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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604화 (700/1,000)

1604화. 귀의 흑리의 행차

“서 장로.”

안장 위에 앉아 있는 노인이 바로 주검이었다. 그가 포권을 하며 아는 체했다.

다른 한 사람 부인의 모습을 한 여인이 바로 우패패였다. 그녀는 단지 고개를 살짝 끄덕일 뿐이었다.

서방은 자신도 모르게 마차를 바라보았다. 마차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주검과 우패패의 모습을 보면, 마차의 호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각 대문파의 사람들이 비록 금단방의 고수를 안중에 두지 않는다고 하지만, 금단방의 절정 고수들도 대문파에 굴복하는 것은 아니었다. 금단방 높은 곳에 이름을 올린 고수들은 다들 어느 정도 그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금단방의 고수를 두 명이나 거느리는 사람이 마차에 타고 있었다. 도대체 어느 고인이란 말인가.

최근에 제경에 수행자들이 서서히 모여들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덕분에 그는 마차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은연중에 추측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마차를 살피며, 한편으로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당신들 두 사람은 친구라고 하기 어렵지 않소? 과거, 금단방 삼위의 지위를 놓고 죽을 둥 살 둥 싸우지 않았소. 그런데 오늘 어찌 같이 있는 것이오?”

우패패는 침묵했고, 주검은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마차 안에 흑리 선생님이 계시오. 우리 두 사람은 선생님의 호법을 하기로 맹세했소!”

귀의? 천화교의 제자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귀의의 이름이 바로 흑리였다. 저 마차 안에 있는 사람이 바로 그 신출귀몰한 귀의란 말인가?

한순간, 다들 귀의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과연 귀의였군! 서방이 순간 긴장했다. 그럴 것이라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지만, 정말일 줄은 몰랐다. 옥창 때문에 귀의가 출도한 것이다. 귀의의 위엄이 범상치 않았다. 금단방 제삼, 제사의 고수를 호위로 삼다니, 거기에 성 안에 모여있는 저 수많은 수행자를 보면, 옥창과 좋게 끝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귀의가 도착하기도 전에, 제경을 휘몰아치는 기세가 먼저 당도했다. 거기에 원한이 있으면 반드시 갚는다는 귀의의 성격이 더해졌다.

비록 겨우 한 대의 마차와 두 명의 호위에 불과하지만, 그는 옥창이 이번에 정말 큰 곤란을 겪게 되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정도 자신감이 없다면, 귀의가 이처럼 찾아왔겠는가?

그 실력은 다른 사람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경지였다. 그는 마차 뒤에 있는 금단방의 두 절정 고수보다 좀 더 예의 있게 마차를 향해 포권을 했다.

“흑리 선생님께서 직접 행차하신 것이군요. 천화교의 서방이라고 합니다. 그 명성을 오래전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습니다. 오늘 이렇게 기회가 와서 만나 뵙게 되었으니, 혹시 얼굴을 뵐 수 있겠습니까?”

마차 안에서 늙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저기 떠도는 일개 낭중에 불과할 뿐이오. 그런 노부가 어찌 감히 천화교를 넘보겠소.”

서방이 다시 입을 열었다.

“선생님의 의술이 참으로 고명하여, 세인의 존경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본인에게 의도(醫道)에 관한 난제가 있어 가르침을 받고자 합니다. 성곽 위에 향방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저 위로 오르시어 잠시 이야기를 나누시겠습니까?”

마차 안에서 노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서 장로께서는 강요하지 말았으면 좋겠구려.”

서방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오해하셨습니다. 그저 오랫동안 흠모해온바, 한번 뵙길 청하는 것입니다.”

“노부의 제자가 제경에서 어려움에 처했다고 들었소. 그 아이의 상황이 걱정되어 근심을 멈출 수 없으니, 지금 여유롭게 담소를 나눌 흥취가 들지 않소이다. 서 장로, 혹시 노부는 이제 성 안에 들어가도 되는 것이오?”

위풍당당한 천화교의 장로가 이처럼 예의를 차리고, 자신을 낮추면서 초청을 하는데도 상대방에게 거절당했다. 서방은 어느 정도 체면이 구겨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그는 즉시 반박하지 않고,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흑리 선생님께서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국 삼대 문파의 장문인들께서 황궁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세 장문인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마차 안에서 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물물은 강물을 범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소. 각자 가는 길이 다르니, 굳이 강요할 필요 있겠소. 오늘은 개인적인 일 때문에 제경을 찾아왔소. 그러니 세 분 장문인께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좋겠소. 서 장로께서는 노부를 대신하여 세 장문인께 사죄의 말을 전해주시구려.”

서방의 얼굴이 굳어졌다.

“흑리 선생님께서 왜 오셨는지 저도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 삼대 문파에서는 선생님께 당부의 말을 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곳은 제경입니다. 선생님은 함부로 움직이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에게 좋을 것이 없을 것입니다.”

“노부는 일개 낭중일 뿐이오. 천하의 분쟁에 개입하고 싶은 생각이 없소. 이번에 제경을 찾아온 것은 개인적인 일을 해결하고자 함이오. 노부도 주제 파악은 아주 잘하는 편이지. 만약 삼대 문파에서 간섭하지만 않으면, 노부도 삼대 문파의 위엄을 범하지 않을 것이오.”

귀의의 말에 만족한 듯, 서방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마차 안에서 늙은이의 굳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들어가도 되겠소?”

“통과시켜라!”

서방이 성문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에게 길을 열라고 소리쳤다. 동시에 마차를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들어가시지요!”

마부는 들고 있는 마편을 흔들었다. 마차가 다시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마차가 옆을 지나갈 때. 서방은 삿갓을 쓰고 있는 마부를 바라보았다. 마부에게서는 이상한 냄새가 났다. 그는 마부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다만 마차 위에 흔들림 없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절대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마차를 따라 들어간 두 기마가 성안에 들어가 점차 멀어져 갔다. 서방이 손을 들어 사람을 부르더니 명령을 내렸다.

“지금 즉시 장문인께 보고해라.”

“알겠습니다!”

한 제자가 빠르게 몸을 날렸다.

이때, 뒤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기에 서방이 뒤돌아보았다. 그곳에서는 병사들이 모여서 뭐라 뭐라 시끄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잡담을 그리 나누는 것이냐?”

서방의 말에 병사들이 즉시 조용해졌고, 그중에 한 군관이 앞으로 나서서 보고했다.

“방금 마차를 수색할 때, 소관이 저 마부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에 다른 사람들이 왜 그리 놀랐냐며 제게 묻고 있었습니다.”

서방 또한 호기심이 생긴 듯, 그에게 한 걸음 다가가서는 궁금하다는 얼굴로 그 군관에게 물었다.

“호오, 왜 놀랐느냐?”

그 군관은 안절부절못하며 대답했다.

“장로님, 실례지만, 저 마부의 얼굴은 참으로 기괴했습니다. 마치 귀신같은 모습이라, 참으로 소름 끼쳤습니다.”

서방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마차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수행계에 그런 인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었다.

* * *

마차가 성 안으로 들어온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 길거리에 있던 누군가가 빠르게 마차 곁으로 다가왔다. 그는 마차와 속도를 맞춰 움직이며 마차를 향해 포권을 하고 말했다.

“선생님, 확인했습니다. 아직 부방원에 머물고 있습니다.”

마차 안에서 노인의 굳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부방원으로 모이라고 연락을 취하게.”

“알겠습니다!”

다만 그는 명령을 받은 이후에도, 계속 마차 곁에서 속도를 맞추며 움직였다.

* * *

호숫가에 있는 누각,

호운도는 삼대 문파의 장문인들과 같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때, 누각 밖에 있던 보심이 누군가와 잠시 대화를 나누더니 빠르게 안으로 들어와 보고했다.

“폐하, 장문인, 서쪽 성문에 있는 서방 장로가 사람을 보내 귀의가 서성문으로 경성에 들어왔다는 보고를 보내왔습니다.”

“호오!”

삼대 문파의 장문인들이 연달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운도도 곧이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우문연이 물었다.

“그가 오면 이곳으로 초청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떤가?”

이들은 소문의 귀의를 볼 수 있을까 하여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다만, 보심은 고개를 젓고는 답했다.

“서 장로가 초청했습니다만, 귀의는 서로 가는 길이 다르다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서 장로가 재차 초청했음에도, 이번에 경성을 방문한 것은 개인적인 일 때문이라고, 입궁하기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보심은 서방이 보내온 상황을 그들에게 설명해주었다. 삼천리가 아쉽다는 듯 다시 물었다.

“그럼 그자는 지금 어디 있는가?”

보심이 대답했다.

“보고에 따르면, 경성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호운도가 말했다.

“계속 감시하라 일러라. 만약 이상이 발생하면 즉시 보고하라.”

“알겠습니다!”

보심이 대답했다. 호운도가 몸을 들어 세 장문인에게 말했다.

“이 귀의가 모은 수행자들이 지금 경성에 무척 많이 모여들었습니다. 이제 귀의도 도착했으니, 문제가 생기지 말아야 할 것인데 말입니다.”

이건 세 사람에게 미리 준비하라는 당부였다…….

* * *

부방원, 지하실 내부.

옥창은 여전히 서문청공이 심문받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여전히 옥창을 실망하게 하고, 분노하게 했다. 고신단은 서문청공의 육신을 훼손시킬 수 있었지만, 그의 결의와 의지를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그의 공포스러울 정도로 강대한 의지는 절대 쓰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옥창은 더욱더 그를 풀어줄 수 없었다. 이런 자를 풀어주면 후환이 될 것이 분명했다!

“사부님!”

곽행산이 허겁지겁 지하실로 뛰어들어와 포권을 하며 보고했다.

“사부님, 귀의가 왔습니다!”

옥창이 고개를 번쩍 치켜들고 말했다.

“부방원에 들어왔단 말이냐?”

곽행산은 옥창이 오해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말했다.

“경성에 들어왔습니다. 방금 받은 소식에 따르면, 경성에 들어왔고, 그를 수행하는 자는 주검과 우패패라고 합니다.”

귀의가 도착했다는 말에 옥창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또 금단방 삼 위의 주검과 사 위의 우패패가 귀의의 호위라는 이야기를 듣고 더욱더 얼굴이 딱딱해졌다. 그들은 모두 금단방에서 옥창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금단방의 순위가 개인의 실력을 모두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소한 귀의가 지닌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것 정도는 설명할 수 있었다.

옥창이 흔들리는 눈으로 말했다.

“지금 귀의는 어디 있느냐?”

“행적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일단 지금은 경성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옥창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감시하도록,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즉시 보고해라! 그 외에도, 머무르는 곳을 발견한다면, 즉시 보고해라.”

“알겠습니다!”

곽행산이 빠르게 그곳을 빠져나갔다. 옥창은 고통에 신음하면서 바닥을 뒹굴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해약을 먹여라!”

귀의가 도착했다. 더는 심문을 이어나갈 기분이 아니었다. 당분간은 심문을 중단해야 할 것 같았기에, 일단 해약을 먹여 서문청공이 죽지 않게 해야 했다.

사실 서문청공이 잡혀 온 이후, 효월각에서는 이런 방식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고신단의 독성으로 서문청공이 죽기 전에 옥창은 즉시 해약을 먹였다. 서문청공의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다시 독성을 발작시켜 심문을 이어갔다.

뇌옥에서 나온 옥창은 독고정을 불러 명령을 내렸다.

“지금 즉시 경계를 강화해라.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

“알겠습니다!”

대답하는 독고정의 안색이 굳어 있었다.

대청으로 돌아온 옥창은 그곳을 서성거리며 귀의가 찾아올 것을 기다렸다. 다만, 언제 올지 모르는 사람을 막연하게 기다리는 느낌은 참으로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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