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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618화 (717/1,000)

1618화. 나쁜 짓을 많이 했지

원강은 그대로 한걸음에 예닐곱 개의 계단을 껑충껑충 뛰어올라 미친 듯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유도의 몸이 기울어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걸 깨닫고는, 위로 올라가는 걸 멈추고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떨어지기 전에 받아 내기보다는, 허공에서 떨어지는 우유도를 받아 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떨어지기 전에 받아 내는 건 이미 너무 늦은 듯했다.

한편, 허공에 있는 운희도 우유도가 한쪽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운희는 마음으로는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우유도를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바라본 그녀는 혹시 천뢰가 다시 내려칠까 두려운 마음이 들어 선뜻 움직일 수 없었다.

이상한 것은, 천뢰가 한번 내리친 후로는, 하늘에서 더는 천둥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꿈틀거리던 먹구름도 빠르게 흩어지고 있었다.

다소 안심한 운희가 아래를 바라보니, 아뿔싸! 이미 우유도가 떨어지고 있었다. 이미 피라미드 계단을 데굴데굴 굴러 거의 중간 정도까지 떨어진 후였다. 또 그렇게 굴러떨어지면서 가끔 퉁겨져 허공으로 날아오르기도 했다.

미친 듯이 뛰어간 원강은 중간쯤에서 마침내 우유도를 받아 냈다. 그렇게 굴러떨어지고 있는 우유도를 껴안고 놔주지 않았다. 우유도가 더는 충격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하여, 원강이 다행히 아래로 낙하하는 많은 힘을 우유도 대신 흡수했다. 그렇게 원강은 우유도를 껴안은 채로 땅으로 떨어졌다. 땅에 떨어질 때조차 원강은 몸을 굴려 힘을 분산시켰다.

운희는 그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날려 두 사람 곁에 내려섰다. 우유도가 원래 쓰고 있던 가면은 이미 터져나가 있었다.

벼락에 맞아 까맣게 그슬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아마 탑에서 굴러떨어진 것만 해도 고통이 보통이 아니었을 것이다. 우유도의 이마에는 심지어 혹도 생겨나 있었고, 울긋불긋한 상처가 무수히 많이 생겨나 있었다. 또 코와 입에서는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시선은 흐릿했고, 호흡할 때마다 살짝 경련이 이는 것 같았다.

원강은 우유도를 평평히 누였다. 그리고 우유도 얼굴에 묻어 있는 피와 모래를 닦아내며 소리쳤다.

“도야! 도야! 괜찮으세요?”

그리고는 운희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빨리 구하지 않고 뭐하십니까!”

원강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사람을 구하는 것에 있어서는, 법력을 이용하는 수행자들이 더 낫다는 것이었다.

운희가 빠르게 몸을 숙여 법력으로 우유도를 진찰했다. 그리고는 빠르게 품에서 천제단을 한 알 꺼내 우유도의 입에 넣었다. 그리고 법력으로 삼키게 하고는, 그 약효를 녹여 몸에 흡수시켰다.

천제단은 관방의가 그녀에게 준 것으로, 몇 알이나 주었다. 어쩔 수 없었다. 우유도가 이래저래 영종에게서 적지 않은 천제단을 얻어왔기 때문에, 핵심인사들은 만약을 대비해서 모두 어느 정도 천제단을 나눠 받을 수 있었다.

“어떻습니까? 괜찮습니까?”

원강이 운희를 빤히 바라보며 다급히 연달아 물었다.

도야가 이번에 이곳에 온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원강의 안전 때문이었다. 만약 도야가 여기서 목숨을 잃는다면, 원강은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자신이 증오스러웠다. 벼락이 내리칠 때 어째서 도야를 밀어내지 않고, 자신만 피했단 말인가?

물론, 당시 원강은 도야가 자신보다 더 빠르게 피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원강은 번개가 빛의 속도로 내려친다는 것을 잠깐 잊고 말았다. 벼락의 표적이 된 순간, 그건 인간의 속도로는 피할 수 없는 게 맞았다. 물론 원영기의 수행자라면 혹 몰랐지만, 어쨌든 우유도는 금단기 수행자였던 것이다.

벼락은 번쩍하는 순간, 이미 우유도에게 도달해 있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랐다.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실 우유도의 반응도 꽤 빨랐다. 당시 몸을 들어 이미 날아오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벼락의 속도가 더 빨랐다. 심지어 벼락은 공중에서 몇 번 꺾어지며 움직이는 우유도를 정확히 쫓아 직격하기까지 했다. 그 힘과 위력이 아주 흉맹했다.

그 벼락은 그렇게 우유도를 훑고 지나갔고, 찰나의 순간, 우유도의 몸은 새까맣게 변해버리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것이었다. 운희조차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운희가 긴 숨을 토해내고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라. 보통 사람이었다면 이 벼락으로 목숨을 잃었겠지만, 법력으로 몸을 보호하는 수행자에게는 치명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부상은 입었군. 다행히, 이 벼락의 위력은 그렇게 큰 것은 아니다.”

운희의 말을 들은 원강이 드디어 안도할 수 있었다. 그는 모래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치료받는 우유도를 빤히 바라보았다.

운희가 강대한 법력으로 우유도를 치료하니, 곧 우유도를 마비시키던 느낌이 사라졌다. 우유도도 천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정신이 나간 것 같던 눈빛도 천천히 생기를 되찾았다.

눈동자가 움직였다. 두 사람을 확인한 우유도가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내…. 내가 어디 있지?”

아직 확실히 정신을 차린 것은 아니었다. 마치 오랫동안 잠들었다 깨어난 것 같았다. 원강이 즉시 옆으로 비켜 우유도에게 자신 뒤에 있는 ‘피라미드’를 보여주었다.

그 건축물을 확인한 우유도가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원숭아, 우리가 전생에 다른 사람의 무덤을 파헤치는 등 나쁜 짓을 많이 해서 천벌을 받았나 보다. 그렇지 않으면 어째서 벼락이 내리친단 말이냐?”

전생이라니? 남의 무덤이라니? 운희는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우유도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헛소리를 지껄인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원강이 우유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사실대로 말했다.

“도야, 그런 건 아마 상관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탑을 보며 말했다.

“아마도 저 이상한 물건과 상관있는 것 같아요. 도야가 돌멩이를 타격하자 벼락이 쳤어요.”

“아이고, 온몸이 삐걱거리는군. 아주 그냥 불로 온몸을 지진 것 같아.”

“벼락에 맞으면 다들 그런 느낌이 드나 보군, 혼자서 법력을 운기 할 수 있는지 시도해 보겠어?”

운희가 물어 보았다.

우유도가 두 눈을 감았고, 한참이 지나자 느낌이 왔다. 잠시 후, 우유도는 눈을 뜨고는 다행히 운기가 된다고 대답했다.

그제야 운희는 우유도를 일으켜 가부좌를 틀 수 있도록 도와준 후에 손을 놓았다. 그리고 그런 우유도를 부축하려는 원강을 저지했다.

“이미 천제단을 복용했다. 알아서 법력을 운기 해 약력을 인도하게 하는 것이 회복에 더 좋을 것이다. 그러니 방해하지 말아라.”

우유도는 두 눈을 감고 망아의 상태에 들어갔다. 지금은 다른 것을 신경 쓸 정력이 없었다.

운희와 원강은 양쪽에 서서 호법을 섰다. 가끔 하늘을 보았지만, 더는 어떠한 먹구름도 보이지 않았다. 나타나는 것도 빠르더니, 사라지는 것도 빨랐다. 순식간에 화창해진 하늘을 보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가끔은 ‘피라미드’를 보았다. 이런 일이 생긴 것이 공교로운 일인지, 아니면 의도된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우유도가 함부로 움직이다가 벼락에 맞았다. 그것이 바로 반면교사였다. 두 사람은 감히 탑을 오르지 못했다. 또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한차례 먹구름과 벼락이 지나간 후, 온 사막이 적막에 휩싸였다. 그 전에 먹이를 놓고 다투던 사갈들도 두려움에 꼭꼭 숨어 있는지, 단 한 마리도 다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드디어 해가 졌다. 해가 지자, 사막의 뜨거움이 사라지고, 천천히 살을 에는 추위가 덮쳐왔다.

하지만 세 사람은 모두 견딜 만했다. 원강은 수행자가 아니지만, 그 육신을 보면, 가죽이 매우 두꺼웠고, 혈기가 강성했다. 추위를 버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운희도 가부좌를 틀고 앉아 땅속에 한참은 들어가 있었다. 그녀도 법력을 많이 소모했기에 어느 정도 정양해야만 했다.

원강은 혼자 남아 주위를 경계했다. 지금 도야는 아주 허약한 상태였다. 원강은 감히 경계를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우유도 같은 경우는 정말로 망아의 상태에 들어간 것 같았다.

제오 영역은 밤도 마찬가지로 아주 길었다. 운희가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 법력을 모두 회복했을 때도, 우유도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운희는 원강에게 교대하고 휴식을 취하라고 했다.

하지만 원강은 거절했다. 그는 여전히 우유도 곁에서 조금도 떠나지 않고, 극도로 집중해서 경계를 섰다.

운희는 자신조차도 원강의 경계 범위 안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운희는 그런 원강을 살펴보았다. 사실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저 그에 대한 증명일 뿐이었다. 이 붉은 얼굴은 비록 매우 개성적이지만, 한 가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초려산장에서 원강보다 우유도에게 충성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었다.

느낄 수 있었다. 우유도의 생명은 바로 원강의 생명이었다. 심지어 원강은 자신의 생명보다 우유도의 생명을 더 중요시했다. 우유도의 생명을 위해서, 원강은 자신의 생명을 내던질 수도 있는 것 같았다.

운희는 그 때문에 원강에 대해서 남몰래 감탄했다. 이런 모습을 보니, 왜 우유도 같이 이성적인 사람이 원강의 개성을 방임하는지, 그리고 왜 원강을 위해서 그런 큰 위험을 감수하는지, 그제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우유도 곁에서 지내며, 우유도가 얼마나 차갑고 무정한지 보았었다. 그야말로 냉혈이라고 할 수 있을 지경이었다.

상숙청이 아무리 진심을 다해도, 우유도의 결정을 흔들지는 못했다. 홍랑이 아무리 애원해도, 우유도는 서문청공을 구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강은, 그의 결정을 몇 번이나 번복하게 하곤 했다.

다시 하늘이 서서히 밝아올 무렵, 우유도가 갑자기 숨을 내쉬었다. 양팔을 펼치고 대주천을 돌린 후에 다시 단전으로 기운을 돌리고 천천히 두 눈을 떴다. 우유도의 두 눈이 다시 생기를 찾았다. 곁에 있는 두 사람이 그런 우유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히 검게 타오른 피부도 운기를 하며 이전의 색으로 많이 돌아온 후였다. 이제야 예전의 우유도 같았다.

우유도는 아침 햇살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강이 즉시 손을 뻗어 그를 부축하며 말했다.

“도야, 괜찮나요?”

“괜찮을 리가 없지. 온몸이 따갑군. 근데 죽을 정도는 아니야.”

자리에서 일어난 우유도가 그를 밀어내고, 얼굴을 뒤덮고 있는 각질을 뜯어냈다.

두 사람은 우유도의 피부에, 수많은 각질처럼 죽은 피부가 많이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허물을 벗는 것 같았다.

우유도가 법력을 이용해 몸을 털어냈다. 곧 얼굴에 있는 각질이 날아갔고, 소매와 옷깃, 바지에 난 구멍 사이로 온몸의 각질이 마치 눈송이처럼 흩날렸다.

우유도가 입고 있는 옷은 이미 벼락 때문에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위풍당당한 초려산장의 도야가 지금은 마치 거지 같은 모습이었다.

운희가 팔을 휘둘러 휘날리는 더러운 물건들을 날려 버렸다. 그리고 우유도를 돌아보았다가 멈칫했다. 지금 우유도는 원강과도 겨룰 수 있을 정도로 피부가 붉어져 있었고, 머리카락도 꼬불꼬불했다. 매우 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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