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5화. 금단방 이, 삼, 사 위
“딸랑, 팅팅…. 딸랑, 팅팅….”
마차에 달린 방울은 계속 흔들리며 괴이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마차는 부방원으로 향하지 않았고, 넓은 경성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방울 소리는 마치 사전에 약속한 소환 신호 같은 느낌이었다. 방울 소리가 주변으로 퍼질 때마다, 계속해서 수많은 수행자가 나타나 마차를 향해 인사를 했다.
“흑리 선생님을 뵙습니다.”
마차를 따라 걷던 사람이 귀의를 대신해 대답했다.
“부방원으로 먼저 가서 기다리시오.”
“흑리 선생님을 뵙습니다.”
“부방원으로 먼저 가서 기다리시오.”
이러한 대화가 끝없이 이어졌고,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귀의가 경성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서서히 경성에 있는 수행자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소식을 듣고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길거리,
마차가 지나는 곳은, 그곳을 오가는 경성의 백성들조차 이상을 감지할 수 있었다. 검과 칼을 차고 있는 수많은 사람이 길 양쪽에 있는 상점의 처마 밑에서 두 눈을 빛내며 마차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수시로 무기를 지닌 사람들이 마차에 가서 인사를 하더니, 마차 곁에 있는 사람의 대답을 듣고는 그곳을 벗어났다.
한 골목, 지팡이를 짚고 있는 노파가 있었다. 이 노파 또한 마차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마차가 다가오자 지팡이를 던져 버리더니, 머리에 쓰고 있던 변장을 벗어 버리고 원래의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냈다.
“안보여!”
우패패가 놀라며 입을 열었다.
노파로 위장하고 있던 사람은 바로 안보여였다. 안보여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마차와 같이 속도를 맞춰 걸으며 마차를 향해 포권을 했다.
“흑리 선생님, 저는 무심 선생님을 따르는 안보여라고 합니다. 작은 선생님이 저택에서 잡혀가실 때, 저보고 그 자리에서 도망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도망친 후, 다시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어 오늘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때 마차 안에서 늙고 묵직한 목소리가 안보여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앉으시오.”
앉아? 안보여는 걸으면서 좌우를 돌아보았다. 앉으라니?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탁탁! 삿갓을 쓴 마부가, 마편으로 마차의 끌채를 툭툭 두드렸다.
안보여는 살짝 기뻐했다. 이건 그녀를 내부인으로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안보여는 즉시 마부가 앉아 있는 끌채의 반대쪽에 한쪽 다리를 올리고 걸터앉았다.
주검과 우패패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두 사람은 상대방의 눈빛이 다소 괴이함을 감지할 수 있었다. 어쨌든, 이 자리에 금단방 이, 삼, 사 위의 고수가 모이게 된 것이었다. 이런 일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이 고수들이 동시에 이 마차를 호위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일은 정말 기이한 일이었다. 수행계에 구대지존을 제외하고, 아마 각 대문파도 이들을 동시에 부리지 못할 것이다.
비록 한 대의 마차와 몇 명의 사람일 뿐이지만, 길가에서 그 모습을 관망하고 있는 수행자들은 벌써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심각한 얼굴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흠모의 얼굴을 하고있는 사람도 있었다.
* * *
영왕부,
대구문의 차불지가 빠르게 왕부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대로 왕부 안에 있는 한 정자에서 갓난아이를 안고 놀아주고 있는 호진에게 나아가 보고했다.
“왕야, 귀의가 왔습니다. 경성에 들어왔습니다.”
그 근처 가산 옆에서 담소를 나누던 천화교의 고점후, 현병종의 사용비는 그 말을 듣고 빠르게 몸을 날려 다가왔다.
한쪽에 앉아 있던 소유아가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심 선생님의 사부님이 오셨단 말인가요?”
차불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호진은 안고 있던 아이를 소유아에게 넘겼다. 소유아는 다시 유모를 불러 아이를 데리고 물러가게 했다.
“그러니까, 귀의가 직접 무심 선생을 구하기 위해 왔다는 말이오?”
호진이 물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정말 범상치 않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히 사람을 구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뭣 때문에 그렇단 말이오?”
“금단방 이 위의 안보여, 삼 위의 주검, 사 위의 우패패가 귀의의 호위를 자처하며 같이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성 안에 모여들었던 수많은 수행자가 귀의의 마차를 보고 다가가 인사를 하더니, 또다시 부방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미 대량의 수행자들이 부방원 밖에 집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일을 크게 벌이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설마 경성에서 전쟁이라도 벌이겠다는 말인가?”
고점후가 말했다.
“소문에 의하면, 귀의는 원수를 반드시 갚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사용비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 옥창은 귀의를 얕잡아 보았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귀의의 직전 제자를 잡아들이기까지 했지요. 아마 지금 아주 골치가 아플 것입니다.”
소유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람을 풀어주고, 좋게좋게 해결하면 되는 일 아닌가요?”
차불지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 옥창은 기호지세입니다. 사람을 풀어주는 것도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처럼 다른 사람에게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어찌 간단하게 풀어준단 말입니까? 만약 지금 머리가 아프다고 그냥 사람을 풀어준다면, 옥창은 아주 큰 망신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국가의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에게 이렇게 쉽게 좌지우지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후진에 있는 삼대 문파들이 옥창에게 크게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옥창은 사람을 풀어줄 수도, 경성을 떠날 수도 없습니다. 다만 귀의가 아무 말 없이 이렇게 쳐들어온 것을 보면, 옥창에게 본때를 보여주려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옥창이 실수했습니다. 아마 그는 아무런 권력도 세력도 없어 보였던 귀의를 얕잡아 보았을 겁니다. 그도 귀의가 이처럼 강하게 나올 줄 몰랐겠지요. 지금 옥창은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호진이 양손을 배 앞으로 모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귀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옥창에게 사람을 풀어주라는 말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바로 효월각과 정면 대결을 하려 하고 있소. 정말 보통 배짱이 아닌 것 같소. 지금 상황에서 삼대 문파는 어떤 입장이오?”
삼대 문파의 세 사람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중에 차불지가 대표로 대답했다.
“일단은 지켜보기로 한 것 같습니다. 강 건너 불구경하다가, 어부지리를 취하는 것이 지금은 가장 좋은 방법이지요.”
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아가 죽을 때 부황께서는 이미 옥창에게 불만이 있었던 듯하오.”
반면 지금 소유아가 걱정하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그녀가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귀의가 직접 나섰습니다. 무심 선생님을 구할 수 있는 것입니까?”
호진이 그녀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구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더는 중요하지 않소. 그리고 그건 우리가 걱정할 것도 아니오. 당신은 그 일을 신경 쓰지 마시오.”
* * *
부방원 주위로 모여드는 수행자들이 갈수록 많아졌다. 기본적으로 이미 부방원을 빙 둘러 포위하고 있었다.
곽행산이 빠르게 대청으로 들어왔고, 그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가 보고했다.
“사부님, 밖에 모여드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대충 계산해봐도, 오천 명은 넘는 것 같습니다. 이미 부방원이 포위되었습니다!”
사실 귀의가 이 많은 사람을 부른 것은 아니었다. 그저 소문을 듣고 구경 온 사람이 무척 많았고, 이 때문에 총인원이 많아 보인 것일 뿐이었다.
다만 옥창 쪽은 그런 자세한 사정까진 파악하지 못했다. 어느 사람이 귀의에게 은혜를 입은 사람인지, 어느 사람이 아닌지 어떻게 파악한단 말인가. 귀의의 규칙에 따라서, 그에게 은혜를 입은 사람은 평소에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든 것을 보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갑자기 이 많은 사람이, 부방원을 포위하다니. 그들이 아군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도대체 무슨 의도이고, 또 무슨 짓을 할지, 확신을 할 수 없었다. 아무튼 지금 옥창이 느끼는 압박은 작지 않았다.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옥창은 진작에 자신의 수행 인원을 추가로 부방원 근처에 배치했었다. 하지만 그 모두를 더해도, 수백 명에 불과했다. 반면 상대방은 수천 명에 달하니, 압박이 없는 것이 이상했다.
중요한 것은, 옥창은 자신의 전력은 파악하고 있지만, 상대방에게 고수가 얼마나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옥창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흑리, 교활한 늙은이 같으니, 권주를 마다하다니. 그자가 감히 이 경성에서 전쟁이라도 벌일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 생각에 독고정은 당부의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부님, 소문에 의하면 귀의는 원한을 반드시 갚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혹시 막 나갈 수도 있으니…. 대비해야 합니다!”
독고정의 말은 요행을 바라지 말라는 말이었다. 곽행산도 거들었다.
“사부님, 사형의 말이 맞습니다. 만약 그 늙은이가 막 나간다면, 방심하고 있다간 우리가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안보여, 주검, 우패패가 그자 곁에 있으니, 그 의도가 아주 불순합니다.”
옥창의 두 눈이 어두워졌다. 곧 깊은숨을 들이쉰 그는 다시 천천히 긴 숨을 내쉬고 말했다.
“지금 즉시 사람을 보내 제국 삼대 문파에 연통을 넣어라. 그들은 제국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사람을 보내 달라고 요청해라. 빨리!”
“알겠습니다!”
곽행산이 명령을 받고 빠르게 움직였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당장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것 같았다. 언제든지 터져 나올 수 있었다.
* * *
성곽 위에 있던 서방은 경성 안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지금 다소 굳어 있었다. 돌아와?
그 이상한 방울 소리를 내는 마차가 다시 서쪽 성문을 향해 돌아오고 있었다. 서방은 의아해했다. 설마 이대로 떠나려는 것인가?
하지만 마차는 떠나지 않았다! 마차는 성문 앞에서 멈춰 섰다. 마부의 통제에 따라 마차가 다시 방향을 바꿨다.
그렇게 방향을 바꾸고 나서 마부가 안쪽을 향해 물었다.
“사부님, 한 바퀴 돌았습니다. 이제 어디로 갑니까?”
그 말을 들은 안보여는 다소 의외라는 얼굴로 마부를 바라보았다. 이 사람도 귀의의 제자란 말인가?
마차 안에서 늙은이의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네 사형을 잡아간 그 사람을 만나러 가자꾸나.”
사형? 안보여는 다시금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무심만 해도 이미 충분히 젊어 보였다. 그런 그에게 사제가 있다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마부인 줄 알았던 사람은 사실 무심의 사제였던 것이다.
“이랴!”
마부가 마편을 강하게 휘둘렀다. 마차가 돌연 빠르게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천천히 움직이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그 뒤를 따르던 주검과 우패패도 속도를 높였다.
성곽 위에 있던 서방은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알지 못했다. 다시 내려가 귀의와 만남을 추진해야 하나 고민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