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8화. 누가 네게 그런 배짱을 주었느냐?
여전히 안장에 앉아 고삐를 꽉 움켜쥐고, 놀란 말을 달래고 있는 주검과 우패패의 눈에도 놀람이 가득했다. 마부가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안보여의 두 눈도 경악으로 흔들렸다. 무심의 사제가 이토록 강하다니. 제자조차 이렇다면, 그 본인은 얼마나 두렵겠는가?
안보여는 그저 명령에 따라서 협조했을 뿐, 마부의 실력은 모르고 있었다.
소집에 응해 찾아와 주위를 포위하고 있던 수행자들은 모두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효월각 쪽 사람들 또한 크게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천검부의 기운을 모두 날려버린 독고정이 몸을 날려 무심을 붙잡고는 검을 뽑아 그 목에 들이대고 소리쳤다.
“귀의, 지금 당장 사부님을 풀어주어라!”
“옥창, 내 얼굴을 보고 싶다고? 정말 보고 싶더냐?”
마차 안에서 늙은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제압당한 옥창은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이를 악물고 말했다.
“흑리, 그대는 정말 나라 사이의 분쟁에 끼어들려는 것이오?”
다시 한번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투로 다른 사람을 압박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은 못 하는 것이냐?”
“기습으로 이득을 취한 것이 어찌 진정한 능력이라 하겠소?”
“정정당당하게 싸우자고 해도, 너는 응하지 않겠지!”
마차 안에서 손이 나와 주렴을 들추더니, 곧 지저분한 옷을 입고 있는 늙은이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회백색의 머리는 틀어 올리지 않았고, 그저 등 뒤로 내려 한번 묶어 놓은 것이 다였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매우 평범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저 사람이 바로 소문의 귀의? 옥창도 그런 귀의를 살펴보았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귀의에게로 향했다.
붙잡혀 있는 곽만도 마찬가지였다. 반면에 무심은 다소 참담한 얼굴이었다. 자신이 사부의 말을 듣지 않아, 문제가 생겼고, 덕분에 사부님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사부에 대한 불효였다.
삼대 문파의 사람들도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눈치가 있는 사람들은 다들 귀의가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는 여전히 진짜 얼굴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안보여도 귀의를 처음 보았다. 그녀는 마차에서 내려 옥창에게 다가가는 늙은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옥창 앞에 선 귀의가 물었다.
“날 보아서 무엇을 하려고 그러느냐? 자, 이제 보았으니, 뭘 어찌하려고?”
독고정은 인질을 붙잡고 다시 소리쳤다.
“지금 즉시 사부님을 풀어주어라!”
짝!
귀의가 돌연 옥창의 얼굴에 따귀를 날렸다. 얼마나 독하게 때렸는지, 옥창의 입과 코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그 따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눈을 부릅떴는지 몰랐다. 옥창은 효월각의 각주이자, 후진국의 국사였다. 이 많은 사람 앞에서 그런 옥창에게 모욕을 주다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식은땀을 흘렸는지 몰랐다. 소문에 원한이 있다면 반드시 갚는다고 하더니, 인제 보니, 그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감히!”
독고정이 분노했다. 반면에 귀의는 그런 독고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옥창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따귀를 맞은 옥창은 분노한 얼굴로 다시 고개를 휙 돌려 귀의를 노려보며 말했다.
“귀의, 오늘 일은….”
짝! 귀의는 옥창의 얼굴에 다시 한번 따귀를 날리고 그의 머리통에 삿대질하며 말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는 개자식, 네놈이 보고 싶다고 노부가 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노부가 명성을 떨칠 때, 어디서 뒹굴고 있었는지도 모를 놈이 감히 내 앞에서 고집을 부리다니, 누가 네게 그런 배짱을 주었느냐?”
짝! 귀의는 사람들 앞에서 다시금 독하게 따귀를 날렸다.
귀의는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덕분에 옥창은 따귀에 얻어맞고도 머리가 멍해지고, 귀에서 이명이 들릴 정도였다.
효월각의 사람들은 조급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했다. 그런데 또 하필이면 그 앞에서 감히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각주의 목숨이 상대방의 손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독고정은 손에 든 검을 무심의 목에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검날이 이미 무심의 목을 조금 파고들어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분노한 목소리로 목에 핏대를 세우고 소리쳤다.
“늙은이, 더 이상 쓸데없는 짓을 하면, 네 제자를 죽여버리겠다!”
귀의는 그제야 독고정을 돌아보며 말했다.
“꼬맹아, 네 사부의 목숨과 내 제자의 목숨을 맞바꾸고자 하는 것이냐. 그래도 난 상관없다. 이제부터 만약 내 제자를 털끝 하나 건드린다면, 그때마다 네 사부의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버리겠다.”
그리고는 뒤돌아 다시 팔을 휘둘렀다.
짝! 다시 따귀를 때렸다.
“본때를 보여준다고? 네가 누구한테 말이냐?”
짝! 그리고는 또다시 손등으로 따귀를 때렸다.
“계산하라고? 어떤 계산을 원하느냐? 이런 계산이면 만족하느냐?”
그렇게 연달아 몇 번을 때리고는 그제야 멈췄다.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혀를 찼는지 몰랐다. 다들 귀의는 건드리면 안 된다고 하더니, 오늘 보니 그 소문이 틀리지 않았다. 과연 귀의는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삼대 문파의 장문인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들은 귀의가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귀의가 이처럼 대놓고 옥창에게 모욕을 주는 것을 보고, 도대체 그 자신감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무척 궁금했다. 효월각이 그처럼 만만하단 말인가?
그 때문에 그들은 오히려 귀의가 꺼려졌다.
자신의 사부가 사람들 앞에서 치욕을 당할 뿐만 아니라, 입과 코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것을 보고, 독고정 등 사람들의 두 눈이 찢어질 것처럼 부릅떠졌다.
이들은 당장이라도 무심에게 그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다. 다만 귀의는 제자의 생사를 도외시할 수 있지만, 그들은 이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부의 생사를 도외시할 수 없었다.
그것이 바로 귀의가 손을 써서 무심을 구하지 않고, 옥창을 붙잡은 이유였다.
머리를 강하게 흔든 옥창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가끔은 오히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괴상한 시선으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순간 옥창은 참을 수 없는 치욕감을 느꼈다. 가능하다면, 쥐구멍에라도 숨어들고 싶었다.
평생에 이런 치욕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 옥창은 생사를 떠나서, 이후로 그의 명성이 땅에 떨어질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천하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것이다!
마음속의 분노는 말할 것도 없고, 동시에 크게 후회했다.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애당초 왜 그랬을까. 다들 귀의를 쉽게 건들면 안 된다고 말할 때, 자신은 뭐하러 굳이 귀의를 건드렸단 말인가? 그 덕분에 삼키지도, 뱉어내지도 못하고, 지금 같은 처지가 되었다. 그야말로 쓸데없는 짓이었다!
“난 신경 쓰지 말고 죽여라!”
옥창이 분노해 소리쳤다. 효월각에게 내리는 명령이었다. 수치와 분노로 인해 더는 살고 싶지 않았다.
독고정은 그 말을 들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찌 사부의 생사를 무시하고 움직인단 말인가?
“멈춰라!”
독고정이 갑자기 다시 귀의가 있는 쪽을 향해 목이 찢어지라 소리쳤다.
귀의의 손에 청색 단환이 들려 있었고, 그는 옥창의 턱을 붙잡고 그의 입에 단환을 넣고 입을 다물게 했다. 그리고 후두를 ‘툭’ 치자 옥창은 입에 물고 있는 단환을 자신도 모르게 꿀꺽 삼켰다.
옥창은 단환을 직접 맛본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삼킨 물건에서 어떤 누린내가 나는 것을 느꼈고, 단환이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즉시 녹아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귀의가 뒤돌아 독고정 일행에게 말했다.
“무서워할 것 없다. 안 죽는다. 자, 슬슬 끝내도록 하자. 나도 그렇게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은 아니다. 너희들이 먼저 내 제자를 잡아가지 않았느냐. 이제 내가 너희 사부를 잡아다가 잠시 본때를 보여주었으니, 이제 피장파장이 아니냐. 이제 서로 풀어주는 것은 어떠냐?”
독고정과 곽행산은 놀랐고, 분노했다. 하지만 뭐라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입안에 누린내가 가득한 옥창이 크게 소리쳤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손을 써라!”
“시끄럽다!”
귀의가 차갑게 말했다.
퍽! 마부가 옥창의 목을 수도로 내리쳤다. 옥창은 그 자리에서 눈을 뒤집으며 바닥에 쓰러지려고 했고, 그런 그를 마부가 쓰러지지 않게 붙잡았다.
“자, 서로 풀어주는 게 어떻겠느냐.”
귀의가 주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느 쪽의 사람이 더 많은지 비교해 보는 것도 괜찮지. 너희들이 골라라.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 선택하지 않겠다면, 이대로 옥창을 끌고 가서 살아있는 약통으로 쓰면 되겠구나. 너희가 결정해라!”
“입을 다물겠다고? 가자!”
귀의는 그 말을 끝으로 그대로 몸을 돌려 마차에 올라타려고 했다.
“잠깐!”
독고정이 크게 소리쳤다.
“인질을 바꾸겠소!”
사형제 두 사람은 결국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옥창을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옥창이 죽으면, 효월각 각주의 지위는 분명 조직 안의 다른 덕망 높은 사람이 차지할 게 분명할 터, 자신들에게 차례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신임 각주는 효월각의 권력을 계속 옥창의 사람에게 맡겨 놓지 않을 것이니, 열에 아홉 두 사람은 결국 배척받게 될 것이다. 이건 사부의 안위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미래와 운명과도 연관이 있는 일이었다. 사실 선택을 내리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귀의가 화끈하게 뒤돌아, 화끈하게 말했다.
“먼저 풀어주어라!”
독고정이 분노하며 소리쳤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풀어주려면 동시에 풀어주어야 하지 않겠소.”
“뻔뻔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너희는 노부와 흥정할 자격이 없다. 내 제자를 죽여버리든지, 아니면 먼저 풀어주어라. 노부는 다른 어떤 조건도 받아들이지 않겠다! 풀어 줄 것이냐, 말 것이냐?”
사람들은 그제야 귀의는 처음부터 협상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죽이려면 죽이라는 듯이, 그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복수하려는 모습일 뿐이었다!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 이런 모습을 보았는데 귀의의 제자를 죽인다고? 그럼 대체 나중에 어떤 꼴을 당할까?
하지만 독고정은 분노한 나머지 갑자기 한쪽 나무 위를 향해 포권을 하며 말했다.
“세 분께서는 충분히 보셨는지요? 이제 우리가 동맹인 점을 고려해 세 분께서 나서서 이 상황을 주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계속 구경만 하신다면, 그 누구에게도 좋을 것이 없을 겁니다. 정녕 후진국과 파국을 맞고자 하시는 겁니까!”
세 장문인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이 지경까지 와서 계속 입을 다물고 있을 수는 없었다.
곧 그들은 문중의 제자들을 이끌고 대치하고 있는 두 집단 사이에 내려섰다.
“흑리 형.”
세 장문인이 연달아 귀의에게 포권을 하며 인사했다. 귀의가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나는 삼대 문파에게 확실히 말했소이다. 우물물이 강물을 범하지 않듯이, 이번에 경성에 온 것은 개인적인 일 때문이라고 했소, 설마 세 분께서는 내 일에 간섭하시려는 것이오?”
우문연이 손사래를 쳤다.
“이 일이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방금까지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은 것이오. 하지만 지금 상황을 흑리 형도 보았을 것이오. 우리도 난처한 입장이오. 흑리 형은 정말 나라 사이의 전쟁에 간섭하려는 것이오? 그냥 이대로 양쪽 모두 한발 양보하는 것은 어떻소. 그러니 먼저 옥창 선생을 풀어주시구려.”
“세 분께서 이렇게 나섰으니, 어찌 노부가 모른 척하겠소. 노부도 나라 사이의 분쟁에 끼어들고 싶지 않고, 세분의 체면을 무시하고 싶지도 않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히 같소. 노부는 어떠한 조건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오. 하지만 말했다시피, 저들이 제자를 풀어주기만 하면, 나도 옥창을 풀어줄 것이오. 노부는 낭중이오. 병을 진찰하고 치료하는 사람으로, 절대 허언을 입에 담는 사람이 아니오!”
그 말은, 삼대 문파 장문인들의 체면을 충분히 세워주는 말이었다.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 사람은 그나마 체면을 지킬 수 있었다.
우문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흑리 형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가장 싫어한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지. 그렇게까지 말한다니, 그 말이 바로 약속임을 믿도록 하겠소.”
그리고는 옆에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북현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효월각을 돌아보고 말했다.
“먼저 풀어주시게. 우리 삼대 문파가 보증을 서겠네!”
삼천리가 이어 말했다.
“만약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제경을 걸어나갈 수 없을 것이네!”
이는 일종의 약속이기도 했고, 위협이기도 했다. 또 많은 사람 앞에서 삼대 문파의 기백을 과시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