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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614화 (713/1,000)

1614화. 지궁의 입구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다. 원강이 허리춤에 있는 물통을 풀어 뚜껑을 열더니 우유도에게 건넸다. 우유도와 이런 식으로 지내는 것은 일종의 습관이었다. 그 때문에 그 모습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우유도도 마치 습관처럼 물통을 받아 자연스럽게 두 모금 마시고 다시 원강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는 뒷짐을 지고 전방에 시선을 두었다.

물통을 받은 원강은 크게 한 모금 들이키고는 다시 뚜껑을 닫아 허리춤에 걸었다. 원강은 등짐을 하나 지고 있었다. 여기 오는 와중에 혹시 몰라 사둔 음식들이었다.

반면 우유도는 허리춤에 검이 한 자루 걸린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아주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산 위의 운희는 주위를 경계하고 있고, 산 아래 있는 사람은 기다렸다.

그렇게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다. 사막에 어둠이 내려앉고, 하늘 위에 별이 가득 떠 올라 사람의 가슴을 후련하게 할 때쯤, 사막 아래 ‘웅웅’하는 묵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산 정상에 있는 운희도 뭔가를 깨닫고는 날짐승을 타고 아래로 쏘아져 와서는 아래 있는 두 사람의 머리 위 저공을 맴돌았다.

화악!

사막의 모래가 크게 부풀어 오르더니 터져나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작은 산과 비슷한 덩치를 갖고 있는, 흉악하고 거대한 괴수가 별빛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갈황이었다. 그는 거대한 집게를 흔들며 모래언덕을 기어올라 원강 앞에 몸을 숙였다. 갈황의 입에서 비릿한 숨이 ‘확’하고 뿜어져 나왔다.

가까이 다가온 갈황을 보고도 우유도는 당황하지 않고 뒤에 있는 원강을 바라보았다.

“하….”

원강이 다시 소리 질렀다. 갈황에게 몸을 숙이고 조용히 하라는 의미를 그 안에 담았다.

공중에 있는 날짐승은 이미 높이 날아올라 감히 내려오려고 하지 않았다.

운희가 몸을 날려 두 사람 뒤에 내려섰다. 그리고 가까이서 이 전설의 괴물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우유도가 입을 열었다.

“다른 세계로 통하는 입구를 알고 있는지 물어봐.”

원강이 잠시 멈칫하더니, 반문했다.

“어떻게요?”

갈황을 빤히 바라보던 우유도가 뒤돌아 원강을 바라보았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할 수 있었으면 널 데려왔겠어? 알아서 방법을 생각해봐.”

하긴, 원강이 손을 들어 머리를 한번 만지작거리고는 잠시 머뭇거렸다. 감정에 뜸을 들이려는 모습이었다. 잠시 후 천천히 양팔을 벌린 원강이 갈황의 거대한 머리를 향하더니 ‘하! 하!’ 하고 소리를 질렀다.

한쪽에 있던 우유도는 원강이 내지르는 한 번 한 번의 고함에 내포된 감정이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그게 무슨 감정인지는 알 수 없어,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갈황이 알아들었는지 어쨌는지, 아무튼 그 큰 입을 벌리고, ‘하악, 하악’ 거리며 비린내 가득한 소리를 뱉어냈다.

한 사람과 한 괴물이 반복해서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 원강이 팔을 내리고 다소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도야, 이 방법으로는 정확히 대화를 나누기 어려워요.”

“대략 무슨 말이야?”

원강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갈황에게 제오 영역이 뭔지 도대체 설명할 수가 없어요. 갈황이 대답을 해 주었는데, 그게 제오 영역을 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감정으로 전해져 오는 걸 느낄 수밖에 없어요. 갈황이 나와 같이 어느 한 곳을 가자고 하는데 그곳이 어딘지 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어쨌든 갈황에게 네 감정을 전달했는데, 갈황은 네게 갈 곳이 있다고 했다는 말이지?”

“맞아요.”

“이미 온 거, 가자고 해 보자.”

“좋아요!”

원강은 바로 갈황의 집게로 뛰어올라 위로 기어 올라갔다. 옆에 있던 운희가 갑자기 말했다.

“나도 갈래.”

우유도가 뒤돌아 하늘의 날짐승을 보고 말했다.

“누군가 남아서 저걸 관리해야 하지 않겠어요?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저대로 잃어버리면 너무 아깝잖아요. 또 한 가지, 만약 잃어버리면 우리가 돌아왔을 때 너무 번거롭지 않겠어요?”

“만약 정말 제오 영역에 가는 거라면, 따라가지 않으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맴돌고 있는 날짐승을 확인한 운희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 저걸 처리하는 건 간단하지.”

그대로 몸을 날린 운희는 그대로 산에 있는 절벽으로 향해 그곳에 적당히 큰 구멍을 뚫었다.

또 그대로 허공으로 날아올라 날짐승을 기절시키더니 그대로 날짐승을 구멍에 집어넣고는 바위로 그 입구를 막아 버렸다.

그리고 다시 우유도에게 돌아와 말했다.

“우리가 돌아왔을 때 다시 깨우면 돼. 만약 우리가 돌아오지 못하면 여기가 바로 저 아이의 무덤이겠지.”

우유도는 어이가 없어 별말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갈황 등으로 날아올랐고, 운희도 약간 흥분한 얼굴로 그 옆으로 날아왔다.

“하….”

원강이 소리쳤다.

갈황은 커다란 몸을 돌려 빠르게 사막의 깊은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 달리지 않았을 때, ‘쾅’ 소리를 내며 그대로 사막에 머리를 처박고는 사막 땅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지하로 내려간 후, 우유도는 운희를 데려온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운희의 경지가 높고, 둔지술에 뛰어나기 때문에 모래를 조정하는 것은 그녀에게 일도 아니었다.

그녀는 술법을 이용해 세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구형의 공간을 만들어 내었다. 덕분에 어떠한 압력도 느낄 필요 없었고, 원강도 편히 움직일 수 있었다.

우유도는 갈황을 보며 조금 감탄했다. 과연 이 사막 안의 생령(生靈)이며, 이 사막의 왕이었다. 태생적으로 이런 환경에 적합한 생물이었으니, 거대한 신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두껍게 쌓인 모래 속을 아주 자유롭게 움직였고, 그 속도도 매우 빨랐다.

이미 준비를 한 우유도는 허리춤에서 작은 야명주를 꺼내 들어 주위를 밝혔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아무튼, 아주 긴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갈황과 같이 움직이던 구형의 공간 주위로 가끔 스쳐 지나가는 석상이 언뜻언뜻 보였다. 마치 모래에 매몰된 불상 같았다.

“침불지….”

손에 야명주를 든 우유도가 중얼거렸다. 원강도 마치 뭔가를 떠올린 듯했다. 원강이 갑자기 연달아 몇 번의 소리를 질렀다.

우유도와 운희가 서로를 돌아보았다. 갈황이 갑자기 방향을 바꾼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무슨 상황이냐?”

우유도가 물었다. 원강은 침묵하며 입을 다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갈황이 움직임을 멈췄다. 갈황의 머리가 기다란 석벽 앞에 딱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은 아마 지하에 있는 한 지궁의 입구일 거예요.”

원강이 굳은 목소리로 말하더니 덧붙여 말했다.

“와본 적이 있어요.”

우유도는 뭔가를 떠올리고, 운희에게 길을 열라고 말했다.

운희가 앞으로 나서더니 술법으로 길을 열었다. 석벽을 열고 갈황과 석벽 사이에 있는 모래를 밀어냈다. 나머지 두 사람도 그녀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갈황의 머리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방에 널찍한 공간이 나타났다. 세 사람은 드디어 모래 속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곳은 어두컴컴하며 텅텅 비어 있었고, 군데군데 모래가 사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유도가 월접을 날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곳은 거대한 지궁, 즉 지하궁전이었다. 땅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사갈이 기어서 세 사람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온 후에는 원강의 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뒤에 있는 갈황의 기운 때문인지, 분분히 물러서고 있었다.

월접을 저 멀리 날려 보냈다. 그렇게 끝까지 날아가자, 저 멀리 연꽃 위에 앉아 있는 거대한 불상이 어렴풋이 보였다.

휘릭! 원강이 모래언덕을 미끄러져 내려갔고, 그 앞에 있던 사갈들이 분분히 비켜섰다.

우유도와 운희도 그 뒤를 따라 뛰어내렸다. 원강이 움직일 때마다 수많은 사갈들이 길을 열어 주었다.

그렇게 지하궁전의 구조를 가늠하던 우유도가 뒤돌아보았다. 모래로 막혀있는 곳, 세 사람이 들어온 곳은 아마도 이 지궁의 정문 입구 같았다. 어쩌면 여긴 지궁이 아닐 수도 있었다. 단지 나중에 모래에 매몰되었을 뿐, 어쩌면 처음에는 저 땅 위에 세워졌던 궁전이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불상의 발아래까지 걸어간 원강이 발걸음을 멈췄다. 우유도와 운희는 그제야 불상 아래 공터에 흑옥으로 만들어진 석관을 볼 수 있었다.

관 뚜껑은 금이 가 있었다. 아마도 부서진 것을 다시 맞춘 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던 우유도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말했다.

“이상하군, 사갈이 이 석관에 다가오지 못하고 있어. 이 석관은 뭔가 이상하군.”

원강은 손을 들어 석관을 어루만졌다.

“원래는 이 근처에 다가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가 이 위에 제 피를 뿌려 놓았더니, 그 후부터 다가오지 않았어요.”

우유도가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조가 여기 있단 말이야?”

“네!”

원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가는 길이니, 그저 한번 들르고 싶었어요. 얼마 걸리지 않을 거예요.”

우유도는 침묵했다. 운희가 조용히 물었다.

“무슨 뜻이야?”

우유도가 고개를 저으며, 원강이 있는 곳에서 더는 언급하지 말라고 신호를 보냈다. 운희도 즉시 입을 다물었다.

원강이 갑자기 등 뒤에 있는 칼을 뽑아 들어 손바닥에 가져다 대더니 쭉 그어 내렸다. 곧 그의 손에 선혈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원강은 석관 위에 피로 물든 손바닥을 올리고 석관을 한 바퀴 돌았다. 다시금 석관 위에 자신의 피를 묻힌 것이다.

그 후에 다시 칼을 등에 꽂았다. 원강은 거대한 불상 앞에 고개를 들고 잠깐 불상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어둠 속에 깊이 잠겨 있는 불상을 향해 합장했다. 무슨 기도를 올리는지 확신할 순 없었지만, 그 모습을 보면, 불상에게 석관 안에 있는 사람의 안식을 비는 모습 같았다.

우유도는 손에 들고 있는 야명주를 빤히 바라보며 만지작거렸다. 그 때문에 우유도의 얼굴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했다. 이 모습은 마치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홀로 밝혀진 위태로운 등불 같았다.

강호의 길은 걷는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것이었다. 이 때문에 언젠가 그 누구라도, 생과 사를 결국 마주해야 했다. 최소한 우유도는 이런 상황을 처음 마주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는 모습은 아니었다.

이 모습을 보고는, 운희도 대충 어떤 상황인지 눈치를 챘다. 그녀는 묵묵히 원강의 행동을 지켜보며, 겸사겸사 법력을 회복했다. 오랫동안 모래 속에서 술법을 유지하다 보니, 법력 소모가 적지 않았다.

두 사람은 조용히 원강을 방해하지 않았다. 지궁 안에는 사갈의 움직이는 소리만이 들렸다.

한참이 지나 원강이 뒤돌았다. 그는 잠시 석관을 빤히 바라보더니 성큼성큼 걸어 움직이며 말했다.

“가지요!”

두 사람도 뒤돌아 그런 원강을 따라 움직였다. 그렇게 모래로 막힌 정문에 도달하자, 운희가 술법을 써서 길을 열었다. 갈황은 여전히 원래 그곳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갈황 등에 올라탄 원강은 ‘하! 하!’ 소리를 질렀고, 갈황은 다시 뒤로 잠시 움직이더니, 방향을 바꿔, 세 사람을 데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래가 다시 지궁의 입구를 틀어막았다…….

그렇게 모래 속에서 얼마나 움직였을까, 갈황은 여전히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우유도조차 답답한 마음이 들 지경이었다. 이러느니 차라리 지상에서 목표를 찾아, 바로 지하로 파고드는 것이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었다. 갈황이 만약 이렇게 모래 속으로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아마 진작에 수행자들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이때, 귓가에 사삭거리는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갈황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춘 것이다.

세 사람은 잠시 기다렸다. 하지면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우유도가 결국 물었다.

“무슨 일이야?”

그 말이 끝났을 때, 갑자기 몽롱한 빛이 모래를 뚫고 세 사람을 비췄다.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경계하던 운희가 즉시 앞을 향해 손을 밀어 보냈고. 전방 수장의 공간이 갈라지며 공간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 운희의 술법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한계인 것 같았다. 더는 공간이 늘어나지 않았다. 그러니 운희의 술법이 만들어 낸 이 정도의 거리로는 녹색 빛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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