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6화. 정면 대결
호숫가에 있는 누각,
보심이 안으로 들어와 보고했다.
“폐하, 옥창 선생님이 서신을 보내 삼대 문파에서 부방원으로 사람을 보내 달라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우문연이 웃었다.
“옥창이 걱정이 많나 보오.”
삼천리가 말했다.
“어쨌든 수천 명의 사람이 부방원을 포위하고 있지 않소.”
호운도가 세 사람에게 물었다.
“뭐라 대답해야겠소?”
북현이 말했다.
“일단 회신을 보류하는 게 좋겠소. 귀의가 만약 문제를 크게 만든다면, 그때 우리가 다시 나서서 손을 써도 늦지 않소.”
우문연이 끄덕였다.
“그 늙은이가 어렵게 얼굴을 드러냈소. 또 지금 그 늙은이가 효월각 같은 큰 세력과 대립하는 것은 처음 보는 장면이오. 그러니 귀의의 능력을 가늠해 볼 좋은 기회가 아니겠소. 설사 그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 해도, 귀의는 옥창을 죽이지 못할 것이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앞으로 효월각과 귀의는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될 것이니 말이오.”
호운도가 조심스럽게 당부했다.
“만약 정말 옥창이 죽는다면, 우리 연합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까 걱정되오.”
우문연이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심지어 귀의가 이미 자신의 입장을 확실하게 표명하지 않았소. 우물물은 강물을 범하지 않는다고 했소. 귀의에 대한 평가를 보면 그는 나름대로 신용이 있는 사람이었소. 아마도 고의로 경성을 혼란스럽게 하지는 않을 것이오.”
호운도가 좌우에 있는 세 사람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그들 세 사람의 태도가 일치하는 것을 보고 보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심이 막 물러났을 때, 갑자기 누군가 빠르게 다가와 보심에게 뭐라 뭐라 보고했다. 잠시 후, 보심이 다시 안으로 들어와 보고했다.
“폐하, 귀의의 마차가 갑자기 속도를 높여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방향을 보면, 부방원으로 직행하는 것 같습니다!”
삼천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하하 웃었다.
“이제 진짜로 일을 벌이려는 것 같소. 두 분, 같이 가서 구경하지 않겠소?”
우문연과 북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마침 그 귀의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던 참이었소. 폐하. 설사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다 해도, 우리 통제를 벗어나지 않게 하려면 경성에 있는 병력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겠소.”
호운도가 대답했다.
“대군과 종군 법사들이 이미 준비 중이오.”
“좋소!”
세 사람은 그대로 날아올라 수행원들을 이끌고 멀어져갔다.
호운도도 구경하러 가고 싶었다. 하지만 일반인인 그는 쉽게 움직일 수 없으니, 그저 멀어지는 세 사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가끔은 저렇게 날아다니는 사람들이 정말 부러웠다.
* * *
“사부님! 귀의의 마차가 속력을 높였습니다.”
“사부님! 귀의의 마차가 서북쪽 거리를 지나쳤습니다.”
“사부님! 귀의의 마차가 남쪽 모퉁이에 있는 정자를 지나쳤습니다.”
부방원 내부,
옥창은 이미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 속마음은 연달아 올라오는 보고에 큰 압박을 받고 있었다. 목표 인물이 가까워짐에 따라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옥창은 긴장되기 시작했다.
옥창은 귀의가 이런 긴장된 분위기를 의도한 것인지, 의도하지 않은 것인지 알지 못했다. 다만 지금 옥창은 큰 압박을 받고 있었고, 그 압박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귀의는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그 기세에서 우위를 점했다!
“일단 가둬놓은 사람들을 잘 감시해라!”
옥창이 당부했고, 독고정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심은 절대 도망치지 못합니다. 언제든지 처리할 수 있습니다!”
옥창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국 삼대 문파 쪽에서는 아직 대답이 없느냐?”
독고정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아무런 대답이 없습니다.”
탕! 코웃음을 친 옥창이 탁자를 내리치고는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든지 전투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일러라!”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정말 간덩이가 부은 자구나. 오늘 귀의의 머리통이 몇 개인지 확인해 봐야겠다!”
옥창은 코웃음을 치고는, 소매를 내저으며 그대로 대청을 나섰다.
* * *
“딸랑, 팅팅…. 딸랑, 팅팅….”
짧게 흔들리는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부방원 밖에 모여있는 수행자들이 분분히 양쪽으로 물러나, 길을 만들었다. 수행자들 사이에서 수시로 마차를 향해 포권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눈앞에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마차가 그사이를 뚫고 들어가기 위해 속도를 늦춰야 했다. 그렇게 마차는 천천히 부방원의 입구에 도착했다.
부방원 밖.
이곳은 과거에 자주 북적이던 때가 있었다. 아주 오래전 일이었다. 다들 천하제일 미녀의 얼굴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던 인파였다.
가장 사람이 많이 몰려들었던 때는, 천하제일 미녀가 수구를 던져 신랑을 뽑을 때였다. 당시 사방팔방에서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거리에 발 디딜 틈도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속세의 염문은 이미 사라졌고, 오늘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다른 시시비비 때문에 모이게 되었다.
부방원 밖은 효월각의 인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들도 큰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문밖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죽는 건 그들이 분명했다.
특히 지금 눈앞에 나타난 마차는, 멈출 생각이 없이 대문을 향해 그냥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이때, 한 사람이 소리쳤다.
“멈춰라! 당장 멈춰라!”
그런데도 마차는 멈추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 이 수많은 사람 앞에서 예전처럼 마차를 공격할 수도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신속히 앞으로 나아가 말 고삐를 잡아 마차를 멈춰 세우려 했다.
그때 얼굴을 가리고 있는 마부가 손에 든 마편을 휘둘렀다.
짝! 팔에 채찍을 얻어맞은 사람은 ‘악’하는 비명과 함께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바로 손을 쓴다고? 옆에 앉아 있는 안보여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녀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마부가 손을 쓸 때, 그 속에 깃든 실력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아무렇게나 휘두른 채찍 같았지만, 어느 정도 거리가 있음에도 상대방은 조금도 대응하지 못하고 얻어맞았다. 게다가 채찍에 가볍게 맞은 것 같았는데, 비명을 지르며 멀리 날아갔다.
안보여조차 하마터면 상대방이 손을 쓰는 것을 보지 못 할 뻔했다.
무심 선생님의 사제? 설마 다른 곳에서 수행하다가 도중에 입문한 사람이라도 된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면 무심의 나이로 추측해 봤을 때, 무심의 사제가 이 정도 경지에 도달할 수가 없어 보였다.
어쨌든 일단 그녀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살짝 뒤돌아보았지만, 마차 안에서는 마부를 저지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귀의에게 그런 자신감이 있다면, 그녀 또한 두려울 것도, 거리낄 것도 없었다.
이쪽에서 강제로 밀고 들어갈 뿐만 아니라, 직접 손을 쓰는 것을 보고, 입구를 지키는 효월각의 인원은 당연히 반격을 가했다.
이에 안보여는 양 소매를 휘두르고는 양손으로 허공을 움켜잡았다.
공기 중의 압력이 순간적으로 많이 증가했다. 공격을 받아 격렬한 반응을 보이던 문지기들의 움직임이 순간 딱딱하게 굳었다. 움직임이 크게 느려진 것이, 마치 투명한 무언가에 꽉 붙들린 것 같아 보였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안보여의 일격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을 감싸는 무형의 압박에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안보여가 양손을 확 잡아당기자, 여덟 명 정도의 사람들이 마차를 향해 날아왔다. 그렇게 그들이 곧 마차와 부딪히기 직전에 안보여가 앞으로 모았던 양팔을 양옆으로 활짝 펼쳤다. 그러자 무형의 강풍이 그 사람들을 양옆으로 갈라버렸고, 이들은 마치 나뭇잎처럼 양쪽으로 갈라져 힘없이 날아갔다.
쿵쿵!! 마차 양옆으로 각각 네 명씩 사람들이 떨어졌다.
입구가 뻥 뚫렸다. 마부는 담담한 모습으로 마차를 몰아 부방원 안으로 들어갔다.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옥창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또 고개를 들어 한쪽에 높이 솟은 나무를 바라보았다. 그 나무 꼭대기에는 일단의 사람이 자리하고 있었다. 방금 도착한 사람들로, 바로 제국 삼대 문파의 장문인 일행이었다.
다만, 이들의 모습은 누가 봐도 강 건너 불구경하고자 하는 모습이었다! 옥창은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손을 쓴다고? 나무 꼭대기에 있는 삼대 문파의 장문인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귀의가 아주 막무가내이지 않은가. 정말로 효월각은 안중에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도대체 저 당당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입구를 지키던 인원이 한 방에 날아간 것을 보고, 일단의 효월각 인원이 즉시 날아올랐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옥창이 돌연 소리쳤다.
“귀빈의 방문이다. 무례하지 말아라. 물러나라!”
앞으로 나서서 마차를 저지하려던 효월각 인원들이 즉시 뒤로 물러났다.
도착하자마자 손을 쓰다니, 마차의 뒤를 따르던 주검과 우패패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들도 귀의가 이리 막무가내일 줄은 몰랐다.
마차가 부방원 안으로 들어서자, 마차뿐만이 아니라, 밖에서 대기하던 수행자들도 마차를 따라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미 그들이 귀의를 돕기 위해 온 사람인지조차 분간이 되지 않았다.
옥창이 법안으로 그들을 둘러 보았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이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누가 봐도 신분을 숨기기 위한 것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었다. 지금 이들이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은 효월각이었다. 그들은 귀의에게 빚진 은혜를 갚으려 했다. 하지만, 반대로 효월각과 원수를 지는 것은 싫었다.
그러니 아무런 준비 없이 왔다가 효월각에게 찍힐 이유가 있겠는가?
옥창은 입술을 깨물었다. 어쨌든 지더라도, 기세에서 밀릴 수는 없었다. 옥창이 소매를 크게 휘두르며 성큼성큼 앞으로 나와 중앙에 멈춰 섰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마차를 향해 포권을 하고는 하하 크게 웃으며 말했다.
“흑리 선생의 대명을 익히 들어왔소.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침 기다리고 있었소이다!”
마차가 옥창에게 가까워지자, 마부가 고삐를 잡아당겼다. 마차가 멈춰 섰다.
마차 안에서 노인의 묵직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옥창, 우리 사제지간은 그대의 효월각과 아무런 원한이 없소, 그런데 어찌하여 본인의 제자를 핍박하는 것이오?”
나무 꼭대기에 서 있는 삼대 문파의 장문인들은 이 모습을 싸늘한 눈으로 관망했다. 그들의 시선은 마치 마차 안을 꿰뚫어 보고자 하는 것 같았다.
옥창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흑리 선생의 말씀은 사실과 맞지 않소. 이 일은 우리 후진국과 위국의 은원이오. 내가 알기로 흑리 형은 각국 사이의 시시비비에 끼어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소. 하지만 흑리 형의 제자는 우리 후진국의 사람이 사람을 데려가는 것을 방해했소. 본인이 수차례 좋은 말로 설득했지만, 그는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본인에게 무례하게 굴었소. 그러니 내 어찌 그를 그냥 두고 보겠소. 이에 조금 호통을 치려 한 것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