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6화. 답을 얻다
소삼성은 소평파가 줄곧 지배인의 신분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삼성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누구입니까?”
“자유롭게 성경에 출입할 수 있고, 성경 내부에서 우유도의 상세한 상황을 파악하고, 전장에서 힘깨나 쓰는 삼대 집행자 중 한 명인 홍운법을 죽게 만든 사람이다. 외부세계에서, 이 지배인은 서삼국의 상황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반면에 동쪽의 소식통은 다소 미약한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 또, 지금까지 소식이 오간 시간을 통해 판단해 보자면, 지배인은 아마 서삼국 일대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또 소식을 주고받은 빈도를 통해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지배인이 서삼국 일대에 장기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과 흔적을 근거로 판단을 내리면, 이 모든 조건에 맞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다고 생각하느냐?”
소삼성이 잠시 고민하더니 의아해하며 말했다.
“표묘각에서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이 많지 않겠습니까?”
“얼핏 보기에는 많아 보이지. 하지만 완전히 이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이 모든 조건에 만족하는 사람은….”
뒤돌아 미소지은 소평파가 말했다.
“시험해 보면 바로 알 수 있지!”
“어찌 말입니까?”
“급할 것 없다. 저녁에 돌아가서 다시 이야기하자.”
* * *
후진국 황궁 안. 옥창의 부고를 들은 장홍 모자가 서로를 돌아보았다.
“죽었다니…”
장홍은 대전 안을 천천히 서성이며, 우려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영패는 모든 시종을 물리고, 장홍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모후, 지금 효월각은 머리가 없습니다.”
장홍이 뒤돌아 싸늘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무엇을 하려고요?”
“제가 무엇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효월각이 이제 어찌 될지가 중요하지요.”
장홍이 뒤돌아 말했다.
“황제, 선생님의 말씀을 아직 기억하시나요?”
거기에 대해 언급하자, 하영패는 침묵에 빠져들었다.
장홍이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후진국의 상황을 보면, 그 손에 실권을 쥔 황제가 된들 어떠하고, 그렇지 않은들 어떠한가요? 뭘 가지고 지금 상황을 반전시킬 거지요? 황제의 허명은 그저 겉으로 보이는 것일 뿐, 결국은 실권에 있지요. 실력이 있다면, 황제를 하지 않은들 아쉬울 것이 뭐가 있나요? 이 어미는 황제의 아비에게 시집가서 황후가 된 후부터, 지금까지 긴 시간 동안, 허명이 어떤 느낌인지 너무 확실하게 깨달았지요. 잊지 마세요. 옥창은 죽었지만,효월각은 아직 건재해요.”
“하아!”
하영패가 침울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 * *
남주부성, 우유도와 운희가 돌아왔다. 원강은 요마령으로 돌려보내 졌다.
우유도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관방의는 즉시 운희를 찾아갔다.
사실 운희를 만난다는 것은 구실에 불과하고, 실상은 우유도를 만나기 위한 것이었다. 밀실에서 우유도를 본 관방의가 멈칫했다. 그리고는 우유도 주위를 돌며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우유도는 아주 거북한 얼굴로 싸늘하게 말했다.
“왜?”
관방의가 발걸음을 멈추고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원숭이를 만나고 온다더니, 어째 도야까지 빨개진 거야. 원숭이한테 옮기라도 한 거야?”
우유도가 담담히 말했다.
“사막의 태양이 너무 강해서 그래, 조금 탄 게 무슨 대수라고 그러는 거야?”
“풋…”
한쪽에 있는 운희는 사막이라는 단어를 듣고 참지 못하고 ‘풋’하고 웃어 버렸다.
확실히 자신의 평소 모습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굳이 뭐하러 숨긴단 말인가. 아랫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어서 자신의 권위가 손상될까 봐 두려운 것일까?
관방의는 운희의 반응을 보고, 우유도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관방의의 시선이 우유도의 목을 향하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우유도의 옷깃을 잡고 쭉 잡아당겼다. 그리고 까치발을 하더니 옷 안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우유도가 화난 얼굴로 관방의를 밀어내며 호통쳤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반면 관방의는 그런 우유도를 야유하며 말했다.
“도야, 햇볕에 탔다면서. 옷 밖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옷 속까지 붉어진 건 어찌 된 거야. 설마 사막에서 옷을 훌러덩 벗고 일광욕이라도 한 거야?”
“홍랑이 뭘 안다고 그러는 거야?”
관방의가 턱으로 우유도의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도대체 얼마나 큰 태양이길래 머리카락까지 꼬불꼬불해진 거야?”
우유도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할 말 있으면 하고, 할 말 없으면 그만 가지?”
사실 우유도는 아주 붉지 않았다. 처음보다 이미 색이 매우 옅어져 있었다. 다만 정상으로 회복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았다.
관방의는 운희에게 다가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언니, 어찌 된 일이에요?”
우유도는 즉시 경고를 담아 운희를 노려보았다.
운희가 우유도를 무서워할 리 없었다. 가만히 내버려 두었으면 모를까, 굳이 그녀를 협박하듯이 노려보니, 운희는 오히려 반발심에 담담히 입을 열었다.
“별거 아니야. 그냥 벼락에 맞았을 뿐이야.”
관방의가 아연실색했다.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벼락? 어쩌다가 벼락에 맞았단 말이에요?”
“그건, 동생이 직접 물어봐.”
운희는 제 오 영역의 일을 아무렇게나 떠벌리고 다닐 정도로 경우가 없지 않았다.
“정말 벼락에 맞은 거야?”
관방의가 신기하다는 얼굴로 우유도를 돌아보았다. 우유도는 정말 귀찮아 죽겠다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게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곧 관방의는 크게 즐거워하며 말했다.
“도야, 도대체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했길래 하늘에서 천벌을 내린단 말이야? 말해봐, 어떻게 된 일이야?”
보편적인 관념에서, 벼락에 맞는다는 것은, 나쁜 짓을 해서 하늘의 천벌을 받은 것을 의미했다. 그러니 관방의가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모르면서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그래서 왜 온 거야? 일 없으면 얼른 돌아가!”
관방의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정말로 무슨 일이 있어서 차마 미소짓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녀가 우유도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서문청공의 일을 들었어?”
우유도가 멈칫하더니 물었다.
“그자가 왜? 무심 쪽에 있는 것 아니었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우유도는 이번에 금시를 휴대하지 않았다. 게다가 비밀리에 움직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우유도의 말을 들은 관방의는 아직 우유도가 상황을 모른다는 것을 알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문청공이 옥창을 죽이고, 그도 죽었어!”
우유도와 운희가 흠칫했다. 운희조차도, 서문청공은 대단한 고수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그녀가 원영기를 돌파하기 전이었다면, 서문청공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시인할 정도였다.
“옥창이 죽었다라…”
우유도의 안색이 다소 진중해졌다. 우유도가 보기에, 서문청공은 옥창만큼 쓸모 있지 않았다. 우유도가 이어 물었다.
“어찌 된 일이야?”
“서문청공은 무심의 장원에 오래 있지 않았어. 몰래 제경을 떠났지. 진국의 사신 백관원이 그를 도왔다고 해. 아마도 서문청공을 이용하려는 생각이었겠지. 결국, 제경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백관원도 서문청공의 손에 죽었어. 그 때문에 큰 소란이 일었었지. 얼마가 지나지 않아, 서문청공이 홀로 후진국의 군영에 홀로 모습을 드러냈어……”
관방의는 최근에 수집한 정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서문청공이 죽기까지 세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관방의가 모든 이야기를 끝냈을 때, 밀실 안은 한동안 침묵에 휩싸였다.
한참이 지나, 우유도가 고개를 저으며 감탄을 내뱉었다.
“일 검으로 천검강기를 파괴하다니, 금단방 일 위의 고수라는 명성이 허명이 아니었군!”
우유도도 천검부에 적중당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 천검부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우유도의 법력과 공법의 현묘함으로도 그저 한두 번 막아서는 것이 다였다. 그것도 매번 천검강기를 방어한 후에는 작지 않은 상처를 입고는 했다. 그런데 서문청공이 일 검에 그걸 파괴하고, 시전자를 같이 참살하다니. 그 실력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운희도 마찬가지로 탄식했다.
“그 젊은 나이에, 그 경지에 이를 정도로 재능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 가다니. 참으로 안타깝군.”
우유도 또한 안타까워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그처럼 고집스러운 사람만이, 대법을 연성할 수 있는 것인가?”
“호오, 그게 무슨 일이야?”
“그냥 그렇게 느껴졌을 뿐이에요. 천화교의 곤림수도 내게 복수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 십 년을 폐관했지요. 보십시오. 그는 천화교 역대 그 누구도 연성하지 못한 절학을 연성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원숭이를 보십시오. 아주 고집스럽지요.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제 말도 안 듣습니다. 그리고 원숭이가 단련한 경기공은, 적지 않은 사람이 배웠지만, 오직 원숭이만 특별한 경지에 이르렀지요. 이제 또 이 서문청공이 나타났지요. 그 또한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군요. 하아!”
운희가 생각에 잠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군! 인제 보니 수행이란, 그 마음의 집착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것일 수도 있겠어.”
관방의가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서문청공은 다른 두 사람과 입장이 달랐지. 원숭이와 곤림수는 도야가 지켜주지만 서문청공은? 좀 살려달라니까 끝까지 싫다고 하고 말이야.”
우유도가 관방의를 힐끗 보며 말했다.
“아직도 날 원망하는 거야? 나도 서문청공을 구해준 적이 있어. 위국에서 중독 되었을 때, 만약 내가 그를 살릴 방법을 알려 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야. 그런데도 다시 죽을 곳으로 되돌아갔지. 그때 난 서문청공이 구제 불능이라는 것을 깨달았지. 현미가 죽었어. 그 누구도 그를 살릴 수 없게 되었어. 귀의가 그를 옥창의 손에서 구해내고, 독을 치료해 주지 않았어? 내가 그를 구하는 것과 귀의가 그를 구하는 것이 무엇이 다를까?하지만 봐, 그 결과가 어떻지? 여전히 죽을 자리를 찾아갔지, 그런 사람을 누가 살릴 수 있단 말이야?”
관방의는 다소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쨌든, 도야의 눈에 서문청공은 그 정도 심혈을 기울여서 살릴 가치가 없었다는 거잖아. 도야가 정말 그를 구할 생각이었다면, 분명 방법이 있었을 거야.”
도야가 뒤돌아 물었다.
“홍랑, 왜 그러는 거야. 겨우 서문청공 때문에 나를 그토록 원망하는 거야? 천하에 어려운 사람이 한두 명일까. 왜 하필 서문청공에 꽂혀서는 나를 괴롭히는 거야?”
“도야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야. 다만 천하에 몇 없는 좋은 남자 중 한 사람이 바로 서문청공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그러니 여자의 입장에서 그가 죽길 바라지 않은 것이지. 최소한 목숨은 부지하길 바란 것이야.”
우유도가 잠시 침묵했다. 그의 머릿속에 남천무방이 스쳐 지나갔다. 우유도가 다시 관방의의 침울한 얼굴을 보더니 대충 대답했다.
“쓸데없는 생각이군.”
관방의가 소매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 우유도에게 건넸다.
“금단방에서 새로운 순위를 발표했어. 안보여가 금단방 일 위가 되었지. 여기 곽만이 보내온 소식이야.”
관방의의 말투가 다소 이상했다. 우유도는 무슨 소식인지 몰라, 종이를 건네받아 내용을 살피고는 잠시 침묵했다.
일전에 곽만은 소식을 전할 겨를이 없었다. 이제는 기회가 있어 당시 상황을 자세히 적어 보내왔고, 드디어 우부의 명단이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 전에 이해할 수 없었던 문제들이 이제 답을 얻은 것이다.