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4화. 생사이판(生死已判)
독고정과 곽행산이 각각 손에 천검부를 꺼내 들고 바로 기운을 폭발시켰다.
그때 당장이라도 뛰어들 것 같던 서문청공이 검으로 땅을 가르더니, 신검합일이 되어 그대로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지면 위에 한줄기 균열을 만들며 그대로 뒤로 물러나는 옥창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독고정과 곽행산은 기운을 방출한 천검강기를 지면의 균열이 이는 곳을 향해 쏘아 보냈고, 주위는 지진이 난 것처럼 바닥이 터져나갔다.
하지만 옥창을 향해 쏘아져 나간 균열은 서문청공이 아니라, 그가 땅 아래서 기운을 날려 만들어낸 허초였다.
서문청공은 앞으로 조금도 나아가지 않았다.
곧 푸른 검광으로 화한 그가 땅에서 다시 튀어 오르며, 독고정 가랑이 사이로 검을 그어 올렸다. 독고정이 그대로 두 쪽으로 갈라졌다. 피가 터져 나오고, 갈라진 독고정의 몸은 터져나간 거대한 기운 때문에 멀리 날아갔다.
균열을 따라 천검강기를 날리던 곽행산은 이상을 감지하고 대경실색했다!
천검부의 기운을 되돌려 땅속에서 튀어나온 서문청공에게 반격하려고 했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은 후였다!
한줄기 푸른 빛이 막을 수 없는 기세로 곽행산의 목을 스쳐 지나갔다!
곽행산은 자신의 머리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저, 시선이 혼란스럽고,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고 느끼다가 곧 빠르게 의식이 흐려졌다.
통제를 잃은 천검부의 거대한 기운은 순식간에 머리를 잃은 몸을 산산조각내 버렸다.
땅을 뚫고 나와 독고정을 참살한 순간, 서문청공의 검이 손을 떠나 곽행산을 향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한순간에 두 사람을 죽여버렸다!
빠르다! 너무 빠르다! 이것이 바로 금단방 제 일 고수의 위력이었다. 그 실력을 목도한 수행자들이 모두 대경실색했다!
여전히 몸을 날려 뒤로 물러나던 옥창의 두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오랫동안 가르쳐온 두 심복 제자가 이렇게 사라져 버리다니!
동시에 옥창의 간담이 싸늘해졌다! 두 제자의 실력은 절대 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금단기 수행자 중에서 고수에 해당하는 실력이 분명했다. 그런데 동시에 서문청공의 손에 목숨을 잃다니. 옥창은 자신이 두 제자를 상대한다 해도, 이렇듯 쉽게 상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푸른 검영이 허공에 떠 있는 서문청공의 손으로 되돌아갔다. 서문청공은 마치 매가 토끼를 덮치는 것처럼, 순간 다시 땅속을 파고들었다.
다시금 한줄기 균열이 땅을 가르며 옥창의 발치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옥창 곁에 있던 효월각의 두 장로 중 한 사람이 즉시 검기로 지면을 난도질했다.
다른 한 사람은 천검부를 들고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뒤로 물러나던 옥창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 순찰하던 날짐승이 하늘을 선회하고 있는 모습이 잡혔기 때문이다. 양팔을 펼친 옥창이 그대로 몸을 날려 높이 날아올라 날짐승에 올라타서, 아래 상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우르르!’ 지면이 마치 거미줄처럼 사방팔방으로 균일이 가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깜짝 놀라 급히 물러났다.
‘펑!’ 군영의 한쪽, 지면이 터져나가며, 푸른 검영이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일단의 수행자들이 즉시 몸을 날려 검영의 뒤를 쫓았다.
“움직여라!”
옥창이 굳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날짐승에 타고 있던 수행자가 선회하던 날짐승을 조종해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하늘로 날아오른 서문청공은 솟아오르는 그 힘이 다했을 때, 검을 당겨 역수로 쥐고, 신검합일의 수법으로 푸른 빛줄기가 되어 옥창의 뒤를 쫓았다.
서문청공을 쫓아 허공으로 날아오른 수많은 수행자는 대부분 서문청공처럼 허공에서 물건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법력을 운용할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힘을 다한 수행자들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지면으로 떨어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일부분은 다시 한번 소매를 떨치며 허공에서 날아올라 서문청공의 뒤를 쫓았다. 그런데도 그들은 검과 같이 날아가는 서문청공의 비행속도를 감히 뒤쫓을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서문청공에게 따라잡힐 것 같자, 옥창은 대경실색하더니, 품에서 천검부를 꺼내 접전에 대비했다.
푸른 검영이 갑자기 허공에서 잠시 그 속도를 늦추더니, 하늘을 향해 한 줄기 호선을 그어내며, 돌연 더욱 빠른 속도로 옥창을 향해 쏘아져 왔다.
들이닥친 서문청공을 보고 옥창은 손에든 천검부의 기운을 방출했다.
마찬가지로, 서문청공도 천검부를 꺼내 천검강기를 방출했다.
쾅쾅쾅......
열두 번의 굉음, 스물네 줄기의 천검강기가 열두 번의 폭음을 만들어내며 하늘을 뒤흔들었다.
날짐승을 조종하던 수행자는 다급하게 몸을 피했고, 날짐승은 이미 그 충돌하는 거대한 기운에 의해 처참하게 찢겨 나갔다.
천검강기가 마지막 한줄기까지 소모되고, 다시금 푸른 검영이 쏘아져 왔다.
옥창은 양손으로 마치 맷돌처럼 돌아가는 빛을 뿜어내, 순간 그를 찔러가는 푸른 검영을 붙잡았다.
푸른 빛이 멈칫했다. 검식을 이끄는 서문청공은 자신이 기화시킨 검강 속에서 싸늘한 눈빛을 빛내며 자신과 대치 중인 옥창을 노려보았다.
맷돌처럼 돌아가는 빛은 서문청공의 일 검을 붙잡았을 뿐만 아니라, 신검합일의 수법을 사용하고 있는 서문청공의 몸도 같이 천천히 돌리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대치한 두 사람은 빠르게 땅으로 떨어지며, 그 누구도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둘 모두, 억지로 버티고 있었다.
사실 옥창은 물러서고 싶어도 물러설 수 없었다. 서문청공의 검세가 너무 날카로웠다. 그는 자신이 조금만 힘을 빼면 당장이라도 서문청공에게 베일까 봐 두려웠다!
두 사람이 동시에 떨어지는 도중, 옥창의 법안에 서문청공의 뺨에 있는 바늘 자국이 걸려들었다. 옥창은 그 즉시 서문청공이 이미 천기파강전에 적중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흉악한 얼굴로 말했다.
“서문청공, 넌 이미 중독되었다. 법력을 운용할수록, 독이 더 빨리 퍼질 것이다. 내 사람이 곧 도착할 것이다. 너 혼자서는 절대 도망칠 수 없다. 만약 지금 항복한다면 네 목숨을 살려줄 수도 있다. 네가 그 나이에 그 경지에 오른 것을 보면 그야말로 수행계에 드문 기재로, 이대로 죽기에는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서문청공은 냉담하게 대답했다.
“생사가 이미 정해졌는데. 누가 누굴 용서 할 수 있을까?”
옥창이 코웃음을 쳤다.
“그토록 죽고 싶어 하니, 죽어도 노부를 원망하지 말아라! 음...”
옥창은 비음을 내자, 소매에서 천검부 한 장이 홀로 날아서 빠져나왔다.
서문청공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곧 옥창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옥창의 능력이라면, 천검부를 직접 손에 쥐지 않고, 법력으로 천검부를 사용할 수 있었다!
“생사가 이미 결정되었다!”
서문청공이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를 내뱉더니, 역수로 쥐고 있던 검을 다시 돌려 양손으로 굳게 움켜잡고, 몸을 살짝 구부렸다가 폭발하는 것처럼 몸을 뒤틀며 번개와 같은 속도로 베어냈다. 검이 허공을 베어낼 때 한줄기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무아(無我: 내가 없다면), 무검(無劍: 검도 없다). 斬(참)!”
옥창이 돌연 눈을 부릅떴다.
서문청공이 화한 검강 내부에서 갑자기 한줄기 맹렬한 빛이 마치 벼락처럼 번쩍 튀어나오더니, 곧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야말로 눈 깜작한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쾅!’ 옥창 앞에 맷돌처럼 돌아가던 빛이 벼락에 쪼개지듯이 갈라졌고, 옥창의 입에서도 피가 쏟아져 나왔다. 빠르게 몸을 살펴보니, 한줄기 혈선이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허리까지 가로지르고 있었다. 곧 옥창은 법력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었고, 이어서 자신의 몸이 사선으로 갈라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퍽퍽’,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두 번 연달아 울렸다. 둘로 갈라진 신체가 수 장이나 떨어진 곳에 각기 따로 떨어져 내렸다. 터져 나온 핏물이 주위 초목을 어지럽게 적셨다.
격돌하며 떨어진 두 사람은 이미 지면과 많이 가까워져 있었다.
지면에 떨어져 몇 번 땅에 구른 옥창의 상반신이 멈추자, 그의 입에서, ‘아아’하는 신음이 들렸다. 옥창은 믿을 수 없었다. 직접 부딪히고 나서야, 자신과 서문청공의 실력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깨달은 것이다.
땅에 내려선 서문청공은 여전히 양손으로 검을 휘둘러 하늘을 향하고 있는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얼굴에 상처가 가득한 그는, 싸늘한 눈으로 옥창과 시선을 마주쳤다.
서문청공이 갑자기 한 손을 들어, 보지도 않고 두 손가락으로 허공을 잡았다. 그의 손에 하늘에서 천천히 떨어져 내리던 천검부가 잡혔다.
그때 서문청공이 비틀거리며, 검으로 땅을 짚었다. 이미 입술은 검푸르게 변색되어 있었다.
서문청공과 시선을 마주치고 있던 옥창의 얼굴에 참담한 미소가 어리더니, 입술이 살짝 움직였다. 뭔가 말을 하려는 것 같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곧이어 그의 두 눈에서 생기가 서서히 사라져갔다.
서문청공을 뒤쫓아 온 사람들이 도착했다. 자신의 법력으로 날아온 사람도 있었고, 날짐승을 타고 날아온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두 사람의 일전을 지켜보았고, 옥창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것도 보았다. 모두 대경실색했다!
중심을 잡은 서문청공이 앞으로 몇 걸음 전진해 옥창의 얼굴을 발로 밟고, 검을 돌려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에게 향하는 수행자들을 노려보았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검으로 그들을 가리켰을 뿐이지만, 그를 뒤쫓던 사람들은 감히 그 누구도 서문청공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더욱이 서문청공의 손에는 천검부까지 한 장 들려 있었다!
사람들은 멀리 내려서서 주위를 포위했다.
한 장로가 뭔가를 발견하고 크게 소리쳤다.
“중독되었다.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 말은, 그냥 이대로 서문청공이 죽을 때까지 기다리자는 말이었다.
다가가는 사람이 없었다! 서문청공은 손에든 천검부를 힐끗 보더니, 사람들 앞에서 그대로 허공에 천검부를 버려버렸다.
다음 순간, 서문청공은 검을 들어 방금 말을 한 장로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천검부를 버린 것은, 이들과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대로 서로 대치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싫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서문청공은 저들이 자신과 싸우기를 바랐다. 지금 그의 몸 상태는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과연, 서문청공이 천검부를 버린 것을 보고, 목표가 된 장로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그는 곧 천검부를 꺼내 그 기운을 방출했다. 곧 거대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며, 천검강기로 변해 벼락과 같은 기세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서문청공을 향해 쏘아 보냈다.
서문청공은 바로 푸른 검영으로 화해 쏘아져 나갔다.
사람들이 보기에, 거대한 기운을 가진 천검강기는 벽력 같았고, 푸른 검영은 송곳 같아 보였다. 두 기운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푸른 검영은 피하지 않고, 더욱더 빠르게 돌진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모두 매우 놀랐다. 이놈은 천검부를 정면으로 상대하려 한단 말인가?
“무아! 무검! 파(破)!”
그 우렁찬 목소리가 초원에 울려 퍼졌다.
푸른 검영과 천검강기가 부딪히는 그 순간, 푸른 빛 속에서 마치 푸른 보석이 태양 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처럼 아름다운 푸른 광휘가 뿜어져 나왔다!
푸른 광휘는 마치 한 줄기 빛처럼, 믿을 수 없는 속도로 터져 나왔고, 순식간에 천검강기를 꿰뚫었다.
찰나의 순간 서문청공 얼굴의 흉터가 동시에 갈라지면서, 그대로 그의 상반신을 향해 쏘아져 오는 천검강기를 마주해 쏘아져 갔고, 입고 있는 옷도 찢겨 흩날렸다. 머리는 산발이 되었고, 드러난 상반신의 흉터도 마치 벽보가 떨어져 나가듯이 터져나갔다. 양손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는 서문청공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평생의 법력을 조금도 아끼지 않고, 모두 털어 넣어, 심념(心念)과 신체, 검과 법력을 합일시켜, 찰나의 순간 모든 것을 검에 쏟아부었다!
이건 서문청공이 살고자 할 때는 감히 사용할 수 없는 일 검이었다. 그는 그가 가진 모 듯 것을 이 일 검에 쏟아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