소리로 그를 보며 말했다.

“네게 왕야를 다른 곳으로 떼어놓으라고 하지 않았느냐? 어찌 태만하였느냐?”

내시는 쓰러진 몸을 일으켜 세워 보심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 콧물을 흘리며 말했다.

“명하신 대로 행했습니다. 다만 왕야께서 그곳을 떠나고자 하지 않으셨습니다!”

“내가 청한 것이라고 전했더냐?”

내시가 다급히 말했다.

“전했습니다. 어르신의 뜻이라고 분명히 전했습니다. 하지만 왕야께서는 신경도 쓰지 않고 소인을 걷어차시고….”

그는 호승이 현미를 껴안고 있던 그 상황을 주절주절 모두 설명했다. 모든 이야기를 마친 그는 엉엉 울었다.

보심의 얼굴이 어두웠다. 호승이 무슨 약을 잘못 먹었길래 그랬단 말인가. 보심은 자신에게 그 정도 영향력은 있다고 자신했다.

어느 황자가 감히 자신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겠는가? 특히 호승은 자신을 볼 때마다 항상 매우 정중했다. 그런데…. 현미가 그토록 매력적이었단 말인가? 조금도 지체할 수 없을 정도로?

색욕에 정신이 나갔구나! 보심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일부 일들은 그가 안배한 것으로, 진실을 호승에게 알리지 않았다. 다만 현미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호승에게 현미를 성 밖으로 유인하게 했다. 효월각이 경성에서 황제의 며느리를 죽이는 것은 당연히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니 경성의 수비 세력에게 이를 보게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호승을 수행하는 내시마저도 진실을 알지 못했다. 눈앞의 내시는 말할 것도 없고, 산장에서 잠시 다른 곳으로 보내진 수호법사들도 무슨 일이 생길지 알지 못했다. 이건 어디 가서 떠들 일이 아니었다.

다만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 호승이 목숨을 잃다니. 보심은 호운도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끌고 가라. 잘 감시했다가, 왕야와 같이 순장을 하도록 해라! 너는 저승에 가서 왕야께 사죄나 해라.”

보심은 그 말을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내시는 순간 두려운 마음에 소리쳤다.

“어르신! 어르신….”

그는 보심이 떠나는 방향으로 기어가며 소리치다가 사람들에게 붙잡혀 끌려갔다.

* * *

부방원 내부,

옥창이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독고정은 일의 경과를 보고하고는 민망한 얼굴로 옆에 서 있었다. 그도 일을 망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과연, 옥창이 분통을 터트렸다.

“쓸모없는 놈, 사람이 몇 명이었고, 천기파강전이 몇 대였더냐. 천검부까지 가지고 있었으면서, 서문청공 한 명을 상대하지 못했단 말이냐. 넌 뭐 하는 놈이냐?”

독고정이 다급히 성명했다.

“사부님, 서문청공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데려간 고수 중에 그의 일격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또, 그는 천검부를 몇 장이나 가지고 있었습니다. 쉽게 상대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이미 천기파강전에 적중당했습니다. 도망가는 와중에 길거리에 쓰러질 줄 알았는데, 이곳 죽을 곳에 제 발로 찾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다만, 귀의의 제자가 나서서 우리를 막을 줄은 몰랐습니다!”

옥창이 진노했다.

“귀의의 제자? 귀의가 온다 한들 어떤가? 숨어 사는 겁쟁이일 뿐이다. 만약 이번 일에 끼어든다면, 그를 수행계에서 쓸어 버릴 것이다!”

“사실 저도 그를 두려워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꺼려지는 부분이 있어서, 사부님의 결단 없이 경거망동할 수 없었습니다.”

옥창이 그를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일을 성사시키지도 못했고, 오히려 호운도의 아들이 죽었구나. 이제 나보고 호운도에게 뭐라고 변명하란 말이냐?”

독고정이 다급히 말했다.

“호승은 현미가 직접 죽였습니다. 이건 확실합니다!”

옥창이 다시 차갑게 말했다.

“이번 일이 우리 때문에 일어난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독고정은 할 말이 없었다.

바로 이때, 옥창의 둘째 제자 곽행산이 다가왔다. 과거 장홍 모자와 같이 초려산장에서 잠깐 지낸 적이 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는 옥창을 발견하고 포권을 하며 보고했다.

“사부님, 산장을 철저하게 조사해 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옥창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환(商環)과 명단 중 하나도 찾지 못한 것이냐?”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현미가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라면, 모두 가르거나 부수면서 살펴보았습니다. 확실히 없었습니다.”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숨겨 놓은 것이겠지.”

옥창이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갑자기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갔다.

“가자! 어디 그 귀의의 제자라는 놈, 목숨이 몇 개인지 보자꾸나.”

* * *

어서방,

서탁에 앉아 있는 호운도는 침묵하고 있었다.

보심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자신이 일을 망쳤으니, 죄를 청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대전 밖에서 세 사람이 들어왔고, 감히 그 앞을 막아서는 사람이 없었다. 바로 천화교의 장문인 우문연, 현병종의 장문인 북현, 대구문의 장문인 삼천리였다.

그들 셋은 무릎을 꿇고 있는 보심을 보고 무슨 일인지 추측할 수 있었다. 이미 소식을 들은 바 있었다.

세 사람은 들어와서 보심을 도와주지 않았다. 황제가 알아서 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생각해 보면, 당시의 일이 모두 보심의 잘못은 아니기도 했다. 보심은 분명 이런 상황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아마 황제도 보심을 크게 곤란하게 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세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호운도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소식 들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비오!”

우문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호운도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지금까지, 짐은 그 아이에게 미안한 일뿐이오! 옥창 쪽에서 현미가 그 손으로 아들을 죽였다고 하지만, 현미와 서문청공이 중독된 상태로 귀의의 제자를 찾아갔다가, 그에게 받아들여졌다고 했소.”

또 호승이 도대체 어떻게 죽었는지 나중에 알아보았지만, 이쪽에서는 단 한 명의 목격자도 없었다. 그곳을 살펴보기 위해 찾아간 사람들은 오히려 현장에서 살인멸구의 흔적을 보았다.

세 장문인이 서로 눈을 마주쳤고, 삼천리가 말했다.

“폐하는 귀의의 제자에게서 사람을 달라고 요구할 것이오?”

“어쨌든 짐의 아들이오. 어떻게 죽었는지 효월각의 이야기만 믿고 있을 수 없소. 현미를 데려와서 사인을 파악해야 하오. 그렇지 않고서는 어찌 그 아이의 어미를 마주한단 말이오. 세 장문인의 의견은 어떻소?”

이번 일은 귀의가 얽혀 있었다. 그 말은 수행계의 일이 얽혀 있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삼대 문파에서 나서야 하니, 의견을 묻는 것이다.

삼천리가 대답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설사 효월각이 한 짓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한들 뭐가 다르겠소? 설사 현미가 한 짓이라 해도, 폐하는 현미를 옥창에게 넘겨주기도 했으니, 지금 정세에서 후회할 수 없소.”

호운도의 말투가 싸늘해졌다.

“세 분께서는 짐에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넘어가란 말이오?”

우문연이 손을 들어 진정시키며 말했다.

“절대 그런 뜻이 아니오! 오해하지 마시오. 이렇소. 방금 우리 세 사람이 들은 소식에 의하면, 옥창은 이미 사람들을 이끌고 직접 귀의의 제자를 찾아갔소. 옥창이 이미 갔으니, 폐하는 더는 간섭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오.”

호운도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우문 장문인의 뜻은…?”

“그 귀의는 신비로운 사람이오. 행적을 종잡을 수 없고, 과거에 천하를 뒤흔들 수 있는 일을 몇 번이나 일으킨 사람이오.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사람이라 할 수 있소. 그러니 폐하는 귀의의 제자를 찾으러 갈 필요가 없다는 말이오.”

“만약 상대방이 사람을 내놓지 않아 그를 강제한다면, 불필요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소. 어쨌든 그 무심은 폐하의 수많은 아들을 구한 적이 있지 않소. 이대로 반목한다면 외부인의 시선으로 볼 때, 폐하가 무정무의하게 보일 수도 있소.”

삼천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옥창이 원하는 사람이니, 옥창을 보내는 게 좋겠소. 다른 사람과 원한을 맺는 일은 옥창에게 시킵시다. 지금 옥창은 미끼를 확인한 물고기와 같소. 어쩔 수 없이 미끼를 물 수밖에 없지. 옥창을 통해서 귀의가 어느 정도의 사람인지 확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소. 만약 귀의가 정말 효월각을 상대할 힘이 있다면, 우리가 선봉을 자처할 필요는 없지 않겠소. 또 그렇다면 더욱더 귀의를 건드릴 필요 없겠지. 폐하, 상황을 지켜봅시다!”

북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옥창이 사람을 데려오면, 그때는 더는 귀의와 무관하니, 옥창에게 사람을 데려와 진실을 밝혀도 괜찮을 것이오. 이 제경에서 우리 세 문파가 있는 한, 또 황자의 죽음을 확인한다는 명목이 있으니, 옥창은 거절하지 못할 것이오.”

호운도가 말했다.

“옥창이 살인멸구할 수도 있소!”

북현이 대답했다.

“정말 옥창이 살인멸구한다면, 더는 조사할 이유가 있겠소? 그때가 되면 그 원한을 어떻게 갚을지 기록해 놓으면 그만이오. 경성 일대에서 감히 황자를 죽이다니. 그건 우리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요. 우리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오. 상대방에게 합당한 설명을 들을 것이오!”

세 사람이 같이 찾아온 것은, 바로 호운도가 경거망동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려는 의도였다.

* * *

골목 입구,

옥창 일행이 도착했다. 누군가 손을 내저으며 사람들에게 담장을 뛰어넘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옥창이 손을 들어 그들을 저지했다.

그가 뒤돌아 물었다.

“아직 안에 있는 것이 확실하더냐?”

“아직 안에 있습니다. 우리 쪽에서 줄곧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옥창이 턱짓하니, 독고정이 그 뜻을 깨닫고는 즉시 대문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잠시 두드리고 있자 문이 열리고 곽만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는 독고정을 확인하고는 즉시 말했다.

“오늘은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문을 닫으려고 했다.

독고정은 손을 뻗어 닫히려는 문을 붙잡더니 뒤돌아 자신의 사부를 바라보았다. 상대방의 태도를 보았으니, 이제 어떡하냐는 물음이었다.

곽만이 화를 냈다.

“지금 뭐 하는 거죠?”

옥창이 담담히 말했다.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려고 하다니. 어쩔 수 없이 알아서 들어가야겠군!”

몇 명이 뛰쳐나가 길을 열었다. 그대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깜짝 놀란 곽만은 경계하며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다른 사람들은 그대로 담장을 뛰어넘어 장원 안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의 호위 아래 옥창은 천천히 대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섰다. 그 후에 옥창은 마치 여유롭게 산책을 하듯이 좌우를 살피더니 감탄을 내뱉었다.

“참새가 비록 작다고 하나 오장이 모두 있듯이, 이곳도 작지만 참으로 풍취가 있는 곳이군.”

옥창의 수행원들은 사방으로 퍼져 경계했다. 옥창은 마당 중앙에 멈춰 서서 곽만에게 웃으며 말했다.

“무심 선생은 어디 있느냐? 나와보시라고 해라.”

곽만은 지금 효월각처럼 큰 세력을 마주한 적이 없었고, 감히 이곳을 밀고 들어온 사람을 처음 보았다. 마음속으로 어느 정도 두려움이 일었다. 그런데도 곽만은 마음을 굳게 먹고 말했다.

“말씀드렸다시피, 오늘 선생님은 손님을 뵙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그건 그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옥창이 미소짓더니 갑자기 법력을 이용해 크게 소리쳤다.

“무심 선생, 효월각의 각주 옥창이 찾아왔소. 나와보시겠소?”

장원이 뒤흔들렸다. 곽만은 내심 매우 놀랐다. 효월각의 각주가 직접 찾아올 줄이야!

그에게 효월각 각주라면 수행계에서 매우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녀는 조금 두려워졌다. 다행히 상대방이 막 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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