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7화. 호오, 재미있군!
일행을 데려온 그 갈황이 암놈이었다고?
자세히 관찰한 후,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해진 우유도와 원강이 다시 다른 갈황을 살펴보았다. 그제야 모든 갈황이 똑같이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구분이 가능했다. 이 중에는 수놈도 있고, 암놈도 있었다. 덩치가 더 큰 쪽이 암놈이었다.
“갈황? 우리를 데려온 놈에게 굳이 이름을 붙이겠다면, 갈황보다는 갈후(蝎後)라고 불러야겠군?”
우유도가 갑자기 원강에게 물었다. 입을 살짝 벌린 원강은 할 말이 없었다. 운희가 끼어들었다.
“이제 인간계에 있는 갈황과 사갈들이 어찌 그곳에 있는 것인지 알 것 같군.”
“호오, 고견을 들어보겠습니다.”
“아마 인간계는 여기, 이 갈황과 갈후의 새끼들이 번식하는 곳인 것 같아.”
“음?”
“무변사막의 사갈이 가진 특성을 기억하고 있어? 사갈은 아주 배가 고프면, 부상당한 동족을 잡아먹기도 해.”
뭔가 단서를 알려주는 모습이었다. 우유도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두 가지 사건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운희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갈들은 식성이 무척이나 왕성해. 배고프면 동료까지도 망설임 없이 잡아먹을 정도로 말이야. 그러니 여기서 새끼를 낳으면 어떻게 될까? 갈황과 갈후들이 연약한 새끼 사갈들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겠지. 아마 새끼들은 여기서 다른 거대 사갈들의 한 끼 식사로 전락해 버리고 말 거야.”
“인간계로 넘어온 갈황은, 결국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인간계에서 새끼를 낳은 거야. 그게 우리가 흔히 보는 사갈들인 거고, 인간계 사막에는 풍족한 음식이 없긴 하지만, 어쨌든 새끼들이 살 만큼은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겠지.”
“방금 전에 집단을 이뤄 날아온 날짐승들을 기억해? 거대한 사갈들은 아마 그런 놈들을 먹고 살고 있는 게 틀림없어.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아마 그들을 사냥할 수 있는 것이겠지. 아니면 우리가 모르지만, 어쨌든 이 거대 사갈들은 여기서 자기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음식을 갖고 있는 거야.”
“하지만 새끼 사갈들에게 그걸 나눠줄 수 있을 만큼은 없는 것이지. 게다가 갈후는 새끼를 낳을 때, 엄청나게 많은 알을 낳을지도 몰라. 인간계에 있는 무지막지한 사갈들의 숫자를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그러다 보니 여기선 새끼들의 먹이까지 공급할 수가 없는 거야.”
이 모든 말을 듣고 난후, 그제야 우유도 또한 깨달았다.
“그러니까. 거대 암컷 사갈, 아니, 갈후라 하죠. 아무튼 이 갈후가 새끼를 배면, 이곳을 떠나 무변사막에 숨어서 그곳에서 새끼를 낳는다는 겁니까? 그리고 그 작은 사갈들이 인간계에서 충분히 덩치가 커지면, 충분한 음식을 찾기 위해 여기로 넘어오는 거고요?”
운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 말이야. 무변사막에 있는 사갈의 후각이 얼마나 예민한지, 그토록 건조한 사막에서 조금이라도 피를 흘리면 바로 쫓아 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거야. 무변사막의 사갈들과 갈황은 같은 특성을 갖고 있어. 우리는 사갈과 갈황이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저 새끼에 불과한 것이지.”
“이들이 제오 영역으로 통하는 출입구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이들의 후각과 연관이 있겠지. 아마도 후각을 통해서 인간계와 이곳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일 거야. 그래서 정확한 출입구를 찾을 수 있지.”
우유도와 원강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아주 합리적인 추리였기 때문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우유도가 혀를 차며 감탄을 내뱉었다.
“누님의 말을 들으니, 눈앞의 안개가 걷히는 느낌입니다!”
운희가 고개를 저었다.
“과찬이야. 나는 다만 너희보다 일부 동물의 습성에 대해서 더욱 잘 알고 있을 뿐이야. 이런 판단을 내리는 것은 내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
우유도와 원강이 큰 깨달음을 얻었다. 좋은 수업을 들은 느낌이었다. 우유도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인제 보니, 누님과 같이 들어 온 것이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누님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이 사갈들이 어떻게 오가는지 원인을 찾지 못했겠지요.”
운희는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
“그만해. 아마 깊이 고민했다면, 네 머리로 이 정도도 깨닫지 못했을까?”
우유도는 포권을 하고는 계속해서 주위를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흠, 누님의 말을 듣고 보니 이향이 두 세계의 환경을 충분히 이용한 것 같군요. 보통이 아닙니다!”
운희가 고개를 들어 탑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이 진 하나로 다섯 세계의 관계를 끊을 수 있다니. 이것 하나만으로도 확실히 보통이 아니지.”
거기까지 말했을 때, 우유도는 뭔가 생각이 난 듯 다시 탑 꼭대기로 날아올라 그곳에 허리를 숙이고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운희와 원강도 그 뒤를 따라 꼭대기로 올라가 우유도 곁에서 살펴보았다. 하지만 우유도가 뭘 그리 살펴보는지는 알 수 없었다.
원강이 물었다.
“뭔가 특이한 점이 있나요?”
“없어.”
우유도는 손가락으로 움푹 파인 곳을 이리저리 만지며 살펴보고 있었다. 다만, 가끔 법력을 사용하기도 하며 중얼거렸다.
“정말 특별한 것이 없어 보여. 그런데 여기에 영패를 하나 넣으면 외부 네 세계의 진안을 열 수 있다고?”
“일부 물건의 흔적을 통해서 보자면, 상찬 부부의 경지는 우리를 크게 뛰어넘지. 그러니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물건도 있을 수 있는 법이야. 이런 식으로 배치를 했다면, 분명 그 원인이 있을 거야.”
다만 두 사람은 여전히 우유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우유도는 상경을 연 적이 있었다. 그 때문에 상경 안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우유도는 영패와 이 진법의 관계를 파악하고자 했다. 만약 진법에 특별한 것이 없다면, 그 영패에 분명 특별함이 있을 것이다. 우유도는 확인하고자 했다. 원인을 확인하면, 뭔가 이용가치가 있는 것을 얻을 수도 있었다.
“어?”
이때, 우유도가 탑 꼭대기에 있는 돌덩이를 툭툭 두드리더니 말했다.
“이것 봐요. 이 돌덩이가 일반적인 돌덩이는 아닌 것 같군요. 아주 단단해요. 마치 그냥 위에 올려놓은 것처럼 간단한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아마 아래로 쭉 이어져 있는 것 같아요!”
운희가 즉시 돌덩이 위에 손을 올리고 법력으로 안을 살펴보았다. 반면에 원강은 손을 툭툭 쳐보더니 다시 주먹을 쥐고 바위를 강하게 후려쳤다.
원강이 주먹을 내지르자, 공중에 ‘훙’ 하는 소리가 들렸다. 세 사람이 고개를 들어 공중을 바라보았다. 공중에 순간적으로 연한 안개가 모여들었다.
“이 물건은 타격을 받은 후에 천지원기의 파동을 일으키는 것 같아!”
운희가 당부의 말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우유도가 갑자기 강하게 장력을 휘둘렀다.
쾅! 돌덩이에 우유도의 장력이 떨어졌다.
우르릉! 허공에 안개가 더욱 짙어졌다. 또 순간순간 천둥소리가 같이 들렸다.
“봐!”
주위를 둘러보던 운희가 갑자기 아래를 가리켰다.
두 남자가 운희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아래 있던 덩치들이 크게 놀란 듯했다. 갑자기 다급히 모래 속으로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얼마 지나지 않아, 덩치들이 모두 사라졌다. 일행을 데리고 온 갈황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호오, 재미있군!”
우유도는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허공을 한번 보더니 다시 돌덩이에 장력을 휘둘렀다.
인과관계가 아주 명확했다. 이 돌덩이가 강한 힘을 받을수록, 하늘의 이상이 더욱 선명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우유도는 한번, 또 한 번 계속해서 힘을 키워가면서 시험했다.
곧, 허공에 먹구름이 가득 찼다. 심지어 중간중간 천둥 번개가 번쩍거렸다.
그 아래 있는 세 사람은 저들 거대 사갈이 뭘 두려워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대로 간다면 비가 내릴 것이었다. 사갈은 물은 두려워했다.
우유도는 그야말로 얼굴에 흥미로움이 가득했다. 이다음에 무슨 일이 생길지 궁금했다. 그는 더욱 힘을 키워 돌덩이를 내리쳤다.
쾅! 천둥소리가 울렸다. 한줄기 벼락이 날카로운 검처럼 바닥에 내리꽂혔다. 우유도는 대경실색하며 벼락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늦었다.
벼락같은 기세가 무엇인지 우유도는 이번에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우유도는 벼락에 정통으로 얻어맞았다.
순간 온몸이 검게 그을렸고, 꼴이 아주 우스워졌다.
우유도는 마치 당장이라도 하늘로 뛰어오르려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만 정말로 날아오르지는 못했다. 우유도는 비틀거리며 당장이라도 탑에서 떨어져 내릴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운희는 반응이 빨랐다. 비록 벼락의 목표가 그녀가 아니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곳에서 몸을 피했다.
비록 이미 그 경지가 원영기에 도달한 사요(蛇妖:뱀요괴)라고는 했지만, 천성적으로 여전히 천뢰를 두려워한 것이다. 천뢰가 치자, 운희는 자기도 모르게 크게 놀라며 하늘로 즉시 날아올랐다.
원강의 반응도 느리지 않았다. 그대로 몸을 날려 탑 아래로 몸을 숨겼다. 피할 수 있을지 확신은 없지만, 벼락이 치는 걸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다행히 원강 또한 벼락을 피할 수 있었다. 이는 원강이 벼락을 피할 수 있을 만큼 재빨리 움직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단지 벼락의 목표가 원강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유도는 그럴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빛과 전하의 속도보다 빠를 수는 없는 법이었다. 우유도는 정확히 벼락의 표적이 되었고, 이 때문에 미처 피할 시간도 없었다.
원강은 너무 급하게 몸을 날린 바람에 균형을 잡지 못하고 탑 아래로 떨어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탑의 계단을 계속해서 데구루루 굴러 내려가던 원강은 힘겹게 탑의 계단을 손으로 붙잡아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려 했다. 그렇게 원강이 손을 내밀어 계단을 잡을 때마다 속도가 조금씩 떨어졌고, 마침내 멈춰 설 수 있었다. 다만 이미 정상에서 한참이나 아래로 떨어진 후였다. 그렇게 계단을 붙잡고 몸을 멈춘 원강은 탑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원강은 곧 넋을 잃었다.
우유도의 온몸이 검게 그을린 상황이었다. 게다가 우유도의 자세는, 마치 당장이라도 뛰어오를 것처럼 양팔을 날개처럼 펴고 한쪽 발로 서 있는 모습이었다.
탑 꼭대기의 끝부분에 비틀거리며 서 있는 모습이 아주 위험해 보였다. 마지막 한 가닥 이성으로 몸의 중심을 잡으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원강이 본 대로, 확실히 우유도는 몸의 중심을 잡고 싶었다. 다만 온몸이, 안팎으로 불에 그슬린 것 같기에, 제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나머지 한쪽 발을 내려 중심을 잡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허벅지가 말을 듣지 않았다.
우유도는 속으로 이를 악물며 발버둥 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법력을 이용해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그것조차 잘 되지 않았다. 온몸에 전기가 통한 듯, 법력조차 몸에 흐르지 않고 마비되어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넘어지지 않는다! 넘어지지 않는다! 중심을 잡아라! 발악했다.
그러나 결국, 몸이 천천히 균형을 잃어 갔다. 그렇게 한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탑 위에 서 있던 우유도가 마치 죽은 것처럼, 굳어버린 모습 그대로 ‘피라미드’의 아래쪽으로 천천히 쓰러지는 것을 보고, 원강의 두 눈이 찢어질 것처럼 크게 떠졌다. 비통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