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1화. 금단방 오위 소천진!
“다른 세계….”
무심은 매우 놀라며 약간 얼떨떨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끝없이 펼쳐진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처럼, 현실감 없는 이야기였다.
귀의도 다만 그에 대해서 언급만 할 뿐, 지금 귀의가 관심을 가진 부분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는 다시 무심을 유혹하며 물었다.
“그 의전이 보고 싶더냐? 그 두 보물을 가지고 싶으냐?”
무심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가지고 싶지요.”
귀의가 즉시 말했다.
“그럼 나하고 돌아가자. 돌아가기만 한다면, 돌아가는 그 즉시, 그 두 가지 물건을 바로 네게 물려주겠다. 어떠냐?”
무심은 다시 침묵했다.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태도였다. 이에 오히려 귀의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만약 이번에 나와 돌아가지 않는다면, 다음에 문제가 생겨도 너를 위해 나서지 않을 것이다.”
무심이 갑자기 미소지었다.
“애당초 제가 떠날 때, 사부님께서는 더는 제게 상관하지 않으시겠다고 하셨지요. 하지만 사부님께서는 그래도 제게 오셨지 않습니까. 물론, 제가 사부님을 이용하고자 한 것이 아닙니다. 저에겐 다른 뜻이 없습니다. 그저 사부님의 그 크신 은혜를 갚을 길이 없을 뿐입니다.”
귀의가 고개를 저었다.
“어리석은 놈아. 이번에는 저번처럼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이번에 효월각과 옥창에게 너무 큰 원한을 만들었다. 효월각의 세력이 얼마나 크더냐. 감히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다. 네가 각 세력의 분쟁에 끼어드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다. 내가 이번에 있는 것 없는 것을 모두 끌어모아 나서는 바람에 이미 각 세력이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 여기 남아 있다면 그들의 표적이 될 것이야. 저들은 사람을 뼈째로 씹어 먹는 사람들이다. 네게 조금이라도 이용가치가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사람들이란 말이다!”
“이 사부가 이번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너를 구한 것은,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기왕 이렇게 됐으니, 솔직히 말해주마! 네 재능은 하늘이 내린 것이다. 하늘이 내린 재능을 이리 썩히기만 한다면, 나중에 너는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이든 옥황상제든, 어쨌든 하늘에 있는 사람들에게 아주 혼날 것이고, 꾸지람을 들을 것이다. 네놈의 재능은 그렇게 네 맘대로 썩혀도 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너를 아끼기에, 어떻게 해서든 네 목숨을 구하고자 한 것이다. 이번에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동원했으니, 만약 다시 문제가 생긴다면, 나는 너를 구할 수가 없다. 이번에 나와 같이 가지 않는다면, 정말로 더는 네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내 말을 알아 듣겠느냐?”
귀의는 자신의 주제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다. 이번에 이렇게 대대적으로 움직이면서 입장이 아주 곤란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무심이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이상, 이렇게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저들이 귀의의 제자를 잡아갔다. 그들을 찾아가서 부탁하거나 무릎을 꿇으면 저들이 사람을 놓아주겠는가? 저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귀의가 몸을 낮출수록, 저들은 더욱 귀의를 곤란하게 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제자는 구하지도 못하고, 자신조차 이 흙탕물에 얽혀들었을 것이다.
고신단을 해독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귀의는 이미 효월각의 눈엣가시였다. 귀의는 이번에 옥창이 무심을 잡아간 이유 중 하나에, 분명 고신단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겠지만, 사람을 치료하며 수많은 일을 겪은 귀의는 가장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이번에 만약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면, 앞으로 천하를 거닐 때 그에게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했다.
다들 귀의는 원한을 반드시 갚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유롭게 살 수 있다면, 누가 문제를 만들고 싶겠는가. 귀의가 행했던 많은 일은 모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또 귀의는 이번 기회에 제자가 이해관계를 알아차리고, 속세에 남아 있고자 하는 생각을 바꾸길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런 효과는 없는 것 같았다.
무심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겠습니다!”
“네놈….”
귀의는 말문이 막혔다. 자신이 더는 떠들어도 소용이 없음을 깨달았다. 거기까지 말한 귀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을 나가버렸다.
* * *
그날 저녁,
황궁에서 사람이 찾아와 제국 황제와 삼대 문파의 장문인이 귀의를 초대해 황궁에서 연회를 베풀고자 한다고 전해왔다.
하지만 귀의는 음흉한 사람들과 얽히고 싶지 않아, 지금 제자를 해독하는 결정적인 순간이라는 빌미로 거절했다….
이틀 후, 곽만이 밖에서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말하려다가, 무상이 그곳에 있는 것을 보고, 우물쭈물했다.
무심이 나서서 물었다.
“무슨 일이오?”
곽만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표묘각 금단방의 순위가 바뀌었어요.”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뭔가를 깨닫고는 다들 무상을 바라보았다. 무심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제가 금단방에 올랐소?”
“금단방 오 위에 새로운 이름이 올랐어요. 그 이름은 소천진이었어요! 옥창은 육 위로 떨어졌고, 그 뒤로 모두 한 단계씩 떨어졌어요.”
“소천진?”
한쪽에 있는 주검이 중얼거렸다. 뭔가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안보여와 우패패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익숙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무상은 줄곧 얼굴을 가리는 삿갓을 쓰고 다녔기 때문에 그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러니 안면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볼 수도 없었다.
곧이어 사람들의 시선이 귀의에게 향했다. 일부 사람들은 귀의가 전에 공개적으로 얼굴을 드러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한 사람, 한 사람 소천진이 누구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또 소천진이 누구인지 깨달았기 때문에, 그들은 그야말로 대경실색했다. 겨우 몇 년 동안에 이처럼 강한 실력을 갖추게 되다니, 귀의는 도대체 어떻게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일까?
귀의와 무심은 조용했다. 어느 정도 예상하였다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약곡 안에 처음부터 구성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표묘각은 처음부터 무상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또 그렇기 때문에 귀의는 사고를 친 후에 무심이 그와 같이 약곡으로 돌아가길 원했다. 약곡으로 돌아가야만 완전히 안전해질 수 있었다.
귀의가 일어나 안으로 들어갔다. 무심이 그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오자 귀의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
“이틀이 지났다. 지금 상황을 보면, 효월각은 당분간 쉽게 너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나도 어느 정도 안심이 되는구나. 어쩌면 전방의 전쟁이 아직 안정되지 않았고, 아직 내 진정한 실력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확신이 서기 전에는 경거망동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거기까지 말했을 때 무심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돌아가시려는 겁니까?”
“안 돌아가면? 여기 남아서 음으로 양으로 나를 죽이려는 공격을 기다리란 말이냐?”
귀의의 태도가 다소 변해있었다. 그 말투에는 전에 없던 싸늘함이 배어있었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나와 돌아가지 않겠느냐?”
무심이 포권을 하며 말했다.
“제자가 마음의 짐을 모두 내려놓고, 마음 편히 수행할 수 있을 때 돌아가서 사부님을 모시겠습니다!”
“이번에 일을 너무 대대적으로 벌여 놓았다. 이게 너를 도운 것인지, 해를 끼친 것인지 모르겠구나. 다만 눈앞에 있는 너를 구했으니.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닐 것이다. 맞느냐?”
무심이 다급히 대답했다.
“사부님께서는 잘못이 없으십니다. 모든 잘못은 이 제자에게 있습니다!”
“좋다. 이번 일로 너와 나, 사제간의 정은 끝났구나. 나도 더는 마음에 부담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너를 위해서 약곡에 있는 사람들의 목숨을 죽음으로 밀어 넣을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느냐!”
“제자야. 네게 강요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강요하지 않으마. 다만 나는 지금까지 누구의 협박에도 굴복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쓸데없는 감정놀음에 어울려줄 정력이 부족하구나. 만약 앞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나도 더 이상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번 일이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어, 더 이상 네 일에 쉽게 경거망동하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또 옥창이 자신이 중독된 것을 생각해서, 너를 쉽게 건드리지 않기를. 또 네가 살아서 약곡으로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 만약 네가 죽는다면, 그리고 내게 기회가 온다면, 너를 대신해 복수해주마.”
“감사합니다. 사부님의 은혜는, 제자가 만 번 죽어도 갚을 수 없습니다!”
무심이 포권을 하며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하아! 정말이지 그 ‘정’이란 것이 사람을 망치는구나. 저 안에 누워있는 사람도 그 정 때문에 이 지경이 되었지. 내가 이 나이가 되어서 이런 애정에 정신 나간 사람들만 만날 줄 몰랐군, 앞으로 우리 약곡에서 사람을 받을 때는 한 가지 조건이 추가되어야겠다. 속세의 정을 끊지 못하는 사람은 앞으로 받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잘 처신하고, 스스로 살길을 도모하거라!”
귀의는 그 말을 남기고 그곳을 떠나갔다.
문을 나선 귀의는 정말로 그대로 경성을 벗어났다. 제국 황제와 삼대 문파의 초청을 수차례 거절한 그는 떠날 때까지 황궁을 방문하지 않았다.
* * *
금주 자사부,
경사가 있었다. 전 조국 황태후 상유란이 대수(*大壽: 장수했다는 뜻으로, 아주 오래 산 것을 축하하는 나이)를 맞이한 것이다!
내택의 대청,
해여월은 양손으로 가슴의 옷깃을 부여잡고,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녀의 두 눈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진아가요? 여보, 정말 진아일까요? 혹시 동명이인은 아닐까요?”
여무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귀의 곁에 있는 사람이고, 소천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오. 당신 아들 말고 또 누가 있겠소?”
해여월은 고통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말…. 말도 안 돼요. 겨우 몇 년 만에 진아가 효월각의 각주 옥창을 이길 수 있다니요. 금단방 오 위의 고수가 되다니요? 진아는 태생적으로 몸이 약했어요. 수행 자질이 없다시피 했어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금 소천진의 사부가 바로 천하에 명성이 자자한 수행계의 의술 제일인이라는 거요. 귀의가 어떤 기묘한 술수를 부려 소천진의 신체를 바꾸었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지!”
“진아가 귀의의 제자가 되었단 말인가요? 귀의의 제자….”
해여월은 무력하게 천천히 뒷걸음질 치더니 그대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곧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귀의에게 끌려간 아들이 귀의의 손에 죽을 줄 알았다. 그런데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귀의의 제자가 되었다니. 또 세상에 나오자마자, 천하를 울리고, 금단방 오 위의 고수가 되었다니.
지금까지 그녀의 마음속에는 줄곧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고, 이 때문에 괴로워했었다.
이제 아들이 안전하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해여월은 기쁘고, 또 아들이 자랑스럽기도 했다. 이에 흘리는 눈물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가여움도 조금은 포함되어 있었다.
여무화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소천진의 복수를 걱정스러워했다….
한편, 내택 깊은 곳에 있는 상유란은 홀로 방 안에서 선물로 받은 족자를 꺼내 펼쳐보고 있었다. 그녀는 족자에 적혀 있는 암호를 보고는 즉시 물이 가득 들어 있는 대야에 다가갔다.
다만 그녀는 방 안에 있는 궤짝 안에,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두 눈이 있음을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