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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603화 (699/1,000)

1603화. 포위당한 마차

부방원의 지하실 내부,

바닥에 쓰러져 발버둥 치고 있는 서문청공은, 고통에 울부짖고 있었다. 두 손은 온몸을 긁어 피부가 갈라져 있었고, 이미 문드러져 있었다.

고신단을 먹은 서문청공은 이미 사람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철로 만든 사내가 이처럼 고통스러워하다니, 이것이 바로 고신단의 효과였다.

하지만 서문청공의 의지는 견고했다. 이런 고통을 받으면서도, 조금의 단서도 내뱉지 않았다. 이런 고통을 그는 이미 수차례 반복해서 겪고 있었다.

옥창은 어두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두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이때, 곽행산이 위에 있는 입구를 통해 빠르게 내려오더니 그에게 보고했다.

“사부님, 옥화문(玉華門)의 장문인이 뵙기를 청했습니다.”

옥창이 그 말을 듣자마자 크게 화를 내며 소리쳤다.

“전방의 전선에 있지 않고 독단적으로 움직이다니, 지금 당장 전장으로 다시 꺼지라고 전해라!”

상대방이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듣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옥창에게 부탁을 하러 온 후진국의 수행 문파는 옥화문이 처음이 아니었다.

더 심각한 것은, 연국 금주가 사람을 보내, 그에게 무심을 풀어주라고 협박을 한 것이다. 만약 풀어주지 않으면 당장 병사를 일으켜 후진국을 공격해, 연국과 후진국의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지금 이건 후진국의 주력이 동쪽을 신경 쓰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약점을 찌른 것이었다. 실로 자신의 후진국을 대놓고 만만하게 보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도 골치가 아픈데, 눈앞에 있는 서문청공은 죽어도 굴복하려 하지 않았다. 이제는 각지에서 오는 무형의 압박으로 인해서 귀의의 사람을 건드릴 수도 없었다.

아직 귀의와 만나기도 전에 수많은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자신을 찾아와 무심을 풀어주라 애원을 해대고 있었다. 문제는 귀의는 자신에게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옥창을 찾아온 사람은 다들 귀의에게 은혜를 입은 사람이라는 둥, 또 쓸데없이 일을 일으키지 말라는 둥, 이러저러한 개인 사정으로 옥창을 찾아온 사람들뿐이었다.

일부 소문에 의하면, 귀의는 그에게 부탁할 생각이 애초에 없는 듯했다. 사람을 보내지 않은 것 또한, 가만있는 게 아니었다. 소문을 들어보면 이미 그를 치기 위해 사람을 모으고 있는 듯했다. 옥창에게 복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만약 무심을 풀어주었는데도, 귀의가 계속 복수를 하겠다고 한다면, 그때는 어찌한단 말인가?

그는 귀의가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귀의의 명성과 그의 강경한 태도에 어느 정도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귀의는 자신이 갖고 있는 효월각 세력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그 때문에 옥창은 태풍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압박을 느꼈다.

원래는 그도 귀의를 안중에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갑자기 귀의에게 은혜를 입었다는 사람들이 수없이 나타났다. 그중에는 적도 있었지만, 자신에게 인사를 하러 왔던 같은 편들도 무수히 많았다. 대체 예전에는 왜 아무 말도 없었단 말인가? 게다가 자신에게 인사를 오지 않은 사람들 중에도 귀의의 일에 대해 신경 쓰고 있을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도 없었다. 그 때문에 옥창은 이제 조금씩 후회하고 있었다. 너무 충동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바람에 기호지세가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제 옥창은 오히려 귀의가 자신에게 사람을 보내길 기다리고 있었다. 명확한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 것이다. 만약 귀의가 사람을 보내, 만약 자신의 사람을 풀어주면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하기만 한다면, 옥창도 물러날 구실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다만 사람을 미치고 하는 것은, 귀의가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옥창은 이제 어쩐단 말인가. 무심을 풀어줘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문제는 이대로 사람을 풀어주었는데도, 귀의가 멈추지 않는다면, 옥창이 무심을 풀어준 이유가 사라진다.

손에 사람이라도 쥐고 있다면, 만약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대화라도 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어쨌든 그 같은 상황은 차치하고서, 일단 제일 급한 불을 꺼야 했다. 옥창은 서둘러 연국의 금주에 회신을 보냈다. 무심을 데려온 것에는 다른 뜻은 없으며, 그저 몇 가지 질문을 하기 위해 모셨을 뿐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옥창은 일단 연국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옥창은 연국이 더욱 두려웠다. 귀의는 단지 그 깊이를 알 수 없었기에 꺼려졌지만, 연국의 군대는 눈에 보이는 위협이었다.

* * *

한순간,

전쟁을 주목하고 있던 수행계의 이목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선이 제국 경성으로 향하게 되었다.

제국 경성도 태풍이 당장이라도 몰아칠 것 같은 기세를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온갖 잡스러운 사람들이 제경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평소 수행자들이 오가는 곳을 보면, 확연하게 수행자들의 수가 불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들 여기서 뭐 하는 것이냐?”

산 중턱에 수행자들이 모이는 객잔, 현병종의 제자들이 한 부대 들이닥쳐 객잔 밖에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한 사람이 대답했다.

“아무것도 안 했소. 설마 제경에서는 서로 만나 대화도 못 한단 말이오?”

현병종의 제자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문제를 일으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는 사람들을 이끌고 객잔으로 들어가 그 안을 살폈다.

제경의 비정상적인 분위기에 제국 삼대 문파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제자들을 각지의 수행자들이 모이는 곳으로 보내 살펴보게 했다. 일종의 위협과 경고이기도 했다. 혹시 제경에서 일어날 수 있는 대규모 소란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의도도 있었다.

삼대 문파는 귀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원래 귀의는 각국의 분쟁에 개입하지 않았다. 두려운 것은 외적이 이번 기회에 불을 지펴 소란을 피우는 것이었다.

삼대 문파의 시선, 교사대의 시선이 제국 경성의 구석구석을 경계했다.

대량의 수행자들이 제경에 운집하는 것을 알아차린 부방원도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옥창은 겉으로 담담했지만, 사실은 적지 않은 효월각의 사람들을 급히 제경으로 불러들여, 암중에 부방원의 사방을 지키게 했다.

옥창은 제경을 떠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아래 장로들도 같은 의견을 낸 적이 있었다. 굳이 이런 소란에 얽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다만 이제 옥창은 정말 기호지세였다. 어찌 한단 말인가? 귀의가 두려워 도망이라도 치란 말인가? 후진국을 장악하고 있는 효월각이 겨우 귀의 한 명이 두려워 도망친다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어찌 후진국 경내에 있는 다른 대 문파들을 호령할 수 있겠는가?

결국, 올 것이 왔다.

이른 아침, 성문이 열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 대의 마차가 저 멀리 안개를 헤치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안개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였다.

성문을 오가는 사람들도 뭔가 괴상함을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양쪽으로 물러났다. 마차에 걸린 방울 소리가 참으로 괴이했기 때문이다.

마차 지붕의 한쪽에 방울이 걸려있었다. 그 방울은 흔들릴 때마다 이상한 소리를 냈다.

“딸랑, 팅팅…. 딸랑, 팅팅….”

낭랑한 방울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답답한 소리가 두 번 그 뒤를 따랐다. 이런 소리가 반복되었다.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은 마치 장례식장에서 있는 듯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마차가 움직이는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마차의 끌채에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마부가 앉아 있었다. 그는 검은 천으로 뒤덮여 안이 보이지 않는 삿갓을 쓰고 있었다.

마부는 아주 편안하게 앉아 있었다. 마치 마차의 흔들림에 영향을 받지 않는 듯한 모습이기도 했고, 또 어찌 보면 그가 마차의 흔들림을 막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아무튼, 마차는 아주 묵직하게 전진했다.

마차의 바퀴가 덜컹덜컹하고 굴러가며 전진했다. 마차의 양쪽 뒤에는 두 기수가 말을 타고 손에 고삐를 꽉 붙잡고 뒤따르고 있었다.

하나는 평범한 외모의 부인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외모와 달리, 두 눈은 아주 가늘게 지긋이 뜨고 있었고, 그 사이로 보이는 안광은 냉혹하게 번득이고 있었다. 마치 주위의 모든 것을 경계하는 것 같았다.

다른 한 명은 노인이었다. 두 눈은 동그랗고, 빛나며 생기 넘쳤다. 그 또한 계속해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미약한 쓴웃음이 걸려있었다.

마차가 성문 입구에 도착했다. 성문 입구를 지키는 병사들도 마차를 괴상하게 생각하고 앞을 막아섰다.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려 한 것이다.

그때, 끌채 위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는 마부가 갑자기 채찍을 휘둘러 마차의 주렴을 열려는 사람을 막아섰다.

마차 내부를 조사하려던 군관은 크게 분노하며 마부에게 삿대질하며 호통쳤다.

“누구길래 그리 수상쩍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냐. 갓을 벗고 조사를 받아라!”

마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무시하는 것 같았다.

군관은 더욱 분노하며 손짓했다. 그러자 성문 입구에 있는 병사들이 그 즉시 마차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분노한 군관은 손에 들고 있는 창을 들어 마부의 삿갓을 날려 버리려 했다. 그때 마부는 손에 든 마편으로 창을 내리눌렀다. 그러자 군관은 손에 든 창을 한치도 움직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군관은 매우 놀랐다.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을 건드린 것 같았다.

마차 뒤, 양쪽에 있는 기수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마차 안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란을 피우러 온 것이 아니니, 저들이 보고 싶다고 하면 보여주어라.”

마부가 창 위에 올려진 마편을 치우자, 드디어 자유를 얻은 군관은 등 뒤에 있는 동료들을 확인했다. 결국, 그는 다시 마음을 강하게 먹고, 창두를 천천히 마부의 삿갓 아래 드리워진 검은 천을 향해 뻗었다.

그리고는 창두로 천천히 검은 천을 들어 올렸다. 군관의 움직임은 방금까지의 무례함을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매우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검은 천이 들리고, 삿갓 아래 있는 얼굴을 힐끗 확인한 군관은 깜짝 놀라 ‘으악!’하고 소리 지르고는 비틀거리며 황급히 물러섰고, 그 때문에 뒤에 있던 동료들과 부딪혔다.

동료들이 분분히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군관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왼쪽을 한번 보고, 다시 오른쪽을 한번 보았다. 그리고 다시 마치 태산처럼 앉아 있는 마부를 바라보았다. 말을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성곽 위, 천화교의 장로 서방(徐邦)이 누각을 나와 물었다.

“아래 무슨 일이냐? 왜 이리 소란스러운 것이냐?”

지금 제경의 분위기가 괴이했다. 그 때문에 삼대 문파는 각 성문 입구에 장로를 파견했고, 돌아가면서 당직을 세웠다.

목을 길게 빼고 아래를 확인하고 있던 천화교의 제자가 뒤돌아 급히 포권하며 말했다.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이상한 사람이 성문에 온 것 같습니다.”

서방은 성문에 다가가, 고개를 내밀고 아래를 보았다. 그의 시선이 마차 뒤에 있는 두 기수에게 닿았을 때 멈칫하더니, 그대로 성벽을 뛰어내려 포위당한 마차 곁에 내려섰다.

그가 내려가자 성곽 위에 있던 천화교의 제자들이 모두 아래로 몸을 날렸다.

“모두 물러나라.”

서방이 마차를 포위한 병사들에게 손짓했다. 병사들이 즉시 포위를 풀고 물러났다. 그제야 서방은 안장 위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주검(朱劍), 우패패(尤佩佩), 당신들이오?”

다른 천화교 제자들은 두 사람을 몰랐다. 하지만 그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금단방 제삼의 고수 주검과 금단방 제사의 고수 우패패였다.

다들 의외였다. 그 전에 금단방 제이의 고수가 제경에서 시녀로 지내더니, 나중에는 금단방 제일의 고수가 잡혀 왔다. 이제는 또다시 금단방 제삼, 제사의 고수가 나타났다. 이렇듯 순식간에 금단방 사위까지의 고수가 모두 제경에 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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