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9화. 목격
방금의 상황을 통해서, 옥창은 어쩌면 자신이 의도치 않게 칠국의 유일한 여황제의 생명을 끝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실 옥창은 현미가 그의 손에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녀를 풀어줄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런 방식일 줄은 몰랐다.
옥창은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했다. 최소한 그가 원하는 물건을 아직 그녀의 입을 통해서 알아내지 못했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서문청공에게 해독약을 복용시킨 곽행산이 일어나 보고했다.
“사부님, 이제 괜찮을 것 같습니다. 독성을 모두 해독했으니, 곧 깨어날 겁니다.”
옥창이 안도하더니 말했다.
“샅샅이 뒤져라!”
그 즉시 누군가 서문청공에게 다가가 몸을 뒤지기 시작했다. 현미의 시신도 봐주지 않았다. 법력을 이용해 그녀의 몸 안에 숨겨둔 물건은 없는지 확인했고, 심지어 머리카락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죽고 나서도 안정을 취하지 못하니, 어쩌면 이것이 바로 제왕의 숙명일지도 몰랐다. 이건 그나마 나은 편에 속했다. 고대에는 묻힌 시신을 다시 파내서 시체를 채찍질하는 경우도 있었다.
안보여의 눈이 안을 훑었다. 이들의 행동을 살펴보았다. 침상 위에서 모욕을 당하고 있는 현미, 아직 깨어나지 못한 서문청공, 이 방 안에서 생사가 교차했다. 다만 산 자는 아직 다른 한 사람이 떠난 것을 알지 못했다.
그녀는 현미에 대한 서문청공의 바보 같은 사랑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또 서문청공이 현미를 안고 장원으로 뛰어 들어와 무릎 꿇고 울며 애원하는 광경을 직접 보았다.
그녀는 서문청공이 깨어나서 현미가 이미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 알 수 없었다….
옥창은 결국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서문청공의 몸에서 천검부와 조금의 재물, 단약 같은 것만이 나왔을 뿐이었다.
옥창은 굳은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혹시라도 놓친 것이 있을까 봐 소리쳤다.
“이 장원을 샅샅이 뒤져라!”
일단의 사람들이 상자를 뒤엎고, 궤를 넘어뜨렸다. 수많은 약병이 넘어지고 깨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각종 약물이 바닥에 흩뿌려졌다.
천천히 정신을 차린 무심이 냉담한 얼굴로 옥창을 바라보았다.
인제 와서 옥창은 더는 무심의 기분이 어떤지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다. 만약 무심에게 배경이 없었다면, 그를 죽여버리고 싶은 생각까지 있었다!
이곳은 별로 크지 않았다. 하지만 샅샅이 뒤지는 것은 한두 시진 만에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옥창이 무심을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우리가 물건을 찾기 전에 여러분은 우리와 같이 있어야겠소. 만약 물건을 찾으면 자연히 여러분을 안전하게 돌려 보내줄 것이오!”
안보여가 분노했다.
“옥창, 선을 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옥창의 말을 어찌 모르겠는가. 그는 지금 현미가 물건을 그들에게 넘겼을까 봐 걱정한 것이다. 그러니 만약을 대비해서 일단 그들을 붙잡으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만약 서문청공의 입에서 뭔가를 알아내지 못한다면, 그때는 그들을 심문하게 될 것이다.
“금단방 제이의 고수가 다 무엇이냐. 네게 노부 앞에서 행패를 부릴 자격은 없다!”
지금 옥창은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그가 분통을 터트리며 서문청공을 가리키고 말했다.
“만약 두 번째 서문청공이 되고 싶지 않다면, 고분고분 협조해야 할 것이다!”
그 말은, 금단방 제일의 고수조차 이런 처지가 되었는데, 안보여라고 다르겠냐는 말이었다!
“너….”
안보여는 극도로 분노했다. 그때, 냉정을 되찾은 무심이 그녀를 끌어당겨 귓가에 속삭였다.
“나를 데려가면 짐이 될 것이오. 그러니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먼저 떠나시오. 입구 처마 밑에 방울이 있어….”
두 사람이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을 발견한 옥창이 소리쳤다.
“뭐라고 쑥덕대는 것이냐?”
안보여가 깊은숨을 들이쉬더니, 갑자기 몸을 날려 등으로 벽과 부딪혔다.
쾅! 안보여는 그대로 벽을 뚫고 그곳을 빠져나갔다.
벽이 터져나가며 벽돌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밖에 있는 사람들도 너무 갑작스러운 나머지 대처하지 못했다. 그때, 안에서 한 사람이 뛰쳐나왔다.
몇 사람을 쓰러뜨린 안보여가 대문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 처마 밑에 걸려있던 방울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잡아라!”
옥창의 고함이 들려왔다.
안보여는 내심 초조해졌다. 상대방은 수가 많고, 천검부와 천기파강전까지 있는 살수들이었다. 지금 저들과 싸워 손해를 자초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그대로 날아올랐다.
안보여가 도망친 것은 둘째치고 다른 한 사람, 바로 곽만도 사라진 후였다.
“한 사람은 어디 있느냐?”
마당에 있는 독고정이 물었다. 한 사람이 대답했다.
“떠났습니다.”
독고정이 분노했다.
“언제 그녀를 풀어주라고 했더냐?”
참으로 난처한 상황이었다. 그는 이번에 서문청공과 현미를 잡으러 왔다고만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무심 일행을 어떻게 한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더군다나 귀의의 명성이 있으니, 이쪽에서는 곽만이 떠나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르게 말하면, 처음부터 곽만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상황을 확인한 후, 독고정이 밖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빨리 가서 찾지 않고 뭐하느냐!”
한 사람이 도망쳤다. 현미의 물건이 그 도망친 사람의 몸에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을 찾을 사람은 찾고, 장원 안에서 물건을 찾을 사람은 물건을 찾았다. 이어 무심이 끌려 나왔다.
하지만 무심을 거칠게 대하진 않았다. 그를 밧줄로 묶거나, 거칠게 붙잡고 있지도 않았다.
그렇게 끌려 나온 무심이 고개를 들어보니, 처마 밑에 있는 방울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대로 효월각을 따라 떠나갔다.
“딸랑, 팅팅…. 딸랑, 팅팅….”
거리, 곽만이 빠르게 걸으며 손에 든 방울을 흔들고 있었다. 다만, 방울에서 나는 소리가 다소 괴이했다. 처음 딸랑 소리가 미처 다 사라지기 전에 팅팅 거리는 답답한 소리가 연달아 들리는 것이다.
이건 과거에 무심이 당부한 일이었다. 무심은 만약 자신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그녀에게 처마 밑에 있는 방울을 들고, 상황이 허락하는 한 거리를 거닐면서 방울을 흔들라고 했었다. 그리고 이 방울에 특별한 장치가 되어 있는지, 방울을 흔들면 이런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사실, 곽만은 자신이 이처럼 순조롭게 거처를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에 그녀는 단지 팔찌를 잘 숨겨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탈출하려 할 때, 효월각의 사람들을 보니 그녀를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그녀는 입구에 있는 방울을 풀어 순조롭게 그곳을 떠날 수 있었다.
곽만은 그곳에서 나오자마자, 한 행상과 스쳐 지나갈 때, 그에게 팔찌를 건네주었다. 그 행상은 팔찌를 자연스럽게 마땅히 가야 하는 곳으로 보낼 것이다.
이때, 거리에 있는 한 약방의 주인이 갑자기 내실에서 빠르게 입구로 나와 방울을 흔들며 지나가는 곽만을 바라보았다.
그 뒷모습을 잠시 확인한 주인은 빠르게 한 점원을 불러 그에게 뭐라고 한동안 속삭였다.
점원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르게 그곳을 빠져나갔고, 주인은 곧이어 다른 점원에게 약방을 잘 보고 있으라 당부하고는 자신도 약방을 나섰다.
이 약방은 오래되지도, 그렇다고 방금 생긴 것도 아니었다. 무심이 제경에 자리를 잡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연 곳이었다….
빠르게 걸음을 옮기던 곽만은 계속 방울을 흔들었다. 그녀도 방울이 무슨 용도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 무심이 귀의 쪽과 연락하는 수단으로 이 방울이 연관이 있으리라는 것은 알았다.
상부에서는 줄곧 귀의의 행방을 알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녀는 줄곧 그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곽만은 그렇게 아직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지금 상황을 기회로 보고, 독단적으로 방울을 취해 사용한 것이다.
그녀를 밀정으로 심은 사람은 그녀의 기민함을 눈여겨보았다. 멍청하고 둔한 사람에게 임무를 맡길 리가 없었다.
그렇게 거리를 가로지른 곽만은 원래 위치로 돌아와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자 했다. 그때, 하늘에서 몇 명의 사람들이 내려와 그녀를 포위했다. 효월각의 사람들이었다.
주위 백성들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고 놀라며 황급히 사방으로 물러섰다.
손에 방울을 들고 있는 곽만은 다소 긴장했다. 자신이 이들의 적수가 아님을 잘 알고 있기에 불안해하며 물었다.
“뭘 하려는 거죠?”
“좋은 말로 할 때 고분고분 따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선두에 있는 사람이 손짓하자, 다른 사람들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곽만은 반항하지 않았다. 반항할 경우 그 처지가 더욱 재수 없어질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붙잡히는 쪽을 택했다.
그녀가 들고 있던 방울도 이미 빼앗겼다. 상대방은 방울을 들고 몇 번 흔들어 보더니 팔을 흔들며 말했다.
“데려가라!”
이미 삼대 문파의 사람들이 이상을 발견하고, 날아오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서 사람을 잡아가다니, 효월각의 사람들이 너무 안하무인이라는 생각에 나서서 그들을 저지하려 한 것이다. 또 무슨 일인지 파악할 필요도 있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나타나 그들을 저지하며 신경 쓰지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거리의 한곳으로 물러난 약방의 주인은 곽만이 잡혀가는 장면을 직접 목도했다. 그는 그녀가 잡혀가는 것을 굳은 얼굴로 지켜보더니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 * *
어서방 외부,
보심과 아랫사람이 잠시 대화를 나눴다. 곧 보심이 안으로 들어와 교사대가 알아 온 소식을 보고했다.
안에는 호운도와 삼대 문파의 장문인들이 옥창이 직접 귀의의 제자를 만나러 간 후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미가 죽었다고?”
우문연이 깜짝 놀라 말했다.
호운도는 눈살을 찌푸리고 침묵했다. 하루아침에 아들이 죽었고, 비록 명목상이지만 며느리가 죽었다.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보심은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습니다. 시신은 이미 부방원으로 이동되었습니다. 사인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다들 의외였다. 옥창이 지금 당장 현미를 죽일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설마 원하는 것을 이미 얻었단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서문청공이 복수하도록 그 목숨을 살려둘 리가 없었다. 옥창은 절대 마음이 약해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 자리에 있는 그 누구라도 옥창의 상황이라면 서문청공을 살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또 옥창이 귀의의 제자를 잡아들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 일은 참으로 수상쩍었다.
우문연이 말했다.
“상황을 보면 옥창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아직 얻지 못한 것 같소. 현미의 죽음에는 다른 원인이 있는 것 같소.”
북현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과거 옥창이 그럴듯한 스승의 모습을 가장했던 풍모를 볼 때는 몰랐는데, 한 성깔 하는 사람 같소. 귀의의 제자까지 잡아가다니, 지금 이건 귀의와 정면으로 대립하는 것이오.”
삼천리가 말했다.
“원래 효월각은 암중에 숨어 살고 있었소. 이제 이렇게 밝은 곳으로 튀어나와 충분한 명성을 누렸지만, 동시에 옥창에게 머리가 터지도록 많은 고민거리도 같이 안겨준 것 같소. 지금 상황을 보면, 그는 인내심이 부족했소. 그러니 눈앞에 있는 걸 잃고 싶지 않아 모든 걸 꽉 틀어쥐려고 하지. 귀의의 제자를 잡아갔소. 과연 이번 일로 귀의를 불러낼 수 있을지 모르겠소.”
우문연이 이어 말했다.
“귀의의 성격은 참으로 괴이하오. 원한이 있다면 반드시 갚는다고 하더군.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번에 옥창이 벌인 사고 덕분에 우리도 귀의를 만날 수 있을 것이오.”
사람들은 서로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들에게는 순전히 다른 사람 이야기일 뿐이었다.
다만 호운도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그는 차마 다른 사람들과 같이 웃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