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0화. 모습
사막을 나선 후, 일행은 즉시 끝없이 펼쳐진 녹주에 들어섰다. 그리고는 일행이 처음 도착한 사막은 그저 생명이 살 수 없는 공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도 사갈의 존재 때문일 것이다.
사막 공간을 지나오자, 놀랍게도 일행의 아래쪽에는 산과 물이 끝없이 흐르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곳에는 산새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었는데, 생기가 넘쳐 흐르는 자연의 경관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이처럼 좋은 환경에 사람이 없을 수 있나?”
두 사람을 데리고 날아가던 운희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우유도가 근처에 있는 강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길 한번 가보지요.”
휙! 일행이 강변에 내려서자, 그곳에 둥지를 튼 채, 집단을 이루어 살고 있던 쥐같이 생긴 작은 동물들이 황급히 사방으로 도망쳤다.
우유도가 물을 가리켰다. 원강은 우유도의 의도를 깨달았다. 이곳의 물을 마실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원강이 강가로 다가가 쭈그리고 앉아, 물을 뜨려고 했다. 그때 원강의 손이 멈칫했다. 물속에서 뭔가를 발견한 것이다.
우유도와 운희도 뭔가를 발견하고 그곳을 바라보았다.
화악! 물속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물귀신이 튀어 올랐다. 원강을 물어뜯기 위해 물 위로 뛰어오른 것이다.
쾅! 원강이 주먹을 내질렀고, 정확히 물귀신의 얼굴에 적중했다. 피가 터져 나왔고, 동시에 두개골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일 장(약 3.3m) 가까이 되는 길이의 몸을 가진 물귀신이 허공을 부웅 날아가더니, 큰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 위로 떨어져 내렸다. 곧 물귀신은 흰 배를 보이며 떠올랐다. 그리고 물길을 따라 천천히 흘러가다가, 마침내 물 아래로 가라앉았다.
우유도가 즉시 원강 곁으로 다가갔다. 한편으로는 경계하고자 함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물속의 상황을 확인하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곧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는 천천히 허리를 굽혔다.
원강은 그런 우유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라 우유도가 보고 있는 물속을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우유도가 갑자기 손을 뻗어 법력으로 발아래 있는 수면의 움직임을 잔잔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마치 거울에 얼굴을 비춰 보는 것처럼 여기저기 비춰 보았다. 다른 한 손으로는 꼬불꼬불해진 머리카락을 당겨보기도 했다.
운희와 원강은 즉시 무슨 상황인지 깨달았다. 아마도 우유도는 자신의 지금 모습을 이제야 깨달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즉시 각자 할 일을 찾아 움직이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
잠깐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우유도가 고개를 들더니, 반쪽밖에 남지 않은 눈썹을 치켜뜨고 두 사람을 빤히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벼락에 맞았어요. 화상의 증상이 있는 건 아주 정상이지요. 그렇게 놀랄 필요 있나요?”
운희가 뒤돌아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이 말했다.
“누가 놀랐다는 거야? 우리가 언제 뭐라고 했어?”
“근묵자흑이라고 했어요. 지금 누님을 보면 갈수록 홍랑을 닮아 가는군요!”
우유도가 운희를 지적하며 말했다. 조금은 질책의 의미가 있었다. 다만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는 알 수 없었다.
운희는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
“자기 모습에 신경을 많이 쓰는가 보군. 자기가 나쁜 짓을 많이 해서 천벌을 받아놓고 누굴 탓하는 거야? 고질병이 또 도졌군!”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우유도를 무시했다. 사실 운희는 속으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운희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똑똑했을 것 같은 우유도가 이처럼 낭패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사실 그녀는 초려산장의 사람들에게 그들이 생각하는 도야의 모습이, 지금 어떻게 망가졌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원강은 강가에 쭈그리고 앉아 입을 다물었다. 그는 우유도를 잘 알았다. 사실 운희가 한 말은 틀리지 않았다. 도야는 줄곧 자신의 모습에 신경을 많이 썼다. 앞에서 뒤까지 아주 깔끔하게 하고 다녔다. 씻는 것과 깔끔한 것을 좋아했다. 당연히 지금처럼 지저분한 자신의 모습을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사실 원강은 우유도의 그 고질병이 참으로 싫었다. 여자도 아니면서, 뭘 그리 깔끔한 체한단 말인가?
운희와 같이 입을 다문 것은, 어찌 보면 우유도에게 조금은 적응해 보라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우유도가 운희에게 삿대질을 한두 번 하더니 입을 다물었다. 좋아. 경지가 너무 높은 사람이니 뭐라고 하지 않겠어. 우유도가 갑자기 휙 뒤돌아 강가에 앉아 있는 원강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너, 이걸 알면서 왜 아무 말도 안 한 거야? 왜! 너하고 똑같이 빨개져서 아주 기뻤나 보지?”
그리고는 그대로 쭈그리고 앉아 있는 원강의 엉덩이를 발로 차 버렸다.
풍덩! 원강은 생각지도 못한 일격에 그대로 강물에 빠져버렸다.
* * *
흔들리는 마차를 타고 성문을 나섰다.
마차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은 제국에 있는 진국의 사신 백관원(柏寬原)이었다. 그는 얼굴에 미소를 띠고는 수시로 차창을 열어 바깥의 풍경을 살펴보았다.
오늘날 진국은 큰 세력을 일구었다. 강대한 국력이 뒤에 버티고 있으니, 사신의 위세도 전과 같지 않았다.
성문과 멀어진 것을 확인한 백관원이 뒤돌아 등 뒤에 있는 판자를 살짝 밀었다. 그러자 새롭게 새겨진 문양이 나타났고, 그는 이를 잡고 잡아당겼다. 곧 뒤에 숨겨진 공간이 나타났다.
협소한 공간 안에는 한 사람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흉터와 딱지가 가득했다. 그는 바로 서문청공이었다.
얼굴의 상처는 고신단에 의해 고통을 받을 때, 스스로 긁어 만들어 낸 상처였다.
귀의의 제자가 머무는 곳은 효월각의 사람들이 감시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진국의 사신이 진국의 힘을 동원해 서문청공을 성 밖으로 데리고 나온 것이었다.
백관원이 몸을 틀어 한쪽에 앉더니 빈 좌석을 툭툭 치며 말했다.
“서문 선생님, 여기에 앉으시지요!”
서문청공이 숨겨진 공간에서 나와 자리에 앉았다. 그는 침묵하고 있었다. 백관원은 다소 괴이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선생님의 명성을 익히 들었고, 오랫동안 흠모해 왔습니다! 선생님의 마음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백모가 선생님을 위해 복수의 기회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오늘날, 우리 진국만이 후진군의 배치에 영향을 줄 수 있지요. 선생님을 위해 복수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서문청공은 여전히 한마디도 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었다. 백관원은 그 모습을 보고 미소지으며 침묵했다.
진국이 서문청공을 도울 이유는 없었다. 다만 겸사겸사 움직이는 것이다. 서문청공을 이용해 효월각의 요원들을 죽일 수 있다면, 진국에게 나쁠 것이 없었다. 만약 이로 인해서 후진군이 혼란스러워진다면, 더욱 좋았다.
서문청공은 고신단으로도 굴복시킬 수 없는 남자였다. 그러니 진국은 그에게서 위국의 기밀을 알아낼 생각도 없었다.
다만 진국은 서문청공이 위국의 비밀 세력을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다고 믿었다.
어쨌든 천하제일의 고수가 아닌가. 이처럼 대단한 자객에게 위국의 비밀 세력이 있고, 그 가치를 발휘하지 않으면 너무 아쉽지 않겠는가!
진국은 서문청공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위국의 비밀 세력을 동원해 복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오랫동안, 또 얼마나 멀리 움직였을까. 마차가 갑자기 멈춰 섰다.
백관원이 차창을 열어 저 멀리 있는 산봉우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서문 선생님, 보이십니까. 저 산봉우리에 선생님을 마중 나온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은 선생님께서 원하시는 모든 것을 제공해 줄 것입니다. 그들과 가시지요! 그럼 멀리 배웅하지 않겠습니다. 보중하십시오!”
쾅!
그 순간, 마차가 갑자기 사분오열되었다. 한줄기 푸른 검광이 사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 빠르기가 마치 벼락과 같았다. 마차를 따르던 병력은 마치 추수철의 보리처럼 모두 허리가 잘려 그 자리에서 줄줄이 쓰러져 죽어버렸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모든 사람이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공중으로 날아올라 천검부를 꺼내든 사람은, 그를 향해 쏘아져 온 한줄기 푸른 검형에 갈려 혈우가 되었다.
수십 명의 수호 법사들이 즉시 연합해서 포위 공격을 가했지만, 현장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부른 검광이 번득이면서 종횡무진했다.
사방에 피가 흩뿌려진 가운데, 푸른 검광이 멈춰 섰다. 얼굴에 상처 가득한 무표정의 서문청공이 바닥에 내려서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손에는 방금 빼앗은 천검부가 들려 있었다!
그를 포위 공격하던 수십 명의 수행자 중에서 지금은 단 세 명만이 전전긍긍하며 서 있었다.
세 사람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 많은 사람 중에 감히 서문청공의 일초지적이 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수십 명의 사람이 눈 깜짝할 사이에 목숨을 잃었다. 빠르다! 너무 빠르다!
세 사람은 간담이 서늘했다. 오늘 금단방 일위의 고수가 얼마나 두려운 실력을 갖췄는지 알 수 있었다!
마차를 끌던 말들은 이미 매우 놀라 박살이 난 마차를 끌고 도망치고 있었고, 그렇게 흔들리는 마차 위에서 한 구의 시체가 떨어져 내렸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두 쪽이 난 시체였다.
가슴이 두 쪽으로 갈라진 백관원이 두 눈을 부릅뜨고 여전히 입을 뻐끔거리고 있었다.
남아 있는 수십 명의 진국 병사 호위들은 모두 무기를 들고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다만 그들도 감히 서문청공에게 다가가지는 못했다.
다행히 살아남은 세 사람의 수행자는 뒤돌아 이미 죽어 버린 백관원을 바라보았다. 곧 자신들을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는 서문청공을 발견했고, 세 사람은 마치 동시에 격발되어 튀어 오른 용수철처럼 즉시 몸을 날려 도망쳤다.
백관원은 이미 죽었다. 더는 보호할 가치가 없었다. 그들은 이미 죽은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 필요가 없었다.
서문청공은 몸을 달려 몇 번의 도약으로 도망치는 말을 따라잡았다. 말 위에 올라탄 서문청공은 거칠게 고삐를 잡아당겨 방향을 바꾸고는 말의 배를 연달아 걷어찼다.
그렇게 초원의 깊은 곳을 향해 날듯이 질주해 들어갔다…….
몇 개의 장막이 연결된 것처럼 세워져 있는 한 목장. 한 마리의 말이 나는 듯한 모양새로 뛰어들어 왔다. 말은 그대로 울타리를 뛰어넘어 목장 안으로 뛰어 들어왔고, 놀란 소와 양들이 사방으로 도망쳤다.
목장 안에 있는 사람, 또 장막 안에 있던 목장 주인이 허리춤의 칼을 뽑아 들고 말을 막아섰다.
서문청공은 말을 몰아 목장 주인 앞으로 향했다. 고삐를 잡아당겨 말을 멈추더니 주인을 내려다보았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두려운 흉터 뒤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한 목장 주인은 급히 칼을 거두고, 주위를 포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곧 사람들은 사방으로 퍼져 마치 아무 일도 없는 척, 하던 일을 했다. 하지만 사실은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곳은 제국에 있는 우부의 한 거점이었다. 서문청공은 이곳에 와본 적이 있었다.
목장 주인은 말의 고삐를 잡고, 비통한 얼굴로 서문청공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께서 잡혀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렇게 다시 뵐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서문청공은 그와 슬픈 감정을 나누지 않았다. 곧 말에서 뛰어내린 그는 성큼성큼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탁자까지 걸어간 그는 우유병을 들어 꿀꺽꿀꺽 시원하게 우유를 들이켰다.
서문청공 뒤에 서 있는 목장 주인은 이미 흐느끼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고 있었다. 나라가 망했다. 황제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